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7화
“마, 으윽! 마, 마음대로 하시오. 아니, 나도 할머니와 그 무간지옥이라는 곳으로 보내시오. 난 이 세상이 더 지옥 같소.”
“나 역시 그리하고 싶으나 그리하지 못하게 되었구나.”
“무슨 말입니까?”
“너는 살 것이다. 네가 살아가며 행하는 업에 따라 저 할망의 업보도 달라질 것이다.”
“뭐라고요?”
“네놈이 다시 사는 세상에서 죄를 범한다면 저 할망은 더 가혹한 형벌을 받게 될 것이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퍼억!
순간 매서운 바람이 불어 내 가슴을 후려쳤다.
“으윽!”
“함부로 까불지 마라.”
“으윽! 내가 지은 죄를 왜 할머니가 받는다는 거요?”
“내 뜻이 아니다. 하여튼 너는 다시 살게 될 것이다. 다시!”
순간 저승차사의 눈동자가 사납게 변했다.
“살게는 되었으나 그냥 살게 둘 수는 없지.”
“뭐, 뭐요?”
“곧 알게 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시간이 역행하듯 빠르게 움직여지더니 내 몸이 허공에 둥둥 떴다가 다시 암매장되었던 곳으로 날아갔다.
“뭐야? 왜 이러는 거야!”
-네 무덤에 핀 것이 영약이다. 잊지 마라. 알겠제? 절대 잊지 마라. 그거면 니는 편히 살기다.
이 순간 할머니의 절규 같은 외침이 내 뇌리에 들렸다.
“할머니!”
난 미친 듯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내가 예상한 것처럼 난 다시 암매장되었던 곳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그 땅에 다시 묻혔다.
우르르 쾅쾅!
그 순간 천지가 노한 듯 하늘에서 뇌성이 쳤다. 그리고 끝내 비가 쏟아졌고 나는 어두운 공간에 갇혀 버렸다.
“이제는 안 죽어! 이제는 절대 못 죽어!”
난 미친 듯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힘껏 팔을 뻗었다.
“죽지 않는다고 했어. 다시 산다고 했어.”
‘산다. 살 거다! 반드시 산다.’
나는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끝내 무덤에서 걸어 나온 사람처럼 땅속에서 탈출했다. 온몸에 힘이 불끈 솟아나고 있었다.
난 내 몸에 흐르는 힘을 느끼며 양손을 봤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빠르게 내 머릿속은 뭔가가 정리되듯 맑아졌다.
“이 모든 기억이 내 기억이란 말이지.”
난 그렇게 말하고 힘껏 팔을 뻗었다.
쉬웅!
장대비를 가르며 내 주먹이 뻗어졌다.
나 자신도 내 주먹의 강함이 느껴졌다.
“내 뇌리에 있는 것은 무공이야! 무공!”
놀라운 순간이었다.
할머니는 자신의 혼을 희생시키며 내게 엄청난 것을 주입해 준 거였다. 그리고 그 순간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내게 외쳤던 소리가 떠올랐다.
“무덤 주변에 있는 것이 영약이라고 하셨어.”
난 주변을 살폈다.
정말 내가 암매장되었던 곳 주변에는 난초 같은 풀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저거다.”
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수욱!
그런데 놀랍게 내 발목이 땅에 깊이 박혔다.
“이, 이건!”
발을 딛는 힘이 과해 발목이 땅에 박힌 거였다. 발뿐 아니라 온몸에 이렇듯 힘이 넘쳤다.
“내가 강해졌다.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무공비서만 익히면 날 이길 자가 없어.”
자신감이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영약이라고 했어.”
난 바로 내가 암매장되었던 곳 주변에 피어 있는 난초 같은 풀을 뜯어 입에 넣었다.
“강해진다. 정말 강해질 거다.”
우걱! 우걱!
꿀꺽!
나는 난초 모양의 풀을 삼켰다. 그리고 잠시 내장이 뒤틀리는 통증이 밀려왔다.
“으윽! 젠, 젠장! 독이 있었나?”
온몸이 뜨거워졌다. 마치 불덩이를 삼킨 것 같다.
‘젠장!’
미칠 것 같다. 조금 전까지는 오한이 밀려왔는데 이제 몸이 불덩이 같다. 마치 내장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다.
“아아악! 뜨거워!”
나는 다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으으윽!”
신음과 함께 눈을 뜨는 순간 내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뭐, 뭐지?”
난 본능적으로 내 아랫도리에 손을 넣었다.
“뭐야?”
온몸에 힘이 불끈거리고 있었다.
“정말 영약이다.”
난 내 주변에 나 있는 풀을 물끄러미 봤다.
“뜯어야지. 장복을 하면 이 세상 모든 여자가 내 것이 된다.”
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풀을 뜯고 내 주머니를 뒤져서 그 풀을 넣을 곳을 찾았다.
