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66화
“좀 있다가 내리세요.”
“왜요?”
“지금 내리면 몇 층 몇 호에서 불이 켜지는지 모르잖습니까? 여기는 경찰이 와도 절대 룸 키 안 줍니다. 배상할 각오하시고 부수고 들어가야 할 겁니다.”
운전기사는 정말 불륜 상황을 많이 추적해 본 것 같았다. 호중은 운전기사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리고 불이 커졌다.
“저게 몇 호야?”
호중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3층 304호가 아니면 3층 306호겠네요. 오른쪽에서 호수 시작하면 304호, 왼쪽이면 306호 정도 될 겁니다.”
운전기사기사는 모처럼 따블을 받아 기분이 좋았는지 대략적인 호실 수도 알려 줬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하하하! 제가 뜨악새라고 왕년에 제법 날렸습니다.”
“뜨악새요?”
“그런 게 있습니다. 요즘에 설치는 뜨악새는 다 가짜입니다. 하하하! 벗고 씻고 담배 하나 피고 하면 한 20분 정도 걸리겠네요. 딱 빼도 박도 못하는 순간에 덮치려면 20분 정도 기다리시면 됩니다.”
호중은 운전기사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박으면 저 좆 됩니다.”
“하하하! 그러세요? 그럼 타이밍을 잘 맞춰 보세요.”
하지만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순간이 되면 안 되는 호중이었다. 만약 중년의 남자가 박지은에게 박기라도 한다면 호중은 은성에게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으니 말이다.
‘절대 안 되지. 박으면 나만 좆 된다.’
호중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호중은 정말 최소한 넣기 전에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넣고 나서 빼도 박도 못하는 순간이 되면 일이 엉망이 되고, 그 책임을 모두 자신이 져야 할 거라는 것을 호중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래서 미행이 싫다니까. 젠장!’
호중은 인상을 찡그렸다가 운전기사를 봤다. 아무리 봐도 쓸모가 많은 운전기사였다.
“하여튼 고맙습니다. 혹시 명함 있으세요?”
“명함요?”
“예. 나중에 콜 부를 일 있으면 부르려고요.”
“예. 고맙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하하하! 자주자주 찾아 주세요. 한 번 운행에 돈을 두 배로 벌면 운행이 두 배로 줄어들죠. 하하하! 여기 있습니다.”
호중은 명함을 받았다.
호중은 자신을 뜨악새라고 밝힌 운전기사의 말처럼 20분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러브호텔 정문을 통과해서 급하게 계단을 뛰어올랐다.
“304호 아니면 306호라고 했지?”
호중은 지금 자신이 뭐하는 짓인지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어떻게든 진태와 형성에게 비술 경공을 빨리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야릇한 복도를 지나 잰걸음으로 304호 앞에 섰다.
기분 때문인가?
바닥에서 스멀스멀 피어나는 이상한 냄새가 밤꽃 냄새처럼 느껴졌다.
“확률은 50 대 50이야!”
호중은 손잡이를 꽉 쥐었다. 그리고 힘껏 돌렸다.
바지직!
순간 손잡이가 부서졌다. 역시 호중은 은성의 첫 제자였다. 초급이기는 하지만 비술 외공으로 신체 능력이 상당 부분 향상된 탓에 엉성한 러브호텔 문고리 정도는 부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다시 욕실과 연결되는 문과 룸으로 연결되는 문이 보였다. 호중은 이 역시 문고리를 잡아 비틀었다.
바지직!
당연히 문고리는 부서졌다.
그리고 호중은 벌컥 문을 열었다.
“아아아! 아아아!”
여자의 괴성이 호중의 귀를 자극했고, 한참 힘을 쓰는 중년 남자의 추악한 엉덩이가 호중의 눈에 가득 들어와 호중은 눈살을 찌푸렸다.
‘젠장! 눈 더러워졌네.’
뭔가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 지켜보면 기분이 야릇할 거다. 여자는 괴성을 지르다 말고 고개를 들어 호중을 봤다.
호중과 여자의 눈이 마주쳤고 여자는 놀라 눈이 커졌다. 중년 남자는 여전히 여자의 몸에 빠져 있어 호중이 들어왔는지도 몰랐다.
역시 남자는 그 짓을 할 때 모든 정신이 거기에 쓰인다. 하지만 여자는 호중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비명을 지르려는 찰나 호중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마치 조용히 하면 바로 나가겠다는 신호 같았다.
