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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27화 (27/210)

흑막의 신! 27화

“그런데 왜 주는데?”

“네가 창성이 이겼으니까. 1학년 짱이잖아. 그래서…….”

정말 답이 안 나오는 놈들이다.

“아, 그래서 준다고?”

“그래. 우린 네가 이 돈 받아 주고 우리를 보호해 줬으면 좋겠어.”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정말 1년 사이에 학교가 너무나 많이 바뀌어 버린 거다.

“주는 돈이니 받지.”

“고마워.”

그제야 아이들이 환하게 웃었다. 돈을 주고 저렇게 기뻐하는 것들은 이놈들이 처음일 것이다. 정말 학교가 썩어도 너무 썩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 담배 피우는 애 누구야?”

“담배? 나 있어.”

지금까지 쥐 죽은 듯 가만히 있던 애 중 하나가 내게 담배를 주기 위해 쏜살같이 달려왔다. 정말 내가 마음만 나쁘게 먹으면 1년 동안 이 교실의 왕으로 군림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 하나가 내게 양담배와 라이터를 공손히 내밀었다.

“양담배 피우냐?”

“이게 잘 빨려.”

“그래?”

“응.”

아이는 비굴한 웃음을 보였다.

“담배 피우면 뼈 삭아!”

“뭐?”

“됐다. 야! 앞으로 국산 담배 펴!”

“국산 담배?”

“그래. 알았어.”

“너 국산 담배 피는구나. 우리 교실은 다 국산으로 바꿀게.”

참 이상하게 돌아간다.

“됐고. 라이터나 줘.”

“여기.”

난 라이터를 받고 내게 돈을 내민 놈과 라이터를 내민 놈을 보며 씩 웃었다. 그러자 나머지 놈들도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도 잠시였다. 난 오른손으로 라이터를 켰다.

딸칵! 딸칵!

파란 불이 라이터에서 피어올랐다. 그리고 바로 왼손에 쥐고 있던 40만 원을 모두 다 라이터로 태웠다.

내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기겁했다.

내가 인상을 찡그리자 내 옆에 있는 저 쓸개가 빠지고 뇌가 터진 놈들이 나보다 더 인상을 찡그렸다.

아마 저것들은 내가 두려운 것이다.

“왜, 왜……? 우리가 뭐 잘못했어?”

돈뭉치가 활활 타자 교실 안에 연기가 자욱했다.

“당연히 잘못했지.”

“우,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알, 알려 주면 고칠게.”

아마 아이들은 내가 돈을 태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돈을 태운 일진은 아무도 없었을 테니까.

난 지금 이 썩은 정신 상태의 아이들에게 정신 개조를 할 생각이다.

“네놈들 정신 상태가 썩었어. 씨발 놈들아! 커서 뭐 될래?”

겨우 1살 많은 내가 할 소리는 분명 아니었지만,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돈은 내 손에서 타들어서 재가 되고 있었고 난 아이들을 노려봤다.

“우,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알, 알려 주면 고칠게.”

“정말?”

“응. 그러니까. 화만 내지 말아 줘.”

정말 철저하게 유철과 창성 그리고 그 똘마니에게 사육된 아이들이었다.

“앞으로 이런 상납하지 마.”

돈이 타니 연기가 자욱했다.

“더, 더 줘야 해?”

아이들은 울상이 됐다.

“씨발! 단 한 푼도 내놓지 말라고.”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 말에 아이들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우, 우리는 그냥…….”

“아무리 일대일에서 무적인 새끼도 1대 2면 땀나고, 1대 5면 힘들고, 1대 10이면 피똥 싸. 너희들은 나 빼고도 39명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누가 괴롭히면 똘똘 뭉쳐서 대항이라는 것 좀 해 보란 말이야! 맞고 살려고 태어났냐?”

내 말에 아이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왜 말이 없어? 입에 본드 발랐냐? 아 뜨거.”

난 손에 돈뭉치가 타는 것도 잠시 잊고 있었다. 정말 돈뭉치 타는 불에 손을 덴 놈은 내가 처음일 것이다.

