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79화
“자네, 땅을 가지고 투기를 할 생각인가?”
소문만 내고 이전을 하지 않는다면 투기가 될 거다. 생명 공학 부지 이전 소문만 돌아도 이전 예정지의 땅값은 천정부지로 오를 거다.
“투기 같은 것은 관심이 없습니다. 전 단지 사회의 악 하나를 정리할 생각입니다.”
내 말에 김용팔 회장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똑똑! 똑똑!
그때 김용팔 회장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마 김재창일 거다.
“누구야!”
“재창건설 김재창 사장이 뵙고자 합니다.”
비서의 말에 김용팔 회장은 날 봤다.
“자네가 부른 건가?”
“예.”
“정말 막장으로 갈 생각인가?”
“회장님께서는 그냥 김재창 사장과 철원으로 가셔서 멧돼지 구이나 한 번 드시고 오시면 됩니다.”
“뭐라?”
“나중에 다 설명을 드리죠. 제가 지금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태어나실 아드님께 제가 좋은 파트너가 될 거라는 겁니다. 경제적으로도, 또 도덕적으로도 절대 흠이 되지 않는 친구가 될 겁니다.”
난 다부지게 말했다.
“난 자네가 도통 무슨 일을 하려는지 모르겠네.”
“곧 알게 되십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재창건설 사장 들어오라고 할까요?”
“자네가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 난 어쩔 수 없지.”
김용팔 회장은 인상을 펴지 않았다.
그리고 김재창이 들어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재창입니다.”
“자네가 재창건설 사장인가?”
“명목상 그렇습니다.”
김재창의 말에 김용팔 회장은 날 봤다.
“정말 뭘 하려는 건가?”
“절대 투기나 나쁜 일은 아닙니다. 그저 김재창 사장과 식사 한 번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면?”
“땅값이 절로 오를 겁니다.”
내 말에 김 회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물론 철원 지역 일부 땅은 자네가 사 둔 땅이겠지?”
“그렇습니다.”
“그럼 그게 투기가 아니고 뭔가? 투기를 넘어서 그건 사기야!”
“예. 전 지금 사기를 치려고 합니다.”
내 말에 김용팔 회장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무척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사기를 친다? 땅값이 오르면 농민들만 힘들어지는 거 모르나?”
“압니다. 하지만 곧 정상으로 돌려놓을 겁니다.”
“정말 무슨 일을 꾸미는 건가?”
“사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으음. 좋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것만 말해 두겠네.”
이건 최후통첩이다.
그리고 마지막 경고다.
“자세한 설명은 김재창 사장이 해줄 겁니다.”
“알았네. 그래. 철원에서 밥 한 번 먹지.”
“고맙습니다.”
난 짧게 말하고 일어섰다.
이제 일은 시작된 거다. 이미 철원 지역 5만 평 땅은 매입해 뒀다. 그 땅을 장 꼰대 일파가 물기만 하면 된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내가 자네를 믿어도 되나?”
김용팔 회장이 날 빤히 보며 물었다.
“그건 회장님의 몫입니다.”
“내 몫이다?”
“그렇습니다. 그럼 전 이만!”
난 김용팔 회장에게 살짝 묵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 * *
따르릉! 따르릉!
김용팔 회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떻게 됐나?”
-회장님께서 알아보라고 하신 최은성의 자금은 거의 대부분 사설 고아원 건립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렇게 김용팔 회장은 은밀히 최은성의 뒷조사를 하고 있었다.
“사설 고아원?”
-그렇습니다. 규모가 꽤 큰 고아원입니다.
“알았네.”
김용팔 회장은 전화를 끊고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은성 군. 자네를 믿는 건 내 몫이라고! 그래, 믿어 보지.”
* * *
따르릉! 따르릉!
내가 김용팔 회장의 건물이 나설 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호중이다.
“뭐지?”
-고아원 주변을 누군가 기웃거렸다는 보고입니다.
호중은 지금 철원에 가 있다. 하지만 내 힘의 핵심이 될 고아원은 철저하게 경계를 해 둔 상태라 누군가 기웃거리면 단번에 알아낼 수 있고 호중에게 바로 연락을 취하게 되어 있었다.
