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24화 (124/225)

124화. 발리마의 심장 (1)

하셀의 레어를 나온 루카스는, 아만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곧장 로드라타 시국으로 향했다.

‘분명 그곳이 마지막 단서였지.’

그가 로드라타로 향하는 이유는 숨겨진 아티팩트를 찾기 위해서였다.

‘다 죽어가는 마당에 귀찮아서 찾지 않고 내버려 뒀던 것인데……. 이게 이렇게 또 도움이 되는군.’

전생의 그 역시 다른 드래곤들처럼 귀한 아티팩트나 보석 등을 모으기를 즐겼다.

‘숨겨진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했지. 보물찾기처럼 말이야.’

지금 찾으러 가는 아티팩트는 전생의 루카스가 찾기를 포기한 것이었다.

드래곤에겐 딱히 필요가 없는 것이기도 했고, 찾기 귀찮았기도 했기에 내버려 두었는데, 지금 그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것이 되어버렸다.

‘창고도 못 찾았고.’

차라리 비밀 창고를 일찌감치 찾았더라면 상황은 훨씬 나았을 수도 있다. 창고 안엔 그가 전생에 모아뒀던 진귀한 아티팩트들이 한가득이었으니 말이다.

‘하, 지금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나는군. 도대체 창고가 어디로 갔을까.’

루카스는 그 뒤로도 몇 번이나 창고를 찾으러 갔었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소득은 아무것도 없었다.

창고는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하셀의 말이 맞다. 이 나약한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내가 힘을 키우는 것이 옳아.’

하셀의 말대로 루카스가 지금의 몸으로 도울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물론 인간들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는 엄청난 실력의 마법사였다.

게다가 아만의 마나를 가져다 쓰는 지금은 드래곤에 버금가는 마법을 선보일 수 있었지만, 이 또한 아만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만 찾으면 상황은 훨씬 나아지겠지.’

마법은 기본적으로 마나를 바탕으로 하지만, 쓸 줄 모른다면 방대한 양의 마나도 소용이 없었다.

그와 반대로 아무리 실력이 출중해도 마나가 없다면 그 또한 소용이 없었다.

그렇기에 실력과 마나의 양이 동시에 갖춰져야만 최고의 시너지가 발생했다.

루카스는 드래곤으로서 살아오며 쌓은 방대한 지식 덕에 마법을 쓰는 덴 문제가 없었지만, 마나의 양이 부족한 상태였다.

물론 당장은 아만과의 계약으로 인해 마나가 풍부한 상태이지만, 진짜로 마족들과의 전쟁이라도 벌어지는 날엔 아만의 마나를 둘이서 나누어 쓰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몰랐다.

‘그건 안 되는 일이지.’

그렇기에 지금 찾는 물건은 루카스에게 엄청나게 필요한 것이었다.

‘발리마의 심장.’

그것은, 최초이자 마지막이었던 화이트 드래곤의 심장이 깃들었다고 알려진 아티팩트였다.

발리마의 심장은 사용자에게 귀속되는 그 순간부터 무한에 가까운 마나를 주는 아티팩트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렇기에 드래곤들에겐 딱히 탐낼만한 물건이 아니었지만, 지금 인간인 루카스는 달랐다.

‘지난번에 여기까지 찾아봤었던가.’

로드라타 북쪽에 위치한 브루누스 산 중턱. 그곳에 선 루카스가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엔 흔한 풀 한 포기 없었으며, 두텁게 덮힌 눈 사이로 가끔 머리를 내민 바위가 그곳의 척박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흐음…… 이걸 숨겨둔 자가 누구라고 했더라.’

이것을 숨겨둔 이 역시 드래곤이었다.

인간의 손에 들어간 발리마의 심장이 엄청난 역효과를 가져온 일이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이 아티팩트를 손에 넣은 인간은 엄청난 마나를 기반으로 무자비하게 마법을 휘둘렀고, 시간이 지나 위험을 감지한 드래곤 하나가 그를 막으려 했으나 실패해 목숨을 잃었다.

인간 하나가 드래곤을 죽인 사건은 드래곤들 사이에서도 구전으로 널리 전해졌고, 인간들 역시 이를 책과 역사에 기록했다.

