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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5화 (5/210)

흑막의 신! 5화

“사장님! 술이 많이 취하셨네. 가시죠. 제가 좋은 곳으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조폭 둘이 나의 어깨를 잡았다.

골치 아픈 나를 자기 구역에서 치워 버리고 싶은 것이다. 이 순간 나는 더러워서 피하는 똥이 되어 버렸다.

“싫어. 꺼져.”

“가시죠. 헤헤헤!”

조폭이 아양을 떨었다.

역시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다.

소란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이면 마약 판매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힐끗 주변을 봤다. 내 주위에는 조폭만 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다가오던 마약 판매상이 등을 돌렸다.

“야! 거기!”

나는 돌아서는 마약 판매상에게 소리를 질렀다.

“조용히 시켜!”

조폭 하나가 나직이 말했다.

“예.”

퍽!

“으윽!”

조폭 하나가 나의 명치를 향해 주먹질했다. 정말 오랜만에 맞아 본다. 그리고 그만큼 아프다. 나를 때린 조폭을 노려봤다.

이 순간 나는 약을 사지 못하게 된 것이 전부 조폭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겁 없이 분노했다. 또 지랄 발광을 할 것이다. 그건 위험하다. 그리고 불안하다. 또 위태롭다.

“제기랄 놈아! 왜 때려!”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조용히 해.”

조폭은 나에게 경고를 했다. 하지만 그런 경고 따위가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먹힐 리는 만무했다.

“못하겠다. 양아치 새끼들아.”

조폭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바로 양아치라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겁도 없이 아무 소리나 막 했다. 정말 죽으려고 환장을 한 게 분명했다.

“조용히 시키라니까.”

조폭 하나가 다시 지시했고, 그 순간 조폭 둘이 나의 팔짱을 꼈다.

“조용히 해라.”

“놔! 놓으란 말이야!”

퍽! 퍽퍽!

나는 다시 조폭에게 구타를 당했다.

“아악!”

입에서 본능적으로 비명이 튀어나왔다.

“끌고 가.”

“놔! 놓으란 말이야!”

발악해 봤지만 이미 나는 머리카락이 땅에서 들린 채로 윤락가 뒤편 골목으로 끌려갔다.

우당탕!

나는 쓰레기 더미 속에 던져졌다.

“으윽!”

쓰러진 나를 조폭들이 노려봤다. 하지만 여전히 두렵다거나 생명의 위협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약을 사지 못했다는 분노만이 차올랐다.

“죽지 않을 만큼만 조져.”

조폭 하나가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서 어디론가 가 버렸고, 그가 가자마자 조폭들의 구둣발이 나의 면상을 향해 날아들었다.

퍽!

“으악!”

퍽퍽!

“아아악!”

“그러니까. 조용히 처가라고 할 때 가지.”

“이래서 약쟁이들은 안 되는 겁니다.”

“그런데 왜 제기랄 이렇게 약쟁이들이 많은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조폭들은 날 지근지근 조지면서 일상의 대화를 하듯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했다.

퍽퍽! 퍼어억!

“으악!”

정말 한없이 오랫동안 모진 구타를 당해야 했다. 그리고 원래 없던 초점이 더욱 흐릿해지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아니, 모진 구타로 죽어가고 있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신체가 모진 구타를 이겨 내지 못하는 거였다.

원래 죽음은 이렇게 허무하게 찾아오기도 한다.

“가자.”

“혀, 형님!”

“왜?”

“이 새끼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왜, 뒤지기라도 한 거야?”

“그, 그런 것 같습니다.”

조폭 부하의 말에 조폭이 인상을 구겼다.

“저, 정말 뒤진 거야?”

“수, 숨을 안 쉽니다. 눈깔이 쫙 풀렸습니다.”

“뭐야? 제기랄!”

“어떻게 합니까?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친 새끼! 어서 차 가지고 와.”

“예?”

“어서 차나 가지고 오라고.”

“혀, 형님!”

“야 이 머저리 같은 새끼야! 폭행치사로 너랑 나랑 들어가면 몇 바퀴나 굴러야 하는 줄 알아? 이 병신 같은 새끼야! 조폭이 돼서 사람 하나도 제대로 못 쳐서 죽이냐?”

“죄, 죄송합니다.”

“제기랄! 어서 차 가지고 와! 차!”

조폭은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차는 왜요?”

“산에 묻어야지.”

“산에요?”

조폭은 기겁했다.

“그래 임마! 어서 차나 가지고 와.”

조폭 후배가 급하게 차를 끌고 왔다.

끼익!

“어서 실어.”

나는 트렁크에 짐짝처럼 실렸다.

철컥!

“어디로 갑니까?”

“최소한 서울은 빠져나가야 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디로…….”

조폭 후배가 눈치를 봤다.

“네 꼴리는 대로 가라고 개새끼야!”

조폭 선배는 소리쳤다.

“아니다. 충청도로 가자.”

모두 다 인적이 없고 산이 깊은 곳은 강원도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충청도 역시 산골은 산이 깊고 사람 구경하기 힘들다.

