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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202화 (202/225)

202화. 급습 (2)

마왕이 꺼내 든 것은 다름 아닌 작은 수정구였다.

“……젠장!”

하지만 수정구는 계속 어두울 뿐, 아무런 답이 없었다.

-쩌저적! 쩌적!

“지, 지금이라도 피하셔야 합니다!”

마왕 옆에 선 기사가 그를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타라스님. 저희를 버리십니까.”

마왕이 나직이 읊조렸다. 지금 기댈 수 있는 곳은 마신 타라스 뿐이었기에.

하지만 그의 작은 부름이 들리지 않았던 것일까.

-콰쾅! 콰콰쾅!

결국 그들의 터전을 지키던 방어 마법은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매캐한 연기와 함께 지상을 향해 강하하는 네 마리의 드래곤.

“으아아악!”

-쿠우웅!

커다란 몸체가 지상에 내려서자 여기저기서 마족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매캐한 연기와 함께 피어오르는 화염.

“끄아악!”

“도, 도망쳐!!!”

아비규환이었다.

***

잠시 자리를 떠났던 루카스가 하셀의 전음을 듣고 돌아왔다.

방어 마법은 무너져 있었고, 미처 도망치지 못한 마족들은 혼비백산하여 날뛰고 있었다.

“훌륭한 전략이었습니다.”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마나를 제한한 것은 아주 잠시일 뿐이니.”

드래곤들이 사용하는 브레스는 마나와 관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루카스는 아티팩트와 함께 광역 마나 제한을 발동시켜 그들의 마법 사용을 막았고, 아벨과 함께 스크롤을 써 잠시 자리를 떠났었다.

물론 저들이 방어 마법을 구축하는 데에 이미 사용한 아티팩트와 마나까지는 어찌할 수 없었지만, 마족들이 도망치거나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데엔 성공적이었다.

‘이제 풀어도 되겠군.’

실버 일족이 저들을 짓이겨 죽일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쿠웅! 쿵!

사실 하셀과 그의 일족들은 발을 미친 듯 굴러 모든 것을 부수고 으깨고 있었다.

‘보기 좋진 않군.’

차라리 마법으로 깔끔히 상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지금은 저들보다 훨씬 우위인 상태였으니 말이다.

[지금이다.]

루카스가 하셀에게 전음을 보내자, 하셀의 양쪽 날개가 넓게 펼쳐짐으로써 모두에게 신호를 보냈다.

-사아아…….

마나가 사라졌던 대기에 다시 마나가 충만히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쿠아아앙! 콰쾅!

그러자 하셀과 다른 일족들이 순식간에 마법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콰쾅! 쾅!

“끄아아악!”

쏟아지는 불의 비. 바닥을 가득 메운 전격 마법과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살얼음.

‘각양각색이군.’

각자의 특색이 드러난 마법들이 온 대지를 메웠다.

“공격하라! 공격!!!”

이제 마법을 쓸 수 있는 것을 알아차린 기사 하나가 소리치자, 그를 따라 다른 마족들 역시 공격 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쯧쯔…… 이미 늦었군요.”

아벨의 말이 맞았다. 저들은 이미 공격시기를 놓쳐도 너무 놓친 상태였다.

“그래. 늦었지.”

하지만 루카스는 긴장을 놓지 않고 전투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콰쾅! 쾅!

하셀의 몸에 마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림도 없을 텐데.”

그 모습을 본 아벨이 우습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건방진 놈들.]

마치 모기에 물린 것처럼 불덩이가 떨어진 제 뱃가죽을 한번 슥 긁은 하셀이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한 방에 끝내시려나 봅니다.”

그러자 하셀이 쓰려는 마법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다른 실버 일족들이 하늘로 훌쩍 날아올라 지상에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παραδιδόναι εἰς κρίμαθ]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쿠구구구…….

영창이 끝나자 땅이 울리고,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우리도 피해야겠군.”

루카스가 아벨과 함께 자리를 뜨려던 때 어두워졌던 하늘 한구석이 환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두둥! 둥!

열린 하늘에서 무언가 두드려지는 웅장한 소리가 들려왔다.

-쿠궁…… 쿠구궁…….

그와 동시에 어두운 하늘에서는 거대한 운석이 나타나 마족들이 선 땅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이거 어째야 하나.’