“누구지?”
난 호중에게 물으며 고개를 돌려 김용팔 회장의 건물을 봤다. 아마도 김 회장 쪽 사람이 분명할 것 같았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둘 중 하나겠지.”
-둘 중 하나라니요?
“두 회장 중 하나라는 소리다. 김용팔 회장이거나 내 적인 최 회장이거나.”
하지만 최 회장일 확률은 희박하다.
만약 내가 설립한 고아원을 최 회장이 알아보고 있다면 난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시작도 하기 전에 내 꼬리를 적에게 밟혔으니 말이다.
“최 회장 쪽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사부!”
“그럼 김용팔 회장님이시겠지. 내 하는 꼴이 좀 의심스럽기는 했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특별한 거 있었나?”
-찬송가는 아주 시원하고 오래 불렀습니다.
“그럼 된 거지. 그냥 내가 은밀히 설립한 고아원이라고 생각을 할 거야.”
-예. 사부님!
“경계를 더 철저하게 해! 누구도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뚝!
난 바로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려 김용팔 회장의 건물을 다시 봤다.
“날 믿는 것은 회장님의 몫입니다.”
* * *
최 사부는 팀을 꾸리기 위해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원래 사기꾼들은 사기를 칠 때 배우를 모으고, 판을 접을 때 배우들은 흩어진다. 하지만 최 사부는 약간 달랐다.
항상 자신의 사람만 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니 단 한 번도 실패를 한 적이 없는 거였다. 그리고 최 사부가 사기에서 손을 떼고 나서는 그들과 결별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최 사부가 그들을 찾아 나서는 거다.
지금 최 사부가 서 있는 곳은 작은 꽃집 앞이다. 잘생긴 남자 하나가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저런 순박한 얼굴을 한 사람은 절대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런 얼굴이 어쩌면 딱 사기꾼의 얼굴일 것이다.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얼굴.
그런 얼굴이어야 사기를 칠 수 있는 걸 거다.
“역시 꽃집을 하네.”
최 사부는 꽃에 물을 주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남자는 최 사부의 목소리를 듣고 놀라 고개를 들었다.
“최 사부님?”
“잘 있었냐?”
“웬일이십니까? 은퇴하시고 처음이죠?”
“꽃집 잘 되냐?”
“그럭저럭 먹고는 삽니다. 이 근방에 학교도 많고 해서 먹고는 삽니다.”
“신길동에 빌딩도 있는 사장님이 얼마나 더 벌겠다고 꽃집이냐?”
최 사부의 말에 남자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거 사기 당했습니다.”
“사기? 최 사부 제자가 사기를 당해?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최 사부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으로 남자를 봤다.
“꼭 사기까지는 아니고 비슷하게 당했습니다.”
“그래. 누군데? 널 벗겨 먹는 놈이 누군데?”
“년입니다.”
“년? 하하하! 재미있는 일이 있었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잠시 눈이 뒤집혔던 모양입니다.”
“누군데?”
“장 꼰대 소속 미숙이 년입니다. 저도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결국 장 꼰대한테 당한 거네.”
사기계의 양대 산맥이라 할 만했다.
최 사부와 장 꼰대는.
“결과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상도덕이 없는 새끼죠. 꾼을 조지는 새끼는 그놈밖에 없을 겁니다. 마음 같아서는 갚아 줘야 하는데…….”
남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은 없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갈아 마시고 싶지만 능력이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럼 갚아 줘야지.”
최 사부는 씩 웃었다.
“착하게 사신다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태희 때문이라도 착하게 사신다고…….”
남자는 최 사부를 봤다.
“착하게 사는 게 뭔데?”
“그때 최 사부님께서 말씀하신대로는…….”
“그래 그때는 내가 사라지는 게 착하게 사는 길이라고 했지.”
“예. 저도 사기를 당해 보니까. 화병에 걸려 죽을 것 같습니다. 갚아 주고는 싶은데 장 꼰대가 어디 호락호락한 놈은 아니잖아요. 또 제 머리로는 시나리오도 안 나오고.”
“그렇지. 시나리오야 아무나 짜는 게 아니지.”
