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돌아온 중원
매화무적 진유는 제를 올리는 태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것이 눈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진유는 붉어지는 눈시울을 간신히 참아내며 입술을 깨물었다.
‘사숙조께서 오셔야만 장문 사형을 살릴 수 있다.’
태허의 병은 마음의 병이었다.
혁련천후가 떠나고, 또 그를 찾겠다며 떠났던 화산오웅이 돌아왔을 때부터 쇠진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연히 함께 돌아올 거라고 믿었건만 화산오웅만이 쓸쓸하게 돌아오자 태허의 상세는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태허는 지금도 화산오웅을 보지 않는다. 혁련천후를 찾아오지 못한 것에 대한 섭섭함이 도를 넘어 분노로 화한 탓이다.
딸그락!
태허가 향을 잡으려다 그만 제기를 건드렸다.
바닥으로 떨어진 제기가 술을 쏟아내자 태허는 황급히 도포자락으로 그것을 훔쳤다. 진유가 재빨리 태허를 부축했다.
“제가 치우겠습니다.”
“허어! 선조님들께 이런 불충을 저지르다니, 이런 불충이…….”
태허는 일어서지 못하고 탄식을 쏟아냈다.
진유의 눈가에 기어코 이슬이 맺혔다. 지금 태허가 누구에게 제를 올리는 것인지 그는 알고 있다. 비록 영정조차 걸려 있지 않았지만 그의 속마음엔 단 한 사람을 위한 기원만이 담겨져 있을 뿐임을 화산의 모든 이들은 알고 있다.
진유는 태허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숙였다.
시커먼 그림자가 살짝 열린 문틈으로 흘러들었다. 그리고 태양이 만들어낸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둘의 어깨를 덮었다.
사르륵…….
문 틈 사이로 태허가 쓸던 나뭇잎이 바람에 쓸려 날아들었다.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에도 둘의 흔들리는 어깨는 멈추지 않았다. 둘을 덮은 그림자도 움직이지 않았다.
쪼르륵!
태허는 다시 술잔에 술을 채웠다.
지극정성으로 조심스럽게 잔을 채워서는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그때야 둘은 그림자가 늘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진유의 육신이 반사적으로 돌아섰다.
역광을 받은 사내의 얼굴은 확인할 수가 없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긴 머리카락과 바닥까지 늘어진 장검만이 진유의 눈을 채웠다.
“그 잔은 내가 받지.”
부르르…….
뒤늦게 몸을 돌린 태허의 육신이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흔들렸다. 진유의 강건한 육신은 이미 바닥으로 향하고 있었다.
“불충한 제자, 진유가 사숙조님을 뵙습니다!”
* * *
스스슥!
아불타는 빠르게 화산의 뒤쪽 봉우리로 올라갔다.
그곳에 오르면 화산의 연무장까지 환하게 내려다보인다. 비범한 신법으로 정상에 오른 아불타는 눈에 내공을 담고서 화산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화산의 연무장엔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아불타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산문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려 했다면 필시 이곳에 득실거려야 정상인데, 왜 한 놈도 보이지 않는 거지? 혹시 중도에 매복을 하고 있단 말인가?”
중얼거림을 들은 수하 하나가 끼어든다.
“소활불님! 아마 놈들이 매복을 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텅텅 비어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구나. 하지만 기왕에 올라왔으니 좀더 가까이 가서 살펴보도록 하자.”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매화무적이나 화산오웅을 한꺼번에만 만나지 않는다면 걱정할 것 없다. 어서 따라와!”
탁!
절벽을 차고 뛰어내린 그들은 날쌘 제비처럼 빠르게 화산의 본문으로 이동했다.
조금을 이동하자 건물에 새겨진 조각이 보일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변에선 여전히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산문을 지키는 최소한의 인력조차 보이지 않자 아불타는 점점 의구심이 커져만 갔다. 그러자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제아무리 고수라도 더 이상의 접근은 무척 위험하다.
하지만 아불타는 천성이 자만으로 가득한 자였기에 망설임 없이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그게 아불타의 실수였다.
“너 뭐냐?”
