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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6화 (16/210)

흑막의 신! 16화

“아아악!”

놈은 비명을 지르며 기겁을 했다. 보통 이런 행동은 조폭이 다른 조폭을 응징할 때 발목 인대를 끊어 버릴 때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내게는 칼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손가락으로 꾹 눌렀을 뿐이다.

정확한 혈에 정확한 힘을 이용해서 내가 익힌 비술을 사용한 것뿐이다. 놈은 이제 겨우 걸어 다닐 정도의 기력만 남게 될 것이다.

물론 병원에 가도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을 거다.

‘참, 그러고 보니 사람을 살리는 기술하고 죽이는 기술을 다 가지고 있네.’

그리고 내 행동을 지켜보던 남자애와 여자는 놀란 얼굴로 멍하니 날 보고 있다. 하지만 둘의 눈빛은 뭔가 크게 달랐다.

‘뭐지?’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든다.

게다가 유철은 언제 사라졌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실전 경험이 없어서 나오는 실수다.

‘유철 그 새끼도 혼쭐을 내줘야 했는데…….’

하지만 이미 도망간 후였다. 난 미련을 버리고 남자애와 여자가 있는 쪽으로 갔다.

“괜찮아요?”

“괜, 괜찮습니다.”

“얼굴 많이 터졌네. 병원에 가 보세요.”

남자애에게 그렇게 말하고 여자를 힐끗 봤다.

여자는 여전히 헐벗고 있다. 난 아줌마가 사 준 잠바를 벗어 여자의 몸에 덮어 줬다.

“악몽을 꿨다고 생각하고, 잊어요.”

“고, 고맙습니다.”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고였다. 조금 전까지 너무 겁을 먹어 울지도 못했지만 이제 살았다는 안도의 생각이 들었는지 눈물이 글썽였다.

“집에 갈 수 있겠어요?”

“아, 아니요.”

역시 혼자 가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데려다줄 수는 없다.

난 남자애를 봤다.

“바쁘지 않으면 대로까지 저 아가씨 데려다줄 수 있죠?”

“예. 제가 데려다줄게요.”

“그럼 데려다주세요. 전 바쁜 일이 있어서 가 봐야 해요.”

“제가 안전하게 데려다줄게요.”

남자애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럼 난 바빠서.”

난 짧게 인사를 하고 식당을 향해 뛰었다. 이미 많이 늦었다.

* * *

“저, 저 좀 부축해 줘요.”

여자가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다. 하지만 남자애는 여자를 그냥 물끄러미 봤다.

“누나, 나 모르지?”

“뭐, 뭐요?”

여자는 남자애의 눈을 보고 덜컥 겁이 났다.

“내가 많이 준비했는데 이상한 놈이 끼어든 덕분에 망쳤네.”

“뭐, 뭐?”

여자는 덜컥 겁이 났다.

“이 모든 게 누나와 나의 완전한 사랑을 위해서 준비한 건데.”

“왜, 왜 이래?”

“나, 누나 사랑해.”

남자애의 눈이 이글거렸다. 그리고 그 눈을 보고 여자는 앉은 채로 뒷걸음질을 쳤다. 여자에게 이런 상황은 조금 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여기에 우리 둘밖에 없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왜 이러는 거예요?”

“나, 누나 사랑한다고?”

“뭐?”

“이화여대 생물공학과 2학년 박은진.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살고 매일 2호선 버스를 타고 가지. 집에 돌아오면 바로 샤워를 하고 주로 흰색 속옷을 즐겨 입지.”

남자애의 말에 여자는 기겁했다.

스토커!

딱 남자애는 스토커였다.

아까 자꾸 눈치를 보던 사내놈 둘은 이 남자애의 하수인이었기 때문에 보여 준 이상 행동에 불과했다.

“저, 저리 가!”

“사랑한다니까.”

남자애는 여자를 덮쳤다.

“아악! 살려 주세요.”

여자는 비명을 질렀지만, 아무도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다.

* * *

“아차! 내 잠바에 지갑 있는데.”

난 뛰다가 바로 멈췄다. 지금 사고가 있던 곳에서 1분 정도 달려왔다. 지금 다시 돌아가면 될 거라는 생각이 난 빠르게 몸을 돌려서 뛰었다.

‘기를 약간 쓰면 더 빠르게 뛰지.’

비술 중에는 무협에서나 나오는 경공 비슷한 것이 있다.

“이얍!”

비술을 쓰기 위해서 기를 모으는 기합을 질렀고, 그와 동시에 나는 정말 무협 고수처럼 경공이라도 쓰는 것처럼 몸이 빨라졌다.

그리고 사고가 났던 곳에 도착하자마자 보인 광경에 분노가 끓어올랐다.

“넌 또 뭐 하는 거야!”

난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남자애의 목덜미를 힘껏 잡아당겨 끌어내 던졌다. 남자애는 자신의 좆을 꺼내 벗겨 놓은 여자의 보지에 막 삽입을 하고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고, 여자는 이미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개 같은 새끼의 목덜미를 힘껏 잡아당기자.

“켁!”

쿵!

목이 졸렸는지 남자애가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질렀다.

