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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75화 (75/210)

흑막의 신! 75화

“예. 제가 벗기겠습니다.”

최 사부는 조심히 아이의 양말을 벗겼다. 아이의 발에서 양말이 벗겨지고 앙상한 뼈만 남은 아이의 발이 드러났다.

‘용천 옆 2센티미터 가운데 발가락 끝에서부터 5센티 밑에 있는 혈이다.’

원래 이 혈은 발바닥 혈 자리에서 기관지와 폐와 연결된 혈이다. 손에도 온몸과 연결된 혈이 있지만 발바닥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발을 잘 관리하면 건강하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거다. 물론 여기까지는 일반 침술가와 안마사들까지 알고 있다. 그래서 지압이라는 것도 있는 거다. 하지만 내가 쓰려는 것은 고대의 비술이다.

같은 곳을 찌르지만 그 힘과 능력, 그리고 시술자의 권능까지 포함해서 혈을 누르기에 일반 침술가와 안마사와는 차원이 다른 거다.

또 누르는 힘도 다르다. 내가 누르려는 힘의 정도는 초란을 검지로 찔러 그 부딪히는 곳만 깰 수 있을 정도의 힘이다. 다른 곳에 영향을 주거나 물리적인 힘이 가해지면 비술은 실패하는 거다. 그러니 다른 침술가와 안마사와는 누르는 힘부터 다른 거였다.

그리고 이 한 곳만 누르면 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또 눌러야 하는 곳이 있다.

용천이다.

지랄용천이라는 말이 있듯 용천을 누르면 눈이 튀어나올 만큼 아프다. 그곳도 함께 찔러야 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발등 두 번째 인대를 찢어질 만큼 눌러야 한다. 이 3가지를 동시에 눌러야 비술이 시전되는 거다.

‘인대가 찢어져도 할 수 없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아이의 인대를 찢어야 한다. 그리고 용천도 찔러야 했기에 아이가 강한 쇼크를 먹어 죽을 수도 있었다.

난 아이를 노려봤다. 그리고 길게 심호흡을 했다.

내 옆에 있는 최 사부는 그런 날 말없이 지켜봤다.

“아이가 많이 고통스러워 할 겁니다. 그 고통이 와도 절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

“아이는 고통이라는 감각이 없습니다.”

“이제 생길 겁니다.”

내 말에 최 사부는 날 빤히 봤다.

“정말입니까?”

“발등 두 번째 인대가 찢어질 겁니다.”

“인대를 찢는다고요?”

“예. 현대 의학으로 충분히 봉합을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 침착한 설명에 최 사부는 날 빤히 봤다.

“어려 보이는데 뭐하는 분이십니까?”

“그건 나중에 설명 드리죠.”

난 그렇게 말하고 다시 아이에게 집중을 했다. 그리고 바로 내 양손을 이용해서 정확하게 비술이 발동할 수 있도록 비술을 시전했다.

비술 발동!

내가 비술을 발동하는 순간 아이는 마치 동공이 터질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산소 호흡기에 흰 입김이 가득 차도록 길게 숨을 뿜어냈다.

“으으윽!”

아이는 고통에 겨우 길게 신음을 했다.

드디어 비술이 발동된 거다. 최 사부는 아이의 신음 소리를 듣고 더욱 믿어지지 않는 듯 날 빤히 봤다. 고무망치로 아무리 내려쳐도 아무런 고통도 느낌도 받지 못하던 아이다.

그런데 지금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놀랍고도 신기하면서 기적까지 바라는 마음이 생겨났다.

“아, 아이가 아, 아파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난 빠르게 몸을 움직여 아이의 상완과 중완 그리고 대황과 천추라는 혈을 비술로 찔렀다.

“으으윽!”

아이는 다시 신음을 했다. 역시 산소 호흡기에 하얀 입김이 가득 서렸다. 그리고 난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내 이마에는 땀이 매쳤다.

난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아이의 중극과 귀래를 찔렀다. 이제 비술 발동은 끝이 난 거다. 아이의 쇠약한 몸을 비술 발동으로 극대화시켰다.

워낙 쇠약한 아이의 몸이었기에 겨우 몸을 떠는 정도였지만 분명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이건 감각이 돌아오고 있다는 증거다.

이제 기공을 이용해서 내 순한 기를 불어넣어 주면 된다. 물론 이 방법은 내게 상당한 피로감과 충격을 주는 시술 방법이다.

그래서 이런 기의 발산은 가족 아니면 절대 해 주지 않는 시술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난 최 사부가 꼭 필요했다.

난 빠르게 몸을 움직여 아이의 머리 쪽으로 가서 아이의 이마에 손을 올려놨다. 그리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얍’

난 마음속으로 기합을 넣었다. 그리고 내 몸에 돌고 있는 순한 기를 아이의 머리 쪽으로 밀어 넣었다. 아마 내가 밀어 넣은 기는 아이의 머리 부분부터 해서 온몸으로 돌게 될 거다. 그럼 혈맥이 타동될 거고 그로 인해 쇠약해진 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될 거다.

내 몸에서 순한 기가 빠져나가자 내 몸에 밀려오는 충격도 상당했다.

“으으윽!”

나 역시 신음을 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다시 기합을 넣으며 아이의 몸에 기를 밀어 넣었다. 그렇게 30분이 흘렀다. 난 땀을 비 오듯 흘렸고 온몸은 땀으로 젖었다. 물론 아이 역시 침대 시트를 다 적실 정도로 땀을 흘렸다.

그 땀은 몸에 들어 있는 나쁜 기운과 함께 빠져나온 땀이다.

“휴우!”

난 길게 한숨을 쉬며 기의 이전을 멈췄다.

휘청!

난 순간 현기증이 느껴졌다.

