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68화
김재창이 뜨악새라는 별호를 가진 흥신소 사장에게 의뢰를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분양 사기꾼들의 신원이 아직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사람 하나 찾는 데는 아주 전설적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요?”
“예.”
“전설이라고 불리기에는 좀 그런 것 같네요.”
난 인상을 찡그렸다.
“죄송합니다.”
김재창 역시 인상을 찡그렸다. 뜨악새라고 자신을 소개한 흥신소 사장은 일주일 안에 찾아 놓겠다고 장담을 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게 없었다.
“뜨악새라. 정말 내가 기다리기 지쳐서 뜨악 하겠네요.”
“죄송합니다. 보스.”
“그 사람 제가 직접 보죠.”
“알겠습니다. 연락 바로 하겠습니다.”
김재창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뚜뚜뚜!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았다. 김재창은 다시 전화를 했다.
-고객의 사정으로 인해 착신이 정지되었습니다.
순간 황당한 안내 음성이 들렸다. 은성도 그 안내 메시지를 들었다.
“뭐죠?”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갬재창은 인상을 찡그렸다.
“생긴 것 같은 게 아니라 확실히 생겼네요.”
“으음.”
“착수금으로 얼마를 줬죠?”
“500만 원입니다.”
“500만 원을 먹튀 했다는 건데…….”
천하의 나도 당하는 일이 있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똑똑!
“호중입니다.”
호중은 지금 박지은에 대한 결과 보고를 하기 위해서 온 거였다. 그리고 진태와 형성에 대한 수련 보고도 포함되어 있었다.
호중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앉아.”
난 짧게 명령을 내렸다.
“예.”
호중은 짧게 대답을 하고 앉았고, 난 김재창을 봤다.
“확실히 우리가 당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실망시켜 드렸습니다.”
“남의 손을 빌려서 찾으려고 했던 저희가 안일했군요.”
“예.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김재창의 대화를 듣던 호중은 궁금하다는 듯 날 봤다.
“궁금해?”
“예.”
“천하의 내가 보기 좋게 뜨악새라는 놈에게 500만 원을 먹튀 당했다.”
“뜨악새라고요?”
“그래. 시간 나면 찾아서 조져야 할 놈이 더 늘었다.”
“혹시 뜨악새가 택시 운전하는 사람입니까?”
호중의 말에 난 고개를 호중을 빤히 봤다.
“흥신소 사장이다.”
내 말에 호중은 씩 웃었다.
“그 새끼 가짜입니다.”
“가짜?”
“예. 제가 아는 뜨악새는 택시 운전합니다.”
“택시를 몬다고?”
난 호중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 저번에 제가 도움을 받았습니다. 판단력하고 사고력, 그리고 추리력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난 호중의 말에 집중을 했다.
“확실한 거냐?”
“예.”
“그 택시 운전한다는 뜨악새 다시 볼 수 있나?”
“부르면 당장이라고 온답니다.”
“부르면 당장 온다고?”
“예. 콜택시잖습니까?”
호중은 그렇게 말하고 씩 웃었다.
“불러.”
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호중은 핸드폰을 꺼내 뜨악새 운전기사를 불렀다.
-콜택시입니다.
“여기 영등포에 있는 재창건설입니다. 로비 앞에 택시 콜요.”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5분 걸립니다.
호중은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일어나?”
“신세 진 것도 있고, 아마 이야기할 동안 미터기 찍으려고 할 거라서 미터기 찍고 오겠습니다.”
호중은 짧게 내게 묵례를 하고 나왔다. 나와 호중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재창은 마치 넋이 나간 사람 같아 보였다.
“정말 전설의 뜨악새가 택시 운전을 할까요?”
김재창의 물음에 난 잠시 생각을 했다. 충분히 택시 운전을 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전국적으로 태시를 모는 사람은 수천, 아니 만이 넘는다. 그 운전기사들과 잘 소통하면 많은 정보들이 쏠쏠하게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전설의 고수는 속세에 있는 법인가 보다.
