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24화
가은은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전화를 받고 있었다.
-최은성 군이 출소해서 다니던 학교에 복학한다고 합니다.
“다니던 학교라고요?”
가은은 은 실장에게 되물으면서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자신의 누명을 벗으려는 것 같습니다.
“그렇겠죠. 억울한 게 많은 아이니까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유철이라는 애 있죠? 그 애를 좀 자극해 보세요. 은 실장이 만났다고 했죠? 그러니 살짝 자극해 보세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정말 최은성이 사건을 파고들지도 모릅니다. 제가 저번에 보고하지 않았지만 싸움 실력이 상당하다고 조폭들이 말했습니다. 그때 당시 있었던 조폭 둘이 아직도 휠체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제가 정말 자극하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최은성을 자극하신다는 겁니까?
“지렁이는 항상 밟으면 꿈틀하는 본능이 있죠. 지렁이가 꿈틀하면 상혁이가 사건에 개입할 겁니다.”
-알, 알겠습니다.
은 실장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바로 유철의 소재를 파악해서 유철에게로 갔다.
유철은 양아치답게 똘마니들과 허름한 모텔을 잡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물론 이곳이 1차는 아니었다. 거하게 클럽에서 1차를 하고 정신 나간 계집애 둘을 데리고 이 모텔로 들어온 거였다.
은 실장은 지금 모텔 앞에 서 있고 모텔 주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여세요.”
“그, 그게…….”
“미성년자 혼숙 시켜도 됩니까?”
“그러니까…….”
“잠깐 이야기만 하고 갈 겁니다. 저도 남의 영업장에서 문제 일으키기 싫습니다. 하지만…….”
은 실장은 모텔 주인을 노려봤다. 그 눈빛이 검처럼 차갑기에 모텔 주인은 어쩔 수 없이 임시 키로 유철이 있는 방문을 열었다.
유철과 똘마니들이 술에 취해 넋이 나간 듯 방으로 들어서는 은 실장을 봤다.
“뭐니, 저 꼰데?”
유철의 똘마니가 은 실장을 보고 이죽거렸지만, 유철은 은 실장을 보자마자 술이 확 깼다.
“유철 군. 나랑 이야기 좀 할까?”
“뭐라는 거야? 유철아! 내가 조질까?”
유철은 똘마니를 노려봤다.
“니들은 다 나가 있어.”
역시 유철은 상황 파악이 잘 되는 편이었디. 그러니 양아치들 대장이라도 하는 것이다.
“뭐?”
“나가라고.”
유철이 소리를 질렀고 똘마니들과 정신 나간 계집애들이 모텔 밖으로 나갔다.
“앉으세요.”
“됐다. 짧게 말하지. 최은성이 학교에 복학한다.”
은 실장의 말에 유철은 표정이 굳어졌다.
“최, 최은성이요?”
“그래. 네가 잘 알아서 할 거라고 믿는다.”
은 실장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나갔고, 유철은 바닥에 있는 소주병을 그대로 들이켰다.
* * *
내가 첫 등교를 하는 날, 학교는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내 뒤에서 수군거리는 놈들이 있는 것으로 봐서 내가 죄를 짓고 소년원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모양이다. 일 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이 학교에 유철이하고 그 새끼가 있다.’
난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 그놈들이 먼저 날 건들지 않는다면 나 역시 참을 것이다.
어머니와 한 약속! 그건 소중한 거니까.
난 그렇게 다짐을 했다.
내가 소년원에 다녀와서 복학해서 그런지 내게 다가오는 친구들은 아무도 없었다. 뭐, 사실 나 역시 그렇게 죄가 있든 없든 범죄자에게는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누가 소문을 낸 거지?’
그게 궁금해졌다.
그리고 난 바로 유철이 그놈을 떠올렸다. 놈은 이제 3학년이 되었다. 여전히 학교 일진 짱이다. 그다음으로는 남자애 새끼가 내 뇌리에 떠올랐다.
내가 복학을 하면 찜찜해지는 놈들.
그놈들이 날 학교에서 몰아내기 위해 수를 쓴다고 생각을 했다.
‘역시 말 거는 놈이 없네. 이러다 왕따 되겠다.’
난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왕따가 되든 말든 상관이 없다. 그냥 시크하게 살기로 마음을 먹었으니까. 이제는 누구도 돕지 않고 앞만 보고 살 것이다.
이 세상은 사심 없이 누군가를 도와주기에는 너무나 위험하다.
또 내 예상대로 유철은 이 학교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고 있었다.
‘소문을 낸 놈이 너라면 가만두지 않는다.’
내가 이 학교에 복학하는 순간, 제일 긴장하는 것은 분명 유철일 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가 이 학교에 멀쩡하게 다시 복학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보통 나 같이 소년원에 다녀온 애들은 절대 같은 학교에 복학할 수가 없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일단 이곳에 다시 복학을 신청했는데, 믿어지지 않게 허락이 떨어졌다.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의 죄를 알고 있는 자가 당당히 학교로 돌아왔으니 찜찜한 마음이 들 거다. 그래서인지 유철의 똘마니들이 내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내게 다가왔다.
