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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81화 (81/210)

흑막의 신! 81화

“그런데 핸섬 보이는 어디에 갔어?”

“판 짠 거 마무리하고 온다고 갔어요.”

“판?”

“여자 후리는 거죠.”

“쌍놈의 새끼! 이 중요한 판에 여자를 후리러 갔다고?”

“짜 놓은 판이니 엎든지 정리를 하든지 해야죠.”

“이번에는 누군데?”

“뭐, 다 화류계 골빈 년이겠죠.”

“불쌍한 것들을 그렇게 후리고 싶나?”

장 꼰대는 인상을 찡그렸다.

“우리가 언제 그런 거 봐 주고 작업했나요. 돈 되는 일이면 다 했죠.”

“그렇지. 하여튼 빨리 오라고 해. 늦으면 판에 안 끼워 준다고 전화해.”

“예.”

장 꼰대도 들판에서 뭔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을 봤다. 사실 그들은 호중과 진태, 그리고 형성이다. 그들은 이미 허름한 차림을 하고 멀리서 장 꼰대를 감시하고 있었다.

“본다. 본다.”

진태가 형성에게 말했다.

“의심하지 않을까요?”

형성은 호중을 모며 물었다.

“의심?”

“예. 추워 죽겠는데 들판에 나와 있으니 의심할 수 있잖아요.”

“봐도 그런 의심 안 할 거야.”

“예?”

“탐욕에 차 있는 눈은 많은 것을 못 보게 하지.”

호중은 점점 더 은성을 닮아가고 있었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박지은은 여전히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차에 있으라고 했잖아.”

“혼자 심심하잖아.”

“곧 올라갈 거니까. 조금만 참아.”

이상하게 호중은 박지은에게 끽 소리도 못했다. 아마 밉다, 밉다 하면서 정이 든 것 같았다.

“정말.”

“그래. 이제 보고만 하면 우리 일은 끝이다.”

호중은 박지은에게 그렇게 말하고 바로 핸드폰을 꺼냈다.

물론 전화를 하는 곳은 은성에게다.

따르릉! 따르릉!

역시 은성은 컬러링이 없다.

-나다.

“호중입니다.

“그래! 놈들은 뭘 하고 있어?”

-하늘이 돕는 것 같습니다. 사부께서 구입하신 땅을 중심으로 그 옆 농토를 보고 있습니다.

정말 하늘이 은성을 돕고 있었다.

사실 은성은 최 사부의 말을 듣고 땅을 구입할 때 사기는 상식이라는 말대로 했다. 아예 못 쓰는 땅을 사서는 안 된다.

쓸모가 있는 땅을 구입해서 사기를 치려고 했고, 그것은 상식이라서 그대로 적중했다.

-그래. 역시 뭐든 상식선이군.

“이제 철수해도 되겠습니까?”

호중도 철원이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 철수해! 곧 본진이 도착을 할 거다. 그리고 마지막 할 일이 뭔지 알지?

은성의 말에 호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상 없이 처리하겠습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일이 틀어진다.”

“예.”

감시의 임무는 여기까지다. 그때 들판 저 멀리서 김재창과 청솔제약 사장, 그리고 잔뜩 인상을 찡그린 김용팔 사장이 걸어왔다.

장 꼰대가 서 있는 곳에서 딱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오늘 추운데 사람 많네.”

장 꼰대는 힐끗 김재창 일행을 봤다. 약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는 장 꼰대였다.

“왜요?”

“저기!”

“뭐가요?”

장 꼰대는 힐끗 그들을 봤고 미숙도 봤다. 하지만 미숙이 그들을 알 턱이 없었다.

“가지. 춥네.”

“추워요?”

“응. 이상하게 덜덜 떨리게 춥네.”

춥다는 의미는 말 그대로 춥다는 의미도 있지만, 꾼들 사이에서는 겁이 난다는 말이기도 했다.

“예. 확실히 춥기는 하네요.”

미숙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장 꼰대는 김재창과 일행들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 나왔다. 그리고 힐끗 그들을 봤다.

젊은 남자가 나이 든 두 남자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젊은 남자는 당연히 김재창이고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은 청솔제약 사장과 김용팔이다.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가장 적합한 부지입니다.”

김재창의 말에 청솔제약 사장과 김용팔 회장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그들을 장 꼰대는 힐끗 봤다.

