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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37화 (37/210)

흑막의 신! 37화

‘하는 꼴이 참!’

난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커터 칼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저놈들이 들고 있는 커터 칼은 종이나 자르는 작은 게 아니다. 칼날의 넓이는 과도보다 더 넓었고 끝까지 밀어낸 커터 날은 10㎝가 넘었다. 저런 것에 베이면 살이 벌어지다 못해 뼈를 직접 내 눈으로 봐야 할 거다.

똘마니 하나가 커터 칼을 휘두르며 내게 덤벼든다.

“죽었어!”

저런 놈들은 왜 그렇게 자꾸만 누군가를 죽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양아치 새끼!”

쉬웅!

놈이 커터 칼을 휘둘렀다. 난 그놈이 휘두른 커터 칼을 여유롭게 피한 다음 그놈의 팔을 낚아채서 업어치기를 하고 팔을 비틀어 꺾고 부러뜨렸다.

바지직!

“아아아악! 내 팔!”

이럴 때는 나는 참 모진 면이 있다. 하지만 아직 모질다고 말을 할 순 없다. 난 놈의 팔을 다시 반대 방향으로 꺾었다. 저번에 조폭에게 한 것처럼 그렇게 만든 거다.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잔인하게 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저놈들을 반쯤 죽여 놓지 않아도 제압할 방법이 있다.

비술 발동!

비술이면 저놈들의 신체적 능력을 극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저들이 평생 병신으로 일생을 보내야 할 만큼 많은 잘못을 저질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비술 발동을 하고 나면 나중에라도 다시 신체 능력을 원상태로 돌려놔야 한다.

그러니 비술은 필요할 때 써야 한다.

“뭐하는 거야? 같이 덤벼!”

진태가 소리를 질렀다.

진태의 명령에 똘마니 둘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나는 비술 경공을 사용해서 마치 영화처럼 날아올라 덤벼드는 똘마니 하나의 머리통을 팔꿈치로 후려쳤다.

퍽!

“으악!”

쿵!

똘마니는 바로 쓰러졌다.

그리고 난 착지를 하면서 다시 옆에 달려드는 똘마니의 면상을 발로 후려갈겼다.

퍽!

면상을 가격당한 똘마니는 턱이 돌아가면서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쿵!

그때 내 팔을 향해 커터 칼이 그어졌다. 교복이 커터 칼에 깊이 베여 찢어졌다. 비겁하게 뒤에서 휘두른 거다. 난 마치 축구장에서 힐 킥으로 공을 드리블하는 것처럼 커터 칼로 내 교복을 벤 놈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망할 새끼!”

퍼퍼퍽!

바지직!

이번 공격으로 늑막이 나간 것 같았다. 벌써 4명 이상이 바닥에 뒹굴었다.

‘비술을 시험해 보자.’

난 비술을 실전에 한 번 써 볼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마침 똘마니 둘이 동시에 내게 덤벼들었다.

‘좋아! 너희부터다.’

난 놈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리고 달려드는 놈들이 휘두르는 커터 칼을 피하며 놈의 쇄골 아래 근육을 꾹 눌렀다.

“아악!”

놈이 푹 하고 쓰러졌다. 이제 놈은 내가 다시 비술을 써서 혈을 풀어 주지 않으면 절대 팔로 사과 하나 못 든다. 그리고 난 다른 놈을 향해 힘껏 뛰어가 같은 방법으로 놈의 빗장뼈 아래 근육을 눌렀다. 첫 놈은 오른쪽 빗장뼈 아래 근육을, 두 번째 놈은 왼쪽 빗장뼈 아래 근육을 찍었다.

저놈도 마찬가지다.

내 행동에 진태는 살짝 놀라는 것 같았다.

“멈춰!”

진태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앞으로 나섰다.

“역시 비싼 만큼 제값을 하네.”

“뭐?”

“너 병신 만들어서 학교 못 다니게 하는데 700이 걸렸다.”

난 순간 황당했다.

“700이라고?”

“그래. 내가 먼저 나섰고, 다른 놈도 많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네가 덤빌 건가?”

“그래야겠어. 너무 쉽게 생각을 했다.”

난 진태를 노려봤다. 난 이미 진태를 내 수하로 만들 결심을 했다. 저런 곰 같은 놈을 부리려면 완벽하게 굴복을 시켜야 한다. 최소한 내가 아주 무섭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넌 피똥을 좀 싸게 해 주지.’