“파렴치한 놈하고 같이 공부하기 싫은데.”
역시 시비다. 아마 내 복학 소식을 들은 유철이가 보냈을 거다.
“내가 너보다 형인 것 같은데?”
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의자에 앉았다.
“형이면 형답게 굴어야지. 세상 그따위로 살아서 되겠어?”
난 내게 자꾸 이죽거리는 놈을 봤다. 우리 학교 2학년 짱인 창성이라는 놈이다. 비딱하게 단 명찰이 영 재수가 없는 놈이기도 했다.
“유철이가 보냈냐? 아하! 너 유철이 똘마니구나.”
내 말에 창성은 뭐 이런 게 다 있냐는 눈으로 날 봤다. 아마 유철에게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듣지 못한 모양이다. 그러니 저렇게 기고만장하게 깝을 치겠지.
‘쫄까 봐 아무것도 안 알려 주고 그냥 보냈네.’
난 유철의 얼굴을 떠올렸다.
“똘마니는 아니거든.”
“그럼 뭐지?”
아마 녀석은 딱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유철 형 동생이다.”
“개망나니 녀석의 동생이라서 좋겠다. 꺼져!”
“뭐, 임마! 유철이 형이 뭐라고?”
창성의 말에 학생들이 나를 봤다. 그리고 난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저런 따가운 시선이 전과자들을 범죄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죄가 없다.
“네가 어떻게 알아?”
난 창성을 무섭게 노려봤다.
“들었다.”
“그 개망나니한테?”
“그래. 그런데 왜 자꾸 겁대가리 없이 유철이 형을 개망나니라고 하는 거야! 죽고 싶어?”
창성은 내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우려 했다. 하지만 이제 난 달라졌다. 양아치가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우려 한다고 일어날 내가 아니다.
사실 소년원에서도 몇 번의 테러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난 슬기롭게 이겨 냈고, 또는 무력으로 극복을 했다. 그리고 호중이도 많이 도와줬다.
물론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창성이 내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우려고 했지만 난 여전히 여유롭게 책상에 앉아 있었다. 날 일으켜 세우지 못한 창성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고 보니 창성이라는 놈은 덩치가 곰 같은 놈이다. 저런 덩치에서 나오는 힘으로 2학년 짱을 먹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창성의 뒤에 있는 일진 양아치 놈들도 조금은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분명 너보다 형이라고 했다.”
“좆까. 나는 너 같은 새끼를 형으로 둔 적이 없어.”
다시 창성이 날 자극했다. 그리고 교실에 있는 다른 학생들이 나를 힐끗힐끗 보며 수군거렸다. 그것도 아주 작은 소리로.
창성은 다시 내 멱살을 잡고 날 일으켜 세우려 했다.
‘멍청한 놈!’
정말 덩치에 맞게 힘만 쓰는 놈이 분명하다. 그게 아니면 호리호리한 날 힘으로 제압하지 못해 자존심이 상해서 다시 나를 힘으로 제압하려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
“너 그러다가 형한테 혼난다.”
난 창성의 팔을 내 손으로 쳐냈다.
“뭐? 이 새끼가 미쳤나?”
“미친 건 너지.”
“미친 새끼!”
“역시 유철이가 보냈군.”
“그래! 유철이 형이 보냈다.”
“꺼져! 쓰레기.”
“너 정말 죽고 싶어?”
“난 이제 너 같은 쓰레기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뭐야?”
내 말에 창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어쩌면 저 웃음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아무리 창성이 2학년이라고 해도 이 학교 2학년 일진 짱이다.
그런 놈에게 겁 없이 이러고 있는 내가 창성의 입장에서는 웃기게 보일 것이다.
“일어나, 개새끼야!”
정말 이 교실에서 한판 할 기세다. 저런 겁 없는 놈들은 초장에 꺾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철의 공격은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이제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힐끗 교실 안에 있는 나머지 학생들을 봤다. 누구 하나 도와줄 것 같은 놈은 없는 것 같다. 뭐 따지고 보면 날 이상한 눈으로 보는 놈들이니 도와줄 리가 없겠지.
“왜, 도와줄 놈을 찾는 거야?”
창성이 소리를 질렀다.
“도움 같은 건 필요 없어.”
“언제까지 그렇게 당당한지 보자. 나쁜 놈아!”
“내가 형이라고 했다.”
이건 내 마지막 경고였다.
“이 새끼가 진짜 미쳤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창성은 네게 주먹을 날렸다.
난 가볍게 창성의 주먹을 피했고 그게 놀라운지 창성은 당황했다.
“어? 이, 씹새끼가!”
다시금 내게 달려드는 창성은 연속적으로 주먹을 날렸고 난 가볍게 싹싹 피했다. 창성의 주먹은 너무 느렸다.
“개새끼! 이리와.”
“지랄해라.”
“뭐? 이 새끼야!”
퍽!
“으윽!”
창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난 창성의 면상에 주먹을 날렸다. 저런 양아치 같은 놈에게는 비술에 적혀 있는 무공을 쓰기도 아깝다.
“비, 비겁한 새끼!”
내 주먹에 창성은 쌍코피가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