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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25화 (25/210)

흑막의 신! 25화

“원래 싸움은 비겁한 거 없다.”

난 창성을 놀리듯 웃었다. 순간 교실 분위기는 심각해졌다. 뭐, 따지고 보면 창성과 똘마니들이 들어올 때부터 교실은 얼음처럼 차갑게 냉각됐다.

창성은 날 노려보며 코에 흐르는 쌍코피를 닦았다.

“비겁하게…….”

퍽!

난 다시 창성에게 주먹을 날렸다.

“으악!”

창성은 다시 비명을 질렀고 창성의 뒤에 있는 3명의 똘마니는 창성이 왜 그냥 맞고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이 창성과 나를 번갈아 봤다.

하지만 내 주먹은 창성 따위가 피할 만큼 느리지 않다. 아마 누구도 내 주먹을 쉽게 피할 수는 없을 거다.

사실 난 소년원에서 분노를 참기 위해 두께가 2m가 거의 다 되어가는 느티나무를 주먹으로 매일 후려쳤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나서 느티나무는 더 잎사귀를 피우지 못했다.

그만큼 내 주먹은 파괴력이 강하다.

“이, 병, 병신 같은 새끼가!”

드디어 창성이 내게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창성의 주먹은 내 눈에 너무 잘 보였다.

‘역시 눈이 보배다.’

난 창성의 주먹을 가볍게 피했다.

“느려!”

그리고 피함과 동시에 놈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퍼퍼퍽!

이건 3단 콤보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으으윽, 으악!”

창성은 복부를 맞고 숨이 막혔는지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여기서 창성이 쓰러지면 창성은 이 학교 2학년 짱이 아닐 것이다.

창성은 바로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책상 위로 뛰어올라 천정에 달린 형광들 두 개를 뽑아 깨뜨렸다.

퍼어억!

형광등이 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씨발놈! 죽여 버린다.”

형광등이 깨지니 날카로운 칼 같다. 정말 저 유리에 찔리면 크게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병신 새끼!”

날 향해 찔러오는 깨진 형광들을 발차기로 더 짧게 만들고 나서 다시 창성의 턱을 날려 버렸다.

퍼어억!

“으윽!”

쿵!

이것이 창성의 끝이다.

창성의 뒤에 있던 3명의 똘마니가 창성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와 창성을 번갈아 봤다.

“덤비고 싶어?”

난 3명의 똘마니를 노려봤다. 아마 저놈들도 고민될 것이다. 지금 3놈이 같이 덤벼서 날 이길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쓰러진 창성을 데리고 도망칠까 고민하는 눈빛이 분명했다.

“그, 그게…….”

“고민하지 말고 덤벼!”

난 세 놈을 자극했다. 이왕 주먹을 사용했으니 끝장을 보고 이 교실에 있는 나머지 비겁한 아이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줘야 했다.

그래야 아이들이 나를 더러운 눈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물론 무서운 눈으로는 보겠지만.

이렇게 해 둬야 학교생활이 편해진다. 그렇다고 내가 저런 저급한 일진을 몸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그냥 저 쓰러진 놈을 질질 끌고 다니면, 어디 일진이라고 어깨에 힘주고 다니겠어?”

“이 새끼가 창성이 깼다고 우리가 호구로 보이나? 너 정말 미쳤나?”

내가 자극을 하자 한 놈이 걸려들었다. 제법 날렵해 보이는 놈이고 주먹에 군살이 붙은 것을 봐서 분명 권투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는 놈이 분명할 것이다.

이래서 눈이 좋아야 하고 눈이 보배여야 한다.

쉬웅!

놈이 주먹을 날렸다. 역시 권투를 하는 놈답게 주먹이 바람을 갈랐다.

‘빠르네.’

하지만 난 여유롭다. 날아오는 주먹이 보이는데 여유로운 것은 당연하다. 난 날아오는 주먹을 향해 팔을 뻗어 오른손으로 놈의 팔을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어!”

쾅!

“으악!”

놈은 내가 힘껏 팔을 잡아당기자 자기 힘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뭐해! 쪽팔리게 조지지 않고.”

쓰러진 놈이 소리를 질렀고 나머지 두 놈도 마지못해 내게 달려들었다. 이미 교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난 그 술렁임이 역겹기 시작했다.

아마 나머지 아이들은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내가 하고 있으니 통쾌할 것이다.

퍼퍽! 퍽!

난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가 덤벼드는 두 놈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으악!”

“아악!”

짧은 비명과 함께 두 놈은 복부를 잡고 몸을 웅크렸다. 교실로 난입한 네 놈이 모두 쓰러지자, 그제야 지금까지 지켜보고 있던 아이들이 일어섰다. 아마 이제야 내 눈치를 보는 거다.

“너희들, 모두 가만히 있어!”

난 고개를 돌려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소리를 지르자 교실 분위기는 다시 차갑게 식었다.

“아까처럼 병신같이 가만히 앉아서 공부나 해! 이 병신들아.”

