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38화
“저, 저기! 우, 우리가 잘못했다.”
역시 아직 약하다. 난 속으로 씩 웃으면 못 들은 척하고 걸었다. 정말 미치도록 괴로웠을 거다. 항문이 다 헐었을 거고 다리도 풀린 것 같았다. 거기에 탈수 증상까지 있는 것 같았다.
얼굴이 노란 것이 병자 같아 보이는 진태였다.
‘달덩이 같은 얼굴이 반쪽이네.’
난 그냥 웃음만 나왔다.
“우리가 잘못했어. 살려 줘! 흑흑흑!”
진태는 그 큰 덩치에 울먹이기까지 했다. 일주일 내내 시도 때도 없이 질질 싸니 항문이 헐고 힘이 하나도 없을 거다. 싸는 것이 두려우니 먹지도 못할 거고, 정말 진태와 두 놈은 죽을 맛일 거다.
난 그제야 돌아섰다.
“살려 줘?”
“그래! 잘못했어. 살려 줘. 제발 좀 살려 줘. 내 똥고가 미친 것 같다.”
“살려 주면?”
내 물음에 진태와 남자애 둘은 뭐든 하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뭐든 시키는 대로 할 건가?”
“그럼. 뭐든 시키는 대로 한다. 아니 평생 형님으로 모실게.”
역시 조폭 후보생 양아치처럼 말하고 있다. 아마 저들의 미래는 조폭일 거다. 배운 것 없고 힘만 쓸 줄 아니 정해진 운명일 거다.
하지만 조폭의 세계도 냉정하다. 아니 절대 영화처럼 화려하지 않다.
1%의 조폭만이 떵떵거리며 살고, 나머지 99%의 조폭은 나사 같은 소모품이 된다. 오죽하면 조폭들이 돈이 없는 상태에서 있는 척을 하려고 지갑에 티슈를 넣고 다닌다는 소리도 있었다.
“형님은 무슨 얼어 죽을 형님.”
“그, 그럼?”
“친구로 지내면 되지.”
난 씩 웃었고 내 웃음에 진태와 남자애 둘은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랑 같이 있다가 배신을 하면 그때는 먹지도 싸지도 못하게 만든다.”
난 무섭게 진태와 남자애 둘을 노려봤다.
“그, 그래! 우린 그냥 유철이 놈이 시켜서 그랬어.”
진태가 절대 배신을 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 유철이랑 옆에 있던 얍삽하게 생긴 새끼가 돈뭉치를 던지면서 좀 더 조지라고 해서 그런 것뿐이다.”
“얍삽한 새끼?”
난 진태 옆에 있는 놈의 말에 귀가 쫑긋해졌다.
“응 500만 원을 턱하고 테이블에 올려놓는데 그 돈 보고 눈 안 돌아갈 애들이 어디에 있어.”
“어떻게 생겼는데?”
“우선 눈이 많이 찢어져 있고…….”
진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맞아! 오른쪽 턱 옆에 점이 있어. 맞지?”
남자애 하나가 다른 남자애를 보며 말했다.
“맞아! 그래. 점이 있었어.”
남자애들이 말한 인상착의와 내가 누명을 쓸 때 같이 있었던 놈의 인상착의가 일치했다. 생각지도 않은 실마리 하나가 풀린 거다.
“보면 알 수 있겠어?”
“물론이지. 으으윽!”
남자애 하나가 비명을 질렀다.
다시 철철 흐르려는 거다. 나도 저렇게 철철 흐를 때는 방법이 없다. 그 남자애를 신호로 진태도 나머지 남자애도 표정이 굳어졌다.
“저, 저기 나 화, 화장실 좀…….”
진태가 먼저 뛰었다. 아니 뛴다기보다 긴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진태를 필두로 그렇게 남자애 둘은 화장실로 뛰었다.
“공원 화장실 가거든 고무장갑 있으면 가지고 와.”
“알, 알았어.”
진태가 고개를 돌려 겨우 대답을 했다. 한참 후 진태와 나머지 남자애 둘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고 겨우 내게로 걸어왔다. 그리고 난 다시 고무장갑을 끼고 비술을 써서 그들은 다시 원상태로 만들어 줬다.
‘이래서 비술이 좋군.’