진태도 나를 노려보고 있다. 딱 봐도 날 잡아 던져 버리거나 넘어뜨려서 관절기를 쓸 것 같았다.

‘유도 배운 놈이 그렇지 뭐.’

난 살짝 뒤로 물러났다. 놈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싸우는 것이 내게 유리하다.

그리고 난 진태의 아주 은밀한 곳을 공격할 생각이다.

진태가 내게 달려들었다.

“널 가만두지 않겠어.”

진태는 두 팔로 나를 감싸 안으려고 했다. 저 팔에 잡히면 난 뼈도 못 추릴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쉽게 잡힐 놈은 절대 아니다. 난 진태를 향해 힘껏 날아올라 진태의 어깨를 내 발뒤축으로 찍어 눌렀다.

“으윽!”

진태가 작게 신음을 냈다. 내 공격에 당한 진태의 오른쪽 어깨는 내가 비술로 풀어 주기 전엔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이 새끼가 정말!”

진태는 다시 내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진태가 들어 올린 팔은 왼팔이 전부다. 진태도 자신이 들어 올린 팔을 보고 기겁을 했다. 진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른팔은 이제 붙어 있는 것뿐이다.

“뭐야?”

난 다시 진태를 향해 달려들어 진태의 면상을 후려쳤다.

퍼퍽!

“으아악! 푸아!”

진태는 피를 뿜어내며 자신이 이빨까지 같이 뿜어냈다.

“넌 오늘 끝났어.”

난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진태 역시 만만치는 않았다. 멀쩡한 팔로 내 멱살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하지만 진태가 쓸 수 있는 손은 왼손뿐이다. 난 허공에 뜬 상태에서 진태의 머리를 향해 힘껏 내 머리를 찍었다.

퍼억!

진태의 이마에 피가 주르륵 흘렀다.

“으윽!”

진태가 작은 신음을 냈다. 역시 덩치에 맞게 타고난 맷집이 있는 것 같다. 진태는 여전히 내 멱살을 잡고 있다.

“이, 이 새끼가!”

진태는 힘껏 나를 집어던졌다. 정말 한 손으로 날 집어 던질 수 있다니 놀라운 힘이다. 하지만 그건 진태의 실수였다.

난 던져졌고 이제 몸이 자유로워진 거다. 빠르게 달려가 슬라이딩을 해서 회심의 일격을 진태에게 가했다.

폭!

내가 찌른 곳은 인체의 50번째 급소라고 하는 곳이다. 이곳을 비술의 힘을 이용해서 찌르면 비술 사용자가 다시 혈을 풀어 주기 전에는 사람 구실 못한다.

“으으윽!”

진태는 날 노려봤다.

아마 제법 고통스러울 거다.

“이 미, 미친 새끼!”

“이제 끝났다.”

“뭐가 끝나?”

“너 지금 화장실 안 가면 두고두고 후회할 거다.”

“뭐?”

진태는 황당한 표정으로 날 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진태의 얼굴이 노랗게 변했다.

“으윽!”

다시 진태는 짧은 비명을 질렀다.

내가 찌른 곳은 항문이다. 비술로 저곳을 찌르면 괄약근의 기능이 정지한다. 괄약근은 한 마디로 뒤를 꽉 막아 주는 역할을 하는 근육이다. 그 기능이 정지하면 당연히 안에 있는 게 그냥 줄줄 흘러내린다.

즉, 내가 비술을 풀어 주기 전까지 벽에 똥칠, 아니 죽을 때까지 벽에 똥칠해야 한다는 뜻이다.

“너, 너 나한테 뭘 한 거야?”

이제 아마 진태는 움직이기도 힘이 들 거다. 벌써 비술의 효과가 나는 거다.

“못 믿겠지만 그거 나 말고는 절대 못 고친다. 똥구멍을 틀어막지 않고는 절대 안 멈춰.”

“뭐, 뭐라고?”

진태가 놀란 눈으로 날 봤다. 반은 믿는 눈빛이고 또 반은 못 믿겠다는 눈빛이다. 하지만 5초만 지나면 바로 현실이 될 것이다.

“그렇게 있을 시간 있나?”