뒤쪽에서 들려온 소리에 아불타는 기겁을 하고 돌아섰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에 오금에서 힘이 풀어질 정도였다. 이토록 근접거리에서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면 최소한 자신보다는 고수라는 것을 뜻한다.
“이봐 땡초! 뭐냐니까?”
장대한 체구에 사나운 기운이 펄펄 풍겨나는 장한이 자신들을 꼬나보고 있자 아불타는 본능적으로 마공을 끌어올렸다.
푸르스름한 기운이 아불타의 손에 맺히자 장한의 눈초리가 사납게 올라갔다.
“오호! 요 새끼, 요거 뇌음사의 땡초였군. 대수인을 펼치는 놈이라면 꽤 높은 땡촌데?”
대수인은 천하에 손꼽히는 극악의 마공이다.
스치기만 해도 내부 장기가 산산조각으로 파열되며 죽어가는 대수인을 보고도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을 보이자 아불타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그러나 그는 아불타다.
뇌음사의 2인자이며 차기 뇌음사의 주지를 맡아놓은 극강의 고수, 잠깐의 긴장감을 호흡 한번으로 몰아낸 그는 지독한 살기를 드러냈다.
“네놈이 매화무적이냐?”
아불타는 이 정도의 고수는 화산에 오직 매화무적뿐이라고 여겼다.
그가 매화무적이 맞으면 상당한 난적이다.
하지만 일대일로는 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자신도 강하니까…….
장한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요 뭐만한 땡초새끼가 주둥이가 걸렐세. 네놈? 에라이 호로새끼야!”
파팟!
아불타는 거대한 장한의 육신이 흐릿하게 변한다는 것만 느꼈다. 그리고 그는 대낮에 수많은 별을 보고야 말았다.
퍽!
아불타가 한 방에 날아가자 다른 뇌음사의 승려들은 기절초풍을 했다. 이건 눈으로 보고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라며 넋을 놓았을 때, 장한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퍽! 퍽! 퍽!
* * *
화산오웅은 산문을 넘어서다가 말고 걸음을 멈추었다.
“저게 뭡니까?”
진청이 눈을 동그랗게 하고서 물었다.
“그러게.”
다섯은 연무장을 응시하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연무장 한가운데 굵직한 막대기가 박혀 있었는데 그곳에 발가벗겨진 승려들이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사대제자들 넷이 빗자루로 낙엽을 쓸고 있었다. 꽤 장대한 체구를 지닌 제자들의 뒷모습이 왠지 낯설었다.
“누구야? 재들은?”
“글쎄요. 처음 보는 아이들인데……?”
“4대 제자들 가운데 저렇게 덩치가 좋았던 아이들이 있었나?”
“요즘 들어 워낙 신입들이 많다 보니 당최 알 수가 있습니까. 그건 그렇고 모두들 태청관에서 정신교육이라도 받는 건가? 왜 이렇게 조용해?”
그때 막내 청명이 펄쩍 뛰면서 소리쳤다.
“악! 오늘은 선조들게 제를 지내는 날이잖습니까?”
“허걱!”
모두의 얼굴이 하얗게 떴다.
특히 진호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질풍각의 각주이자 화산오웅의 맏이인 자신이 그걸 깜빡 있었으니…….
“뛰어!”
파아악!
다섯이 섰던 자리에 구덩이가 파였다.
* * *
화산의 모든 문도들이 태청관에 모였다.
장문인 태허의 개인적인 제가 끝나고 한 시진이 흐른 뒤에 같은 장소에서 선조들에 대한 제를 올리기 위함이었다.
마침 뇌음사가 화산을 노린다는 정보를 입수한 탓에 장로들서부터 4대 제자들까지 모두는 빠짐없이 제에 참석했다. 옛 영광을 완전히 회복한 화산은 문도들의 수가 1천에 육박하는 거대문파로 발돋움했다.
때문에 두 배로 증축한 태청관이 비좁을 지경이었다.
3, 4대 제자들은 평소에 보기 힘든 장문 사형과 장로들의 얼굴이라도 보려고 까치발을 했고 화산의 자랑인 매화무적의 앞모습이 살짝 보이기라도 하면 뜨거운 숨결을 토해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의아해하는 인물이 있었다.
