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52화
“설마 원터치로 쪼개는데 맞았다고 신고 같은 건 안 하겠지?”
“하려고 했으면 벌써 했다.”
조폭 두목이 뒤에서 말했다. 정말 오늘은 저 앞에 선 놈만 내게 덤빌 모양이다.
‘그럼 하루에 한 놈씩? 왜?’
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간다!”
덩치 큰 놈이 마치 황소처럼 내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원래 조폭이라는 것이 개 사료 처먹고 살만 찌우는 것들이라 움직임이 무척이나 둔했다. 그리고 오리털 파카를 처입어서 더 둔해 보였고, 실제 움직임도 둔했다.
쉬웅!
놈은 마치 날 양손으로 잡으려는 듯 팔을 휘저었다.
푹!
“으윽!”
내 주먹에 조폭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나도 살짝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왜 소리가 푹이야?’
원래 내 주먹은 비술 때문에 돌주먹으로 바뀌었다. 기공을 쓰지 않고 또 비술을 쓰지 않아도 이제 그냥 주먹만으로도 충분히 타격치를 낼 수 있다. 그런데 퍽이 아니라 푹 소리의 타격음을 냈다.
‘옷 때문인가?’
난 다시 놈을 힐끗 보고 옆구리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원래면 내 주먹에 늑골이 나갈 거다.
퍽! 탁탁!
“으윽!”
다시 곰 같은 놈이 인상을 찡그렸다.
“뭐냐?”
“그게 주먹이라고 휘두르나?”
곰 같은 놈이 내 성질을 건든다. 마산댁 할머니 때문인지, 아니면 저놈들이 측은해서인지 난 사실 그리 강하게 후려치지 않았다. 그래도 놈이 충격을 받는 게 너무 약했다.
역시 매를 버는 놈은 입이 문제다.
“오 그래! 좀 그럼 올려볼까?”
난 덩치 큰 놈을 노려봤다.
퍼퍼퍽! 퍽퍽!
“으악!”
난 번쩍 뛰어올라 놈을 향해 5연타 발차기를 날렸다. 물론 처음은 뛰어오르며 놈의 몸통을 후려쳤다.
힘은 작용과 반작용이 있기에 미약한 반발력을 이용해서 내 몸을 돌려 등을 찼고 다시 탄력을 받아서 놈의 어깨를 찍고 내려오면서 놈의 목을 차고 나서 다시 쓰러지기 전에 놈의 등을 찍어서 더욱 강하게 쓰러트린다.
쿵!
곰 같은 놈이 비명을 지르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게 바로 요즘 요즘에 재미 삼아 만들고 있는 나만의 무공 초식이다. 이름을 좀 그럴싸하게 지어 붙이면 일대일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초식인 거다. 물론 나처럼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야 가능하다.
‘비영각이 좋겠다. 나는 그림자 발차기! 괜찮네!’
“봤지? 저런 게 진짜 발차기다.”
“저걸 사람이 할 수 있습니까?”
“그럼 저 녀석은 사람이 아니고 뭐냐?”
“몰카 잘 찍었지?”
“예.”
난 힐끗 놈들을 봤다. 그러자 그들은 마치 수업 시간에 떠들다 걸린 학생처럼 화들짝 놀라 입을 꾹 닫았다.
‘뭐지?’
난 뭔가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보통 자기편이 쓰러지면 광분하는 것들이 가만히 서서 자기들끼리 뭔가 쑥덕이는 것 같다.
‘저 녀석들 뭐냐?’
그리고 난 쓰러진 놈을 다시 봤다. 원래 비영각을 찰 때 타격감이 상당하다. 그런데 내게 느껴지는 타격감은 마치 묵직한 나무를 토막을 치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드니 옷을 두껍게 입은 것부터 이상했다.
“으으윽!”
난 쓰러진 놈을 만지작거렸다.
“뭐냐?”
“으윽!”
난 놈의 오리털 파카를 벗기려 했다. 그런데 놈은 몸을 움츠리며 오리털 파카를 사수하려 했다.
하지만 내 완력에 결국 쓰러진 놈의 오리털 파카가 벗겨졌다. 그리고 난 바로 어이가 없어졌다. 앞과 뒤, 그리고 어깨와 등에 마치 갑옷처럼 청테이프로 어디서 구했는지 묵직한 전화부책을 두르고 있었다.
정말 애국가처럼 철갑을 두른 것 같다.
“형, 형님!”
