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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52화 (52/210)

흑막의 신! 52화

“설마 원터치로 쪼개는데 맞았다고 신고 같은 건 안 하겠지?”

“하려고 했으면 벌써 했다.”

조폭 두목이 뒤에서 말했다. 정말 오늘은 저 앞에 선 놈만 내게 덤빌 모양이다.

‘그럼 하루에 한 놈씩? 왜?’

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간다!”

덩치 큰 놈이 마치 황소처럼 내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원래 조폭이라는 것이 개 사료 처먹고 살만 찌우는 것들이라 움직임이 무척이나 둔했다. 그리고 오리털 파카를 처입어서 더 둔해 보였고, 실제 움직임도 둔했다.

쉬웅!

놈은 마치 날 양손으로 잡으려는 듯 팔을 휘저었다.

푹!

“으윽!”

내 주먹에 조폭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나도 살짝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왜 소리가 푹이야?’

원래 내 주먹은 비술 때문에 돌주먹으로 바뀌었다. 기공을 쓰지 않고 또 비술을 쓰지 않아도 이제 그냥 주먹만으로도 충분히 타격치를 낼 수 있다. 그런데 퍽이 아니라 푹 소리의 타격음을 냈다.

‘옷 때문인가?’

난 다시 놈을 힐끗 보고 옆구리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원래면 내 주먹에 늑골이 나갈 거다.

퍽! 탁탁!

“으윽!”

다시 곰 같은 놈이 인상을 찡그렸다.

“뭐냐?”

“그게 주먹이라고 휘두르나?”

곰 같은 놈이 내 성질을 건든다. 마산댁 할머니 때문인지, 아니면 저놈들이 측은해서인지 난 사실 그리 강하게 후려치지 않았다. 그래도 놈이 충격을 받는 게 너무 약했다.

역시 매를 버는 놈은 입이 문제다.

“오 그래! 좀 그럼 올려볼까?”

난 덩치 큰 놈을 노려봤다.

퍼퍼퍽! 퍽퍽!

“으악!”

난 번쩍 뛰어올라 놈을 향해 5연타 발차기를 날렸다. 물론 처음은 뛰어오르며 놈의 몸통을 후려쳤다.

힘은 작용과 반작용이 있기에 미약한 반발력을 이용해서 내 몸을 돌려 등을 찼고 다시 탄력을 받아서 놈의 어깨를 찍고 내려오면서 놈의 목을 차고 나서 다시 쓰러지기 전에 놈의 등을 찍어서 더욱 강하게 쓰러트린다.

쿵!

곰 같은 놈이 비명을 지르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게 바로 요즘 요즘에 재미 삼아 만들고 있는 나만의 무공 초식이다. 이름을 좀 그럴싸하게 지어 붙이면 일대일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초식인 거다. 물론 나처럼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야 가능하다.

‘비영각이 좋겠다. 나는 그림자 발차기! 괜찮네!’

“봤지? 저런 게 진짜 발차기다.”

“저걸 사람이 할 수 있습니까?”

“그럼 저 녀석은 사람이 아니고 뭐냐?”

“몰카 잘 찍었지?”

“예.”

난 힐끗 놈들을 봤다. 그러자 그들은 마치 수업 시간에 떠들다 걸린 학생처럼 화들짝 놀라 입을 꾹 닫았다.

‘뭐지?’

난 뭔가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보통 자기편이 쓰러지면 광분하는 것들이 가만히 서서 자기들끼리 뭔가 쑥덕이는 것 같다.

‘저 녀석들 뭐냐?’

그리고 난 쓰러진 놈을 다시 봤다. 원래 비영각을 찰 때 타격감이 상당하다. 그런데 내게 느껴지는 타격감은 마치 묵직한 나무를 토막을 치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드니 옷을 두껍게 입은 것부터 이상했다.

“으으윽!”

난 쓰러진 놈을 만지작거렸다.

“뭐냐?”

“으윽!”

난 놈의 오리털 파카를 벗기려 했다. 그런데 놈은 몸을 움츠리며 오리털 파카를 사수하려 했다.

하지만 내 완력에 결국 쓰러진 놈의 오리털 파카가 벗겨졌다. 그리고 난 바로 어이가 없어졌다. 앞과 뒤, 그리고 어깨와 등에 마치 갑옷처럼 청테이프로 어디서 구했는지 묵직한 전화부책을 두르고 있었다.

정말 애국가처럼 철갑을 두른 것 같다.

“형, 형님!”

