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65화
“곧 오시겠죠.”
창권의 어머니는 내 손을 잡았다. 따뜻한 온기가 내게 전해졌다. 저 따듯함은 고마움일 거다.
“고마워서 어쩌나? 정말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네.”
“괜찮아요. 창권이는 둘도 없는 제 친구거든요.”
난 창권을 보며 웃었다.
내가 창권의 어머니를 도와준다고 해서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 원래부터 세 할머니 식당을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니 이왕이면 아는 사람으로 2호점을 내는 게 좋다. 그리고 3호점, 4호점도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하면 된다.
아마 앞으로 세 할머니 식당은 희망 밥집이 될 거다. 이렇게 나누고 나누다 보면 난 어느 순간 엄청난 부자가 되어 있을 거다.
꼭 장사는 이문만 남기려고 발악할 필요는 없는 거다. 그런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일을 추진할 때 이익과 함께 사람이 남는 법이다.
그렇게 창권의 어머니는 일어나셨다. 그리고 마산댁 할머니의 음식 비법을 전수받는 첫 번째 제자가 되셨다.
식당 보조 수습 기간 동안은 세 할머니 식당에서 월급제로 일했다. 200만 원 정도의 월급이지만 그래도 생활은 할 수 있을 거다.
희망을 잃은 가정에 희망이 생긴 거다. 그럼 된 거다.
이제 응징만이 남은 거다.
‘뜨악새! 어서 찾아와. 어서!’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 * *
호중은 은성의 지시를 받고 박지은을 감시하고 있었다. 원래 호중은 기초적인 비술을 익히기 전에도 누군가를 미행하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은성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기초적인 비술이나마 은성에게 배워 익힌 후로 그 감각이 더 탁월해져 있었다.
이렇게 비술은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거였다. 그리고 이제는 은성만큼은 안 되도 비술 경공에 두각을 보였다. 그러니 사람을 감시하고 지키고 미행하는 것에 능력을 보일 것이다.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저러지?”
요 며칠 호중이 박지은을 감시하며 느낀 것은 그녀가 타고난 꼴통이라는 거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저렇게 비뚤어진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꼴통 기질이 충만했고 또 날라리였다는 거였다.
그런 날라리가 가정 형편까지 갑작스럽게 어려워지니 이때다 싶어서 정말 대놓고 막 나가는 거였다.
“피시방?”
호중은 박지은이 피시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18살짜리 말만 한 여자애가 혼자 피시방을 들어가는 이유는 몇 되지 않는다.
그것도 날라리가.
그 첫 번째가 게임 폐인의 경우다.
그 다음이 참으로 문제가 많은 원조 교제를 위한 채팅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호중이기에 절로 인상을 찡그리는 거였다.
‘저 꼴통이 또 무슨 사고를 치려는 거지?’
호중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짜고짜 저번처럼 업어서 집에다가 데려 놓을 수도 없었다.
‘또 바빠지겠네.’
호중은 박지은을 처음 찾았을 때를 떠올렸다. 호중은 박지은을 찾기 위해 그날에만도 8번의 패싸움을 해야 했다. 물론 비술 때문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잔부상이 꽤나 생겼었다. 그래서 호중은 박지은이 움직일 때마다 짜증스럽기만 했다.
‘저 꼴통! 몇 대 쥐어박아 주면 소원이 없겠다.’
호중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이 사부라고 여기는 최은성의 친구의 동생이 바로 박지은이었고, 최은성이 그녀를 자신의 동생처럼 여기라고 했기에 차마 쥐어박을 수가 없었다.
괜히 쥐어박았다가 최은성에게라도 걸리는 날에는 되로 주고 말로 받을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사부 성질에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호중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인상을 찡그렸고, 그런 호중을 피시방으로 올라가던 박지은이 보고 피식 웃었다.
