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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39화 (39/210)

흑막의 신! 39화

지금 난 유철을 노려보고 있다. 그리고 내 뒤에는 진태와 형성이 금방이라도 한판 붙을 기세로 유철과 똘마니들을 노려봤고, 유철과 그의 똘마니들도 마찬가지였다.

‘잔뜩 긴장했네.’

역시 유철은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긴장감 속에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와?”

“너랑 나랑 해결할 게 있잖아.”

“뭘 해결을 해?”

“그날 밤 일. 그날 밤 일만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면 조용히 물러가 주지.”

내 말에 유철은 피식 웃었다. 저 웃음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웃음처럼 느껴졌다.

“좆 까. 그거 말했다가는 나 정말 좆 되는 수가 있어.”

“말 안 하면 지금 우스워진다.”

“그건 두고 봐야지.”

역시 양아치들은 말로 해서 듣는 법이 없다. 난 유철을 노려봤다.

‘저런 놈들은 비술도 아깝다.’

물론 마지막에는 비술을 써서 다시는 남자 구실 못하게 만들 생각이지만 내 응어리진 일 년은 충분히 보상받겠다는 생각을 했다.

“싫다 이거지?”

“그래! 싫다. 난 너보다 다른 게 더 무섭다.”

유철의 말은 진심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다른 것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물론 그건 유철을 조지고 나서 물어보면 된다. 이제 내 힘을 유철에게 보여 줄 때다.

“저 개새끼 조져!”

유철은 직접 나서지 않고 똘마니를 먼저 앞에 세웠다. 마치 시간을 벌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잔뜩 긴장한 유철의 똘마니들이 앞으로 나섰다.

“내가 상대할게.”

진태가 앞으로 나섰다.

“놔둬! 내 일이다.”

이번 일은 내가 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진태와 형성은 내 사람이다. 그들이 다치는 게 난 싫다.

난 앞으로 나선 유철의 똘마니 놈들을 봤다.

“뭐해. 덤비지 않고.”

“미친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지랄을 해!”

똥개도 자기 집에서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유철의 똘마니는 어금니를 깨물며 내게 덤벼들었다. 저런 표정은 내 실력을 이미 알고 있다는 거다.

쉬웅!

똘마니의 주먹이 나를 노렸다. 하지만 비명을 지르는 것은 유철의 똘마니였다.

난 날아오는 주먹을 바로 꺾어 부러뜨렸다. 정말 내가 생각을 해도 모질다. 하지만 저놈들은 당연히 이렇게 당해야 한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저놈들에게 참 많이 당했을 거다.

“아아악!”

“유철과 내 일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겁 없이 나서면 다친다.”

자신의 똘마니가 크게 당하자 유철은 인상을 찡그렸다.

“조지라니까. 뭐 하는 거야!”

그 말과 동시에 다른 똘마니들이 내게 덤벼들었다. 이제 남은 놈은 유철을 포함해서 여섯이다.

퍼퍼퍽!

난 달려오는 똘마니를 향해 발길질했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몸이 너무 가볍다. 아마 몸이 가벼우므로 이런 발차기가 나올 거다.

“윽!”

콰콰쾅!

철퍼덕!

“으악!”

“덤비지 말라고 했다!”

난 소리를 질렀다. 내 한마디에 유철의 똘마니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이제 남은 놈은 4명이다.

“어서 조져! 어서! 조지란 말이야!”

유철도 지지 않겠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나서지 말라는 나와 날 어떻게든 뭉개 버리라는 유철 사이에 낀 똘마니들만 죽을 맛일 거다.

“에이 썅!”

참지 못하고 똘마니들이 다시 내게 덤벼들었다.

퍼퍽!

“으아악!”

난 정말 붕붕 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싸움을 주도했다. 이게 다 비술의 영향 때문이다.

퍽!

퍼퍼퍽!

쿵!

“으악!”

두어 번 내가 몸을 움직이니 유철의 똘마니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져 신음했다. 이제 서 있는 것은 유철뿐이다.

“형성아, 애들 데리고 나가.”

“으응!”

형성도 내 실력에 입이 쩍 벌어져 있었다. 그렇게 유철의 똘마니들은 밖으로 끌려나갔다.

“뭐, 뭐 하자는 거야?”

유철도 지금 이 순간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

“몰라서 묻나?”

난 고개를 돌려 진태를 봤다.

“찍자.”