태청관의 상석 윗자리에 제상이 차려져 있었는데, 한 인물이 그곳에 가부좌를 튼 자세로 앉아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 인물의 양옆으로 화산의 최고 배분을 자랑하는 장로들과 장문 사형이 매우 공손한 자세로 시립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워낙 엄숙한 자리라 말을 꺼낼 수는 없었지만 젊은 문도들의 눈동자에 진한 의구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때, 태청관의 문이 슬그머니 열리며 다섯 그림자가 슬금슬금 들어섰다.
진청은 자신들을 돌아보는 제자들에게 입에 손을 가져가며 조용히 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또 늦었느냐?”
태허 장문의 인자한 음성이 태청관을 울렸다.
다섯은 고개를 숙이고는 조심스럽게 앞쪽으로 걸었다. 당대 천하를 떨어 울리는 협객들일지라도 사문에선 그저 똑같은 제자요, 사형제간일 뿐이었다.
[장문 사형 목소리가 오늘따라 무척 부드러우시네?]
[그렇군요. 우릴 무척 원망하시더니 드디어…….]
[이게 미쳤나?]
진호의 부라림을 받은 진명은 머리를 긁적였다.
장로 태송이 다섯을 바라보며 인자한 목소리로 자리를 가리켰다.
“어서 그쪽에 서라.”
그는 언제나 다섯을 극진히 아꼈다. 매화무적과 더불어 화산을 이끌어갈 중추라고 온 천하에 자랑까지 하고 다닌다.
진유의 옆에 늘어선 다섯은 죄송하다는 눈빛을 보내고는 고개를 조아렸다.
[하여튼 한 번을 제시간에 오는 법이 없구나. 이놈들!]
[적을 살피느라…….]
[그놈의 변명은 잘도 한다.]
[죄송합니다. 대사형!]
진호는 대표로 진유에게 전음으로 꾸지람을 들었다. 눈치를 살피던 진호가 가부좌를 틀고 앉은 인물을 그제야 보았다.
진호는 눈매가 매섭게 돌아갔다.
‘누군데 저런 시건방진……!’
천하에 저 자리에 저렇게 앉을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한 명뿐이다.
하지만 그 존재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순간 진호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몸이 덜덜 떨려오며 오금에서 힘마저 빠져나간다. 고개를 돌리니 나머지 넷도 학질에 걸린 사람들처럼 벌벌 떨고 있다.
장문인 태허의 인자한 목소리가 다섯의 귓속을 울렸다.
“허허! 이놈들아! 사숙께서 오셨거늘 왜 이리 늦었단 말이냐?”
털썩!
다섯의 육신이 일제히 바닥으로 쓰러지듯 무릎을 꿇어갔다.
“사, 사숙조십니까?”
“진, 진정 사숙조십니까?”
가부좌를 튼 인물이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몸을 돌렸다.
“용케도 돌아왔구나.”
혁련천후였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그의 눈동자엔 좀처럼 보기 힘든 따뜻함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으와! 사숙조님!”
“으하하하! 사숙조님!”
다섯이 개구리처럼 팔짝 일어섰다.
그리고는 태청관이 무너져라 고함을 질러댔다.
지켜보던 매화무적 진유의 눈이 어리둥절한 빛으로 변한다. 울 것이라 예상했던 자신의 생각이 완벽하게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쾅!
태청관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마당을 쓸던 넷이 들어섰다.
“제사 끝났습니까? 배고파 죽겠습니다! 주공!”
전신을 먼지로 범벅을 한 왕전이 곰처럼 으르렁거렸다. 그 옆에 북궁천소와 담대소천, 그리고 조윤이 함께하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얼굴이 먼지로 범벅이다.
화산의 제자들이 아닌 까닭에 제에 참가하지 못하고 마당만 쓸어댄 것이다. 진호 등을 비롯한 다섯의 입이 쭉 찢어졌다.
“가짜사부들!”
“우하하하하! 전왕 사부! 투왕 사부!”
“창왕사부! 도왕 사부!”