‘이번에는 진짜인지 아닌지 보자고.’
난 내 돈 500을 먹튀한 가짜 뜨악새를 생각하며 어금니를 바득 갈았다.
역시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은 없는 법이다. 그래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말이 있는 거다.
하지만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개밥이 된다. 그래도 난 작은 일에 실수를 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 * *
끼이익!
급브레이크를 잡는 소리와 함께 건설사 빌딩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호중이 시계를 봤다.
“딱 정확하게 5분이네. 시간 개념도 철저하군.”
운전기사가 택시에서 내렸다.
“어디로 모실까요?”
“안에 들어가셔서 이야기 좀 하시죠.”
“저 영업시간입니다. 운전기사에게는 시간이 돈입니다.”
“미터기 찍으시죠.”
호중의 말에 운전기사는 인상을 찡그렸다.
“차를 세워 두면 말이 하도 늦게 걸어서…….”
“따따블로 드립니다.”
호중의 말에 그제야 운전기사가 씩 웃었다.
“따따블이면 좋습니다. 그런데 저랑 무슨 이야기를 하시자는 겁니까?”
“들어가 보면 압니다.”
“그러죠.”
그렇게 호중의 예상대로 운전기사는 미터기를 찍고, 그것도 4배나 더 받기로 약속을 받고 은성이 있는 사무실로 올라갔다.
똑똑!
다시 노크 소리가 났다.
“들어와.”
김재창이 짧게 말했다. 누구라고 밝히지 않았기에 김재창이 대답을 한 거다. 그리고 김재창은 소파에서 가장 상석에 앉아 있었고 나는 김재창 옆에 앉아 있었다.
호중 역시 힐끗 나와 김재창을 보고 나서 김재창을 향해 짧게 묵례를 했다.
“데리고 왔습니다. 사장님.”
“앉아요.”
김재창은 진짜 사장처럼 무게 있게 말했다.
“예.”
운전기사와 호중이 앉았다. 운전기사는 힐끗 나와 김재창을 봤다. 그리고 살짝 찰나의 순간 피식하고 웃었다.
난 그 웃음이 야릇하게 기분이 나빴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김재창의 말에 운전기사는 김재창을 봤다.
“제가 뜨악새냐고요?”
역시 예사 사람이 아닌 건 확실했다. 운전기사의 반문에 김재창은 놀랐다.
“그, 그렇소.”
“예전에 그렇게 불린 적이 있죠.”
“그럼 지금은?”
“전설은 원래 뽕 하고 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럼 확실히 뜨악새가 맞군요.”
“지금은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전설의 뜨악새인 운전기사는 날 봤다. 그리고 다시 웃었다.
“왜 웃으세요?”
난 궁금함에 미칠 것 같아서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매번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원래 제일 높은 사람은 양다리를 살짝 벌리는 경우가 종종 있고 그 아랫사람은 양발을 가지런히 모으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요.”
난 살짝 눈썹이 꿈틀했다. 하지만 그건 운전기사의 말대로 종종 있는 법이다.
“그래서요?”
“그리고 높은 사람은 소파에 바짝 엉덩이를 당겨서 앉는 법이 없죠. 그 반대로 아랫사람은 소파에 살짝 걸터앉는 습성이 있습니다. 상급자에게 바른 자세를 보이기 위해 허리를 쫙 펴기 위해서죠.”
“그런데요?”
난 점점 더 전설의 뜨악새에게 관심이 갔다. 이건 어디까지나 저 남자의 추론에 불과했다. 하지만 저런 추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점점 더 전설의 뜨악새에게 욕심이 났다.
‘괜찮네. 괜찮아!’
저런 재능이 있는 사람이 내 옆에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요?”
난 계속 전설의 뜨악새에게 물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제게 자꾸 질문하시는 분에게 전 사람 찾는 일 이제는 안 한다는 겁니다.”
전설의 뜨악새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뚫어지게 봤다.
“그럴 수도 있죠. 그럼 하나만 물어봅시다.”
“돈 받을 거니 물어보십시오.”
