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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70화 (70/210)

흑막의 신! 70화

“에이 썅! 낡아서 끊어진 거네.”

남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딱 봐도 개장수 같이 험상궂게 생겼다. 그때 반대편 철망 쪽에 있던 남자 하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달려왔다.

“형님! 형님!”

숨을 헉헉거리는 게 무척 급해 보였다.

“왜? 무슨 일 있어?”

“3마리가 안 보입니다.”

“뭐?”

“내일 투견 나갈 놈들이 안 보입니다. 철망을 뚫고 나간 모양입니다. 어떻게 합니까?”

“씨발! 내가 그러니까 미리미리 수리를 하라고 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어제부터 투견 때문에 아무것도 안 먹였지?”

“예. 사람이라도 덮치면 큰일입니다.”

“젠장! 씨발!”

컹컹! 크아악! 컹컹 왈왈 그 으윽!

도사견들이 더 요란하게 짖었다.

여기 견사에 있는 것들은 모두 식용으로 길러지는 것들이다. 식용으로 길러지는 것들이 이렇게 사나운데 반대편 견사에 투견용으로 길러지는 것들은 개가 아니라 괴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찾아야 하지 않습니까?”

“당연히 찾아야지. 세 마리가 사람을 덮치면 뼈도 못 찾아.”

남자가 소리를 질렀고 남자의 말에 보고를 했던 남자는 기겁을 했다.

“공기총 가지고 와.”

“예. 형님!”

남자가 다시 사무실로 급하게 뛰었다.

“씨발! 일 나기 전에 찾아야 하는데.”

* * *

덜덜덜! 덜덜덜!

진태와 형성은 해가 지고 밀려오는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다.

정말 모질고 모질게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진태와 형성인 거다. 이제 해가 진 초저녁이다. 새벽이 되면 더 추울 게 분명했다.

“괜, 괜찮냐?”

형성이 진태에게 물었다.

“죽을 맛이다.”

진태는 이빨까지 딱딱 부딪히며 떨었다.

“씨발! 좆나 춥네.”

진태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그 좁은 구덩이 속에서 폴짝 폴짝 뛰었다. 정말 가만히 있으면 얼어 죽을 것 같았다.

지금은 1월. 현재 온도도 영하 6도 이상은 될 거다. 그리고 새벽이 되면 10도 이하로 떨어질 게 분명했다.

그래서 밤에는 절대 잠들 수 없었다. 그러니 해가 떠 있는 낮에 잠을 잤고, 이렇게 밤에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서 몸을 움직였다.

허기와 추위!

그건 사람의 피를 마르게 하고 살을 쏙쏙 빼게 만든다. 벌써 6일이 지났고 진태는 15킬로그램 이상 빠진 것 같아 보였다.

사람이 급하게 살을 빼면 몸이 상한다. 하지만 그런 것은 은성과 호중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살을 완전히 빼고 나면 은성이 가지고 있는 영약으로 몸을 회복시키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걸 모르는 진태와 형성은 그저 은성과 호중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불이라도 피울 게 없을까?”

형성은 진태를 봤다.

“불?”

“응. 이러다 정말 얼어 죽겠다. 어제보다 더 추운 것 같아.”

형성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정말 어제보다 더 춥다는 것이 절실히 느껴졌다. 구덩이 안에는 바람에 떨어진 낙엽들이 조금 있었다.

“이거라도 태울까?”

진태의 눈이 빛났다.

“태우자.”

형성 역시 동의를 했다. 그리고 바로 진태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켰다.

“붙어라! 붙어라!”

간절한 기도처럼 진태는 라이터로 낙엽에 불을 붙이려 했다. 하지만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낙엽에 불을 붙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진태와 형성은 옛 동화책에서 읽은 성냥팔이 소녀의 마음이 절실히 이해가 됐다.

딸칵! 딸칵!

몇 번 라이터를 켰지만 낙엽에 불은 잘 붙지 않았다.

딸칵! 틱!

그때 진태의 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의 돌이 튕겨 나갔다.

찌찍! 찌찍!

“씨발! 돌 나갔다.”

진태는 절망했다.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무것도 되지 않고 끝나 버린 거였다. 그런데 형성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진, 진, 진태야!”

“왜?”

진태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 저기!”

“저기가 뭐?”

“저, 저 위에…….”

형성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구덩이 위를 가리켰다.

“뭐? 뭐가 있는데 놀라서 지랄이야?”