화산오웅의 육신이 그 넓은 태청관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소동은 그때부터였다.
다섯이 외친 별호는 그들의 존재를 까맣게 모르고 있던 3, 4대 제자들을 기절 직전까지 몰아갔다. 그들이 화산에 입문한 이유가 바로 그들이었다.
고금최강자 신마 혁련천후, 그리고 그를 호위하는 무적의 수신호위, 팔왕…….
바로 그들 때문에 화산에 입문한 제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신마가 화산의 인물임은 이미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었으니까…….
언젠가 웃음을 잃었던 화산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폭풍의 서막이었다.
* * *
죽은 자들은 말이 없는 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물며 강호인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뇌음사의 절대자 광요는 비대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발치에 놓인 차디찬 주검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제자이자 차기 뇌음사의 주지가 될 것으로 믿었던 아불타가 하룻밤 사이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부르르…….
그가 왜 죽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누가 그를 죽였는지는 알 수 있었다. 아불타의 육신에 꽂혀 있는 한줄기 매화송이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광요에게 알려주었다.
“화산…….”
깨문 입술은 붉은 피를 흘려냈고 거칠게 말아 쥔 주먹은 힘줄이 돋아나 금방이라도 터질 듯 보였다. 마두라도 제자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에도 못지않았던 광요는 느릿하게 허리를 숙여 아불타의 주검을 안아 들었다.
뇌음사의 모든 이들이 침통에 빠졌다.
광요의 입을 통해 원독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아이를 화산의 태청전에 묻을 것이다. 그리고 화산 놈들의 살을 제물로 바칠 것이며 놈들의 핏물로 목을 축일 것이니, 모두 칼을 들어라! 지금 화산으로 올라간다!”
우와!
뇌음사의 고수들이 검을 뽑아 하늘로 치켜세우며 괴성을 질렀다.
주변이 광포한 기운으로 요동을 쳤다. 그런 그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 * *
“저놈이 세외의 사대천왕이라는 뇌음사의 대가립니다.”
왕전이 광요를 가리키며 으르렁거렸다.
혁련천후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변을 돌아봤다. 이미 단풍이 지고 곳곳에 눈이 쌓여 완연한 겨울임을 느끼게 해주는 화산의 산세는 언제 보아도 정겨운 정취를 느끼게 해주었다.
지금 그들은 뇌음사의 병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 있었다. 물론 조금 전, 아불타의 시신을 가져다 놓은 것도 그들이다. 예상대로 광요는 당장 산문으로 이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잠시 주변 경관을 둘러본 혁련천후의 입이 열렸다.
“산문이 놈들의 피로 더럽혀져서는 곤란하겠지.”
“알겠습니다. 곧장 쓸어버리겠습니다.”
담대소천이 허리를 숙이고는 등을 돌렸다.
왕전과 북궁천소, 조윤이 담대소천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매화무적과 화산오웅은 혁련천후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섰다.
“너희들도 도와라.”
“넵!”
기다렸다는 듯 대답을 한 그들은 재빨리 가짜사부들의 뒤를 따랐다.
혁련천후는 손안 가득 느껴지는 따뜻한 감촉을 느끼고는 포근히 쥐었다.
“보고만 있을 건가요?”
“당신하고 있는 게 더 좋아서…….”
“변했어요. 당신…….”
혁련천후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의아한 빛을 품었다. 여전히 극미의 아름다움을 지닌 검후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내가 변했다니?”
“그래요. 조금 뻔뻔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옛날의 당신과는 조금 달라졌어요.”
“난 천년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
“호호!”
검후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건 또 무슨 의미지?”
“그런 말을 하는 것부터가 변한 거예요. 아유! 소름이 다 돋아나네…….”
검후는 짐짓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시늉을 하고는 갑자기 혁련천후의 팔을 와락 끌어안았다.
“가요. 저도 도울래요.”
“저들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그럼 당신은 구경만 하세요. 700년을 얼어 있었더니 몸이 근질거려요.”
* * *
포달랍궁이 무너졌다.
침공 이후 거침없이 중원을 질타하던 그들이 십지문을 넘어서지 못하고 죽음으로 야망의 끝을 보고야 말았다.
