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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22화 (22/210)

흑막의 신! 22화

난 소년원으로 향하는 호송 버스를 탔다.

‘이런 시련은 이제 없을 거다.’

새롭게 시작한 인생이지만 이렇게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평생 누명을 쓰고 살아야 했다.

난 호송차가 멈추는 동안 어금니를 꽉 깨물고만 있었다. 그렇게 2시간 동안 달리던 호송 버스는 소년원에 멈췄다.

찌익!

버스 문이 열렸다.

“어서 내려!”

호송관의 말에 소년원 죄수들이 겁먹은 얼굴로 버스에서 내렸다. 물론 나 역시 겁먹은 얼굴을 하고 포승줄에 수갑까지 차고 있었다.

내가 버스에서 내려서 본 것은 단 네 글자였다.

자력갱생!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나와 소년 죄수들은 소년원 안에 있는 검색소로 교도관에 의해 끌려가서 입고 있던 사복을 모두 벗고 비둘기색 죄수복으로 갈아입었다.

이렇게 난 소년원 생활을 시작했다.

나를 포함한 신입 소년원 죄수들이 각자의 사물을 안고 교도관의 안내로 각자의 방을 배정받았다. 그리고 감방 안에서는 나와 신입들을 힐끗힐끗 보는 기존 수감자들의 차가운 눈빛이 거슬렸다.

노려보거나 히죽거리고 웃거나. 어쨌든 기분 나쁜 시선들임에는 분명했다.

“1765! 너는 여기.”

난 그렇게 교도관에 의해 내가 살아야 할 감방으로 들어갔다.

감방 안에서 나를 보는 눈빛이 아주 차갑다. 내가 감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철문이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닫혔다.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문 앞에 가만히 섰다. 그리고 감방 안에 있는 다른 죄수들을 봤다.

누구 하나 평범하게 생긴 놈은 없어 보였다. 겨우 16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의 어깨에 용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용 문신을 한 놈이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그놈 똘마니처럼 보이는 놈이 나를 보며 킥킥 웃고 있었다.

난 일단 어디라도 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갔다. 그런데 내가 앉으려는 자리마다 다른 놈들이 다리를 쭉 뻗어 앉지 못하게 했다.

“그냥 앉으려고? 이거 완전 간이 배 밖에 나왔네.”

용 문신을 한 놈 옆에 있는 새끼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무슨 말이야?”

“반말? 오 미쳤구만!”

“죄, 죄송합니다.”

난 일단 그냥 성질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그래야지. 신고식 하라고.”

“신고식이요?”

“그래. 신고식! 감방에도 짬밥이 있는 법이다.”

어린놈이 별것을 다 따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이곳에 늦게 들어온 놈이고, 참을 건 참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는 건데요?”

“알아서 하는 거지.”

용 문신을 하는 놈이 날 노려봤다.

“어떻게 해 줄까?”

“예?”

어린놈에게 존댓말까지 써야 하니 미칠 노릇이다. 하지만 난 어머니와 약속을 했다. 1년 동안 꾹 참기로. 그래서 존댓말까지 쓰고 있는 거다.

“너 원하는 대로 해 줄게.”

“고맙습니다.”

“너, 쩐 좀 있냐?”

“없어요.”

돈이 없다고 대답을 하자 용 문신을 한 놈과 다른 놈들의 얼굴이 확 돌변했다.

그리고 순간, 용 문신을 한 놈이 나를 향해 발을 휘둘러서 내 정강이를 강타했다.

“으윽!”

비명을 지른 것은 내가 아니라 용 문신을 한 놈이다. 그리고 다른 놈들은 용 문신과 나를 번갈아 봤다.

“왜 그래, 호중아!”

“아니야! 으윽……. 그냥 다리에 쥐가 났어.”

용 문신을 한 놈의 이름이 호중인가 보다. 그놈은 분명 아플 거다. 다리로 쇳덩이를 힘껏 차면 다리만 아프듯 내 다리를 찼으니 당연히 아파야 한다.

호중이는 나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눈치 없는 호중의 똘마니들이 앞으로 나섰다.

“돈이 없어? 그럼 신고식은 몇 대 맞는 거로 하자.”

호중의 똘마니는 내 멱살을 잡았다. 호중은 내가 어떻게 나오는지 가만히 보고 있다. 역시 감방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난 호중을 보며 피식 웃었다.

“조져!”

호중의 똘마니 하나가 나직이 말하자, 순식간에 네 놈이 덤벼들었다. 아무리 어머니가 참으라고 했지만, 방어는 해야 했다.

내게 최대의 방어는 공격이다.

순간 나는 똘마니 한 놈의 머리통과 옷 덜미를 그대로 잡아끌어 벽에 박아 버렸다.

쿵!