“괜. 괜찮아?”

“괜찮아. 나 걱정하지 말고 네놈들이나 걱정해. 그렇게 나약해서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래?”

“알, 알았어.”

“앞으로 우리 반은 이런 정신 나간 짓거리 하지 말고 공부나 해! 알았어?”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아이들은 주눅이 들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모두 다 예라고 대답을 했다.

“예? 응이라고 해.”

“응.”

“공부 열심히 해, 이것들아! 지금 공부 열심히 하면 나중에 마누라 얼굴이 달라져.”

이건 나에게도 해당하는 소리일 거다.

그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묵직한 몽둥이를 든 체육 선생이 인상을 찡그리며 교실로 들어왔다.

“이 새끼들이 미쳤나? 교실에서 담배 핀 새끼 튀어나와.”

돈을 태운 연기를 선생님이 오해한 거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돈을 태웠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난 당당하게 체육 선생님 앞으로 걸어갔다.

“잘못했습니다.”

“너 못 보던 신인이다.”

체육 선생님은 날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오늘 복학했습니다.”

“오늘 복학한 새끼가 신성한 교실에서 담배를 피웠단 말이지? 요즘 소년원에서는 자력갱생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없나 보네.”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괜히 소년원에서 나온 놈 복학을 받아 줘서 착한 애들 다 오염시킬라.”

“죄송합니다.”

난 다시 정중하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말이 무척이나 건방지게 들렸나 보다.

“오, 그래? 그런데 너 나 안 무서운 모양이다.”

“안 무섭습니다.”

“뭐, 새끼야?”

체육 선생은 내 말을 오해하고 손을 들어내 뺨을 후려쳤다. 물론 난 눈이 보배라서 선생님의 선빵이 잘 보였다.

하지만 선생님이 때린다는데 학생이 피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짝!

“죄송합니다.”

“맞으니까 이제 무섭냐?”

“학생이 선생님을 존경해야지 무서워하면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난 진심으로 말했다. 그런데 이번 말까지 체육 선생님은 오해하는 눈치다.

“아주 네가 날 놀리는구나.”

선생님은 바로 내 귀를 잡고 끌어당겼다.

“넌 따라와. 아주 오늘 결딴을 내 주지.”

체육 선생님에게 끌려가 교실 밖으로 나갔다. 난 당연히 교무실로 끌려갈 거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체육 선생님이 끌고 간 곳은 여학생 교실 복도였다.

“엎어.”

정말 체육 선생님이 단단히 날 오해한 모양이다. 역시 소년원을 다녀왔다는 꼬리표가 이런 선입견을 만든 거였다.

“예.”

난 마지못해 엎드렸다. 그리고 들고 있던 몽둥이가 내 허벅지를 강타했다.

퍽!

묵직한 것이 이건 분명 사랑의 매를 넘어선 구타였다.

“으윽.”

여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때린다는 것은 남학생이라면, 자신이 참을 수 있는 만큼은 쪽팔려서라도 끝까지 참을 거라는 사실은 아마도 선생님의 얄팍한 잔머리에서 나온 방법일 것이다.

“퍽!”

“으윽!”

퍽!

“너 좀 참는다.”

“예.”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언제까지 참나 보자.”

퍽!

“으윽!”

정말 이 정도면 선생님에서 ‘님’이라는 글자를 빼도 될 판이었다. 난 그렇게 20대를 맞았다. 그리고 아픈 것보다 부당하게 맞는 것에 화가 치밀어 일어섰다. 교실에서 담배를 피웠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모질게 매질을 할 수는 없는 거였다.

이건 거의 구타에 가까웠다.

“엎어!”

“왜 맞는지 이유를 알려 주십시오.”

난 또박또박 물었다.

“개기냐?”

“안 개깁니다. 제가 왜 맞는 겁니까? 저, 교실에서 담배 안 피웠습니다.”

“그럼 그 연기는 뭐야?”

“종이가 좀 탄 겁니다.”

