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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56화 (56/210)

흑막의 신! 56화

‘혈이 모두 다 흐트러져 있어.’

고대의 지인기약문의 처지에서 보면 간질은 혈이 막혀 체내의 기가 원활이 돌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병이다.

‘이렇게 쓸 줄은 몰랐네.’

난 지인기약문의 기공을 사용하기 위해 몸에 있는 기를 모았다. 그리고 천천히 남자의 머리를 잡았다. 내 손에 전달되는 떨림이 엄청났다.

“으으윽!”

정말 전신 발작은 지랄병 같았다.

“이얍!”

짧은 기합과 함께 내 몸에 축적된 기를 남자의 몸에 밀어 넣었다.

기는 무형의 힘이며 보이지 않는 에너지다. 양학적 공부를 한 나에게 뭐라 정의할 수 없는 기를 그렇게 정의했다. 내 몸에서 뿜어지는 기가 남자의 몸을 통해 일주천하여 막힌 혈을 뚫고 다시 몸 안으로 돌아서 얇아진 혈맥을 확장한 후 뇌에 발생해 있는 병리적 문제점을 서서히 제거해 나가는 거다.

“으으으!”

남자는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이 고통을 이겨내면 일주천한 기는 저 사람의 몸을 보호해서 불균형해진 몸을 바로 잡을 것이다. 그리고 난 바로 비술을 시전했다.

비술의 핵심은 몸을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거다.

난 비술로 6개의 중추 비혈을 눌렀고 그 눌린 비혈은 남자의 신체적 리듬을 향상시켜 몸을 강하게 만들 거다.

“이얍!”

“으으윽!”

여자는 놀란 눈으로 날 봤다. 이제 마지막이 남았다. 난 내 주머니 속에 가지고 있는 영약 가루를 0.1g 정도 뜯어내 남자의 코에 불어 넣었다.

“후!”

이제 모든 치료 시술은 끝이 난 거다. 마지막 시술까지 끝이 나니 남자의 경련이 멈췄다. 그리고 마치 아이처럼 편히 잠이 들었다. 난 고개를 돌려 여자를 봤다.

“날 봤다는 소리 같은 것은 하지 말았으면 해.”

“괜찮은 거야?”

남자가 경련을 한번 하기 시작하면 1시간 정도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5분도 채 하지 않은 것을 보고 내게 물었다.

“괜찮아지겠지.”

“너 뭐야?”

이건 신기함과 놀라움에 대한 물음이다.

난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난 일어섰다. 그리고 여자를 한 번 보고 돌아섰다.

“정, 정말 이 사람 괜찮은 거야?”

“괜찮아질 거야!”

난 앞으로 걸어 나갔다.

“너 이름이 뭐니?”

“왜?”

난 고개를 돌려 여자를 봤다. 내 물음에 여자는 대답이 없다.

“난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거다. 그러니 당신은 날 못 본 거다. 난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난 그렇게 말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알았어.”

그렇게 은혜 갚기는 시작됐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이제 남자는 건강해질 거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찾고 열심히 살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살려고 해도 자신의 과거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일거리가 없고, 또 언제 발병을 할지 모른다는 의심 속에서 남자는 힘들어할지도 모른다. 확실히 난 저 남자와 자살하셨던 할머니의 삶을 조금은 더 윤택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살길을 열어준다.”

이제 이 시골에 온 지도 이틀째다. 청솔제약을 김용팔 회장이 인수했다는 소식이 주식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블로그에 크게 떴다.

그리고 주식은 이틀째 상한가를 쳤다. 역시 김용팔 회장의 영향력은 엄청난 거였다.

‘최 회장이라는 사람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

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 영향력이 크면 컸지 절대 작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

.

.

“뭐?”

“나도 너 목소리도 들었거든.”

내 말에 진태는 인상을 찡그렸다.

“언, 언제 왔는데?”

“네가 샤워하고 나서 딱 5분 만에 그 누나한테 혼날 때 들어왔지.”

내 말에 진태는 인상을 찡그리다 못해 구겼다.

“다, 다 들은 거야?”

“남자가 그렇게 부실해서 어쩌냐? 덩치라도 작으면 그렇다고 생각하지. 잔뜩 여자 기대시켜놓고 참 불쌍하다 너도.”

