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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32화 (32/210)

흑막의 신! 32화

“그러네.”

광명도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유철이 그 새끼! 저 새끼한테 뭔가 꼬투리 잡혀 있어.”

오토바이를 탄 놈이 헬멧을 꾹 눌러썼고, 광명도 오토바이 뒤에서 내렸다.

“하여튼 돈은 받았으니 해 줘야지. 우린 죽어도 모른다.”

“죽어도 상관없어. 소문에는 저 새끼 고아야!”

“고아?”

“그래.”

“알았어.”

헬멧을 다시 한번 눌러쓰고 옆을 봤다.

“가자!”

부릉! 부릉! 부르릉!

오토바이가 속도를 내고 질주한다.

지금은 해가 진 저녁.

난 아무 생각 없이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토바이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앞만 보고 걸었다.

“저런 새끼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달리지?”

난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부릉! 부릉! 부릉!

그때 도로 옆에 세워진 볼록한 원형 거울에 오토바이를 탄 놈의 손에 묵직한 벽돌이 들려 있는 것을 우연히 봤다.

‘뭐야?’

난 순간 살기를 느꼈다.

부르릉!

두 대의 오토바이가 똑같이 오른손에 벽돌을 들고 마치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하나둘 지나가고 있지만 정말 저 오토바이가 나를 향해 퍽치기하고 사라지면 저놈들이 누군지 아무도 모를 거다.

‘시발! 유철이겠지.’

이런 일을 시킬 놈은 유철이밖에 없다. 난 인상을 한 번 찡그리고 앞으로 달렸다.

“저 새끼가 눈치챘다. 밟아!”

부릉! 부르릉!

내가 뛰니 오토바이가 속도를 높였다. 나는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곳까지 힘껏 달렸다. 내가 달리면 다른 사람보다 두 배 정도 빠르다. 물론 오토바이를 따돌릴 정도의 속도는 아니지만, 저놈들은 놀랄 거다.

“저 새끼 뭐 저렇게 빨라?”

하지만 나와 오토바이의 간격은 점점 좁혀져서 바로 2m 앞까지 좁혀졌다. 난 바로 몸을 돌려 돌진해 오는 오토바이를 향해 힘껏 뛰어올라 오른발로 오토바이에 탄 놈의 헬멧을 걷어찼다.

퍽!

쾅!

끼이익! 쾅쾅!

오토바이를 탄 놈은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나뒹굴었고 다른 놈은 그 쓰러진 오토바이가 걸림돌이 되어 다시 넘어졌다.

“어어어! 씨발! 으악!”

끼이익! 우당탕탕! 쾅쾅!

한 번의 발차기로 두 오토바이 모두를 처리한 거다. 난 빠르게 걸어가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일어나려는 놈을 향해 다시 한번 사커 킥을 날렸다.

퍽!

쩌어억! 빠직!

“으윽!”

헬멧을 썼기에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거다. 하지만 헬멧은 박살이 났고 놈은 다시 땅바닥에 축구공처럼 몇 바퀴 굴렀다.

“너희들 뭐 하는 새끼야!”

난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쓰러진 놈을 일으켜 세웠다.

“으윽!”

“유철이가 시켰어?”

난 힘껏 헬멧을 벗겨 집어던졌다. 그러자 헬멧을 썼던 놈이 인상을 찡그렸다.

“좆 까고 있네.”

이 새끼, 근성 있다.

“유철이가 시킨 거라고 순순히 말하면 그냥 곱게 보내 준다.”

“좆 까! 퉵!”

놈은 바닥에 침질했다. 딱 봐도 눈에 독기가 서려 있는 것이 물어본다고 순순히 불 놈이 아닌 것 같았다.

퍼억!

그때 뒤에서 한 놈이 쇠파이프로 내 등을 후려쳤다.

“으윽!”

내 뒤에서 후려친 놈은 실수한 거다. 이왕 뒤에서 비겁하게 후려칠 거면 대가리가 박살 나게 머리를 후려 깠어야 했다.

난 인상을 찡그리며 돌아봤다.

“뭐, 뭐야?”

후려친 놈이 놀라 뒷걸음질을 했다. 보통 쇠파이프로 등을 맞으면 쓰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난 비술로 단련된 몸이다. 저런 쇠파이프 정도로는 이제 쓰러지지 않는다.

