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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0화 (10/210)

흑막의 신! 10화

“이제 28살 마약쟁이는 없다. 난 철저하게 17살 고딩이 되겠어.”

나는 혼자만의 결심을 했다.

새롭게 사는 인생! 새로운 각오가 생겼다. 사실 꼭 고등학교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검정고시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인생이라 순탄한 길로 가고 싶다.

‘우선 기 수련이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기를 수련하는 것이다. 기를 수련해서 증진하면 비술의 능력도 증진이 된다.

‘아침에 뛴다. 그리고 산에서 수련을 한다.’

나는 그렇게 마음을 먹고 바로 시작했다.

‘아, 춥다.’

편한 운동복을 입고 식당에서 나왔다. 공기가 폐를 찌르는 듯 차게 느껴졌다. 지금은 새벽 4시 반. 수련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누구 하나 약수터나 야산에 오르는 사람이 없으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럼 가 볼까?”

나는 약수터가 있는 야산으로 뛰었다.

물론 뛰어갈 동안 내가 연마하는 것은 비술 경공이다. 이것도 내 뇌리에 각인된 것을 수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기술이든 무술이든 술자가 들어가는 것은 많은 수련을 통해 더욱 발전하는 법이다. 그러니 시간이 날 때마다 수련해야 한다.

야산 약수터에 도착하자, 기분은 더 좋아졌다. 역시 아무도 없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먹는다.”

이건 야호 대신에 한 소리다. 아무도 없으니 이렇게 편하다. 그리고 차가운 아침 공기가 더없이 상쾌했다.

“잠깐! 그런데 벌레는 빨리 잡아먹히려고 일찍 일어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기분은 좋다.

이렇게 나는 집이 생기고 나서 정신적 안정을 찾고 있었다.

지금은 이른 새벽에 기분 좋게 체력 단련을 하고 있다. 물론 그 체력 단련을 병행해서 기공 수련도 할 생각이다.

기를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것을 수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이루어지면 무협지에서 말하는 내공이라는 것이 쌓이게 된다. 그리고 기를 이용해서 특성 부위를 강화시킬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고대인들은 내공 수련에 정진했다. 하지만 현대에는 내공보다 외공이 더 중요하다. 내공 수련을 해서 하늘을 펄펄 날기에는 고층빌딩도 너무 많고 보는 눈도, 그리고 CCTV 카메라도, 또 폰카도 너무 많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기의 외공 수련이다. 기를 몸에 주입해서 특정 부분을 내가 원하는 만큼 강화하는 수련을 하려는 것이다.

“운기조식부터!”

나는 무협지에서 본 대로 기 수련의 첫 단계를 운기조식이라고 명명했다. 뭐 내가 하는 거랑 영화에서 하는 거랑 별로 틀리지 않았다.

“역시 영화는 현실을 기초로 하는구나!”

운기조식. 말이 어렵지 그냥 숨쉬기 운동을 하는 것이다.

운기조식이 끝나고 나서 나는 천천히 기를 몸에서 움직여 봤다.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기를 특정 신체 부위에 집중시켜서 강화하는 것이다.

‘기로 강철 주먹 같은 것을 만들 수 있겠지.’

나는 우선 주먹에 기를 집중시켰다. 물론 내 주먹은 여전히 단단하다.

‘주먹은 안 돼. 얼마나 좋아졌는지 모르잖아.’

나는 다른 곳을 생각했다. 눈도 이미 투시 능력이 있다. 아줌마의 몸속이 훤히 보이니 눈으로 실험을 할 수 없었다.

‘귀?’

하지만 이 숲에서 들을 소리가 별로 없다.

“으음! 어디를 하지?”

나는 고민을 하다가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거기는 한 번도 안 해 봤다.’

나는 씩 웃으며 몸 안에 있는 기를 모았다.

“힘이여, 불끈!”

나는 내 몸 안에 도는 기를 한곳에 집중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어딘가가 뻐근해지는 것을 느끼고 나는 웃었다. 이것처럼 남자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도 없다. 강한 남자가 되었다는 그 뿌듯함.

나는 기가 이런 목적으로도 쓰인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으흐흐흐!”

엉큼한 웃음이 잠시 야산에 나직이 흘렀다. 하지만 기를 몸 일부분에 집중시켜서 성공했다는 즐거움은 거기까지였다.

“아아악, 으윽!”

난 소리를 질렀다.

내게 묵직하게 밀려오는 고통에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뻐근한 것이 마치 그곳이 끊어질 것 같았다.

“아아악! 아파! 에이, 썅!”

내가 기를 주입한 곳은 남자에게 중요한 그 부분이다.

“으으윽! 젠장!”

불룩하게 나온 그곳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거였다. 이 상태로 몇 시간 유지되면 그곳에 괴사가 일어나 잘라 내어야 하는 극단적인 순간이 올 수도 있었다.

“아아악! 젠장! 망할, 아파 죽겠네!”

그리고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자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에이, 썅! 어떻게 하지? 최대한 빨리 풀어야 해.”