내 말에 진태는 침울해졌다.

“그러니까 문제고 고민이지.”

겨우 20살 놈의 고민치고는 황당했다.

“좋은 방법 있는데 알려줄까?”

“뭔데?”

진태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날 빤히 봤다. 역시 남자한테는 그게 무척이나 중요한 모양이다. 어리나 늙으나 다 그 문제 때문에 고민인 거다.

“뭐냐고? 뜸 들이지 말고 말해줘.”

“알고 싶지.”

진태는 막둥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비싼데…….”

“평생을 충성할게.”

“그럼 충성 안 하려고 했어?”

“아니. 그건 아니지만… 하여튼 뭐든 내가 너한테 잘할게.”

진태의 눈빛은 간절했다.

“좋다. 딱 너라서 알려준다.”

“고맙다. 은성아! 그래 방법이 뭔데?”

“살 빼, 임마! 하하하!”

모닝 농담은 여기까지다.

진태는 내 말에 인상을 구겼다.

“야!”

“밥 먹자. 하하하!”

난 침대에서 일어났다. 진태는 내게 당했다고 인상을 구기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담배 그거 정력에 제일 안 좋다더라.”

내 말에 진태는 인상을 구기며 물고 있던 담배를 꺾어 버렸다.

“담배 맛 떨어지게.”

“어린놈이 그렇게 피다가는 뼈 삭아 임마.”

“그래도 너보다는 나이가 많아.”

“난 담배 안 피우거든….”

* * *

우선 자살한 할머니의 아들이 가지고 있던 병은 내가 고쳤다. 이제 어떻게 두 모자를 먹고살게 해주냐가 문제였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할머니에게 가서 당신들 편히 먹게 살게 해 줄게. 이렇게 말할 수도 없다. 가난하게 산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배타적 성향이 강하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저들을 도와야 한다.

“혹시 땅이라도 좀 가지고 있으면 좋으련만.”

내 혼잣말에 진태가 반응했다.

“무슨 땅?”

“그런 게 있다. 혹시 그 할머니 땅 같은 거 가지고 있냐?”

난 진태에게 할머니의 경제적 상태도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있기는 있는데…….”

“있는데?”

“산 밑에 밭이 조금 있는 것 같더라. 딱 채소 말고는 심을 게 없는 땅이다.”

“얼마나?”

“한 500평 되는 것 같다.”

“확실해?”

“그럼 확실하지. 내가 이래도 일은 대충 안 해.”

“됐다.”

난 씩 웃었다.

이제 방법이 생겼다.

‘김 회장을 이용하면 되겠네. 그리고 나도 돈 좀 벌고.’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언제 올라갈 건데?”

진태가 내게 물었다.

“며칠 더 있어야겠다.”

“며칠 더?”

진태는 인상을 찡그렸다. 답답한 모양이다. 하지만 나 이곳에서 은혜도 갚고 크게 한몫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김 회장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 * *

난 진태와 함께 자살한 할머니가 보유하고 있다는 땅을 보기 위해 이동했다.

경치가 정말 좋은 곳.

하지만 이런 곳은 돈이 안 되는 땅이다. 그리고 어이없게 맹지나 다름없는 곳이기도 했다. 정말 산 밑에 있는 약간 넓은 비탈밭이었다.

이런 땅은 평당 만 원도 안 할 땅이다.

완전한 맹지가 아니라서 그래도 만 원 위아래로 거래가 될 거다. 완전한 길 없는 땅이면 5천 원도 안 할 땅이었다. 이 보잘것없는 땅이 아들의 죽음에 슬퍼해 자살한 할머니의 유일한 재산일 거다.

‘참 땅도 답답하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말이 있다.

거의 맹지에 가까운 땅이기에 이곳의 땅값을 올릴 방법은 내 동업자인 김용팔 회장의 등을 두 눈 질끈 감고 떠미는 것뿐이다.

물론 그러려고 왔지만 말이다.

“여기네.”

“응 여기야! 포토 한 대 겨우 들어올 정도야. 사람들이 그러는데 거의 이런 땅은 맹지래.”

“그래. 그래 보이네.”

난 진태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은 그거밖에 없네.’