하늘 한편에서는 마신이나 아모레가 강림하는 것이 분명했고, 다른 쪽에서는 마족들을 끝장낼 무언가가 내려오고 있었다.

“안 가십니까?”

아벨의 목소리가 초조했다. 그녀 역시 하셀이 시전한 주문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

“저거 떨어지면 우리 모두 다 온전치는 못할 텐데요.”

“안다. 먼저 가라.”

그러자 아벨이 흠, 하는 작은 소릴 내더니.

“그러죠. 뭐.”

-파앗!

시원하게 떠나버렸다.

‘정도 없군.’

아벨이 떠난 자리를 흘끗 본 루카스가 다시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두둥! 둥!

신의 강림과.

-쿠오오오오오!

운석의 낙하.

마족들의 눈에 기대와 절망이 함께 서렸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제, 제발…….”

죽음 앞에 도망치려던 자들 역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벌벌 떨며 빌고 있었다.

“타라스님…….”

자신들을 향하는 신이 타라스라 굳게 믿는 한편, 그보다 더욱 거대한 운석의 힘 앞에 한없이 나약했다.

“저희를 지켜주십시오.”

“제발, 제발 저희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도망칠 방법이 없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매섭게 떨어지는 운석이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며 매서운 소리가 났다.

[다 죽게 생겼네.]

타라스였다.

“타라스님이시다! 타라스님께서 우리를 구원하러 오셨다!”

마족들은 환희에 차올라 소리쳤다.

[젠장 할.]

하셀은 타라스의 모습을 보고 욕을 뱉었다.

“옘병.”

결국 루카스의 입에서도 욕이 튀어 나왔다.

-두둥! 둥!

그때 다시 한번 하늘 한 편이 환히 빛나며 신의 강림을 알리기 시작하자, 마족들의 눈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왔군.”

루카스는 이 전쟁의 끝을 보았다.

***

루카스는 전투가 시작되기 전 타라스와 아모레가 함께 강림하거든 먼저 뒤로 한 발짝 물러나라 지시했기에 본체화를 풀어낸 하셀이 루카스 옆에 섰다.

[너 이 자식~? 도망 가면 끝까지 쫓아간다고 했지~?]

아모레의 간드러진 음성에 하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원래…….”

하셀이 어벙벙한 투로 말을 끝마치기 전에 루카스가 미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파스스스슷…….

하셀이 불러냈던 거대한 운석이 타라스의 손짓 한 번에 소멸되고 말았다.

“신은…… 신이군요.”

하셀 역시 저 마법을 쓰기 위해 제 마나의 절반가량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역시 신은 신이었다.

아무리 드래곤이 최강의 생명체라 한들 그들은 그 위였으니까.

“그렇지.”

루카스 역시 신의 힘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너 이런 꽃같은 자식~ 오늘은 진짜 소멸이야~!]

[닥쳐라. 아모레.]

하늘에 울려 퍼지는 신들의 대화.

-콰아앙!

아모레의 신형이 새하얀 빛으로 변해 타라스에게 쏘아짐과 동시에 터진 커다란 폭발.

멀리서 느껴진 신들의 힘만으로도 급이 마족 몇몇이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응~ 너나 닥쳐~]

아모레의 빛나는 금발이 바람을 타고 허공에서 휙 휘날렸다.

‘턱수염 자국이 더 거뭇해진 거 같은데…….’

[젠장 할 자식!]

멀찌감치 밀려났던 타라스의 신형이 아모레를 향해 쏘아졌다.

-쿠앙! 콰쾅!

그렇게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붓길 몇 차례.

“가지.”

루카스가 하셀을 향해 말했다.

“예. 로드.”

저들이 온 것까지 보았으니, 이제 다음 계획을 실행할 차례였다.

***

마족들이 숨어든 지하.

쉽게 그곳에 도착한 루카스와 하셀이 주변을 슥 둘러봤다.

“여기가 맞겠죠?”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의 지하 벙커의 좌표를 알게 된 것 역시 땅의 정령왕 덕분이었다.

‘어차피 이길 수 있잖아? 우리가 나서기까지 해야 하나?’

억겁의 세월 동안 수많은 전쟁을 겪은 정령왕들은 그들을 농락한 마족들에게 화가 났지만, 굳이 당장 끼진 않겠다며 뒤에서 도움만 주고 있었다.