난 순간 화가 치밀었다.

몇 명 일어섰던 아이들이 다시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때 쓰러져 있던 놈이 의자를 들고 내 어깨를 찍었다.

터어억!

“으윽!”

역시 쌈질을 할 때 한눈을 팔면 안 된다. 아마 다른 평범한 사람이 철 의자로 어깨를 찍혔으면 쓰러졌을 거다.

하지만 난 이미 비술을 익힌 몸이기에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난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너, 이리 와!”

내 외침에 기겁을 했는지 뒷걸음질을 치다가 놈이 넘어졌다. 정말 오늘 이 학교 2학년 일진들 다 죽는 날이다.

“꺼져! 그리고 나 보고 싶으면 유철이 그 새끼보고 직접 오라고 해.”

그렇게 내 등교 첫날의 푸닥거리는 끝이 났고, 난 놈들이 어질러 놓은 것들을 아무 말도 없이 치우고 다시 책상에 앉았다.

‘그냥 서울대 의대나 다시 가자.’

서울대 생각을 하니 1년 전 나와 내기를 했던 선생님이 떠올랐다. 그 선생님은 아직 이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 얼굴을 잊은 것 같다.

‘그런 내기를 했었지.’

난 피식 웃었다.

* * *

“뭐 그 바보한테 당했다고?”

유철은 피떡이 되어 온 창성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유철 자신은 이 학교의 짱이니까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

“갑자기 먼저 주먹을 날려서…….”

퍽!

무릎을 꿇고 있는 창성을 향해 유철이 의자에 앉아 발길질했다.

“그럼 저 새끼들도 선빵에 당했냐?”

“으윽! 그, 그게…….”

“그게 뭐?”

“쪽팔리지만 좆나 잘 쳤어요.”

“그래서 바보한테 당했다.”

“절대 바보 아닙니다.”

“그래?”

유철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유철도 은성의 실력이 멀쩡하다는 것을 눈으로 봤다. 그런데 그 사건이 있고 난 뒤 은성이 갑자기 휴학했다.

‘휴, 살았다.’

하지만 은성이 복학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예전에 저질렀던 죄가 떠올라 걱정이 돼서 창성을 보낸 거였다. 뭐 사실 창성을 보낼 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창성은 무참히 깨져서 왔고 도전 비슷한 것도 받게 됐다.

“그, 그리고…….”

“그리고 뭐?”

“그 미친 새끼가 자기 보고 싶으면 유철 형이 직접 오랍니다.”

“내가 직접 와?”

“예.”

“바보!”

퍼억!

다시 말이 끝나게 무섭게 유철은 창성에게 분풀이하듯 발길질을 했다.

점점 불안해지는 유철이었다.

* * *

‘기다려! 아주 잘근잘근 씹어 줄 테니까.’

그리고 이제 유철은 더 긴장할 거다. 충분히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무런 하자가 없는 놈이 유철과 그 남자 놈이다.

난 우선 유철을 잡을 생각을 했다.

그런 놈들은 커서도 사회의 암이 될 놈들이고, 그런 놈들은 초장에 조져서 정화해야 한다.

그렇게 난 먼저 도발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난 학교 통합 일진인 유철에게 도전을 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그리고 학교라는 곳은 무척이나 소문이 빠르다.

내가 2학년 짱인 창성을 깨 버렸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학교에 퍼졌다. 이제 내가 비공식 2학년 일진 짱이 된 거다.

하지만 난 그런 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제 전쟁이다.’

응징은 꼭 할 것이다.

이제 전쟁이 시작됐다.

오전의 푸닥거리가 끝이 나고 난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기에 매점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내 식욕은 왕성해졌다. 아마 뇌가 한없이 활동하기 때문에 상당한 양의 단백질과 산소가 필요한 모양이다. 기공은 그렇게 뇌세포까지 활성화했다.

비술이 무력을 증진 시킨다면 기는 몸을 더 강하게 단단하게 만들어 줬다. 그래서인지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더욱 허기를 빠르게 느꼈다. 그리고 많이 먹었다.

매점에 들어서자 난 북적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다시 한번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내가 걸어갈 때마다 마치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사람들이 양옆으로 나를 피했다. 난 그게 더 짜증이 났다.

벌써 소문이 난 거다.

난 원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바로 매점 입구에 섰다. 내 앞에는 아직 거스름돈을 받지 못한 큰 뿔테 안경을 쓴 남자애 하나만이 거스름돈을 포기하고 매점 입구에서 비킬까 말까 고민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야!”

난 작은 목소리로 그 뿔테 안경을 불렀다.

“미, 미안해! 바로 비킬게.”

뿔테 안경은 말까지 더듬었다.

“뭐가 미안해?”

“뭐든 미안해. 때리지만 말아 줘.”

난 이런 애들을 보며 짜증이 난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저렇게 저자세로 맞지 않으려고 비굴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억울하게 소년원에 간 나 같아서 기분이 더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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