바닥에 쓰러져 있는 놈은 애처롭게 조폭 두목을 봤고, 조폭 두목도 인상을 찡그렸다.

“이건 뭐로 설명을 하지?”

“조폭은 원래 칼 맞을 때 덜 다치려고 그렇게 한다.”

그러고 보니 사시미는 잘 안 들어갈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칼 쓰는 사람도 아니고 저건 오버 같았다. 그리고 순순히 말하는 게 의심스러웠다.

“졌으면 솔직해지는 것이 좋다. 숨기지 말고. 쪽팔리지 않냐?”

“그, 그게…….”

쿵!

갑자기 조폭이 무릎을 꿇었다.

“왜 그래?”

“그 발차기 우리한테 전수해다오.”

이런 뭐 같은 것들을 다 봤나 싶다.

“왜 무릎을 꿇고 난리야?”

“우리도 깡패나 양아치가 아니고 건달처럼 살고 싶다.”

솔직한 말은 마음에 와닿는 법이다.

“그게 그거 아닌가?”

“다르다. 확실히 다르다.”

참 퍽이나 다를까 싶다.

그래도 조금은 순수한 면이 있는 것 같았다. 저런 것들은 내가 잘 컨트롤 하면 자력갱생이 가능할 거다.

“가르쳐 주면?”

순순히 내가 가르쳐 줄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자 조폭 두목과 다른 조폭들의 눈빛이 빛났다.

“평생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역시 조폭다운 대사다. 저런 정신 나간 것들을, 그것도 나이도 많은 것들을 동생들로 두고 있으면 내가 뒤처리를 할 게 많아진다. 그런 건 사양한다.

“나이는 내가 더 어리거든요.”

“그럼 평생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난 조폭 두목을 봤다. 눈빛이 진지했다. 남자가 저런 눈빛을 보이면 거짓이 없을 거다. 만약 눈빛까지 속일 수 있는 놈이라면 영화배우를 해야 할 거다.

난 저 눈빛을 믿기로 했다.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말하지 말고 구체적인 것 말해 봐.”

“뭘 해, 해 주면 되냐?”

“우선 재래시장에서 철수하고.”

난 처음부터 좀 강하게 불렀다. 저게 먹히면 다른 건 다 먹히는 법이다. 안 먹혀도 난 상관없다. 몇 대 쥐어박고 보내면 그만이다. 그러고 보니 참 저들도 불쌍하다.

저 나이에 겨우 19살 된 내게 맞고 사는 게.

“그, 그건 우리 밥벌이다.”

“싫으면 말고.”

난 바로 돌아섰다. 거래할 때는 이렇게 팍팍 밀어붙여야 한다.

“좋, 좋다. 그, 그렇게 하자. 당장 기본금만 받고 모두 철수한다.”

조폭 두목의 말에 조폭들은 놀라 눈이 커졌다.

“형님 그럼 저희는 뭐 먹고 삽니까?”

“안됩니다. 더 큰물에서 놀기 위해서 배우자는 거였지 않습니까?”

“조용히 해!”

조폭 두목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바로 공터가 조용해졌다.

“그, 그게 다냐?”

“물론 아니지.”

난 조폭을 보며 씩 웃었다.

“그, 그럼…….”

“그리고 자력갱생하자.”

“뭐?”

조폭 두목은 날 보며 황당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너희들 마산댁 할머니한테 크게 절해야 해! 오늘 니들 팔자 그 할머니가 고쳐 준 거다.”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호칭부터 정리해야지.”

“뭐, 뭐라고 부르면 됩…….”

“존칭이지. 내가 너희들 보스가 될 거거든. 자력갱생해 줄 보스.”

난 다시 씩 웃었다.

수족처럼 부릴 것들을 이제 구했다. 그러기 전에는 물론 내 무서움을 보여 주고 내가 대단하다는 것도 가르쳐 줘야 할 예정이다.

“몸이 그렇게 둔해서 어떻게 쓰냐? 살부터 빼라!”

“살, 살이요?”

조폭 두목이 어린 내 눈치를 보며 존댓말을 했다.

“그럼 그 덩치에 점프는 하겠냐? 최소 30㎏은 빼라.”

“알, 알겠습니다.”

제일 인상을 구긴 건 내게 5연타 비영각을 맞은 권태라는 놈이다.

“참! 오늘 바빠?”

“안 바쁩니다.”