바닥에 쓰러져 있는 놈은 애처롭게 조폭 두목을 봤고, 조폭 두목도 인상을 찡그렸다.
“이건 뭐로 설명을 하지?”
“조폭은 원래 칼 맞을 때 덜 다치려고 그렇게 한다.”
그러고 보니 사시미는 잘 안 들어갈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칼 쓰는 사람도 아니고 저건 오버 같았다. 그리고 순순히 말하는 게 의심스러웠다.
“졌으면 솔직해지는 것이 좋다. 숨기지 말고. 쪽팔리지 않냐?”
“그, 그게…….”
쿵!
갑자기 조폭이 무릎을 꿇었다.
“왜 그래?”
“그 발차기 우리한테 전수해다오.”
이런 뭐 같은 것들을 다 봤나 싶다.
“왜 무릎을 꿇고 난리야?”
“우리도 깡패나 양아치가 아니고 건달처럼 살고 싶다.”
솔직한 말은 마음에 와닿는 법이다.
“그게 그거 아닌가?”
“다르다. 확실히 다르다.”
참 퍽이나 다를까 싶다.
그래도 조금은 순수한 면이 있는 것 같았다. 저런 것들은 내가 잘 컨트롤 하면 자력갱생이 가능할 거다.
“가르쳐 주면?”
순순히 내가 가르쳐 줄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자 조폭 두목과 다른 조폭들의 눈빛이 빛났다.
“평생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역시 조폭다운 대사다. 저런 정신 나간 것들을, 그것도 나이도 많은 것들을 동생들로 두고 있으면 내가 뒤처리를 할 게 많아진다. 그런 건 사양한다.
“나이는 내가 더 어리거든요.”
“그럼 평생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난 조폭 두목을 봤다. 눈빛이 진지했다. 남자가 저런 눈빛을 보이면 거짓이 없을 거다. 만약 눈빛까지 속일 수 있는 놈이라면 영화배우를 해야 할 거다.
난 저 눈빛을 믿기로 했다.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말하지 말고 구체적인 것 말해 봐.”
“뭘 해, 해 주면 되냐?”
“우선 재래시장에서 철수하고.”
난 처음부터 좀 강하게 불렀다. 저게 먹히면 다른 건 다 먹히는 법이다. 안 먹혀도 난 상관없다. 몇 대 쥐어박고 보내면 그만이다. 그러고 보니 참 저들도 불쌍하다.
저 나이에 겨우 19살 된 내게 맞고 사는 게.
“그, 그건 우리 밥벌이다.”
“싫으면 말고.”
난 바로 돌아섰다. 거래할 때는 이렇게 팍팍 밀어붙여야 한다.
“좋, 좋다. 그, 그렇게 하자. 당장 기본금만 받고 모두 철수한다.”
조폭 두목의 말에 조폭들은 놀라 눈이 커졌다.
“형님 그럼 저희는 뭐 먹고 삽니까?”
“안됩니다. 더 큰물에서 놀기 위해서 배우자는 거였지 않습니까?”
“조용히 해!”
조폭 두목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바로 공터가 조용해졌다.
“그, 그게 다냐?”
“물론 아니지.”
난 조폭을 보며 씩 웃었다.
“그, 그럼…….”
“그리고 자력갱생하자.”
“뭐?”
조폭 두목은 날 보며 황당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너희들 마산댁 할머니한테 크게 절해야 해! 오늘 니들 팔자 그 할머니가 고쳐 준 거다.”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호칭부터 정리해야지.”
“뭐, 뭐라고 부르면 됩…….”
“존칭이지. 내가 너희들 보스가 될 거거든. 자력갱생해 줄 보스.”
난 다시 씩 웃었다.
수족처럼 부릴 것들을 이제 구했다. 그러기 전에는 물론 내 무서움을 보여 주고 내가 대단하다는 것도 가르쳐 줘야 할 예정이다.
“몸이 그렇게 둔해서 어떻게 쓰냐? 살부터 빼라!”
“살, 살이요?”
조폭 두목이 어린 내 눈치를 보며 존댓말을 했다.
“그럼 그 덩치에 점프는 하겠냐? 최소 30㎏은 빼라.”
“알, 알겠습니다.”
제일 인상을 구긴 건 내게 5연타 비영각을 맞은 권태라는 놈이다.
“참! 오늘 바빠?”
“안 바쁩니다.”