십전무제 영호도성과 십지신검 독고무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인물들, 바로 영호수란과 혁련소, 그리고 연소민과 미모의 금발여인이 가장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미모의 금발여인은 영호도성과 독고무도 놀랄 만한 가공할 위력을 선보였다. 중원의 무학과는 차원이 다른 그녀의 공격수법은 포달랍궁의 마승들이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위력적이었다. 덕분에 십지문과 영호세가는 거의 피해를 입지 않고 포달랍궁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십지문은 매우 떠들썩한 잔칫집을 연상시켰다.
왁자지껄!
많은 사람들이 들어찬 객청이 활력에 넘쳤다.
“허허! 이제 놈들 따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먼. 그동안 신검께서 고생이 참 많으셨네.”
“껄껄! 무제께서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제가 어찌 이렇게 무사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젠 천후가 돌아왔으니 그깟 변방의 오랑캐 따윈 일거에 쓸어버릴 일만 남았습니다. 이 소식을 정도맹의 식구들에게 전해야지 않겠습니까?”
“아니네. 아직은 알리지 않는 게 좋을 게야. 그나저나 축하하네. 성주와 검후가 돌아왔으니 십지문의 경사가 아니겠는가? 허허허!”
“무제께서도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껄껄껄!”
영호도성과 독고무가 덕담을 주고받으며 껄껄 웃었다.
포달랍궁을 물리친 기쁨보다는 꿈에서도 기다렸던 존재들이 돌아왔다는 것이 너무 기뻤던 그들이다. 덕분에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그때 영호수란이 잔을 들고 일어섰다.
좌중이 조용하게 가라앉으며 모두가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술잔을 손에 든 그녀는 살포시 웃음을 보이고는 말문을 열었다.
“소개할 사람이 있어요.”
그녀는 금발여인을 내려다보았다.
놀랍게도 그녀는 아리엘이었다. 조금은 수줍은 표정을 지은 아리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신마성에서 함께 지낼 사람이랍니다. 인사드려.”
“아리엘이라고 합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아리엘은 여전히 밝고 쾌활했다.
모두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아리엘을 쳐다보았다. 과연 저런 여 고수의 진정한 신분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영호수란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걸렸다.
“궁금하죠?”
“허허! 저렇듯 대단한 처자의 진실한 신분이 정말 궁금하구나.”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다는 영호도성조차도 호기심을 보인다. 하물며 다른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갑자기 영호수란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아리엘의 어깨를 툭 쳤다.
“직접 말해 줘.”
“제가요?”
“잘하잖아?”
“그래도…….”
아리엘이 그녀답지 않게 부끄러움을 나타낸다. 그러자 혁련소가 불쑥 말했다.
“제 셋째 어머닙니다!”
순간 좌중이 조용하게 변했다.
영호도성과 독고무조차도 두 눈을 부릅떴다. 셋째 어머니라니…….
소란스럽고 흥겹던 객청에 적막감이 흘렀다. 적막감은 십지신검 독고무에 의해 깨어졌다.
“그럼 천후가 바람을 피운 거요?”
“제대로 피운 거죠.”
* * *
정도맹주 남궁기는 모처럼 들려온 낭보에 연방 큰소리로 웃었다.
“껄껄껄! 역시 화산이구먼. 화산이야!”
상당한 골칫거리였던 뇌음사가 화산에 의해 전멸을 당했다는 전서가 막 그의 손에 쥐어졌다. 그동안 뇌음사의 마승들이 펼친 사악한 마공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죽어갔던가? 정도맹도 상당한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였다.
“진정 화산의 저력은 대단하구나. 단독으로 뇌음사를 쓸어버리다니!”
“맹주님! 당장 화산으로 사람을 보내어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전선에서 적과 대치 중인 무사들에게도 소식을 전하여 사기를 진작시켜야 합니다. 이건 정말 모처럼 있는 낭보가 아닙니까?”
“껄껄! 당연하네. 마음 같으면 이 늙은이가 직접 화산으로 달려가고 싶다네. 자네가 일을 서둘러주게나. 이 몸은 화산의 장문께 감사의 서신이라도 적어야겠네.”