장 꼰대는 그들을 어디서 본 듯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김재창은 옆에 장 꼰대가 지나가자 입을 닫았다.

마치 장 꼰대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 이 역시 트릭이다.

“왜? 설명을 계속해야지. 김 사장.”

“아닙니다.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김재창은 힐끗 지나가는 장 꼰대를 봤다. 그리고 김용팔 사장도 힐끗 장 꼰대를 봤다.

“알았네. 나중에 듣기로 하지.”

그렇게 3명은 철새가 노는 들판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장 꼰대는 걸어 나가며 유심히 봤다.

“어디서 봤는데…….”

“누구요?”

그저 미숙은 장 꼰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되물었다.

“앞으로 3개월 후에 착수하겠습니다. 비밀 유지가 중요한 거 잊지 말아 주십시오.”

김재창은 작게 속삭였다.

물론 아무리 작은 소리로 말해도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장 꼰대의 귀에는 작지만 확실히 들렸다.

‘뭐지?’

장 꼰대는 뭔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하늘은 은성을 돕고 있었다.

“움직입니다.”

진태가 장 꼰대가 움직이는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에 호중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러다가 타이밍 놓치겠네.”

“예?”

“너는 저놈들을 숙소로 늦게 돌아오게 만들어.”

호중은 진태를 보며 말했다.

“예? 어떻게 막으란 말입니까?”

“그건 네가 알아서 해. 정 방법이 없으면 차에 뛰어들든 뭐를 하든 막아.”

호중의 말에 진태는 인상을 찡그렸다.

“알, 알겠습니다. 하여튼 꼭 그렇게 무식한 일만 저를 시키십니다. 사형.”

“무식하게 보이는 놈이 무식한 일을 해야지.”

호중의 말에 진태가 살짝 호중을 보며 눈을 흘겼다.

“제가 이래도 사부랑 동문수학하고 친구로…….”

딱!

호중이 주먹으로 진태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으윽!”

“너, 동문수학 한자로 못 쓰면 뒤진다.”

“예?”

진태가 놀라 호중을 봤다.

“내 앞에서 문자 쓰지 말라는 말이다. 그리고 공과 사를 구분해! 나도 따지면 사부님이랑 한솥밥 먹던 사이란 말이야!”

한솥밥?

소년원에서 같이 콩밥을 먹은 사이니 한솥밥 먹던 사이가 맞긴 맞을 거다.

“알았어?”

“예. 사형!”

“어떻게든 막아.”

“알겠습니다.”

“가자.”

호중은 박지은의 손을 잡고 빠르게 걸었다.

“어디를 가는데?”

“모텔! 춥잖아.”

“뭐?”

박지은이 호중을 째려봤다.

“전 뭐합니까?”

“넌 당연히 운전하고 망을 봐야지.”

“알겠습니다.”

이렇게 감시를 담당했던 호중과 진태, 그리고 형성은 급하게 움직였다. 은성이 지시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기 위함이었다.

* * *

진태는 빠르게 뛰었다.

“씨발! 몸으로라도 막으라고.”

지금 진태는 호중에게 배운 비술 경공을 쓰고 있는 중이다. 장 꼰대와 미숙은 벌써 자신들의 차를 세워 놓은 곳에 도착을 한 상태였다.

그리고 진태는 급하게 둑 아래를 뛰었다. 아니, 마음이 급해서인지 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몸으로라도 막아 준다.”

진태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원래 시골길은 보통 다 2차선이다. 진태는 장 꼰대가 타고 있는 차를 보고 주변 산을 봤다.

“저 산을 넘으면 질러갈 수 있겠지.”

진태는 배운 대로 다리에 힘을 줬다. 그리고 힘껏 산을 가로질러 올라갔다. 어떻게든 명령이 떨어지면 막아야 하는 거다.

그래서 산을 가로질러서 장 꼰대의 차를 앞지르려고 하는 진태였다.

“헉헉! 죽겠네.”

진태는 비술 경공을 쓰며 숨을 헉헉거렸다. 그리고 산 능선 정상에서 자신 쪽으로 천천히 달려오는 장 꼰대의 체어맨 차를 봤다.

지금은 겨울이다. 철원 지역이기에 여기저기 결빙 지역이 있었기에 장 꼰대는 차를 빠르게 몰 수가 없었다. 그게 진태에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다행이네.”