난 이렇게 진태와 남자애 둘을 얻었다. 내 옆에서 편안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남자애 둘 중 키가 좀 큰 녀석이 형성이다. 그리고 키가 작은 애가 철우다. 난 그렇게 창권이를 비롯해 4명의 친구가 생겼다. 물론 진태와 형성, 그리고 철우는 수하 같은 친구다.
“가자! 오늘 유철이랑 끝장을 본다.”
드디어 내 누명을 풀 첫 주사위를 던졌다.
주사위를 던졌으니 무슨 패가 나오는지 보면 될 것이다.
* * *
“어딘 줄 알고 가는 거야?”
진태는 따라오면서 내게 물었다.
“양아치들이 가면 어디를 가겠어?”
“뭐 그야…….”
하지만 진태도 유철이 어디에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을 보면 유철은 자신의 아지트에 박혀 날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쫓아낼 것인가 고민을 하고 있을 거다. 내가 10명이 넘는 학교 짱들을 차례로 이겼으니 내게 위협을 느끼고 있을 거다. 그럼 더 행동은 움츠려지고 머리는 둔해진다.
그래서 당황하면 실수를 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는 거다.
“학교겠지. 그놈들 만만한 곳이 학교밖에 더 있겠어. 가자!”
난 그렇게 늦은 저녁에 학교로 향했다.
유철의 아지트는 구 체육관 폐쇄된 창고다. 양아치들은 꼭 그런 곳을 선호한다.
난 바로 학교로 가 키가 작은 철우에게 유철과 패거리들이 체육관 창고에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있어.”
철우는 빠르게 달려와 내게 보고를 했다.
“몇 명이나?”
“유철이 패거리 다 있는 것 같아.”
묻는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철우가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몇 명이냐고?”
“유철이를 포함해서 7명이야!”
7명이면 내가 충분히 혼자 상대할 수 있는 숫자다.
난 다시 철우를 봤다.
“철우, 넌 누가 오는지 망을 봐.”
“왜? 7명이나 돼. 나도 도와야지.”
“누가 오는지 보고, 누가 오면 바로 알려 주는 게 도와주는 거다.”
난 혹시 하는 마음에 철우에게 감시를 명령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이다. 뭐든 조심을 해야 한다. 내가 처음 막무가내로 움직인 것도 유철을 자극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달라졌다.
꼬였던 모든 매듭을 풀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니 이 첫 매듭을 풀고 새로운 인생을 살 것이다.
“폰카 화상 좋지?”
난 진태를 보며 물었다.
“뭐?”
“동영상 좀 찍어야 할 것 같아서.”
“제기랄! 그 새끼가 그렇게 센 거야?”
유철은 이미 예상을 했었지만, 은성이 생각 이상으로 강했기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고 광명은 유철의 눈치만 보고 있다.
물론 다른 똘마니들도 마찬가지다.
“정말 그렇게 강한 놈인지는 몰랐어.”
“젠장!”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야? 그 꼬맹이 새끼는 또 뭐고?”
“알 거 없다고 했지!”
유철은 광명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 새끼가 바로 쳐들어오면 우스워지는데.”
유철은 이제 그것을 걱정했다. 은성이 다시 학교에 온 이유는 분명 누명을 쓴 일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였다. 은 실장이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이제 내 힘으로는 안 되겠어.’
유철은 은 실장을 떠올렸다.
은 실장은 명함을 주며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라고 말했었다.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아니야!”
유철은 바로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이제 정말 자신의 힘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전화 신호가 갔고 잠시 후 은 실장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 유철입니다.”
-무슨 일이냐?
“이제 저 혼자 처리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너,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냐?
“죄송해요.”
자신의 똘마니들에게는 절대적 권력을 휘두르던 유철이지만 은 실장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었다.
쾅!
그때 창고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유철이 너 이 새끼! 오늘 끝을 본다.”
지금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은 나다. 그리고 유철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다가 내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라 기겁을 했다.
-야 무슨 일이야!
은 실장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저 학교입니다. 끊습니다.”
유철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 * *
가은의 사무실.
가은과 은 실장은 같이 있었다.
“무슨 일이죠?”
“드디어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은성이 움직였습니다.”
“제가 원하는 결과네요.”
“그래. 네가 원했던 것이 도대체 뭐냐?”
