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5화
“살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해.”
“유철아!”
“씨발! 뭐 하는 거야!”
유철 옆에 있던 사내가 욕지거리를 했고, 유철은 남자애를 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깍두기 머리를 한 놈이 상의가 거의 찢어진 여자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개처럼 남자애 앞에 끌어다 놨다.
잔뜩 겁먹은 남자애의 눈에 여자의 봉긋한 가슴과 유두가 보였다.
“새끼! 꼴에 사내라고 보기는. 킥킥킥!”
사내놈이 남자애가 여자의 가슴을 본 것을 보고 이죽거렸다.
“씨발 놈아! 맞아 죽기 싫으면 해.”
뱀 같이 생긴 놈이 여자의 머리채를 다시 움켜쥐며 남자애 앞으로 끌어 놨다.
“아아악!”
여자는 비명을 질렀고 남자애는 기겁했다.
“살, 살려 주세요.”
“누가 죽인대?”
사내 둘은 다시 남자애를 조롱했다.
“살, 살려 주세요.”
퍼퍼퍽!
유철은 다시 남자애에게 모진 매질을 했다.
“아아악!”
남자애는 이미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부어 버렸다.
“하, 하지만, 유철아! 나, 나쁜, 나쁜 짓이야!”
“나쁜 짓?”
유철은 남자애를 노려봤다.
“죽을래? 나쁜 짓 할래?”
나는 찰나의 순간 남자애가 웃는 것을 봤다.
‘웃었어?’
난 놀랐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분명한 것은 이제 정말 내가 나설 차례라는 거다.
‘안 되겠네.’
난 인상을 찡그리며 풀숲에서 일어섰다.
“여자가 싫다면 싫은 거지!”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순간 남자애의 눈빛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난 감지했다.
‘역시 이상해!’
우선 악을 응징하는 거다.
“저건 또 뭐야? 오늘 왜 이렇게 관객이 많은 거야?”
사내놈 하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내게 걸어왔다.
아마 남자애처럼 내게 바로 주먹을 휘두를 것이다. 난 바로 행동하는 용기는 없어도 저 정도 놈의 주먹질 정도는 충분히 막을 힘이 있다.
쉬웅!
사내놈은 주먹을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아주 느리게 보여!’
난 그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퍽!
놈이 내 주먹에 맞았다.
“으악!”
그 비명과 함께 난 놈의 배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또 한 번의 비명이 터져 나왔고 놈은 바닥에 쓰러졌다.
쿵!
덩치가 크니 쓰러지는 소리도 컸다. 난 놈에게 달려가 배를 힘차게 걷어찼다.
“양아치 새끼!”
바지직!
갈비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내가 봐도 조금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폭이다.
사회의 악!
충분히 한동안 운신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내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난 쓰러진 놈의 팔을 잡고 옆으로 비틀어 꺾어 부러트렸다.
바지직!
“아아아악! 내 팔!”
내가 이렇게 잔인하다는 것을 나도 오늘 처음 알았다. 그리고 다시 난 비명을 지르는 조폭의 팔을 놓지 않고 다시 팔을 반대 방향으로 꺾었다.
바지직!
“아아악!”
다시 한번 놈의 뼈가 부러졌다.
이렇게 되면 복합골절이 된다. 한동안, 아니 아주 오래 밥숟가락 들기가 힘들 거다. 어쩜 이리도 잔인한 공격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가 떨리고 살이 부들부들 떨리는 생매장의 기억이 나를 이렇게 잔인하게 만들었다.
내 잔인한 공격에 유철과 다른 놈도 놀라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내 싸우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다른 놈이 유철을 봤다.
“뭐하는 거야? 어서 조져!”
다른 놈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 형님!”
유철은 마지못해 대답하고 나를 향해 힘차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미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이다.
‘뒤지려고 덤비네!’
난 달려오는 유철을 향해 마치 영화처럼 날아올라 덤벼드는 유철의 머리통을 팔꿈치로 후려쳤다.
퍽!
“으악!”
쿵!
유철은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난 착지를 하면서 유철의 머리통을 그대로 발로 후려갈겼다.
“일어나, 이 새끼야!”
난 쓰러진 유철을 일으켜 세워서 다시 내 무릎으로 유철의 복부를 힘껏 가격했다.
퍽!
“으악!”
유철은 바로 쓰러졌다.
난 이제 마지막 남은 놈을 노려봤다.
“뭐야? 저런 병신 같은 새끼한테 당하고 지랄이야!”
이 사건을 주도하던 놈이 내게로 뛰어왔다. 물론 손에는 조폭답게 사시미를 이미 빼든 상태였다. 역시 조폭은 불안하거나 불리할 때 꼭 연장을 드는 버릇이 있다. 연장을 들면 상대방이 긴장하게 되고 그 틈을 노려서 적을 제압하겠다는 마음도 있을 거다.
“개새끼! 아주 포를 떠 주마.”
달빛에 사시미가 번쩍인다. 난 살짝 겁이 났다. 아무리 내가 무력이 강하고 무예가 출중하다고 해도 실전 경험이 전무하다. 나처럼 실전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이럴 때 긴장을 한다.
‘실전 경험이 많아야겠다.’