“알겠습니다.”
수석호법인 관승이라는 인물이 막 몸을 세워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다른 전령이 바삐 들어섰다.
“어디서 온 전령이더냐?”
“십지문에서 보냈습니다.”
“오! 신검이 보냈단 말이냐? 어서 이리 줘 보아라.”
남궁기는 전령이 건넨 서신을 펼쳤다. 나가려던 관승도 그 자리에서 남궁기를 바라보며 섰다.
남궁기의 얼굴 근육이 꿈틀거리자 관승이 물었다.
“좋지 않은 소식이라도……?”
“아니네, 아니야. 허허! 오늘은 어찌 이리도 좋은 일만 계속 이어지는가?”
“예?”
“허허! 십지문과 영호세가가 포달랍궁을 쓸어냈다는구먼. 껄껄! 이게 어찌된 일인가? 승냥이처럼 우리를 괴롭히던 놈들이 하루 사이로 저승길로 행차를 하다니…….”
관승은 남궁기가 건넨 서신을 재빨리 읽어 내려갔다.
<포달랍궁의 요승들을 모조리 처치했습니다. 곧 영호세가와 함께 전선으로 떠날 것이니 그때 뵙겠습니다.>
웅장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필체는 분명 십지신검 독고무의 것이었다.
“으흐흐! 이런 날도 있군요. 으흐흐!”
관승이 너무 기쁜 나머지 이상한 웃음을 지었다.
적의 핵심세력 중 하나인 포달랍궁과 뇌음사의 전멸은 팽팽한 대치전선을 보이는 지금의 상황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모르는 일이었다.
당연히 정도맹에 유리한 쪽이 되는 것은 자명한 것이었다.
남궁기가 벌떡 일어섰다.
“좋아! 이 소식을 서둘러 최전선에 대치 중인 무사들에게 전하게. 나도 곧장 그곳으로 움직일 것이니 모두에게 준비하라고 전하게.”
정도맹에 모처럼 활력이 넘쳐났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본단에 주둔하고 있던 구파의 정예들이 최전선으로 이동을 준비했고 신마성에 의해 봉문을 당했던 소림도 속죄의 뜻으로 함께 참전하겠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지난날의 악행으로 오대세가에서 제외되었던 사천당문도 같은 뜻으로 모든 전력을 최전선으로 이동시키겠다고 했다.
역사상 최초로 세외세력의 본토침공을 당했던 중원의 강호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든 변화의 시발점은 돌아온 신마와 팔왕에 의한 것이었지만 아직은 아무도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 * *
“이곳이 셤서라는 곳인가요?”
아리엘은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백색의 성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텔레포트로 호북에서 곧장 섬서로 이동한 그녀는 성에서 느껴지는 초강력 기운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호수란이 가볍게 웃었다.
“네 서방님이 만든 곳이야. 좋지? 멋지지?”
“너무 대단해요. 언니!”
“언니는 300살이나 먹었다면서?”
“그럼 동생으로 불러요?”
“흥! 그건 곤란하지. 아무튼 어서 들어가자. 어르신을 뵈어야 해.”
그때 연소민이 조금은 긴장한 빛을 보였다.
영호수란이 거론한 존재는 사실 마도의 인물들에겐 염라대제에 비견되는 엄청난 인물이기 때문이다. 비록 혁련소와 엮여져 한 가족이 되었다지만 긴장감이 몰려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혁련소가 그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소민을 보면 무척 좋아하실 거야. 그러니까 긴장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돼.”
“그럴까요?”
“하하! 우리 혁련가문의 남자들이 좀 도량이 넓어?”
영호수란이 코웃음을 치며 받아친다.
“바람도 잘 피우지.”
“하하! 어머니! 전 아버지와 다릅니다. 오직 소민, 하나만 보고 살 겁니다.”
“흥! 두고 볼까?”
괜히 머쓱해진 아리엘이 먼저 걸음을 놓았다.
깜작 놀란 영호수란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어머! 얘가, 함부로 들어섰다간 큰일 난다니까.”