조폭 두목은 바로 내게 존칭을 썼다. 저러면 나도 존칭을 써주는 게 옳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지하철에서 몇 미친놈들이 다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동방예의지국이니까.

“어디 좀 다녀와요.”

“예?”

“가 보면 알아요. 꼭 돈 없는 사람들 돈 뜯을 필요 없다는 것을 보여 드릴게요.”

난 김용팔 회장이 준 선물을 찾으러 갈 생각이다. 그 선물을 찾고 나면 저들은 그게 내 능력이라고 믿을 거다.

능력은 그 정도로 보여 주면 된다. 이미 주먹 실력은 비영각으로 여실히 보여 줬으니 충분하다. 그렇다고 이들을 믿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난 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지금 내가 전화를 거는 곳은 진태와 아이들이다.

-은성아!

“알아보라는 건 어떻게 됐어?”

-그 할머니 찾았다.

진태와 아이들은 졸업하고 나서 바로 내게로 왔다. 원래 학교는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던 것들이라 졸업에 큰 의미는 없었다. 그런 진태와 아이들을 내가 거둔 거다.

그리고 난 진태와 아이들에게 미래에 자살한 할머니와 아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진태와 아이들은 강원도에 가 있다.

“찾았다고?”

난 모처럼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먼저 은인부터 찾았어야 했는데…….’

좀 늦은 감이 있다. 은혜는 백 배, 원수는 천 배로 갚는다는 몽골 속담도 있는데 난 너무 은혜를 잊고 살았다.

“어떠시냐?”

-그런데 아들이 이상해!

아마 간질 발작을 한 걸 본 모양이다.

“간질이야! 아이들 남겨 놓고 너만 올라와라.”

-무슨 일 있어?

“새 식구들 소개해 줄게.”

난 힐끗 조폭 두목을 봤다.

“아저씨 이름이?”

“김재창입니다.”

조폭 두목은 짧게 말했다.

“김재창 씨인데 우리랑 같이 일하기로 했어.”

-재창 선배?

진태는 김재창을 아는 듯했다.

“아나?”

-알지! 실력은 좀 떨어지지만, 진짜 건달이다.

역시 대한민국은 몇 다리 건너면 다 연결되나 보다.

“믿을 만은 하나?”

-최소한 뒤통수는 안 칠 형이다. 의리는 있지. 영등포 재래시장에서 일수 한다던데.

“오늘부로 그 일수 접었다.”

난 김재창을 봤다. 진태도 알고 보니 진국이다. 진국이 진국을 알아보는 법이다. 진태가 괜찮은 사람이라면 괜찮은 거다.

난 조금은 안심이 됐다. 하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믿을 수는 없다.

‘시험해 보면 알겠지.’

난 다시 김재창을 보며 웃었고 내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김재창도 억지로 웃었다.

난 식당에서 고이고이 모셔 놓은 1억이 든 가방을 김진태에게 건넸다.

“이 가방에 1억이 들어있습니다. 현대증권 가서 청솔제약 주식을 사세요.”

내 뜬금없는 소리에 김재창은 멍해졌다.

“1억이라고요?”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믿어지지 않는 눈빛이다.

“열어 보세요.”

사람에게는 견물생심이라는 게 있다. 물건을 봐야 욕심이 나는 법이고, 난 이유 없이 김재창에게 돈을 보여 줬다.

철컥!

가방이 조심히 열렸고, 가방 가득 든 돈다발을 보자 김재창의 눈빛이 다시 한번 파르르 떨렸다.

“청솔제약입니다. 그 돈으로 다 사세요.”

“혼, 혼자 가라는 겁니까?”

“양아치 아니라면서요. 그러니 혼자 다녀오세요.”

“으음!”

김재창은 짧은 신음을 했고, 뒤에 있는 놈은 입이 쩍 벌어져 있을 뿐이었다.

“시간 없어요. 얼른 다녀오세요.”

“예.”

김재창은 짧게 내게 묵례를 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데리고 왔던 동생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난 다시 휴대전화를 꺼냈다. 저장 번호 3번을 꾹 눌렀다.

“보고 있지?”

-가방은 뭡니까?

귀에 익은 목소리. 호중이다. 호중인 출소를 한 다음부터 내 옆에 있었다. 물론 그도 내 사람이다. 난 호중에게 내 신변의 감시와 경호를 맡겼다. 물론 간단한 비술 경공과 비술 외공을 몇 가지 지도해 줬다.

“1억이다.”

난 멀어지는 김재창을 봤다.

-뭐 하시려는 겁니까?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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