나는 기를 몸 전체로 분산시키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그런데 모으기는 쉬워도 흐트러뜨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젠장!”

서서히 새벽이 지나 아침이 오고 있었다. 벌써 1시간가량 이렇게 불룩 나온 상태에서 아파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나는 겨우 신체 한곳에 집중된 기를 분산시킬 수 있었다.

“휴우 큰일 날 뻔했다.”

나는 첫 번째 수련을 통해 좋은 교훈을 몸소 터득했다. 기로 장난치면 안 된다. 라는 교훈을 얻었다.

“나중에 첫날밤에는 한 번 써먹어야지.”

미래의 첫날밤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절대 다시는 기를 그곳에 집중시키지 않을 거다. 이렇게 첫 번째 수련은 끝이 났다.

“이러다가 도사 되는 거 아닌지 몰라!”

나는 씩 웃었다. 수련을 끝마치자 사람들이 하나둘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야산 약수터에 모였다.

“학생, 일찍 나왔네.”

“안녕하세요.”

내게 인사하는 아줌마를 향해 웃어 줬다.

나는 그렇게 아줌마의 배려로 식당에서 먹고 자고 학교까지 다녔다. 물론 저녁에는 쏜살같이 학교에서 돌아와 아줌마 일을 도왔다.

그러고 보니 아줌마는 이 식당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아들이 죽었다는 건 이미 예전에 알았지만, 남편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다.

“테이블에 국밥 네 그릇요.”

나는 바삐 움직여 주방에 있는 아줌마에게 소리쳤다.

“오늘 왜 이렇게 바쁘니.”

“바쁘면 돈도 많이 벌고 좋죠.”

“너, 내일 시험이잖아.”

그러고 보니 이곳에 산 지도 3개월이 지났다. 이제 정말 아줌마가 가족처럼 느껴졌다. 사실 처음에는 아줌마도 나를 약간 경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경계를 풀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계기는 아줌마가 병원에 다녀온 다음부터였다.

“정말 암이었어.”

“진짜요? 정말 암이셨어요?”

나는 놀란 척을 했다.

“괜히 걱정되어서 가 봤는데 암 자국이 있었다네.”

“암 자국이요?”

나는 또 모른 척을 했다. 이 모든 것이 난초 모양의 영약의 효능일 거다. 난초 모양의 영약의 뜨거운 기운이 암세포를 녹여낸 게 분명할 거다.

‘난초 모양의 영약이 암세포 덩어리를 죽이는 데 특효구나.’

아줌마는 나를 보며 방끗 웃었다.

“네가 우리 집 복덩이다. 호호호!”

그렇게 병원을 다녀온 다음부터 아줌마는 나를 믿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내가 아줌마의 생명의 은인일 거다.

‘사람 하나 구했다.’

나는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아줌마는 꾸준히 난초 모양의 영약 달인 물을 마셨다. 그리고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다.

‘저러다가 20대 되시는 거 아닌지 몰라.’

아줌마의 피부 주름이 어느 순간부터 펴졌다. 탱탱한 그 느낌 그대로! 마치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모델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어쩌니, 내일이 시험이라.”

“괜찮아요. 전 이상하게 공부가 제일 쉽네요.”

“뭐? 공부가 제일 쉬워?”

“예. 아이들이 저보고 재수가 없다고 하네요.”

“호호호! 공부하기 죽어라 싫을 때인데 공부가 제일 쉬우니 다른 애들이 보기에는 재수가 없지.”

“뭐해? 국밥 안 주고.”

홀에서 남자 하나가 장난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갑니다. 가요.”

국밥을 아줌마에게 받아들고 빠르게 소리를 지른 남자의 식탁에 내려놨다.

“못 보던 얼굴이네! 목포댁! 누구야?”

남자가 아줌마에게 물었다. 나 역시 3개월 동안 가게에 머무르면서 처음 보는 남자였다. 아줌마는 나를 한 번 보고 방끗 웃었다.

“우리 아들.”

“아들 죽었잖아… 아, 미안해. 이 주둥이가 주책이네.”

남자는 아줌마를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리고 스스럼없이 아들 죽은 이야기까지 하는 것을 봐서 무척이나 친한 것 같아 보였다.

“이제 괜찮아, 김 씨. 미안해할 거 없어. 여기 우리 아들 있잖아. 호호호.”

“그래. 벌써 5년이나 지났으니…….”

“괜한 소리 말고 국밥이나 먹고 가.”

“알았어. 그런데 요즘 목포댁은 피부가 갈수록 좋아지네. 탱탱한 것이 혹시 나 두고 바람난 거 아냐?”

“또 무슨 농담을 하려고 그래? 호호호!”

여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예쁘다고 하면 기분이 좋아지나 보다.

“아니야 정말. 이상하게 요즘 피부가 팽팽해졌어. 요즘 애들이 그러더만.”

“뭘?”

“우유 빛깔 목포댁! 하하하!”

“실없기는. 어서 국밥이나 먹고 가! 우리 은성이 얼른 들어가서 공부하게.”

“은성이?”

남자가 힐끗 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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