똘마니는 비명도 못 지르고 머리를 끌어안으며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옆에 있던 놈을 힘껏 들어 집어던졌다.

“으악!”

그리고 다시 다른 놈의 목덜미를 잡고 손바닥으로 복부를 힘껏 후려쳤다.

척!

저렇게 맞으면 장이 울려서 더 아픈 법이다.

“으…… 으윽!”

똘마니 놈이 비명을 지르려고 해서 나는 그놈의 입을 내 손으로 힘껏 막았다. 그 모습에 호중이 놀라 기겁을 했다. 이제 온전히 서 있는 놈은 딱 한 놈이다.

놈은 너무나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난 그놈을 앞차기로 힘껏 벽 쪽을 향해 밀어 버렸다.

쿵!

“으윽!”

“너, 소리 내면 죽인다.”

내가 노려보자 놈은 스스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난 호중을 봤다.

“이제 신고식 끝내도 되나?”

호중은 나를 봤다. 그리고 바로 최대한 선한 눈으로 돌변을 했다.

“됩니다. 돼요. 여기 앉으세요. 형님!”

난 그렇게 이 감방의 방장이 됐다. 물론 내 목표는 최대한 이곳에서 조용히 모범적으로 있는 것이다. 일 년의 시간은 금방 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것까지 잊겠다는 말은 절대 아니었다.

난 마지막 조사를 할 때 윤 경장의 눈빛과 행동을 잊을 수가 없었다. 분명 윤 경장은 나를 어느 정도 믿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전화를 받고 서장실에 다녀온 후부터 뭔가 달라졌다. 그리고 그다음부터 내 조사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고, 재판 역시 일사천리도 끝이 났다.

‘내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분명 있다.’

난 그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았지만, 박은진이라는 그년의 행동도 영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

‘왜일까?’

박은진이라는 년은 마치 거대한 무언가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난 그날이 떠올랐다.

그년의 눈동자는 떨렸다. 그리고 마치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내게 호소하는 눈빛을 보였다.

‘그년도 뭔가 있어.’

난 자꾸 이번 사건에 의문이 생겼다.

‘뭐든 지금 다 걸려! 뭐든!’

난 인상을 찡그렸다.

‘뭘까? 왜 내가 이런 누명을 썼을까?’

이 실마리를 풀어야만 누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왜지?

난 가만히 있었지만, 머릿속은 터질 것 같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형?”

호중이 내게 와서 물었다. 이제 호중은 날 형이라 불렀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 딱 억울해 죽겠다는 얼굴인데.”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난 호중과 똘마니들과 무척이나 친해졌다. 원래 처음부터 나쁜 놈들은 없는 법이다. 호중은 폭력으로 들어왔고, 나머지 똘마니들은 절도나 소매치기로 들어왔다. 다 없는 집 자식들이라 죄를 지은 거였다.

“나가서 뭐 할 거냐?”

내 물음에 호중은 피식 웃었다.

“할 수만 있다면 조폭이나 하려고.”

“조폭은 미래가 없다. 나가서 공부나 해.”

“돈이 있어야 공부를 하지.”

호중의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 같은 전과자들은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거 몰라, 형? 이제 밝은 사회에서 살기 힘들다.”

“그, 그렇겠지.”

“그럼 형은 뭐 할 거야?”

“누명을 벗어야지.”

난 어금니를 깨물었다.

6개월 정도가 지난 후에 난 미칠 것 같아서 호중이에게 하소연했다. 호중이는 내 하소연을 마치 자기 일처럼 잘 들어줬다.

“그게 옷도 아니고 벗는다고 벗어지나?”

“그래도 벗어야지.”

“형! 난 말이야. 돈이 없어서 다른 놈들은 다 집행유예 받았는데 나만 실형 받았다. 없는 게 죄다.”

호중은 인상을 찡그렸다.

“돈이 없어서?”

“그래. 돈이 없어서.”

난 문득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유철이 돈이 많았을까? 아니면 그 남자애 새끼가 돈이 많아서 날 모함한 걸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정말 이런 생각을 하면 미칠 것 같다.

‘나가서 알아봐야지.’

난 우선 이름을 알고 있는 유철부터 조사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철의 신상을 털면 뭔가 나올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난 유철과 박은진의 이름 말고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리고 그 개 같은 새끼가 유철을 안다는 거였다.

‘유철이 돈이 많지는 않을 거야! 돈이 많다면 저러고 다니지 않겠지. 그럼 그 남자애가 집이 빵빵한가?’

생각하면 다른 생각까지 계속 꼬리를 무는 법이다.

‘그 새끼를 알아야 하는데’

난 호중이랑 이야기하면서도 얼굴만 알고 있는 놈의 신상을 궁금해서 했다.

“형,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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