그러고는 자신이 먼저 앞장을 섰다.
스스슥!
뒤쪽에서 가벼운 공기의 흐름이 일어났다. 혁련천후와 검후, 팔왕들이 그곳에 나타났다. 혁련소가 환하게 웃으며 검후에게 다가갔다.
“어머니!”
“대견한 일을 했다고?”
“제가 했습니까? 다 셋째 어머니가 하신 걸요.”
검후는 아리엘을 보며 따뜻하게 웃어주었다. 아리엘도 그녀 앞에선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성격이 비슷한 영호수란과는 곧잘 말을 섞었지만 검후 앞에선 왠지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강대한 기운보다는 고아한 기품 탓이다.
“어때? 중원이 생각보다 괜찮지?”
“예. 너무 멋지고 마음에 들어요.”
“그래. 대충 정리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와도 될 거야. 진천, 진무 두 분이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으니 아이들 걱정은 말고…….”
그녀는 아리엘의 어깨를 쓰다듬어주고는 혁련천후를 올려다보았다.
“떨리시죠?”
“조금…….”
그는 조부를 볼 생각에 밤잠까지 설쳤었다.
그에겐 아내들과 혁련소만큼이나 소중한 존재가 바로 조부 혁련강이다. 이계에서 사라졌던 그가 화산의 제자들과 다행히 중원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까지 비쳤던 그였다. 잠시 호흡을 고른 혁련천후가 걸음을 성큼 놓았다.
검후가 연소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복잡한 길이니까 조심해야 해.”
“예, 어머니.”
모든 이에게 따뜻한 검후, 아리엘은 그녀를 묘한 눈으로 응시했다. 그리고는 혁련천후의 뒷모습도 번갈아 응시했다.
[꿈 깨셔.]
영호수란의 전음이 들렸다.
“……?”
[저 인간은 언니밖에 몰라. 그러니까 끼어들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도 있잖아.]
[특별한 비책이 없나요?]
[그게 있었으면 나 좀 알려주라.]
[흠! 좋아요! 우리 연합전선을 펴요. 설마 둘이서 언니, 혼자를 당하지 못할까요?]
[싫어! 난, 2등으로 만족할 거야.]
영호수란이 묘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사슴처럼 뛰어가더니 혁련천후의 오른팔을 꽉 껴안는다.
삐익!
“유후!”
혁련소와 팔왕의 휘파람소리에도 그녀는 더욱 몸을 밀착시키고는 떨어지지 않았다. 검후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그녀는 아리엘을 돌아보며 말했다.
“뭐 해? 왼팔이 비었잖아?”
입술을 질끈 깨문 아리엘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가 간 곳은 혁련천후의 왼팔이 아닌 검후의 왼손이었다.
“전 언니가 더 좋아요.”
뒤에서 왕전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한눈에 대세를 파악하셨군. 크흠!”
* * *
태백산은 사천과 섬서의 경계에 위치한 산으로 꽤 높은 해발에다 산세가 거칠고 가파른 것으로 소문난 곳이다.
암벽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한 이곳에 강호의 존망을 걸고 세외세력과 중원의 무사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태백산을 가운데 놓고 중원의 세력은 섬서쪽 방면에, 세외세력들은 사천 방면에 본영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대규모로 태백산을 넘기가 불가능해진 세외세력들은 산발적으로 중원의 본토에 고수들을 은밀히 잠입시켜 교란을 노렸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때문에 세외연합군의 사령을 맡은 홍교의 교주 아밀랍타는 며칠 전, 무사히 태백산을 넘어 섬소와 호북으로 잠입한 뇌음사와 포달랍궁의 선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잠입에 성공했다는 소식 외에는 그 어떤 소식조차 전해오지 않자 아밀랍타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무림맹의 본단에서 지원병력이 도착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그는 경공이 뛰어난 고수들을 차출해 뇌음사와 포달랍궁의 소식을 알아보고자 했다.
그들이 태백산을 넘어간 지 사흘이 지났을 때, 아밀랍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뇌음사와 포달랍궁의 전멸이 그것이었다.