진태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급하게 코너 쪽으로 달려갔다. 달려오는 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각 지대였다.

“도로가 영 지랄이네.”

운전을 하는 장 꼰대는 인상을 찡그렸다.

“스노타이어를 끼고 왔어야 했어요.”

“그러게 말이야. 여긴 제설차도 없나. 그늘 지역에는 다 결빙 지역이네. 돈 벌려고 왔다가 골로 가겠네.”

“어머!”

“왜?”

쿵!

쿵 소리와 함께 장 꼰대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았다. 진태는 정말 장 꼰대의 차를 세우기 위해 몸을 던진 거였다.

물론 호중에게 배운 비술 외공으로 몸을 보호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래도 충격은 상당했다. 역시 쫄따구들은 몸으로 때우는 법인가 보다.

“뭐야? 으윽!”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잡는 순간이 이미 충격이 있은 후였다. 그리고 에어백이 터졌다.

“괜찮으세요? 이, 이마에 피, 피가 나요?”

“젠장! 뭘 친 거야?”

장 꼰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바로 십여 미터 앞에 남자 하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 사람이 치였나 봐요.”

“젠장!”

장 꼰대는 급하게 차에서 내렸다.

“그렇게 차에 뛰어들면 어쩌자는 거야? 죽고 싶어?”

교통사고에서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고 장 꼰대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소리부터 질렀다. 덕분에 미숙은 잔뜩 겁을 먹었다.

“죽, 죽은 거 아니에요?”

“겨우 30킬로로 달렸는데 죽기는 뭘 죽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장 꼰대는 살짝 겁이 났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진태에게 다가갔다.

“괜, 괜찮아요?”

“으으윽!”

아무리 진태가 비술 외공으로 몸을 강화시켰다고는 해도 자동차에 부딪히는 순간의 충격은 상당했다. 20미터 정도 날아갔고, 그 순간 진태는 바로 비술 경공을 발동해서 2차 충격 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죽겠네. 으윽!’

진태는 속으로 신음을 했다.

“으으윽!”

“괜찮아요?”

미숙도 진태를 봤다. 진태는 이마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씨발! 그렇게 차를 몰면 어떻게 해!”

진태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뛰어든 사람이 누군데?”

“뛰어드는 거 봤어?”

진태는 소리를 질렀다.

장 꼰대는 진태를 봤다. 딱 봐도 겨우 20살 정도 된 놈이 욕을 하니 꼭지가 도는 장 꼰대였다. 하지만 교통사고에서는 차에 치인 놈이 장땡이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병원 갑시다.”

장 꼰대는 사실 그 순간 휠체어가 떠올랐다. 자해 공갈단인 휠체어가 주로 쓰는 방법이 괜찮다고 말하고 나서 바로 경찰에 차 번호를 외우고 뺑소니로 신고하는 거다.

“가야지. 아이고! 죽겠네. 허리가 나간 거 같네. 속도 미식거리고 뇌진탕 같네.”

진태는 자해 공갈단인 휠체어보다 더 리얼하게 연기를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장 꼰대는 인상을 찡그렸다.

“갑시다. 병원 가서 검사 받자고요.”

장 꼰대는 진태를 차에 태웠다. 결국 진태는 몸을 던지는 살신성인으로 차를 세운 거다.

같은 시간.

형성이 모는 차는 호중과 박지은을 태우고 장 꼰대와 미숙이 숙소로 잡은 러브호텔을 향해 달렸다.

“나보고 문을 열라고?”

“그럼 문을 부수냐?”

“어떻게 열어?”

“배달 왔다고 해.”

호중은 차 바닥에 놓여 있던 티켓 다방 오봉이나 들고 있을 법한 보자기를 내밀었다.

“뭔 배달을 왔다고 해?”

“커피 배달 왔다고 해.”

호중의 말에 박지은은 인상을 찡그렸다.

“커피 배달 왔는데 어떻게 키를 달라고 해?”

“잔다고 귀찮다고 열고 들어오라고 했다고 해.”

“그러다 전화를 하면?”

박지은의 말도 틀린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제가 벌써 쁘락지 따 놨습니다. 전화 제가 받습니다.”

“쁘락지?”

“내선 전화 우리 쪽으로 돌렸다고.”

호중은 박지은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했다.

“차 세워.”

박지은이 호중을 째려보며 말했다.

“급한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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