최 사부가 피식 웃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또 얼굴을 아는 것도 아니고 답이 없더라고요. 제 능력으로는 방법이 없습니다.”
장 꼰대는 철저하게 자신의 얼굴을 숨겼다. 물론 은성은 이미 장 꼰대의 얼굴을 확인했지만 말이다.
“그렇지. 장 꼰대는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지.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놈이지. 사기도 상도덕이 있어야 하고 또 마지노선이 있어야 하는데 그놈은 도를 넘어섰어.”
최 사부도 장 꼰대의 실력을 알고 있다. 더럽게 사기를 쳐서 그렇지 사기계에는 자기 다음이라는 소문이었다.
“설마 제 복수 해 주시겠다고 오셨습니까?”
남자는 힐끗 최 사부를 봤다.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이냐?”
“아닙니다. 그럼 왜?”
“너 취직시키려고 왔지.”
최 사부는 씩 웃었다.
“정말 다시 복귀하시는 겁니까?”
“결국은 그렇지. 배우 좀 모아 봐라.”
“배우요? 몇 명이나 필요하신데요?”
“빠끔한 애들로 열은 필요할 것 같다. 입 무거운 애들로 구해라.”
“얼마짜리인데요?”
남자가 관심을 보였다. 최 사부가 판을 짜는 일이면 1, 2억 짜리는 분명 아니라는 것을 남자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최 사부는 최소한 40억 이상은 되는 것들만 노리고 성공시켰다.
“음! 빵 원. 하하하!”
“예? 빵 원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가 손에 쥘 돈은 없다고.”
“그게 뭡니까? 안 보이실 때 도 닦으셨습니까? 자꾸 모르는 소리만 하십니까?”
“그 대신 아주 좋고 탄탄한 직장 하나를 장만해 주마.”
“월급쟁이 하라고요?”
남자도 씩 웃었다.
“자영업보다 월급쟁이가 좋다.”
최 사부의 말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그렇죠.”
“그리고 핸섬 보이라는 놈이 있다.”
“그게 누군데요?”
“장 꼰대 수족. 그 새끼 좀 끌어들여 보자.”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계집 하나 후리고 있다.”
“정말 장 꼰대가 목표입니까?”
“물론이지. 상도덕 없이 꾼을 등쳐 먹는 놈을 가만히 둘 수는 없잖아.”
“정말 하실 겁니까? 태희 때문에 안 하신다고 하셨잖습니까?”
“태희 때문에 하는 거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려고 하는 거다.”
최 사부의 말에 남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할 거지?”
“저야 사부님이 하시면 하죠. 빚도 있고.”
“그래. 좋다. 가자!”
“지금요?”
“그래. 지금!”
“꽃에 물 줘야 하는데…….”
최 사부는 가자고 말하고 성큼 앞으로 걸어갔고 남자는 들고 있던 물뿌리개와 최 사부를 번갈아 보다가 물뿌리개를 던지고 최 사부를 따라나섰다.
“같이 갑시다. 같이!”
“얼른 와라! 기회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기회요?”
“그래. 기회라면 기회지.”
* * *
최 사부는 남자와 걸었다. 지금 그가 가고 있는 곳은 공사 현장이었다.
“못질은 잘 되냐? 대목!”
최 사부는 공사장에서 못질을 하고 있는 공사장 인부를 봤다. 공사장 인부는 못질을 하다가 최 사부를 봤다. 그리고 너무나 놀라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손가락을 망치로 내려찍었다.
쾅!
“아아악! 최, 최 사부!”
“자기 손을 자기 망치로 찍는 놈이 무슨 절을 짓겠다고 공사장에서 일을 배우냐?”
“이게 얼마만입니까? 하하하! 한 3년 정도 됐죠?”
“그래. 3년 됐다.”
“웬일이십니까?”
“너 취직시키려고.”
“취직이요?”
대목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는 최 사부 옆에 있는 남자를 봤다.
“꽃집! 너도 취직했냐?”
“제가 어떻게 안 합니까.”
“최 사부님은 손 끊었잖아?”
“그러게.”
최 사부는 피식 웃었다.
“얼마짜리인데요?”
대목의 질문에 꽃집이라는 별명이 있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