믿기지 않는 비보에 아밀랍타는 각 문파의 수뇌들을 소집해서 차후 대책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거대한 천막을 두른 사령막이 간간이 울리는 고성으로 들썩거렸다.
아밀랍타의 고성이 가장 자주 울렸고 다른 이들의 반발성 고성도 그에 못지않았다.
“화산이 뇌음사를 어찌 전멸시킬 수 있단 말인가? 이건 필시 신마성의 개입이 있었음이 분명하네. 그렇다면 당연히 전선을 뒤쪽으로 물려야지. 만약 그들이 이곳까지 개입한다면 승패는 불을 보듯 훤한 것이 아닌가?”
아밀랍타는 총사령으로서는 해선 안 될 퇴각론을 들고 나왔다.
말처럼 신마성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었는데, 최후전선을 이곳 태백산이 아닌 사천의 서쪽 끝부분으로 옮기자는 강변이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그와 달랐다.
“신마성이 비록 두렵기는 하나, 신마와 팔왕이 없으니 충분히 감당할만은 합니다. 총사령께서는 어찌 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언사를 그리도 쉽게 하십니까?”
“옳습니다! 설사 신마와 팔왕이 있다고 해도 물러설 순 없는 일이거늘, 총사령께서는 언사에 사과를 지시지요!”
“옳습니다!”
대부분이 아밀랍타의 말에 반대했다.
아밀랍타가 침중한 기색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대들이 신마와 팔왕을 겪어보지 못해서 그렇소. 본좌는 오래전에 그들을 본 적이 있었소. 천하를 일통하고 세외세력들을 쓸어낼 때의 그들은 진정 가슴이 오그라들 정도로 사납고 광포했소. 해서, 전선을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물리고 그곳에서 전력을 집중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것이라 생각하오. 만약 그들이 건너편에 진을 치고 있는 정도맹과 세를 합친다면 과연 지금의 전력으로 승리가 가능할 거라 여기시오?”
그의 말에 모두는 잠시 말문을 닫았다.
그러나 혈교의 교주가 다시 반론을 꺼냈다.
“총사령의 말씀대로 사천의 후미까지 전선을 옮긴다면 보급이나 지원병력의 충당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쟁은 사기로 결정 나는 것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팽팽한 접전에서는 더더욱 그렇지요. 우리가 신마성이 두려워 쫓겨 가는 모습을 무사들에게 보인다면 그 후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짐작들 하실 게요!”
“그렇습니다! 차라리 당분간 공격을 자제하고 수비에만 치중한 다음, 각 문파의 지원병력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게 좋겠군요. 수비만 한다면 놈들이 제아무리 세를 합쳤다고는 하나 쉽게 넘어오지는 못할 겁니다!”
여전히 아밀랍타의 말은 먹히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그로서도 어쩔 수 없게 된다. 총사령이라고는 하나 각 문파의 수장들을 강제로 부릴 권한은 없다. 입술을 질끈 깨문 아밀랍타는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안에 수긍을 표하고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알겠소. 그럼 지원병력들이 도착할 때까지 이곳을 수성하는 것에만 집중하도록 합시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는 반드시 알아내어야 하니 각 문파에서는 별도로 정보파악에 신경을 기울여주시오!”
“당장 빠른 아이들을 보내어 놈들의 정보를 캐도록 하겠소.”
“본파도 그리하겠소.”
수뇌부들은 흡족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심 무척이나 씁쓸했던 아밀랍타는 내색을 하지는 못했다.
모든 수뇌부들이 각자의 거처로 돌아가자 아밀랍타는 분통을 터트렸다.
“망할! 저러다가 신마성의 그 괴물 같은 작자들을 보아야 정신을 차리지.”
“교주님! 본교라도 이쯤에서 철수를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화산 쪽이 마음에 걸립니다.”
수하의 말에 아밀랍타는 잔뜩 인상을 구겼다.
“본좌 체면에 그럴 수는 없다. 일단 너도 정보를 알아내는 것에 최선을 다하여라.”
“아이들이야 이미 보냈지 않습니까?”
“그래도 네가 직접 챙기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이곳은 태백산의 세외세력의 연합주둔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