진태의 표정이 더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터지기 일보 직전인 거다. 터지면 평생 두고두고 잊지 못할 안 좋은 기억이 될 거다. 좀 더러운 짓이지만 몸을 상하게 하는 것보다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진태의 노래진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으으윽!”

“반성 많이 하고 와서 빌어. 반성의 기미가 보이면 팔하고 그거하고 고쳐 준다.”

난 진태를 보며 씩 웃고 돌아섰다.

“야! 어디를 가는 거야?”

난 고개를 돌려 진태를 보며 씩 웃었다.

“집에. 나 해장국 팔아야 해!”

그렇게 진태를 시작으로 9명이나 되는 다른 학교 짱들이 내게 덤볐고, 난 그때마다 비술 실전 훈련을 착실히 했다.

물론 이제는 물리적인 힘으로 사람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다. 비술이 있으니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들 중 2명은 진태처럼 내 수하로 쓰기 위해 그곳을 찔렀다.

그러고 보니 누명을 벗고 공부를 해서 서울대 의대를 가겠다는 놈이 열 명이나 되는 학교 짱들을 모두 이겨 버렸다.

한마디로 이 근방에서 내가 제일 잘 나갔다. 그러고 나서는 내게 귀찮게 덤벼드는 놈이 없었다.

‘이러다가 이 근방을 다 집어먹는 통합 짱이 되겠네.’

이상한 결과를 만들고 있었다. 그로 인해 난 좀 논다는 일진들 사이에서 전설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무럭무럭 자라나는 망할 놈의 중학교 일진들에게는 비뚤어진 우상이 되어 갔다. 그리고 또 정신 나간 것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되고 또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남자들에게 일진이 있듯 여자들 사이에도 일진이 있다.

이상하게 내가 싸움을 할 때마다 나를 바라보며 야릇하게 웃는 잡년들이 늘어났다.

‘이러다가 팬클럽 만들겠다.’

학교로 찾아오는 것들부터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것들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또 우리 학교 계집애들도 은근히 내 눈길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이년들아! 정신 차려! 나쁜 남자는 정말 나쁘다.’

저런 정신 나간 계집애들은 나쁜 남자 증후군에 걸린 년들일 거다. 그저 시크하고 강하게 보이는 내게 끌리는 것들은 인생 조지기 딱 좋은 년들이다.

여자 팔자 남자 따라가게 마련인데 저런 것들은 저러다가 괜히 고등학교도 졸업 못 하고 임신하는 꼴이 생긴다.

물론 내가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은성이 오빠!”

“은성이 오빠! 멋있어요.”

정말 난리가 나라고 해야 할 거다.

처음에는 하굣길에 여자들이 나이트클럽도 아닌데 우리 학교 정문 앞에 죽순이가 되더니 이제는 새벽같이 등교하는 나를 보려고 모여들기 시작을 했다.

“젠장!”

난 짜증이 나면서도 어깨가 조금은 올라갔다. 이래서 나도 남자인 모양이다.

“좋냐?”

그때 내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쌈닭 수정이었다.

“뭐가?”

“팬들이 생겨서.”

“왜 고삼께서 공부는 안 하고 다른 곳에 관심을 두시지? 서울대 안 가려고 마음을 먹었니?”

“뭐야?”

“선생님들은 분필 가루 마시면서 너 공부시킨다. 열심히 하셔.”

“이게 미쳤나?”

“난 바빠서.”

난 수정에게 이죽거리고 체육관으로 뛰었다.

“저게!”

그러고 보니 요즘 부쩍 수정이 내게 관심을 보였다.

“쟤도 나쁜 남자 좋아하나? 난 그렇게 나쁜 놈 아닌데.”

하여튼 난 그렇게 유명 인사가 되고 있었다.

이제 이 일대에 유철만 남았다.

그리고 내 목표도 유철이다. 또 이제 무슨 일을 꾸밀지 몰라서라도 유철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렸다.

나는 지금 식당으로 가고 있다.

흐릿한 공원 옆 가로등 아래 진태를 비롯한 두 명의 남자애들이 초조한 얼굴로 두 손으로 자신들의 똥꼬를 틀어막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모습이 보이자 진태와 남자애 둘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 같았다.

난 그냥 그놈들을 못 본 척하며 지나갔다.

“저, 저기…….”

한번 부른다고 돌아서면 값이 내려간다. 난 그냥 앞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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