진태도 고개를 들어 6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구덩이 위를 봤다.

“저, 저건 뭐야?”

진태도 말을 더듬었다.

6미터 위에는 붉은 불빛 6개가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크르륵! 크르륵!

“저, 저거 뭐지?”

“저, 저거 도, 도사견 아니야?”

“도, 도사견?”

“그래. 사, 사형이 산 아래에 도사견 키우는 곳이 있다고 했잖아.”

“젠, 젠장!”

진태는 인상을 찡그렸다.

크르륵! 컹!

눈은 어느 순간이 지나면 어둠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 빨리 적응을 하는 사람은 30초 만에 적응을 하고 늦게 적응을 하는 사람은 15분 정도가 걸린다.

어둠에 익숙해진 진태와 형성의 눈에 서서히 침을 질질 흘리는 주둥이와 날카로운 이빨이 보였다.

“정, 정말 도사견이다.”

진태의 눈에 도사견의 모습이 보였다. 눈빛을 봐서 자신들을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살기가 가득 담긴 눈빛 그 자체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덤, 덤비지는 않겠지?”

형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 저놈들이 개 대가리도 아니고 함정 같은 구덩이에 뛰어들겠어?”

하지만 진태의 생각은 여실히 빗나갔다.

이틀 이상을 굶은 도사견. 도사견은 배가 고프면 주인에게도 덤벼드는 놈들이다. 그래서 가장 많이 사고가 나는 개이기도 했다.

크으윽!

다시 도사견 한 마리가 으르렁거렸다.

뚝!

도사견이 침을 질질 흘리며 그 침이 형성의 머리에 떨어졌다.

“아, 아니겠지? 저, 저놈들 이곳에 안 뛰어들겠지? 개 대가리가 닭대가리도 아니고 안 그러겠지?”

“개도 머리가 있어. 절대 안 뛰어들어. 걱, 걱정 마!”

진태는 확신을 했다. 하지만 진태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설마라는 것이 있다.

설마!

하지만 그 설마가 현실이 되는 경우가 참 많다.

그리고 진태의 확신은 보란 듯이 빗나갔고, 개 3마리가 동시에 진태와 형성을 향해 뛰어들었다.

컹! 컹!

쉬웅!

푹!

진태와 형성을 향해 뛰어든 도사견들은 바로 진태와 형성을 노려봤다.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 같았다. 놈들의 눈동자는 이글거리고 있었고, 진태와 형성을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미친 개새끼!”

형성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컹! 컹컹!

형성의 외침에 도사견들이 놀라 컹컹 울부짖었다.

“닥치고 좀 있어.”

진태가 나직이 말했다.

“어, 어떻게 하냐?”

형성은 이미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이건 추위 때문에 떠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이다.

“개밥 되기 싫으면 저 새끼들 죽여야지.”

“저것들을 죽여?”

“딱 봐도 우리를 개밥으로 생각하고 있어.”

진태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돌을 집어 들었다.

6미터나 파 놓은 구덩이가 이제는 사투의 링이 되는 순간이었다.

“죽여야 산다.”

진태는 다시 한 번 말했고 형성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도사견은 멧돼지의 숨통도 끊어 놓는 대형 투견이다.

그러니 진태와 형성은 무척이나 위험한 순간이었다.

“죽, 죽여야 산단 말이지.”

형성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래. 이 추운 곳에서 쪽팔리게 개밥이 될 수는 없잖아.”

진태는 그렇게 말하고 전투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도사견의 살기 띤 눈빛과 날카로운 송곳니는 여전히 두려웠다.

컹!

개 울음과 함께 도사견 한 마리가 진태를 향해 달려들었다.

“개새끼가 어디 감히!”

진태는 소리를 지르며 돌로 개 대가리를 찍었다.

퍽!

찌익!

깽!

크르윽!

“죽어! 개새끼야!”

퍽퍽퍽!

살기!

진태 역시 추위와 배고픔에 잔뜩 독이 올라 있었다. 어쩜 지금 도사견들보다 진태와 형성이 더 야생동물에 가까울지 모른다.

깨깨갱!

돌에 몇 번이고 머리를 찍힌 도사견은 푹 하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우선 한 마리가 정리가 된 거다.

“씨발! 다 죽인다.”

진태는 성큼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형성도 진태의 모습을 보고 용기가 생겼다.

정말 추위와 배고픔에 깡이 생긴 거였다.

“저 개새끼들 죽이면 춥지는 않겠다.”