“그럼 라이터는 가지고 다녔다는 거 아냐?”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너 같이 싹수가 노란 것들은 맞아야 해. 그리고 참지 못해서 다시 튀어나가지. 너 같은 놈은 학교에 도움이 안 돼. 애들한테도 도움이 안 되고. 너 같은 쓰레기는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 해!”

이 말은 정말 선생이 할 소리가 분명 아니었다. 나는 선생을 노려봤다.

“째려보네?”

“이렇게 맞을 만큼 잘못한 것 같지 않습니다.”

“이 새끼가!”

체육 선생이 흥분했는지 내 머리를 향해 몽둥이를 내리쳤다. 난 내려치는 몽둥이를 손으로 힘껏 잡았다.

“이런 걸로 머리 맞으면 사람 죽습니다.”

정말 이 정도면 사랑의 매가 아니다. 여학생들은 내가 선생님에게 대드는 모습을 숨을 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틈에서 수정도 끼어 있었고 저딴 놈이 그럼 그렇지 하는 눈빛으로 힐끗 보고 돌아섰다.

“너 같은 새끼는 더 맞아야 해.”

체육 선생은 내게 몽둥이가 제압당하자 다시 빼앗으려는 듯 발악을 했다.

퍽!

빠직!

난 한 손으로 몽둥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 몽둥이를 힘껏 후려쳐서 부숴 버렸다.

“사랑의 매만 맞겠습니다.”

난 부서진 몽둥이를 공손히 체육 선생에게 드리고 당당히 걸어 내 교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내 책상 의자에 앉아 머리를 처박았다. 내가 20대 이상 맞고 돌아오자 교실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고 그 와중에도 수군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야!”

난 고개를 들어 소리를 질렀다.

“공부하라고. 열심히 공부해야 마누라 쌍판이 바뀐다고. 그리고 너희들한테 아무런 일도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난 다시 머리를 처박고 잠을 청했다. 오지 게 맞고 나니 배가 고파왔다.

꼬르륵! 꼬르륵!

‘젠장! 배까지 고프네.’

그때 내게 돈을 건넸던 아이 하나가 다시 내게로 왔다.

“저기 은성아!”

“왜? 배고파 죽겠는데 왜 부르고 지랄이야?”

“이거.”

아이는 내게 빵을 내밀었다.

“뭐야 이거?”

“배고프잖아.”

“왜 주는데?”

난 이 모든 발단이 저놈으로부터 발생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고 내가 이렇게 맞았는데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에 더욱 흥분했다.

“그, 그게…….”

“그게 뭐?”

정말 한 대 후려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한 대만 후려치면 픽하고 죽을 것 같은 놈이다.

“너까지 해서 40이잖아. 그러니까. 먹어.”

“뭐?”

“너까지 해야 우리 반 학생이 40명이라고.”

이 말은 내 말이 먹혔다는 의미다.

“나까지 해서 40명?”

“응.”

난 빵과 빵을 건넨 아이,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을 쭉 훑어봤다. 모두 다 내게 빵을 건넨 아이와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잘 먹을게.”

난 입으로 빵 봉지를 입으로 뜯어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난 슈크림보다 일반 크림이 좋아.”

“다음에는 네 돈으로 사 먹어.”

크나큰 발전이다.

“너 이름이 뭐냐?”

“봉균! 안봉균.”

“난 최은성이다. 앞으로 잘 지내보자.”

“응. 그런데 빡돌한테 끌려갔다가 왔는데 괜찮아?”

“빡돌?”

“너 끌고 갔던 체육 선생. 머리가 빡 돌아 버리면 미친다고 별명이 빡돌이야.”

“엉덩이가 119다.”

어릴 때는 다 이렇게 맞고 크는 거다. 하지만 빡돌이라는 체육 선생은 사랑의 매가 과한 건 사실이다.

‘사이코 같아.’

정말 눈빛이 날카로운 것이 절대 선생님 할 타입은 아닌 것 같았다. 난 이렇게 학교생활이 잘 안 맞나 보다.

“그래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지.”

난 인상을 찡그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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