내가 할머니의 아들의 병을 고쳐줬다고는 하지만 이미 패배의식에 잠겨 있는 할머니의 아들은 쉽게 일어서지 못할 거다. 그러니 내가 어떻게든 살길을 열어줘야 한다.

물론 난 내 돈 한 푼 안 쓰고 그렇게 하겠지만 말이다.

‘영약의 모종과 종균을 배양하는 생명과학 연구소를 이곳에 건설하면 되겠어.’

이 영양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생명과학의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이곳 주변을 쭉 눌러봤다.

‘3년만 지나면 이곳을 지나는 똥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닐 거다.’

난 미래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개포동.

그 뜻은 개도 포니는 끌고 다닌다고 시쳇말로 말해지기에 생긴 지명이다. 최소한 그만큼은 될 거다.

이곳에 땅을 가지고 있어서 운이 좋아 거부가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장사해서 돈을 버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그 사람들은 모두 이 땅의 주인인 할머니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할머니가 이곳에 계시지 않으면 이곳은 100년이 지나도 이 꼴이겠어.’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진태를 봤다.

“이곳이다.”

“뭐가?”

한참을 생각하고 있던 내가 뜬금없는 말을 하자 진태가 궁금한 듯 나를 봤다.

“내 미래를 배양할 곳.”

“너의 미래?”

“그래. 또 너의 미래이기도 하지.”

“중요한 곳이야?”

진태가 궁금하다는 듯 날 보며 물었다.

“중요해질 곳.”

난 이곳에 영약 모종 증식 사업장과 종균 배양 연구소를 설립할 결심을 했다.

이런 엄청난 오지에 말이다.

사실 어디든 상관이 없다. 어쩌면 이런 곳이 더 내게는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지 김용팔 회장은 분명 반대를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모든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다.

‘괘씸하다는 생각은 하겠지만 어쩔 수 없을 거야!’

김용팔 회장은 이곳에 종균 배양 연구소와 영약 모종 증식 사업장을 건설한다고 하면 괘씸하게 나를 생각할 거다. 물론 나도 꽤 괘씸한 짓을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난 나를 숨기고 할머니를 도울 수 있다. 내가 표면에 나선다면 지금까지와 반대로 할머니가 내게 빚이 생긴다.

난 그런 연결 고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평당 15만 원쯤에 매입해 드리면 되겠지. 아니면 30만 원도 괜찮고.’

이 땅을 매입할 때 들어갈 돈은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니기에 얼마든 상관이 없다. 15만 원이면 7천 500만 원이고 30만 원이면 1억 5천이다.

팔자를 고칠 돈은 아니지만 건강해진 아들이 뭔가 할 수 있는 돈은 될 거다.

500만 원짜리 땅이 내 의지에 따라 1억 5천이 되는 거고 그건 그만큼 내가 힘이 생기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꼭 뭔가를 할 필요는 없지.’

난 건강해진 아들을 이곳에 취직시킬 생각을 했다. 그럼 김 엔 동방의 정직원이 된다. 그럼 평생 먹고 사는 것은 걱정이 없을 거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꿈꾸는 것이 이루어진다면 정말 스톡옵션을 받아 팔자를 고칠지도 모른다.

“시작해 볼까? 어디 아전이 되어 보자. 하하하!”

“무슨 말이야?”

“아전인수.”

“그게 뭔데?”

진태가 아전인수의 뜻을 몰라서 내게 되물었다.

“공부 좀 해라. 공부해서 남 주냐?”

“학교 다닐 때도 안 한 공부를 왜 지금 와서 해야 하는데?”

“답답하다.”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진태가 나를 째려봤다.

“너 그러다가 똥구멍 다시 헌다.”

내 말에 거대한 곰 같은 진태가 놀라 나를 보며 헤헤거렸다.

“왜 이러셔! 말이 그렇다는 거지.”

“농담이다. 농담!”

난 진태에게 말을 하고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서 김재창에게 전화했다.

-김재창입니다.

“접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오늘 주식 다 팔고 현금 가지고 화천으로 오세요.”

-화천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땅을 좀 사야겠네요.”

-알겠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되묻는 것도 없는 김재창이다.

“땅 사려고?”

진태는 궁금한지 내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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