‘누구였더라…… 실버였나.’

루카스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숨겨져 있었던 이 아티팩트를 몇 번이나 찾아 나섰으나, 그때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번번이 포기하고 돌아갔었다.

다시 한번 기억을 되짚어 보는 루카스.

“아.”

그제야 무언가 생각난 듯 루카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그는 눈으로 바위 구석구석을 훑는가 하면, 바람을 일으켜 눈더미를 날려버리기도 했으며, 바위를 눌러보기도 하고 마나를 주입하기도 했다.

“저번에도 했던가.”

언젠가 한번 해본 적 있는 일인 듯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몸의 움직임에 루카스가 의아해하던 때.

“저건 처음 본 것 같은데.”

루카스의 눈에 낯선 바위 하나가 들어왔다.

“바람 때문에 드러난 건가.”

유난히 뾰족한 모양의 바위는 하늘로 솟아있는 모양이었다. 루카스가 바람을 일으켰을 때 운 좋게 드러난 것인지, 바위는 깎인 곳 없이 나름대로 매끈한 모양이었다.

바위에 가까이 다가선 루카스가 다시 한번 바람을 일으켰다.

-후우웅!

강한 바람이 바위를 한번 쓸고 지나가자, 바위를 덮고 있던 눈이 힘없이 쓸려나갔다.

“흠…….”

루카스는 바위를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주변에 솟아난 다른 바위들과 다를 것이 없었으나, 오래된 그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것에 무언가 있다고 말이다.

-우우웅

루카스가 바위에 마나를 주입하자, 바위는 우웅 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이게 아닌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루카스는 방법을 바꿔 바위의 이곳저곳을 눌러보기 시작했다.

“이것도 아닌가.”

하지만 그 역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혹시나 다른 단서가 있을까 싶어, 다시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후우우우우웅!

다시 한번 거세게 일으켜진 바람에, 숨어있던 바위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루카스의 머릿속에 띵 하며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혹시……?”

뾰족하게 솟아있는 바위의 모양들은 모두 달랐으나, 몇몇의 바위가 꽤나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루카스가 제 발 아래에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후우우우우웅.

바람과 함께 두둥실 떠오르는 루카스의 몸.

어느새 하늘 높게 떠오른 루카스가 제 발아래에 놓인 바위들을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묘하게 비슷한 바위가 여섯이군.’

하늘 위로 솟은 모양의 바위가 모두 여섯.

멀리서 보니 전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각형 형태에 가운데 하나라…….’

-후우우웅.

조금 더 높게 올라간 루카스가 이리저리 각도를 틀어 그 바위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그러자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뾰족하게 솟아있는 다섯 개의 바위는 조금씩 각도가 달랐다.

‘이어진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순서가 있나?’

마치 퍼즐을 풀어내듯 한참을 고민하던 루카스가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해보면 알겠지.”

먼저 맨 처음 생각했던 순서대로 바위에 마나를 넣기 시작하는 루카스.

‘왼쪽부터…….’

묘하게 꺾여있는 방향대로 따라가다 보니, 오각형 모양으로 나열된 바위들은 모두 이어진 모양새였다.

순서대로 여섯 개의 바위에 모두 마나를 주입한 루카스가 잠시 서서 바위들을 살폈다.

하지만 바위들은 미동도 없이 그대로 있을 뿐이었다.

‘그럼 반대로.’

루카스가 다시 한번 역순으로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우우웅….

하지만 바위들은 똑같이 아무 미동도 없었다.

“흠…….”

그렇게 다시 한참을 고민하는 루카스.

“아.”

이번엔 루카스가 동시에 모든 바위에 마나를 주입했다.

-우웅! 웅! 우우웅! 웅우우우웅!

그러자 모두 다른 소리를 내는 바위들.

“찾았군.”

루카스가 규칙을 찾아냈다.

그렇게 모든 바위에 마력을 주입하기를 반복한 루카스는 모든 바위의 소리를 외웠다.

“어떤 놈인지 몰라도 괴상한 취미를 가졌군.”

본래 아티팩트를 숨기거나 던전을 숨기는 데엔 저마다의 방식이 존재했다.