“정말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이 사실이군.”

난 남자애를 노려봤다. 그리고 처음 남자애를 봤을 때 놈의 눈에서 뿜어내던 살기의 숨은 뜻을 이제야 알았다.

남자애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이리 와! 너, 오늘 죽었어.”

난 성큼 남자애한테 달려들었다.

퍽!

약해 보이는 놈이니 심하게 때릴 수는 없다. 하지만 다시는 나쁜 마음을 먹지 못할 만큼 혼쭐을 내줘야 했다.

“으악!”

“이리 와라!”

난 바닥에 쓰러진 놈의 머리채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다시 복부를 가격했다.

퍽!

“헉!”

전에도 말했지만, 복부를 맞으면 숨쉬기가 곤란해진다.

“으악! 살, 살려 줘.”

“죽이지는 않을게. 그 대신 죽을 만큼만 맞아.”

난 남자애를 모질게 구타를 했다.

퍽퍽퍽!

난 사정없이 남자애의 다리를 걷어찼고, 남자애는 그럴 때마다 허수아비처럼 힘없이 쓰러졌다.

“이렇게 다리가 부실하면서 그딴 마음을 먹는 거야!”

“잘, 잘못했어.”

“개 같은 새끼!”

퍽!

난 다시 남자애의 얼굴에 주먹질했다. 눈이 터져 부어올랐고, 입술이 찢어져 피가 났다.

“아아악! 그, 그만 때려!”

“너 같은 새끼는 더 맞아야 해.”

시간이 아깝지만, 그렇게 20여 분 동안 남자애를 교육 차원에서 때리고 나서야 여자를 돌아봤다.

여자는 이미 넋이 나가 있는 것 같았다.

“너, 한 번만 더 내 눈에 띄면 죽는다.”

“알, 알았어.”

“꺼져! 개새끼야!”

내 말에 남자애는 다리를 질질 끌며 도망을 쳤다. 그리고 난 여자를 봤다.

“오늘 악몽 여러 번 꾸네요.”

내가 손을 내밀었지만, 여자는 몸을 움츠렸다. 이제 이 여자에게 믿을 놈은 하나도 없을 거다.

“일어나요. 집에 모셔다드릴게요.”

여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여자의 미끈한 종아리에 팬티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다리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저런 증거는 처녀였다는 거다. 이제는 처녀가 아니지만 말이다.

‘정말 민망하네.’

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여자는 넋이 나가 있었다. 난 두 눈을 질끈 감고 여자의 팬티를 잡고 엉덩이 쪽으로 끌어올렸다.

여자가 파르르 떤다.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까아악!”

난 덜컥 겁이 났다. 일이 이상하게 꼬였다.

삐이익! 삐이익!

그때 경찰 호루라기 소리가 울렸다. 난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젠장! 오해를 받을 수 있겠는데.’

난 인상을 찡그렸다.

순간 랜턴 불빛이 나와 잔뜩 겁을 먹은 여자를 비췄다.

불빛에 의해 눈이 부신 탓에 인상을 쓰며 손으로 랜턴 불빛을 가렸을 때, 경찰 두 명이 내 앞에 섰다.

“너희들 공원에서 뭐 하는 거야?”

경찰이 나타나자 그제야 여자는 울음을 터트렸다.

“흑흑흑!”

여자가 울자 경찰 둘이 나와 여자를 유심히 봤다. 난 무릎을 꿇고 여자를 덮치는 모습이었고,

“너, 너! 이, 이 새끼!”

경찰 하나가 허리에 차고 있던 진압봉을 꺼냈다.

‘젠장! 일이 이상하게 꼬였다.’

난 인상을 찡그렸다.

경찰 두 명이 서로에게 눈치를 주다가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어 땅에 넘어뜨리고 손에 쇠고랑을 채웠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난 충분히 저들을 제압할 힘이 있다. 하지만 경찰을 지금 제압해 버리면 가해자가 될 것 같다.

“저기, 저기요.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아니거든요.”

“시끄러워! 너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좆같은 너한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아도 되고…… 씨발! 대충 그래! 누가 물어보면 들었다고 해.”

“경찰 아저씨, 아니라니까요. 정말 전 그냥 지나가다가 이 아가씨 구해 준 것뿐이라고요.”

“구해주려고 팬티를 벗겼어? 이 개 같은 새끼야!”

역시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정말이라고요. 그냥 옷을 추슬러 주려고 한 것뿐이에요.”

퍽!

“너 같은 새끼는 맞아야 해!”

“김 순경, 왜 이래? 아무리 인간쓰레기라도 이미 잡혔는데 추가 구타는 폭행이야!”

“하지만 저런 놈은 맞아야 합니다.”

“요즘 과잉 진압 때문에 문제 많은 거 몰라?”

“죄송합니다. 선배님!”

난 김 순경에게 복부를 맞고 다리에 힘이 빠졌다. 역시 아무리 비술을 익혀도 아픈 것은 아픈 것인가 보다.

내가 인상을 찡그리자 넋이 나간 여자는 더욱 크게 울었다.

“넌 정말 나쁜 새끼야!”

김 순경이 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천천히 여자를 일으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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