“찰거머리! 어디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
박지은도 호중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박지은은 피시방에 들어갔다가 20여분이 지난 후 다시 나와서는 다짜고짜 가까운 지하철 출구로 걸어가 그 앞에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면서도 호중이 주변에 있는지 살피는 박지은이었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묘했다. 마치 장난을 치는 아이 같은 눈빛이었고 또 호중을 보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이래서 나쁜 남자에게 여자가 잘 엮이는 모양이다.
자신에게 거칠게 대하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끌리는 것이 여자의 특이한 본성 중 하나일 것이다.
“쟤 또 뭐하는 거야?”
그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호중이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박지은은 지하철 출구 앞에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20여분 정도 지나고 나자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 하나가 박지은 옆에 섰다.
누가 보면 그냥 서로 모르는 사람 같아 보였다.
“휴우~. 정말 상 꼴통이다.”
호중은 저리 어색한 만남이 뭘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 * *
“아저씨인가요?”
“응. 오래 기다렸어?”
“아시죠. 가격은?”
“만나자마자 삭막하게 왜 그래. 어디 조용한 곳에 갈까?”
“바로 주면 가고. 안 주면 욕 가고.”
박지은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중년의 남자도 피식 웃고 지갑에서 20만 원을 꺼내 박지은에게 건넸다.
“왜 꼭 현찰이야?”
“난 원래 현찰이 좋아요.”
“너 현찰 받고 튀면 그냥 안 둔다.”
중년의 남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박지은에게 으름장을 놨다.
“내가 왜 도망을 쳐요? 한 20분 그냥 딴 생각하면서 누워 있으면 되는데.”
박지은의 말에 중년의 남자는 자신이 원조 교제를 하면서도 이런 애는 처음 본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박지은은 그런 중년의 남자를 보며 피식 웃고 힐끗 주변을 살폈다.
‘이 근처에 있겠지. 호호호!’
박지은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너도 참 대단한 애다.”
“그럼요. 저 원래 이래요.”
박지은은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길거리와 모퉁이 어디에도 호중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찰거머리 어디에 간 거지?’
박지은은 그렇게 호중을 무슨 이유에선가 찾고 있었다. 하지만 호중은 박지은이 생각하지 못한 곳에 서서 박지은을 감시하고 있었다.
건물 옥상!
보통 사람은 자신의 시야에서 뭔가를 찾는다. 그리고 그 시야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라도 위를 보지는 않는다.
거의 대부분 눈앞에서 15도 위로 보는 것이 전부고 나머지는 다 앞과 아래를 보며 뭔가를 찾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 호중은 그보다 높은 각도에서 박지은을 감시하고 있는 거였다.
물론 박지은이 급하게 자신을 골탕 먹이려고 사라지면 호중도 꽤나 땀을 싸야 하지만 그래도 들키지 않는 것이 제일 우선인 호중이었다.
“가지?”
“갈까요?”
“그래.”
* * *
호중은 박지은이 있는 지하철 출구 앞 건물 옥상에 서서 박지은을 감시하다가 정신을 집중했다.
“사부의 말대로라면 사람은 정신만 집중하면 기적도 만들 수 있다고 했어.”
호중은 겨우 기초적인 비술만 은성에게 익혔다. 하지만 그 기초적이라는 것이 은성의 생각을 바탕으로 한 기초이기에 호중은 해동일문 첫 번째 제자로 은성이 구사하는 비술의 3할 정도를 수련한 상태였다.
3할의 비술.
겨우 3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7할은 비술로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극소화하는 암살술이기에 평범한(?) 기술은 다 배웠다고 할 수 있었다.
“안 봐도 비디오다.”
호중은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물러나서 바로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물론 10미터 아래로 바로 착지를 한 것은 아니었다.
워낙 서울이 좁다보니 다닥다닥 건물을 지었고, 그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짚고 아래로 급하게 내려오는 호중이었다.
“와! 저 개꼴통! 원조 교제라니…….”
하지만 호중은 박지은이 꼴통이라는 것만 알지 머리가 비상하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영악할 정도로 머리가 비상한 박지은이었다.
“어서 타지!”