개중엔 이렇게 소리의 높낮이나 길이를 이용해 문제 풀이를 요구하는 자도 있었지만, 극히 드물었다.

루카스가 태어나기도 전에 숨겨졌다고 알려진 이 아티팩트는, 드래곤들 사이에서도 전설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루카스 역시 전생에서부터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문제를 풀고 또 풀어내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웅! 우웅! 우우웅……!

순서대로 마나를 주입하는 루카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들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구구구… 구구구궁….

“된 건가?”

가운데 바위를 둘러싼 다른 바위들이 먼저 진동하기 시작하고.

-구구궁! 쿠궁!

이어 가운데에 놓인 바위가 진동하더니, 이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흔들리던 바위가 옆으로 밀려나며 커다란 진동이 산에 울려 퍼졌다.

바위 아래 난 틈을 살펴본 루카스가 미소 지었다.

“열렸군. 제발 이게 마지막이어야 할 텐데.”

전생의 기억을 되짚어 봐도 벌써 이런 문제가 이미 몇 번이나 나왔었다.

하나를 풀어내면 그 안에서 또 다른 힌트가 나와 다른 곳으로 안내하고, 그걸 풀어내면 또 다른 힌트가 나왔었다.

그렇게 똥개 훈련하듯 몇 번이나 돌다가 이쯤에서 포기했던 것이었는데…….

“이 짓을 또 하다니.”

바위 아래 난 공간은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아 보였다.

-피우웅…….

작은 불빛을 쏘아 아래로 먼저 내려보낸 루카스가 그 깊이를 가늠해 보았다.

하지만 불빛은 얼마 내려가지 못하고 바닥에 부딪혔다.

“아. 이 아래 계단이 있군.”

성인 남자의 키 높이쯤 되는 곳 아래부터 계단이 시작되는 것이 보였다.

-타악.

사뿐히 뛰어내린 루카스가 라이트 마법으로 시야를 밝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인지 퀴퀴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지하 공간에선, 바깥과는 또 다른 서늘한 공기가 올라왔다.

“흠…….”

루카스가 탐색 마법을 넓게 펼쳐 함정을 찾기 시작했다.

“없군. 하여튼 취향 참 독특한 용이야.”

전생에 발리마의 심장을 찾아 돌아다녔을 때에도 똑같았다. 모두 다른 던전이었지만 들어가는 것이 어려웠을 뿐, 그 안은 너무 단출했다.

‘뭐. 제작자의 취향이겠지.’

별다른 의심 없이 계단을 천천히 따라 내려가던 루카스가 잠시 걸음을 멈춰 세웠다.

‘저건 또…….’

계단이 끝나가는 지점쯤에 보이는 희미한 빛.

그것이 발리마의 심장이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하, 또 다른 힌트인가?’

희미한 빛이 뿜어지는 곳에 다가서자, 작은 단검이 보였다.

그리고 단검이 놓인 곳 아래 자리한 비석에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단검?”

루카스가 제단 위에 놓인 검을 덥썩 집어 들었다.

[알리타의 검을 찾은 당신께 경고합니다. 이것은 위험한 곳으로 떠나는 여정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천천히 글귀를 읽기 시작하는 루카스.

“뭘 또 고대어로 적어놨…… 에라이!”

-쿠쿠쿠쿵!

던전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어오는 마지막 글귀.

[그러니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다면 함부로 알리타의 검을 들지 마십시오. 이미 들었다면 최대한 빨리 도망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쿠쿵! 쿠르릉!

재빨리 품 안에 단검을 집어넣은 루카스가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피우웅…….

하지만 주문은 시전되지 않았다.

“젠장! 뭘 또 마나 차단까지 해놨어?! 할 짓거리 없는 드래곤 같으니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루카스가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쿠쿵! 쿠쿠쿵!

사방에서 돌이 떨어지고, 앞에서 난 희뿌연 연기에 시야마저 가려졌다.

-쿠웅! 쿵!

떨어지는 돌들 사이로 재빨리 움직이는 루카스.

“아, 젠장.”

하지만 루카스는 알았다.

“X됐네.”

이건 피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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