‘뭐, 그 말도 맞긴 하지.’

저들의 말대로 그들이 굳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되었기에 루카스 역시 알겠다며 동의한 부분이었다.

이 정도의 도움만으로도 마족들은 사실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지하 벙커에 있는 빈 방인 듯싶었다.

“이동하시죠.”

루카스와 하셀은 이곳에 숨어든 마족들을 전부 처리할 생각이었다.

“엘라임.”

루카스가 엘라임을 불렀다.

‘모두의 도움까진 아니어도.’

엘라임은 자신의 계약자가 아닌가.

“그래.”

루카스의 부름을 듣고 나타난 엘라임이 대답했다.

“모두 쓸어버릴 시간이다.”

“좋지.”

엘라임이 피식 웃고는 상급 정령인 엔다이론 하나를 소환해 명령을 내렸다.

[왕이시여.]

“모두 쓸어버려라.”

[왕의 명을 받듭니다.]

그러자 엔다이론 옆에 늑대 형상을 한 운디네가 하나 더 나타났다.

엘라임이 상급 정령을 하나만 소환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하나만 소환해 명을 내려도 왕의 명이기에 저들은 알아서 같은 정령들을 소환해 이곳을 빠르게 정리할 것이다.

[모두 쓸어버려라.]

그러자 운디네는 고개를 푹 한번 숙인 뒤 방을 빠져나갔다.

“우리도 가지.”

정령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 놓을 수는 없었기에 루카스와 하셀 역시 걸음을 옮겼다.

“끄아아악!”

방을 빠져나가자마자 어디선가 비명이 들려왔다.

“일을 잘하는군.”

루카스가 엘라임을 향해 칭찬의 말을 뱉었다.

“네놈 아래보다야.”

엘라임이 비아냥거렸다.

마족들의 지하 벙커는 그리 크지 않았다. 어느새 출발했던 방을 비롯해 크고 작은 방들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을 했으며, 살아있는 생명체의 움직임이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제, 제발…….”

속절없이 떨어져 나간 머리통들이 바닥을 구르고, 그들의 죽음을 지켜보던 마족 여인 하나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왕의 명이다.]

-서겅!

엔다이론의 얼음 창이 여인의 목을 스쳐 지나가는 듯 하더니.

-투욱…….

머리를 잃은 여인의 몸이 풀썩 쓰러졌다.

“다들, 다들 도망치세요!!!”

그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루카스가 미간을 확 찌푸렸다.

“잠깐. 저 여자는 죽이지 말라고 해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 사실 불길한 예감이라기보다는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어디서 명령인가.”

삐딱하게 대꾸했지만, 엘라임은 정령들에게 이미 명령을 내린 듯 잠시 주변이 고요해졌다.

루카스의 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다들 도망쳐요! 제 뒤로 숨으세요!!!”

날이 선 여자의 목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콰쾅! 콰콰쾅!

폭발음이 들려오고.

“멜라니님…… 너무, 너무 무서워요…….”

어린아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여자는 뒤에 숨긴 아이를 달래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빠른 걸음으로 여자의 앞에 도착한 루카스는 어이가 없어 말을 잃고 말았다.

“파멜라.”

잿빛 피부에 뿔까지 솟아 있었지만, 루카스는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누구인지.

“……당신은 누구죠? 아니, 뭐가 됐든지 아이들만은 살려주세요.”

파멜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아이를 더욱 제 뒤로 숨겼다.

“폴라. 네 동생은 잊은 건가.”

루카스는 예전에 제 손으로 죽이려 했던 폴라의 언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었다.

이미 전쟁은 막바지에 다다랐고, 마족들은 다시 이 땅 위에서 모습을 감추게 될 것이다.

그러니 제 친구의 언니쯤은 지켜주고 싶었다.

“…….”

그러자 파멜라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파앗!

사라지고 말았다.

“…….”

루카스는 말없이 남아있는 아이들을 향해 시선을 한번 던지고는 등을 돌렸다.

“아이들은 모두 살려줘라.”

그러자 엘라임이 쯧, 하며 작게 혀를 차고는 다시 정령들을 향해 명령했다.

“아이들을 제외한 모두를 죽여라.”

다시 한번 끔찍한 청소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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