형성의 눈에는 살기를 띤 도사견들이 따듯한 모피 코트처럼 보였다.

“그러네.”

진태 역시 씨익 웃었다. 이제 도사견들이 긴장을 했다. 인간들의 눈빛이 달라진 거다.

“저 새끼들 오늘 덮고 못자면 내일 우리가 저 새끼 똥 된다.”

진태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극한의 추위와 굶주림이 진태와 형성에게 깡이라는 것을 만들어 준 거다.

컹!

다시 도사견이 형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형성은 도사견을 주먹으로 후려 까고 놈의 목덜미를 가랑이 사이에 끼고 졸랐다.

깽! 깨에앵!

“죽어! 너희들은 오늘 내 이불이다.”

형성 역시 독기가 잔뜩 들었다. 그리고 진태가 마지막 도사견을 향해 달려들었다.

정말 일진 사나운 도사견 놈들이다.

진태의 돌격에 도사견은 겁을 먹고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놈이 물러날 곳은 없었다.

퍽!

진태는 힘껏 주먹으로 도사견의 주둥이를 후려쳤다.

바직!

깽!

개가 울부짖는 순간 도사견의 주둥이에서 날카로운 이빨이 부러져 피와 함께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진태는 도사견의 목줄을 잡고 내장이 터지도록 후려쳤다.

퍽! 퍽퍽!

깨갱!퍽퍽퍽!

깨개갱!

도사견은 울부짖었다. 그리고 진태는 옛말처럼 개 패듯이 도사견을 두들겼다.

이제 도사견은 짖지도 않았다.

이미 혀를 쭉 내밀고 반쯤 죽어 있었다. 하지만 진태의 매질은 끝나지 않았다. 정말 고기로 쓰면 육질이 야들야들할 거다.

퍼어억!

마지막 일격이 가해졌고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도사견은 한 많은 견생의 종지부를 찍었다.

생존의 구덩이 속에서 살아난 진태와 형성은 서로를 봤다.

도저히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야차!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확실히 깡이 생긴 진태와 형성이다.

“헉헉헉! 진태야! 우리가 해냈다.”

“그래. 우리가 했다. 하하하! 하여튼 오늘 춥지는 않겠다. 하하하!”

진태가 형성을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래.”

* * *

“아주 발발 떨면서 살이 쪽 빠져 있을 겁니다. 하하하!”

호중은 자신감이 넘치게 말했다. 하지만 그 자신감도 몇 발자국 더 가서 무너졌다.

“저건 뭐냐?”

난 구덩이 안을 보며 물었다.

“예?”

호중도 구덩이 안을 봤다.

“저, 저게 어, 어떻게 된 겁니까?”

호중도 놀라 내게 물었다.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떻게 해?”

진태와 형성은 묵직한 도사견을 덮고 코까지 골며 자고 있다.

“야! 너희들 뭐하는 거야?”

호중이 소리를 질렀고 그제야 진태와 형성이 눈을 떴다.

“오셨습니까? 사형.”

“생수는 가지고 오셨습니까?”

진태가 당당히 호중에게 말했다.

“뭐냐고? 개들은 어디서 났냐고?”

“그냥 지들이 뛰어들었습니다.”

형성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뭐?”

“정말입니다.”

난 아까 뭔가가 빠르게 스치고 지나간 것이 도사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기 죽어 있는 도사견 놈들이 구덩이에 빠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호중은 어이가 없다는 듯 다시 물었다.

“저희들을 지들 밥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저희는 그냥 이불로 생각한 것뿐입니다.”

참 진태의 대답이 명답이다.

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진태와 형성의 몰골을 봤다. 6일 만에 최소한 15킬로그램 이상 빠진 것 같다. 저 정도면 비술 경공을 수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저것들을 죽여 덮고 자고 있었다는 거야?”

“저희가 개밥이 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역시 정답이다.

“그, 그렇지.”

“제법 따뜻합니다. 하하하!”

형성이 멋쩍게 웃었다.

난 그때 옛 에스키모들 이야기가 떠올랐다. 외롭고 추운 밤 에스키모는 홀로 이글루에 잠이 들 때가 생기면 개를 끌어안고 잠든다고 한다.

그것을 개의 밤이라고 한다는 것을 난 알았다.

진태와 형성에게는 오늘이 바로 개의 밤인 거다. 저 정도면 된 거다. 눈빛도 빛났고 원래 목적대로 다이어트도 충분히 됐다. 이제 저런 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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