“너, 나 깠냐?”

난 놈을 노려봤다.

“죽어 버려!”

놈은 어금니를 깨물고 내게 덤벼들었다. 역시 궁지에 몰리면 죽어라 덤비는 거다.

쉬웅!

쇠파이프가 바람을 가른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애들 싸움을 말릴 생각도 안 하고 슬슬 돌아서 도망을 친다. 어쩌면 당연할 거다.

요즘 애들이 예전 애들처럼 ‘그만해’ 하고 소리치면 그 정도만 하는 놈들이 아니니까.

난 날아드는 쇠파이프를 살짝 피하고 놈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팔을 잡아서 부러뜨려 버리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치료비를 물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없으니 쌈질도 마음대로 못하겠다.

퍽!

난 가볍게 잽을 날렸다. 그냥 한 방에 보내기에는 내가 맞은 것이 너무 억울했다.

“으윽!”

놈의 눈이 퍼렇게 부어올랐다.

퍽!

난 다시 주먹을 날렸고 이번에는 놈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그리고 다시 난 빠르게 놈과 내 몸을 붙여서 복부를 향해 3연타로 주먹을 날렸다.

퍽퍽퍽!

“으윽!”

복부를 맞으니 다리가 풀리는 것 같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바닥에 쓰러질 거다. 하지만 난 그렇게 두고 싶지 않다. 난 넘어지려는 놈을 내 어깨로 부축하듯 세워서 다시 옆구리를 가격했다.

퍼어억!

최소한 이번 공격으로 늑막에 손상을 입었을 거다.

“아아악!”

“그, 그만 때려!”

뒤에 멍하니 서 있던 놈이 소리를 질렀다. 난 차가운 눈으로 놈을 돌아봤다.

“유철이가 시켰냐?”

퍽!

난 다시 반쯤 정신을 잃은 놈을 후려갈겼다.

“으윽!”

“그, 그러다 죽겠어. 그만 때려!”

막가는 놈들에게는 나 역시 막가는 것이 좋다. 난 다시 차갑게 놈을 노려봤다.

“말 안 하면 이 새끼 죽는다.”

퍽!

주먹이 다시 놈의 복부를 가격했다.

“으윽!”

놈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 그만 때, 때려!”

“누구냐고? 누가 시켰냐고?”

난 힐끗 놈을 봤다. 정말 몇 대만 더 맞으면 병신이 될 것 같았다. 이번에는 화가 치밀어서 힘 조절에 실패한 것이 문제였다. 정말 이러다 이놈이 죽을 것 같았다.

난 속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유, 유철이다.”

놈은 마지못해 내게 말했다.

“역시군. 개새끼!”

난 천천히 내가 잡은 놈을 바닥에 눕혔다.

‘젠장! 죽으면 좆 된다.’

유철의 똘마니 비슷한 놈을 잘못 죽여서 유철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람을 내 손으로 때려죽일 수 있다는 것이 내심 무서웠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난 인상을 찡그렸다.

나는 품에서 조심스럽게 영약을 눈곱만큼 뜯어냈다. 너무나 아까워 영약을 뜯어내서 들고 있는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가 죽어가는 놈의 코에 영약을 불어 넣었다.

죽을 만큼 후려 깠으니 죽지 않게 해야 했다.

‘살인자는 되고 싶지 않아.’

이게 평범한 사람의 생각일 거다. 아무리 힘이 강해졌다고 해도 사람을 함부로 마구 죽이고 나서 눈 깜작도 안 할 사람은 몇 없을 거다.

“이 새끼 데리고 병원 가. 안 그러면 죽는다.”

난 무섭게 놈을 노려보며 말했다.

“알, 알았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다시 나타나서 복수한다고 깝죽거리면 다 뒤진다. 경찰에 신고해도 뒤진다. 한 번 갔다 온 소년원 두 번 가는 거 안 무섭고, 다녀와서 너희들 조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알, 알았어.”

저런 놈들은 섣불리 조지면 다시 덤비는 법이다. 이렇게 악착같이 조져야 덤빌 생각 자체를 못 한다. 난 놈을 힐끗 봤다.

눈이 떨리는 것을 봐서 잔뜩 겁을 집어먹은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학교 잘렸으면 검정고시 준비나 해, 새끼야! 나이 먹으면 후회한다.”