조폭 두목은 바로 내게 존칭을 썼다. 저러면 나도 존칭을 써주는 게 옳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지하철에서 몇 미친놈들이 다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동방예의지국이니까.
“어디 좀 다녀와요.”
“예?”
“가 보면 알아요. 꼭 돈 없는 사람들 돈 뜯을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 드릴게요.”
난 김용팔 회장이 준 선물을 찾으러 갈 생각이다. 그 선물을 찾고 나면 저들은 그게 내 능력이라고 믿을 거다.
능력은 그 정도로 보여 주면 된다. 이미 주먹 실력은 비영각으로 여실히 보여 줬으니 충분하다. 그렇다고 이들을 믿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난 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지금 내가 전화를 거는 곳은 진태와 아이들이다.
-은성아!
“알아보라는 건 어떻게 됐어?”
-그 할머니 찾았다.
진태와 아이들은 졸업하고 나서 바로 내게로 왔다. 원래 학교는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던 것들이라 졸업에 큰 의미는 없었다. 그런 진태와 아이들을 내가 거둔 거다.
그리고 난 진태와 아이들에게 미래에 자살한 할머니와 아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진태와 아이들은 강원도에 가 있다.
“찾았다고?”
난 모처럼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먼저 은인부터 찾았어야 했는데…….’
좀 늦은 감이 있다. 은혜는 백 배, 원수는 천 배로 갚는다는 몽골 속담도 있는데 난 너무 은혜를 잊고 살았다.
“어떠시냐?”
-그런데 아들이 이상해!
아마 간질 발작을 한 걸 본 모양이다.
“간질이야! 아이들 남겨 놓고 너만 올라와라.”
-무슨 일 있어?
“새 식구들 소개해 줄게.”
난 힐끗 조폭 두목을 봤다.
“아저씨 이름이?”
“김재창입니다.”
조폭 두목은 짧게 말했다.
“김재창 씨인데 우리랑 같이 일하기로 했어.”
-재창 선배?
진태는 김재창을 아는 듯했다.
“아나?”
-알지! 실력은 좀 떨어지지만, 진짜 건달이다.
역시 대한민국은 몇 다리 건너면 다 연결되나 보다.
“믿을 만은 하나?”
-최소한 뒤통수는 안 칠 형이다. 의리는 있지. 영등포 재래시장에서 일수 한다던데.
“오늘부로 그 일수 접었다.”
난 김재창을 봤다. 진태도 알고 보니 진국이다. 진국이 진국을 알아보는 법이다. 진태가 괜찮은 사람이라면 괜찮은 거다.
난 조금은 안심이 됐다. 하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믿을 수는 없다.
‘시험해 보면 알겠지.’
난 다시 김재창을 보며 웃었고 내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김재창도 억지로 웃었다.
난 식당에서 고이고이 모셔 놓은 1억이 든 가방을 김진태에게 건넸다.
“이 가방에 1억이 들어있습니다. 현대증권 가서 청솔제약 주식을 사세요.”
내 뜬금없는 소리에 김재창은 멍해졌다.
“1억이라고요?”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믿어지지 않는 눈빛이다.
“열어 보세요.”
사람에게는 견물생심이라는 게 있다. 물건을 봐야 욕심이 나는 법이고, 난 이유 없이 김재창에게 돈을 보여 줬다.
철컥!
가방이 조심히 열렸고, 가방 가득 든 돈다발을 보자 김재창의 눈빛이 다시 한번 파르르 떨렸다.
“청솔제약입니다. 그 돈으로 다 사세요.”
“혼, 혼자 가라는 겁니까?”
“양아치 아니라면서요. 그러니 혼자 다녀오세요.”
“으음!”
김재창은 짧은 신음을 했고, 뒤에 있는 놈은 입이 쩍 벌어져 있을 뿐이었다.
“시간 없어요. 얼른 다녀오세요.”
“예.”
김재창은 짧게 내게 묵례를 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데리고 왔던 동생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난 다시 휴대전화를 꺼냈다. 저장 번호 3번을 꾹 눌렀다.
“보고 있지?”
-가방은 뭡니까?
귀에 익은 목소리. 호중이다. 호중인 출소를 한 다음부터 내 옆에 있었다. 물론 그도 내 사람이다. 난 호중에게 내 신변의 감시와 경호를 맡겼다. 물론 간단한 비술 경공과 비술 외공을 몇 가지 지도해 줬다.
“1억이다.”
난 멀어지는 김재창을 봤다.
-뭐 하시려는 겁니까?
“시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