“그 좋은 재능을 왜 그냥 썩힙니까?”
내 질문에 뜨악새의 눈빛이 살짝 떨렸다. 남자는 입으로 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눈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다.
“으음.”
“말씀하시기 어렵습니까?”
“아닙니다. 페이를 받았으니 그 값을 해야죠.”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왜 그 좋은 재능을 숨기십니까?”
“사람을 찾는 일이 때로는 사람에게 칼이 되는 법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설의 뜨악새였던 운전기사의 말을 듣고 뜻을 찾기 위해 난 골머리를 썩였다.
‘뭐지? 무슨 사연이 있지?’
난 전설이었던 운전기사를 뚫어지게 봤다.
내 결론은 쓰임이다.
전설의 뜨악새를 어떻게 쓸 것인가가, 그리고 누가 쓸 것인가가 중요한 부분이었다.
“누가 쓰는지가 중요하지 않나요?”
“그렇죠. 누구에게 부림을 당하는지가 중요하죠. 저는 저로 인해 죄 없는 사람이 다치는 게 싫습니다.”
“제게 부림을 당하면 이유 없이, 그리고 죄 없이 다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남자는 눈으로 말한다.
난 내 진심을 담아 전설의 뜨악새에게 전했다.
“그런 눈으로 보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가끔 눈빛이 안 통할 때도 있는 법이다.
“칼은 칼로써 그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는데.”
내 말에 전설의 뜨악새는 인상을 찡그렸다.
“결국 원하는 것은 칼이군요.”
“어떤 칼이냐가 중요하지. 당신의 재능이 사람을 해치는 칼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당신이 증명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게 두렵다면 돌아가도 좋습니다.”
“내가 스스로 증명하라?”
“재능을 숨기는 것은 비겁하지 않나요?”
“으음, 숨기는 것이 아니라 쓰지 않을 뿐이요.”
“같은 결과죠. 나를 위해 쓰라는 게 아니요. 내 의뢰를 받든 안 받든 그건 자유니까 이야기나 듣고 가십시오. 당신 말대로 페이는 이미 받고 있으니.”
설득이 되지 않는다면 미련 같은 것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지 않는 사람을 잡는다고 올 게 아니니까.
“좋습니다.”
뜨악새의 말에 난 창권과 가족들이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줬다. 물론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그리고 창권의 가족들은 그냥 일부라는 것을 강조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한 이야기를 했고 뜨악새의 눈은 파르르 떨렸다.
“하시려는 게…….”
먼저 말문을 연 것은 뜨악새였다.
“죄를 더 이상 못 짓게 할 응징입니다.”
“죄를 더 이상 못 짓게 할 응징이라…….”
“가끔 보면 영원히 자력갱생이 안 되는 족속들이 있는 법이죠. 그런 것들은 폐기 처분이 옳다고 봅니다. 재기할 수 없게. 완벽하게 무너뜨려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단지 친구의 고통에 대한 복수요?”
“이 사회를 위한 자력갱생의 실천입니다.”
내가 말을 해 놓고도 거창하다. 어쩜 난 정말 거창한 것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뜨악새를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하는 감언이설은 절대 아니다.
창권의 눈물을 보고 그 어머니의 창백하고 작은 등을 보고 또 가만히 있으면 미칠 것 같아서 스스로를 망가트리려는 박지은을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힘이 있는 자는 자신이 가진 힘을 어떻게 쓸 것인가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내 복수도 중요하지만 죄에 대한 응징 역시 중요했다.
난 어쩜 이 시대에 마지막이 될 사적 제재를 하는 테러리스트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힘없는 사람을 위해 대신 그들이 흘린 눈물을 닦아 줘야 한다.
그게 나라면, 그리고 나여야 한다면 이렇게 시간을 거슬러 온 이유로 충분할 거다.
누가 그랬다.
아주 훌륭한 무도가가 한 말이 생각난다.
난 그의 말을 인용해 뜨악새를 마지막으로 설득할 거다. 어쩜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말은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