내 말에 진태는 휴대전화를 꺼내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버튼을 눌렀다.

“준비됐어.”

진태는 날 봤다.

“그래. 그럼 이제 그날 밤 일어났던 일들 다 말할 차례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퍽!

난 겁먹은 얼굴을 한 유철의 면상을 강하게 후려 깠다.

“아악!”

“두 번 말하게 만들면 다음에는 손가락 마디마디 뼈를 뽑아낸다.”

난 무섭게 경고를 했다.

“난, 난 몰라!”

“몰라? 정말 모를까?”

난 차갑게 유철을 노려봤다. 그리고 유철이 겁을 먹고 꼭 쥐고 있는 주먹을 펴서 손가락 하나를 꺾어 버렸다.

“아아악!”

이건 부러트린 것이 아니라 탈골 시킨 거다.

“뼈는 말이다. 빠졌으면 다시 넣으면 그만이다.”

난 다시 힘껏 유철의 손가락을 곧게 펴서 힘껏 밀어 넣었다.

원래 탈골이 될 때도 아프지만 다시 뼈를 맞출 때도 아픈 법이다.

“몇 번이고 난 계속할 수 있다.”

“왜,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유철은 다시 소리를 질렀다.

“몰라서 묻나? 그날 밤 이야기만 하면 돼.”

“못, 못해!”

“죽고 싶지?”

난 유철을 노려봤다. 하지만 유철은 두려움에 떨고 있으면서도 뭔가 기다리는 눈치였다.

‘뭐지, 저 눈빛?’

정말 찜찜한 눈빛이다.

“말해라. 말 안 하면 정말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내 눈에서는 살기가 뿜어졌다.

“난 몰라. 절대 말 못 해.”

“그래?”

난 다시 유철의 팔을 잡았다. 잡은 팔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난 다시 유철의 팔을 탈골 시켰다.

난 참으로 모진 놈이었다. 내 속에 이런 잔인성이 있는 줄은 나도 오늘 알았다.

‘모질 수밖에! 내가 당한 세월이 있는데.’

난 고통스러워하는 유철을 봤다.

그리고 다시 유철의 팔을 비틀었다.

바지직!

“아아악! 내 팔! 아아악!”

유철은 비명을 질렀다.

“말해. 어서 말해! 어서!”

“못, 못해! 넌 얼마나 그들이 무서운지 몰라. 바보야!”

“그들?”

내 물음에 유철은 골절시켰을 때보다 더 크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여러 번 돌려 아무 말도 아니라는 듯 부정을 했다.

‘뭔가 정말 있다.’

난 다시 한번 확신을 했다.

“매에는 장사 없다는 말이 진리다. 난 시간 많아.”

그리고 다시 유철의 팔을 다시 맞춰 넣었다.

“아아악! 제, 제발…….”

“그러니 말해. 나도 이러고 싶지 않다.”

“그, 그게…….”

유철은 모진 고통에 입을 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진태를 봤다.

“이제 다시 찍자. 강요에 의한 증언은 효력이 없다더라.”

그리고 다시 유철을 봤다.

“부탁해. 과거는 과거잖아. 내 누명만 받으면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난 상관없다. 그러니 부탁한다. 증언만 해 주면 너는 너 갈 길 가고, 나는 내 갈 길 가면 되는 거다.”

난 유철에게 부탁한다는 말까지 해서 유철에게 증언을 유도했다.

“그, 그게…….”

“그냥 있었던 일만 진술하면 된다.”

“그래.”

역시 매에는 장사 없다.

그리고 유철은 그날 있었던 일을 모두 진술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내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정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곳에 남아 있었던 남자애의 이름과, 왜 그 남자애가 있었는데 없다고 진술했는지에 대한 이유였다.

“그 남자애는?”

내 질문에 유철의 눈빛이 떨렸다.

“그, 그건 말 못 해.”

“왜 못해?”

“말, 말하면 너도 죽고 나도 죽어.”

“뭐?”

난 이해가 안 됐다.

“왜 죽는다는 건데?”

“하여튼 안 돼.”

“말해. 누군지나 말해.”

“못, 못한다니까.”

난 유철을 다시 노려봤다. 그리고 이번에는 유철의 턱을 잡았다. 턱을 골절시킬 생각이다. 내 행동에 유철은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유철을 노려봤다. 이제 난 저놈과 끝장을 볼 것이다. 난 유철에게 살기를 뿜어냈다. 그 살기에 유철은 파르르 떨었다.