검은 비닐봉지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약을 사면 그것을 잘 보이지 않게 싸려고 가지고 왔던 검은 봉지였다.
“가지고 가야지.”
난 작은 검은 봉지 가득 풀을 뜯어 담았다.
“내가 달라진 것은 확실해!”
난 엉망진창이 된 옷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 웃음도 잠시. 나를 위해 자신의 혼까지 희생시키며 나를 도운 할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대체 내가 뭐라고. 나를 위해…….
“할머니! 할머니의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절대 대충 살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
난 내게 다짐을 했다.
“그리고 또!”
순간 내 눈동자가 사납게 변했다. 난 검은 봉지를 주머니에 넣고 일어나서 아름드리 소나무를 노려봤다.
“그놈들도 절대 용서하지 않아!”
퍽!
난 힘껏 나무를 후려쳤다.
바지직!
그 순간 나무를 때린 주먹에 고통이 밀려왔다.
“으악”
하지만 그 고통보다 내 주먹이 엄청나게 강해진 것에 더 놀랐다. 정말 보도도 믿어지지 않지만 내가 타격한 주변이 움푹 들어갔다.
스르륵! 두두둑! 두두둑!
그리고 꽤 큰 나무에서 솔잎이 후두두 떨어졌다.
“내 산에서 내려가면 그놈들부터 그냥 두지 않을 거다.”
바드득!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제는 똑바로, 모질고 대차게 산다.”
* * *
나는 천천히 산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야?”
주변을 둘러봤다.
“서울 근교인가?”
사실 이곳이 어디인지도 몰랐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차 트렁크에 실려 이곳까지 끌려왔으니 당연히 모르는 거다.
“산을 내려가 보면 알겠지.”
한 그렇게 2시간을 넘게 산에서 내려갔다.
“개새끼들! 정말 깊이도 처올라왔군.”
나는 순간 조폭들을 떠올리며 어이가 없었다. 정말 시체도 찾지 못하게 깊이도 들어왔다.
그리고 1시간을 더 걸어 내려가서야 마을이 보였다.
“여기가 어디지?”
도로가 보였다. 도로를 따라가면 이정표가 있고, 여기가 서울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인지 알 수 있다.
나는 무턱대고 이정표를 찾기 위해 도로를 걸었다.
[서울 120㎞]
“젠장! 참 멀리도 왔다. 서울로 가자.”
나는 바로 서울로 갈 결심을 했다. 서울에 가면 날 이곳에 묻은 놈들이 있다. 우선 그놈들에게 복수할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할머니의 죄를 씻기 위해 착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제가 꼭 무간지옥에서 빼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날 산 채로 묻은 조폭들을 떠올렸다.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해 주지. 비술 중 하나인 비혈로 아예 산송장으로 만들어 주마.”
나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차를 잡자.”
지나가는 차를 세우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씨잉! 씨잉!
그런데 차를 잡는 게 쉽지 않았다.
“젠장! 인심 한 번 더럽네.”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걸었다.
암매장된 상태에서 무덤 같은 곳을 뚫고 나왔으니 엉망진창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대비에 좀 씻겼을 건데…….”
도로에 설치된 볼록 거울을 봤다.
“뭐, 뭐야?”
나는 요즘 시시때때로 놀란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왜 내가 이렇게 어려졌어?”
원래 나의 나이는 28살이다. 그런데 지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아무리 봐도 17살 정도처럼 보였다.
‘설마 할머니가 말한 영약이라는 것이 세포를 젊게 만드는 건가?’
그 생각을 하다가 문뜩 할머니가 한 말이 떠올랐다.
“정, 정말 내가 환골탈태를 한 건가?”
정말 놀라운 순간이다. 그리고 할머니의 말처럼 난초같이 생긴 풀이 영약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영약 때문이기도 해!”
난 영약이라고 알려준 풀의 효력 때문에 젊어진 거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가 젊어진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딱 거지네! 거지. 차 잡기는 다 틀렸네.”
정말 내가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차는 멈추지 않았다.
“이러다가 설마 서울까지 걸어가는 거 아냐?”
옛날 말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다.
나는 정말 서울까지 그렇게 걸어갔다. 그리고 꼬박 하루를 걸어 저녁 늦게 서울에 도착했다. 120㎞를 단 하루에 주파한 것이다.
내가 서울 변두리에 도착하자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모습에서 공통점을 두 개 찾았다.
하나는 무척이나 촌스럽다는 거고, 또 하나는 내 몸에서 냄새라도 나는지 모두 코를 막고 슬슬 피해 걷는다는 거였다.
내가 봐도 노숙자처럼 보였다.
꼬르륵! 꼬르륵!
“배고파!”
쉬지 않고 하루를 걸어왔으니 배가 고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지금 식당을 찾는 거다. 그리고 나의 눈에 허름한 국밥집이 들어왔다.
스르륵!
문을 열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