검과 도에 두려움을 느끼면 몸이 경직된다.
몸이 경직되면?
제 실력이 나오지 않는 법이다. 두려움을 이겨 내야 한다. 그럼 검이 보일 것이다. 두렵다고 느끼는 순간 죽음이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 죽고자 하는 길에 삶이 보이고, 비굴하게 살고자 하는 곳에 죽음이 도사리는 법이다.
결국, 쫄지 말라는 소리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겨우 30㎝ 정도 되는 칼을 보고 잔뜩 긴장하는 내가 신기하기까지 했다.
난 두렵지 않다. 두렵지 않다고 머릿속으로 외쳐도 몸은 이미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칼의 위력이다.
‘검은 신체의 연장선이다. 그러니 피하기 나름이며 몸이 움직이는 곳으로 향한다. 두려움을 떨쳐내면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난 인상을 찡그렸다.
쉬우웅!
그때 놈이 휘두른 사시미가 나를 향해 예리하게 그어졌다. 하지만 나는 날아오는 사시미를 능숙하게 피했다. 두렵다는 마음을 빠르게 이겨 냈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아무리 내가 실전 경험이 전혀 없다고 해도 익힌 비술과 먹은 난초 모양의 영약이 얼마인데. 저런 칼에 당할 수는 없었다.
“씨발! 자꾸 피하네. 하지만 오늘 넌 뒤졌어!”
“누가 죽나 보자.”
난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입고 있던 잠바를 급하게 벗은 뒤에, 오른손에 감고 달려오는 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쉬웅!
서걱!
놈이 사시미를 휘둘렀지만, 오른손에 칭칭 감은 잠바 때문에 그저 옷만 베고 말았다.
‘영화에서 본 게 도움이 되네.’
퍼억!
“으악!”
일격을 맞은 녀석이 크게 비틀거렸다.
난 놈을 노려봤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저놈은 또 나쁜 짓을 할 게 분명할 거다. 난 비틀거리는 놈을 향해 다시 한번 복부를 걷어찼다.
퍼어억!
“양아치 새끼!”
“헉!”
놈이 내 공격에 호흡이 곤란해진 것 같다.
그리고 난 힘껏 놈의 머리통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내 주먹은 바위도 깨는 주먹이다. 온 힘을 다해 후려치면 저 새끼 골통은 수박처럼 깨질 거다. 그러니 힘 조절을 잘해야 한다.
잘못 힘을 조절했다가는 살인자가 되는 거다.
퍽!
“으윽!”
그래도 놈은 조폭인지 짧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나기만 했다.
“이 새끼가. 너야말로 정말 뒤졌어.”
놈은 나를 노려봤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저놈이 다 지시를 했다. 저런 악질적인 놈은 힘을 가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맞아! 확실해! 저놈이야!’
난 산 채로 묻혔을 때가 떠올랐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상상이나 할 수 있나? 산 채로, 그것도 의식이 있는 채로 땅에 묻힌다는 것을.
그것은 공포 그 자체다.
그러고 보니 난 요즘 가끔 산 채로 묻히는 악몽을 꾼다. 모두 다 저놈 때문이다.
“어디 한 번 죽여 봐.”
소리를 지르며 이번에는 내가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다시 놈의 복부를 향해 발길질했다.
퍽!
복부를 정통으로 맞으면 일시적으로 숨을 못 쉬게 된다. 놈 역시 마찬가지였다. 놈은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난 쓰러진 놈의 팔을 힘껏 잡고 관절을 꺾었다.
바지직!
놈의 팔도 처음 부러진 놈처럼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아아악!”
난 부러진 놈의 팔을 놓고 다시 놈의 몸에 올라타서 놈의 양 빗장뼈를 힘껏 비틀었다.
바지직!
다시 경쾌하게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빗장뼈가 부서지면 깁스도 하기 힘들고 뼈가 붙을 때까지 꼼짝도 하지 못한다.
“아아악! 살, 살려 줘!”
놈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
“아직 안 끝났어.”
난 놈을 노려봤다. 그리고 놈의 머리채를 잡고 다시 주먹을 날렸다.
퍽!
“으윽!”
이건 내 분노의 일격이다.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내 기억에 있는 그 참혹한 사건이 나를 흥분시켰다.
‘마음 같아서는 너도 산 채로 묻고 싶다.’
하지만 그건 마음뿐이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산 채로 묻을 수 있겠나.
“너 같은 놈은 밥숟갈을 들 힘만 있어야 해.”
난 놈을 노려봤다.
난 지금 처음으로 내가 익힌 비술을 쓸 참이다. 비술은 인간의 힘을 강하게도 만들지만, 힘을 한없이 약하게도 만든다.
내 뇌리에 있는 고대의 지식 중에 혈이 있다. 인간에게는 혈이 있고, 정확한 힘으로 누르면 혈이 막히게 되고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된다.
난 그 비술을 지금 써 볼 참이다.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아직 한 번도 써 보지 않은, 내 뇌리에만 있는 비술이었다. 그걸 지금 쓰겠다고 결심한 나였다. 사회의 암적인 존재인 저 조폭들에게 말이다.
난 놈의 발목을 잡고 손가락으로 복숭아뼈 아래를 힘껏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