여자도 호중의 말을 알아먹은 것 같았다. 그 정도의 동작을 알아먹는 것으로 봐서 여자는 분명 출장 마사지이거나 조건 만남으로 돈을 버는 여자가 분명할 거다. 그게 아니면 꽃뱀이 분명할 거다.
호중은 조용히 룸을 빠져 나왔다.
이제 남은 것은 306호다. 호중은 급하게 달려갔다.
그리고 304호처럼 문고리를 잡고 비틀었다.
바지직!
역시 문고리는 쉽게 부서졌다. 이제 이곳에 자신의 골칫거리 박지은이 있을 확률은 100퍼센트다. 호중은 바로 앞에 있는 문을 힘껏 발로 찼다.
쾅!
바지직!
쾅
벌컥!
“너희들 뭐하는 거야!”
호중은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소리를 질렀고, 호중의 출현에 놀란 중년의 남자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안절부절못했다. 이미 팬티도 벗은 상태였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박지은은 화장대에 앉아 인상을 찡그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는 점이다. 마치 못 볼 것을 봤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물론 못 볼 것을 본 것은 확실했다.
박지은은 호중의 출현에도 놀라지 않고 피던 담배를 피우고 나서야 형식적으로 놀란 척을 했다.
“뭐예요? 누구예요?”
박지은의 엉성한 놀람에 호중이야말로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호중은 침대에 누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벗고 있는 중년의 남자를 노려봤다.
“당, 당신 뭐야? 뭐야? 애새끼잖아! 뭐야?”
남자가 자신의 몸을 가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너보다는 착한 새끼지.”
퍽!
호중은 바로 중년 남자의 후려 깠다. 그리고 박지은을 노려봤다.
“정말 너 가지가지 한다.”
호중이 째려보자 박지은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피식 웃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이제 오냐는 그런 눈빛이었다.
“뭐가?”
“너 부끄럽지도 않아?”
호중의 말에 박지은이 호중을 노려봤다.
“왜. 몸 써서 머리 써서 돈 버는데 뭐가 문제야?”
“뭐?”
어이가 없는 호중이었다.
“넌 내가 있는 한 무슨 짓도 못 해.”
“맹추!”
“뭐?”
“오빤 맹추라고!”
“너희들 아는 사이야?”
호중에게 맞았던 남자가 급하게 일어나 호중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으윽!”
중년의 남자는 자신의 코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그러다가 사람 크게 다쳐!”
박지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넌 닥치고 있어.”
호중은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중년 남자를 째려보고 다시 한 대 후려쳤다.
퍽!
“으악!”
“꿇어! 개새끼야! 그래 아는 사이다. 어쩔래? 이 더러운 새끼! 저런 애랑 하고 싶냐?”
호중의 명령에 남자는 바로 더는 맞기 싫어서 무릎을 꿇었다.
“야! 꼴통! 너 담배 안 꺼!”
박지은은 귀찮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어서 담배 꺼!”
호중은 정말 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다시 무릎을 꿇고 있는 중년의 남자를 봤다. 정말 집에 가면 박지은 정도 되는 딸이 있어 보이는 나이처럼 보였다.
“딸 같은 애한테 꼴리나? 너 같은 새끼는 죽어야 해.”
“그, 그게…….”
“다물어라. 그냥. 다 털어 버리기 전에.”
호중의 말에 중년 남자는 입을 닫았다. 사실 호중은 은성에게 비술 초급의 가르침을 받았다. 만약 지금 비술 상급을 배워서 비술 암기를 쓸 수 있었다면 바로 저 남자의 정력을 최소화시켰을 거다.
하지만 그럴 능력이 후중에게 없었다. 그렇다면 그냥 반죽이 되도록 패는 것뿐이었다.
퍼퍼퍽!
“으아악!”
퍽!
“아악!”
남자는 절규처럼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 죽겠다. 그만 때려!”
박지은은 호중에게 소리를 질렀다.
“너도 가만히 안 둔다.”
“무슨 권리로?”
“하여튼.”
“애인도 아니고 참! 그렇다고 오빠도 아닌데 왜 자꾸 지랄이니?”
박지은의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정말 싸가지는 밥을 말아 먹어도 벌써 먹은 애다.
“닥치고 있어라! 나 화났다.”