“말해! 어서 말해! 병신 되기 싫으면 말해!”

내가 소리를 질렀다.

“최, 최상혁!”

역시 매에는 장사 없다.

“최상혁?”

“그래 더는 말 못 해.”

그때 끼이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은, 은성아!”

난 놀라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봤다. 철우의 목소리다.

잔뜩 겁을 먹은 철우와 형성이 딱 봐도 조폭 같은 남자들에게 팔을 비틀려 들어왔다.

“우유부단하다고 판단을 했는데, 이렇게 과격한 면도 있었군.”

중년의 남자가 나를 담담히 보며 말했다.

“누굽니까?”

“그건 알 것 없다.”

중년의 남자가 앞으로 나서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그 담담한 말투와 다르게 눈빛은 칼을 품고 있는 듯 싸늘했다.

‘난 이길 수 있다.’

난 중년의 남자를 노려봤다. 하지만 내가 함부로 덤벼들면 형성과 철우가 위험해질 것 같았다.

칼자루는 저 중년의 남자가 쥐고 있는 거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유철이랑 그리고 저 애가 찍고 있는 휴대전화 내놔라.”

“싫어.”

“싫어? 그럼 이 아이들은 다신 못 본다.”

중년 남자의 말에 조폭이 품에서 칼을 꺼내 철우와 형성의 목에 칼을 댔다.

난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젠장!’

난 인상을 찡그렸다.

“난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위협적인 말투와 눈빛이 한 치의 거짓도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스윽 철우의 목에 상처가 나도록 살짝 그었다. 그리고 철우의 목에서 피가 흘러 칼날을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 아이는 죽는다.”

“왜, 왜 이러는 거야?”

“알 것 없다.”

그때 난 문뜩 최상혁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상혁 때문인가? 그 새끼가 혹시 너무나 잘 나가는 집 새끼인 거야?”

“그것 역시 알 것 없다. 이제 두 번 말하지 않는다.”

난 이 순간에 고민 따위는 할 수도 없었다. 정말 내가 유철과 동영상을 찍은 휴대전화를 넘기지 않으면 저 아이들이 죽을 것 같았다. 그럼 난 저놈들과 끝장을 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치 않다. 내 사람이 지금 위험하다.

“줘!”

난 진태를 봤다. 진태 역시 놀라 떨고 있었다. 아무리 양아치 대장이라고 해도 이런 경험은 없을 거다.

진태는 바로 휴대전화를 중년의 남자에게 넘겼다.

“애들 풀어 줘.”

내 말에 중년의 남자는 눈짓을 했고, 철우와 형성은 풀려나 내게 뛰어와 내 뒤에 숨었다.

그리고 유철도 나를 잠시 노려보고 살았다는 듯 중년의 남자에게 달려갔다.

“감사합니다. 은 실장님!”

유철은 그렇게 말했다. 중년의 남자가 은 실장이다. 은 실장은 유철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은 실장님이시네요.”

“나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도 말고 캐려고 하지도 마라. 그리고 더는 뭔가를 캐려고 하지 마라. 자꾸 들쑤시고 다니면 넌 죽는다.”

난 은 실장이라는 사람을 봤다.

“정말 뭔가 있다.”

“우린 네가 힘으로 꺾을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만 명심해라.”

이건 내게 경고이면서 충고 같았다.

“그건 두고 봐야지.”

“잊고 살아. 그래야 오래 산다.”

은 실장의 말에 저 사람도 내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라면 잊겠냐?”

내 말에 은 실장은 씩 웃었다.

“나라면 잊는다. 잊어야만 살 수 있다면 잊는다.”

이건 하늘을 찌르는 자신감이다. 그리고 난 그 말에 두려움을 느꼈다. 정말 힘으로 상대할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젠장! 두렵다.’

아무리 내가 힘이 있다고 해도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은 실장과 조폭들은 유철을 데리고 사라졌다. 난 다시 허탕을 친 거다. 그래도 최상혁이라는 이름은 알아냈다. 그거면 반은 성공이다.

“은, 은성아! 저들 누구야?”

“모르겠다.”

“눈빛이 장난이 아니야.”

“그러네.”

난 입술을 꼭 깨물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의 출현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출현을 통해서 내가 그냥 누명을 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너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어. 뭔가 있다. 분명히 있다.’

난 다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떨림은 두려움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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