“뭐?”

“언제까지 네가 새파란 청춘일 것 같냐? 세월 금방이다.”

난 어이없게 놈에게 훈계했다. 아마 이건 27살의 기억이 있기 때문일 거다.

“공, 공부해…….”

“그래! 공부해라. 지금이야 죽어도 하기 싫겠지만 공부해서 절대 남 안 준다.”

난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걸어서 집으로 갔다. 하지만 놈은 멍하니 나를 보고 있을 뿐이다.

아마 상당한 충격일 거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다. 이 모든 것이 다 유철이 때문일 거다. 내가 주도하는 학교생활이 아니라 유철이가 막가는 대로 끌려가는 학교생활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네.’

난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학교 가기 싫다. 학교에 가면 농구하라고 지랄을 할 빡돌 체육 선생이 있고, 또 날 노리는 유철이 있다. 그리고 아직 조사도 하지 않았지만 내 사건에 깊이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남자애 새끼도 있다.

죽어라 가기 싫은 학교지만 난 유철과 남자애 새끼 때문에 간다.

* * *

식당에 들어서기 전에, 난 어제보다 약간은 손님이 늘었겠기를 하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체! 파리만 늘었네.’

영약을 우거지 국밥에 넣으면 뭐하나. 와서 먹는 놈이 없는데. 난 문득 국밥의 질을 올리는 것보다 홍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소문도 어느 정도 팔려야 입소문이 도는 법이다.

‘어쩌지?’

난 카운터로 가서 판매 장부를 봤다. 참담했다. 오늘 판 국밥 그릇이 겨우 20그릇이다. 그럼 8만 원 매상이 난 거다. 두 그릇은 아저씨가 사 줬을 것이다.

그럼 순수하게 판 국밥은 18그릇이다.

‘매상이 8만 원. 이러다 우리 집 망하는 거 아냐?’

무슨 수단을 취해야 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없다. 그리고 솥단지 역시 없다.

“어디 가셨지?”

난 식당 밖으로 나갔다. 그때 저 멀리서 리어카를 끌고 어머니가 힘들게 올라오고 계셨다. 난 발에 불이 나도록 달려가 손수레를 잡았다.

“어디 갔다 오세요?”

“양로원에.”

“예?”

“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팔지도 못하는 돼지고기 육수를 너무 많이 만들었네. 그래서 나눠 드리고 오는 길이다.”

역시 우리 어머니는 사람만 좋다.

“아 그러세요. 잘하셨네요.”

버릴 게 아니라면 나눠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쩜 어머니의 베풂도 일종의 홍보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홍보야!’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마땅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최소한 하루에 50그릇 이상은 팔려야 가게가 겨우 유지가 된다.

‘최소한 50그릇만 팔리면 되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먹성 좋은 놈들이 떠올랐다.

‘운동하는 놈들이 먹성이 좋기는 한데…….’

난 그런 생각을 했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농구 안 해! 절대!’

이 역시 오기의 발동이다.

‘내일부터는 빡돌이 지랄을 할 건데…….’

난 그게 걱정이 됐다.

* * *

“뭐라고? 그 새끼들이 깨졌다고?”

유철은 광명의 말에 씩씩거렸다.

“실력이 상당해!”

“그걸 몰라서 내게 말해?”

“그, 그러니까…….”

“어떻게 뒤에서 뻑치기도 못하냐?”

“그 새끼가 눈치를 까고 좆나게 뛰다가 돌아서서 날아서 차는데 장난이 아니었어.”

광명의 말에 유철은 인상을 찡그렸다.

뭐 사실 유철도 은성의 실력을 안다. 일 년 전 은성을 상대했던 조폭 둘 중 하나는 반병신이 돼서 겨우 밥숟갈 들 정도의 힘만 남아 조직에서 방출됐다. 그리고 다른 놈 하나도 병신처럼 후배한테 밀려서 찌그러진 상태였다.

“젠장! 그 새끼 그렇게 센 건가!”

“이제 어떻게 해!”

“뭐가?”

“그 새끼들이 네 이름 불었어.”

“뭐?”

“은성이 그 새끼가 마구 때리면서 끝까지 누구냐고 물어서 어쩔 수 없이 분 것 같다.”

“입 싼 새끼들!”

“이제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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