최 회장이 가은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가은에게 호통을 쳤다. 최 회장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가은은 사색이 됐다. 그리고 바로 은 실장을 노려봤다.
“그렇게 노려볼 것 없다. 내가 그렇게 네 생각처럼 내 사람을 허술하게 부릴 것 같더냐?”
“아, 아버지.”
“그래. 고모가 돼서 조카를 궁지에 몰아넣고 무엇을 바란 거냐?”
최 회장은 가은을 노려봤다. 이미 처음부터 은 실장은 가은과의 은밀한 대화를 모두 다 보고하고 있던 듯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저는 지켜야 할 식구들이 너무 많습니다.”
은 실장이 말한 식구들은 부하 조폭들일 거다.
“아, 아버지!”
“내가 너에게 말했었지? 너의 것이 아닌 것을 탐내지 말라고.”
“하지만 상혁이는 아버지 뒤를 이을 능력이 없어요.”
“사람 하나 포섭하지 못하는 너는?”
가은은 최 회장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여전히 입술을 꼭 깨물고 은 실장을 노려볼 뿐이었다. 지금 가은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다.
“은 실장!”
“예. 회장님!”
“용서는 한 번뿐이라는 것만 명심해.”
“예. 회장님!”
“조용히 잘 모든 것을 지워! 우리 상혁이는 크게 될 아이야! 그러니 흠집 하나 있어서는 안 돼.”
“예. 회장님!”
“가 봐. 가서 깔끔하게 처리를 해!”
“예. 알겠습니다.”
은 실장은 짧게 묵례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갈 때까지 가은은 은 실장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리고 이제 가은과 최 회장이 남았다.
“너 역시 용서는 한 번뿐이다. 내 것을 빼앗으려면 그만큼의 능력이 있어야 해.”
“…….”
입술을 꼭 깨물고 있는 가은을 최 회장이 물끄러미 봤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네 생각은 나쁘지 않았다.”
“예?”
“저축 은행! 괜찮더구나. 나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삼은 캐피탈이 이제 저축 은행으로 거듭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어디 한번 해 봐.”
“예?”
“너한테 뭘 물려줘야 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그래. 그것을 주마.”
“아버지.”
“하지만 더는 바라지 마라. 더 바라고 상혁이의 것을 빼앗으려고 한다면 절대 이 아비가 널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상혁이는 우리 집 장손이다. 넌 그것만 명심하면 된다.”
“예. 아버지.”
가은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다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찰나의 순간에.
“그리고 은성이라는 그 아이를 학교에서 퇴학시켜!”
“예. 아버지.”
“그게 그 아이에게도 좋을 거야! 상혁이에게 작은 흠이라도 생기면 그 아이는 절대 평범하게는 살지 못해.”
역시 최 회장은 사이코 기질이 다분했다.
은 실장이 가은의 사무실을 나오면서 씩 웃었다. 그리고 은 실장은 가은이 정말 무서운 여자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가은이 이틀 전 은밀히 자신을 불러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내가 확실히 줄은 잘 선 거야!’
이틀 전, 가은이 은 실장에게 말했다.
“가서 아버지에게 제가 꾸미고 있는 일을 모두 보고하세요.”
가은의 말에 은 실장은 놀라 눈이 커졌다.
“예? 그러다가는 아가씨가 크게 곤란해집니다.”
“큰 것을 얻으려면 보험도 필요하죠.”
“하지만…….”
“그 대신 제가 생각하고 있는 저축 은행 이야기를 크게 부풀려서 말하세요. 그럼 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다 일이 잘못되면…….”
“그래도 친딸을 어떻게 하겠어요.”
가은은 차갑게 웃었다. 가은은 대담한 면이 있었다.
“우선 삼은 캐피탈부터 제 손에 넣을 겁니다.”
이게 바로 가은과 은 실장이 이틀 전에 나눈 이야기였다. 은 실장은 그 일을 떠올리며 씩 웃었다.
“좋아! 난 아가씨 옆에 선다. 꼴통 도련님보다야 아가씨가 더 좋지.”
이미 사무실 밖 복도에는 조폭으로 보이는 어깨들이 2명 대기하고 있었다.
“아이들 좀 모아. 우린 도련님 학교로 간다.”
“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