“의자 좀 주시겠습니까?”

“예?”

최 사부는 아이의 몸이 변한 것을 보느라 내 말을 듣지 못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다. 산소 호흡기에는 하얀 입김이 가득 서려 있으니 그 자체가 놀라운 거였다.

“이제 힘들겠지만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난 겨우 의자 쪽으로 걸어가 의자에 앉으면 말했다.

그제야 최 사부가 날 봤다.

“혼, 혼자 호흡을 할 수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최 사부는 날 잠시 보다가 다시 아이를 봤다. 그리고 천천히 떨리는 손으로 아이가 차고 있는 산소 호흡기를 벗겨 냈다.

“허어! 허어!”

아이는 마치 과호흡이 걸린 사람처럼 길고 깊게 호흡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최 사부는 바르르 온몸을 떨었다.

“조금만 지나면 호흡도 편해질 겁니다.”

내 말에 최 사부는 내게 달려와 바로 무릎을 꿇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예?”

“내 딸을 살려 주신 당신 누구십니까?”

난 최 사부를 봤다.

“저는 테러리스트입니다.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고혈을 빠는 것들을 제거하는 테러리스트입니다.”

내 말에 최 사부는 눈이 커졌다.

그리고 짧은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최 사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뭔가 내게 말을 하려는 거였다.

“테, 테러리스트라고 하셨나요?”

“그렇습니다.”

“전 흑막의 신이 될 것입니다. 나약하고 사악한 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에게 지옥을 선사해 줄 참입니다.”

“뭐, 뭐라고요?”

“난 그런 사람이 될 겁니다.”

“흑막의 신?”

“그렇습니다.”

“진정 원하는 게 뭡니까?”

“당신의 능력! 그리고 당신의 두뇌를 원합니다.”

최 사부는 잠깐 거친 숨을 쉬고 있는 아이를 봤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날 봤다.

“나쁜 짓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딸에게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 꼭 지키십시오.”

“처음 제가 사기를 쳐야 한다고 말하신 게 기억납니다.”

“칼이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닙니다. 칼을 잡고 있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겁니다. 그리고 제가 휘두를 칼은 악을 제거하는 칼입니다.”

“제가 그대의 칼이 되라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다시 최 사부는 날 빤히 봤다.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예.”

“제 딸이 앞으로 저를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입니까?”

“자랑스러워 할 겁니다.”

“으음.”

“약속대로 제 목숨을 내어 드리죠.”

“예. 약속대로 받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난 이렇게 최 사부를 또 얻었다. 이미 최 사부는 스스로 자력갱생이 된 상태다. 그러니 바로 실전에 투입되면 되는 거다. 난 이렇게 사람을 얻고 내 세력을 만들어 갔다.

이제 작은 악부터 제거를 하는 거다. 작은 것들이 하나둘 제거가 되면 끝내 거대한 악까지 제거가 될 거다.

그 거대한 악 중에 최 회장과 최상혁도 있다. 결국 내 개인적 복수도 악을 제거하는 것인 거다.

“그전에 하나만 묻겠습니다.”

“예. 물으십시오.”

“사기가 뭡니까?”

“사기라…….”

최 사부는 당대 최고의 사기꾼이다. 그는 전설이지만 그의 얼굴을 실질적으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또 최 사부는 전과 기록도 없다. 그리고 개인을 털어먹는 경우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난한 서민을 등쳐 먹은 적도 없다.

어쩜 그래서 그가 전설인지도 모른다.

“사기는 상식을 넘어서지 않는 두뇌의 예술입니다.”

“상식을 넘어서지 않는?”

“그렇습니다. 상식을 넘어서면 사기를 당하고 또 걸리게 되는 겁니다. 사기는 항상 상식선에서 출발을 합니다. 복잡하지 않게 단번에 이해가 되도록 꾸미는 게 사기입니다.”

어쩜 옳은 말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궁금한 게 있습니다.”

난 최 사부를 빤히 봤다. 이 눈빛은 최 사부도 그 뜻을 알 거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난 배신의 의미를 담은 눈빛을 보냈다. 역시 최 사부는 그 눈빛을 알아차렸다.

“전 당신이 딸과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협박 아닌 협박이다. 최 사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빛은 파르르 떨렸다. 내가 자신의 딸을 살렸으니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최 사부는 알고 있는 거다.

“저도 그게 꿈입니다. 다시는 꿈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최 사부의 딸이 최 사부를 불렀다.

“아, 아빠!”

최 사부는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딸이 최 사부를 부르고 있었다. 최 사부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아, 아빠!”

“응. 말해!”

“사, 사랑해!”

이것이 가족일 거다.

난 이 두 부녀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난 이 부녀의 행복을 끝까지 지켜 줄 거다. 내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

호중과 진태, 그리고 형성은 상가 분양 사기단들을 감시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미 그들의 신분은 은성에게 노출되어 있었다.

그리고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당하고 있었다.

“접니다.”

호중은 은성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래? 놈들은 어디에 있나?

“철원에 있습니다. 기획 부동산 사기를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호중의 말은 은성에게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기획 부동산?

“그렇습니다. 이미 철원 군내에 부동산 사무실을 개설했습니다.”

-하늘이 나를 항상 돕는구나.

“예. 지금은 장 꼰대와 김미숙이 같이 러브호텔에 들어와 있습니다.”

-나머지 놈들은?

“다른 곳에 분산해서 숙소를 잡고 있습니다.”

-틈을 보이지 않겠다는 거군.

“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들이 각자 무슨 역할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내라.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박지은은 누가 감시하고 있지?

은성은 사실 아직도 꼴통 짓을 하는 박지은이 신경에 쓰였다. 호중에게 상가 분양 사기단의 감시를 시켰으니 이제 박지은을 돌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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