호중이 박지은을 매섭게 노려봤고 그 순간 박지은의 눈빛이 반짝였다.
아주 묘하게.
그리고 호중은 정말 원이 풀리도록 중년 남자를 매질했다.
원조 교제를 하려고 했던 중년의 남자는 정말 반죽이 되도록 맞았다.
“가자! 썅!”
호중은 박지은의 손을 잡고 모텔에서 끌고 나오다가 죽도록 맞은 중년의 남자를 노려봤다.
“신고하려면 해라. 대신 너는 언젠가는 내 손에 죽는다. 사회에서도 매장될 거고.”
호중은 중년 남자에게 무섭게 경고를 했다.
사실 중년 남자는 지금 정신이 없었다.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고 갈비뼈 서너 대는 나간 것 같았다.
“으으윽!”
호중은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 룸에서 나왔다. 물론 박지은은 질질 끌려서 나왔다. 호중은 그렇게 다시 한 번 박지은의 탈선을 막았다. 앞으로 또 얼마나 더 그녀의 탈선을 막아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호중은 지금 박지은에게 이용당한 거였다.
“오빠!”
“내가 왜 네 오빠야?”
“나보다 한 살 많다며?”
“그래서?”
“그러니 오빠지. 하여튼 오빠!”
“왜?”
호중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이제이라는 말 알아?”
“이 상황에 개가 풀을 뜯어 먹고 있는 소리를 하고 있네.”
호중은 씩씩거리며 말했지만 사실 이이제이의 뜻을 모르고 있었다.
“호호호! 오랑캐로 오랑캐를 잡는다는 말이지.”
“뭐?”
“오빠 뭐 좋아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오빠 참 둔하다.”
“왜 내가 둔해?”
호중은 그렇게 말하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너 설마…… 처음부터?”
“빙고. 호호호! 난 오늘 오빠 때문에 돈 벌었다.”
순간 호중은 숨이 턱 하고 막혔다.
“정, 정말이야?”
“그래. 20만 원. 용돈은 되지. 호호호!”
박지은의 말에 호중은 다시 한 번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박지은을 봤다.
“너, 너 정말 꼴통이구나!”
“머리 좋은 꼴통이지.”
박지은은 호중을 보며 씩 웃었다.
“그리고 미치기 일보 직전이고.”
“뭐?”
조금 전까지 씩 웃던 박지은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뭐?”
계속 뭐? 만 반복하는 호중이었다. 역시 호중보다 박지은이 더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가 확실했다.
“앞으로 이런 꼴통 짓 하면 가만두지 않는다.”
“가만 안 두면 어쩔 건데?”
박지은이 호중을 째려봤다.
“너 왜 자꾸 나쁜 짓만 골라서 하는 거니?”
호중은 마치 친오빠처럼 박지은을 꾸짖었다. 하지만 친오빠도 아니니 박지은은 콧방귀만 뀔 뿐이다. 그러면서도 묘한 눈으로 호중을 보고 있는 박지은이었다.
“너야말로 왜 그러니?”
그 순간 박지은이 호중에게 반말을 했다.
“너?”
“그래, 너지. 우리 서로 이름도 모르는 사이잖아. 오빠라고 해 주니 좋냐?”
“뭐라고?”
“난 사실 우리 오빠도 오빠라고 안 불러.”
“그래서?”
“내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오늘은 장난삼아 놀아 줬지만 다음에는 그냥 안 둬.”
박지은이 호중을 째려봤다.
확실히 꼴통은 꼴통이 분명할 거다. 창권은 왕따에 가까운 범생이었는데 그의 동생은 정말 청소년 시기에 해 볼 수 있는 모든 나쁜 짓을 다 해 봤을 것 같은 그런 아이였다. 그리고 머리까지 좋은 아이가 분명했다.
‘오늘은 제대로 이용을 당한 거네.’
호중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그건 그렇고 이름이 뭔데?”
박지은은 호중을 봤다.
“호중.”
“앞으로 제발 내 일에 참견 말아 줬으면 해.”
호중은 박지은을 빤히 봤다.
“너 왜 그러니? 왜 이러고 다니는 거니? 머리가 좋은 애 같은데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잖아.”
호중이 체념을 했다는 듯 물었다. 그러자 박지은이 호중을 빤히 봤다. 처음으로 박지은의 눈에 진실이 담겼다.
“궁금해? 왜 이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