중년 남자가 박지은에게 차를 타라고 권했다. 박지은은 그때까지도 주변을 힐끗힐끗 살피며 호중을 찾고 있었다. 그때 건물 옥상에서 낙하를 한 호중이 급히 앞으로 나오다가 박지은과 눈이 마주쳤다.
‘뭐야? 저 눈빛은!’
호중은 박지은의 눈빛에서 마치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뭐지?’
호중으로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었다.
“왜 그래?”
중년의 남자가 박지은에게 물었다.
“아니에요. 타요. 타!”
“좋은 시간 보내자고.”
그렇게 박지은이 차를 타자마자 차는 출발했다.
‘차가 외제차네. 돈깨나 있는 개새끼군.’
호중도 이상할 만큼 가진 자에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진 자가 이렇게 박지은과 원조 교제를 하려고 이 지랄을 하고 있으니 더욱 반감이 드는 호중이었다.
“젠장! 이래서 차가 있어야 한다니까.”
호중은 인상을 찡그리며 급히 택시를 잡아 탔다.
‘아까 그 눈빛은 뭐지?’
호중은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 씩 웃던 박지은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디로 모실까요? 손님!”
“저 벤츠 따라가 주세요.”
호중의 말에 운전기사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놓쳐도 전 모릅니다. 요즘 워낙 서울 교통이 엉망이라서.”
이런 일을 꽤 겪어 본 기사인 듯 했다.
“안 놓치면 따블 드리죠.”
“좋습니다. 출발하죠.”
운전기사는 씩 웃으며 차를 몰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벤츠 자동차 옆으로 붙었다.
“왜 옆에 붙으세요?”
호중의 말에 운전기사는 씩 웃었다.
“뒤에 붙으면 백미러로 다 보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옆에 붙었다가 앞질렀다가 뒤쳐져서 달려야 의심을 안 합니다.”
“그래도 자꾸 눈에 띄면 의심을 할 수 있잖아요.”
“서울에 택시만 5만 대입니다. 의심하는 놈이 더 이상합니다. 택시가 이런 미행에서는 안 들키죠.”
“정말요?”
“그렇다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놓치지만 마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따불인데.”
운전기사는 꽤 미행을 해 본 모양이다.
벤츠는 서울 외곽으로 나갔고, 운전기사는 대충 알겠다는 듯 씩 웃었다.
“미사리 쪽으로 가겠네.”
“미사리요?”
“거기 러브호텔 많고 많습니다. 여자 친구가 이상한 짓이라도 하나요?”
운전기사는 호중을 힐끗 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을 하세요?”
호중은 내심 놀라면서도 태연한 척을 하며 물었다.
“애인이 바람이 나기에는 손님께서 너무 어리니까. 그러고 보니 요즘 저런 것이 문제네. 문제. 나이만 처먹는다고 어른은 아닌데 말이야!”
운전기사도 대충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감이 잡히는 모양이다. 그렇게 감을 잡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저기 러브호텔에 서네.”
역시 운전기사의 예상대로 벤츠 자동차는 러브호텔 앞에 섰다.
‘젠장! 하여튼 막 나가는 꼴통이라니까.’
호중은 인상을 썼다.
그리고 어떻게든 빨리 진태와 형성을 가르쳐서 자신의 신세를 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벤츠에서 내린 박지은과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팔짱을 끼고 러브호텔 안으로 들어가면서 다시 힐끗 뒤를 봤다.
호중은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쟤 왜 저래?’
하여튼 박지은은 원조 교제를 위해 중년의 남자와 러브호텔로 과감하게 들어가고 있었다.
역시 이래서 여자애들은 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한다. 주머니에 돈이 떨어지면 몸으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말이다.
정말 요즘 애들 무섭다. 그래서 요즘 딸년들 가진 아빠들이 걱정이 태산일 거다.
“안 놓쳤으니 따블입니다.”
운전기사의 말에 호중은 10만 원짜리 수표를 건넸다. 그리고 급하게 내리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