그렇게 나는 조폭들에 의해 깊은 산에 버려졌다.

“절대 발견되지 않게 깊이깊이 파. 저거 발견되면 우스워진다.”

조폭 선배는 조폭 후배에게 그렇게 말하고 인상을 구겼다.

“예. 형님!”

조폭 부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땅을 팠고, 조폭 선배는 여전히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휴, 젠장! 별것이 다 와서 인생 꼬이게 만드네. 이렇게 떨어진 곳에서 깊이 처 묻으면 아무 탈도 없겠지.”

그들은 내가 죽어가는 것은 상관이 없는 듯했다.

“이 정도면 되지 않았습니까?”

조폭 부하가 판 구덩이는 1m 50㎝가 훌쩍 넘었다.

“어디 보자.”

조폭 선배가 파 놓은 땅을 보기 위해 일어나 걷다가 나의 머리를 걷어찼다. 그때 나는 죽어가고 있었지만 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마지막 순간 촛불이 더욱 밝게 타는 것처럼 나는 흐릿하게 정신을 차리렷다.

“으아 억!”

“뭐야? 이 새끼! 안 죽은 거야?”

조폭 선배는 내가 죽었다고 판단을 했을 때보다 더 기겁했다. 죽었다고 생각한 놈이 살아났으니 어쩌면 당연할 걸 거다.

“으으윽!”

“어, 어떻게 합니까? 안 죽었습니다.”

조폭 후배의 말에 조폭 선배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나를 뚫어지게 봤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나의 뺨을 툭툭 쳤다. 아마 살 수 있는지 죽을 건지 파악하는 것 같았다.

“동공이 풀렸어. 병원에 데리고 가도 죽어.”

“그, 그럼 어,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땅 팠으니 그냥 묻어.”

“숨, 숨이 붙어 있잖습니까?”

“너 교도소 가서 뺑뺑이 돌래?”

조폭 선배가 소리를 질렀다. 그 말에 땅을 팠던 조폭이 기겁했다. 그는 마치 악마를 보는 듯 자신의 선배를 봤다.

“아, 아닙니다.”

“그럼 저 새끼 구덩이에 처넣어. 저 새끼 죽든 말든 나랑 상관없어.”

사람은 이렇게 잔인해질 수 있는 존재인가 보다.

‘으윽! 여, 여기가 어디지?’

나는 흐릿한 의식에서 간신히 고개를 돌려 봤다.

“뭐 하는 거야? 어서 집어넣으라고. 더러운 꼴 오래 보고 있을 거야?”

“하. 하지만 형님!”

“어쩔 수 없잖아.”

나는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 기겁했다.

‘날 산 채로 묻겠다고?’

그제야 덜컥 겁이 났다.

그 순간 몸이 공중으로 뜨는 느낌이 들었다. 놈들이 나를 번쩍 들은 것이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1m 50㎝나 되는 구덩이에 집어 던졌다. 자칫하면 목이 부러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쿵!

“으윽!”

나는 작게 신음을 했다. 다행이다. 우선은 목이 부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곧 생매장을 당할 판이였다.

‘주, 죽고 싶지 않아.’

버러지처럼 살아도, 죽고 싶지는 않았다.

“어서 묻어. 비 오겠다. 젠장! 겨울에 무슨 비야!”

“예. 형님!”

나는 그렇게 산 채로 묻혔다.

* * *

-뭐 하는 게야? 어서 일어나지 않고.

누군가 내게 소리쳤고, 그 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리렷다.

답답하다. 마치 태산이 짓누르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다. 나는 산 채로 묻혔으니 말이다.

-뭐 하고 있어. 어서 일어나서 나오지 않고.

다시 환청이 들렸다.

이건 분명 환청일 거다. 그렇지 않고서는 죽어가는 지금, 아니, 벌써 죽었을지도 모를 지금 저딴 소리가 들리지 않을 거다. 그런데 나의 머릿속에 울리는 환청이 왠지 익숙했다.

-어서 일어나! 지금 안 일어나면 영영 못 일어나. 어서 일어나, 어서!

‘누, 누구세요?’

-그게 중요해? 잔소리 말고 어서 일어나, 어서!

나는 환청이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여 봤다. 작은 틈도 없는 듯 움직일 수가 없다.

-어서, 어서 일어나. 어서! 힘을 내란 말이야! 힘을 내!

그런데 이상하게 환청이 들릴 때마다 힘이 나는 것 같다. 나는 살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처음 손가락이 움직여지더니 마치 살아난 것처럼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아, 아직 안 죽었어.’

이건 놀랍다. 그리고 바로 나의 후각이 돌아왔다. 축축한 흙냄새가 느껴졌다.

‘비가 오나?’

손가락이 움직여졌고, 다음에는 손목이 움직여졌다. 정말 비가 오는 모양이다. 흙 속에서 물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더 강한 중압감이 느껴졌다. 정말 흙 속에 산 채로 묻힌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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