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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82화 (82/210)

흑막의 신! 82화

“다방 레지 하라며? 껌은 씹어 줘야지.”

박지은의 말에 형성은 급하게 차를 세웠다. 그리고 차에서 형성이 급하게 내려 편의점에 들어가 껌 한통을 사서 박지은에게 내밀었다.

“이렇게 씹으면 되나?”

박지은은 정말 발랑 까진 티켓 다방 레지처럼 껌을 씹었다.

“오빠! 한턱 쏴야 한다.”

“알았어.”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차는 러브호텔에 도착했다. 그리고 박지은과 은성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은성이 먼저 형성이 잡아놓은 룸으로 들어갔고, 박지은은 차 뒷좌석에서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의 네크라인을 길게 늘어트렸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박지은이 옷을 늘어트리고 나자 네크라인이 오프 숄더처럼 어깨에 걸려서 하얀 어깨가 섹시하게 드러났고 형성은 백미러로 힐끗 박지은을 봤다.

“힐끗 힐끗 훔쳐보면 나중에 눈깔 뽑으라고 말할 거예요.”

딸꾹!

형성은 놀라 딸꾹질을 했다.

“안, 봤습니다.”

“호호호! 섹시하죠?”

“예.”

형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봤네. 조금 이따 봐요.”

박지은의 말에 형성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호중이 들어간 후 5분 정도 지난 다음 박지은이 다방 레지처럼 껌을 쫙쫙 씹으면 모텔 카운터로 들어왔다.

“저기요?”

쫙! 쫙!

박지은의 껌 씹는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누구야?”

모텔 종업원은 힐끗 박지은을 봤다. 평소 제법 야하게 입는 박지은이라 옷을 갈아입을 필요도 없었다. 거기다가 입고 있던 네크라인도 길게 늘어뜨려 야하게 만들었으니 누가 봐도 싸면서 섹시하게 보였다.

러브호텔 종업원의 말에 박지은은 싹수가 없게 껌을 씹으며 커피 쟁반을 종업원이 볼 수 있게 들어올렸다.

“못 보던 얼굴이네.”

“그럼 내가 왔다고 신고 명함이라도 돌릴까?”

정말 싸가지 없는 것으로 따지면 박지은이 최고일 거다.

“어느 다방이냐?”

“찾아봐.”

박지은의 말에 종업원은 피식 웃다가 카운터에서 나왔다. 딱 봐도 눈깔이 한 번 찝쩍거려보겠다는 눈깔이었다.

“삼삼하네.”

“원래 내가 좀 그래. 삼삼하지? 연락해! 그럼 호호호! 줄게. 알지? 티켓 끊는 거.”

“몇 호 가는데?”

“306호. 키 줘!”

박지은은 아무렇지 않게 키를 달라고 했다.

“키는 왜?”

“잔다고 키 받아서 들어오라네.”

“306호 들어오는 거 못 봤는데?”

종업원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래? 그럼 누가 불렀지? 오빠가 부른 거야?”

박지은은 살짝 종업원을 보며 씩 웃었다.

“그건 아니고.”

“키 달라니까. 나 같은 년은 시간이 돈이라는 거 몰라?”

박지은은 종업원에게 짜증을 부렸다.

“그렇기는 한데 잠깐만 기다려.”

모텔 종업원은 내선 전화기로 전화를 했다. 그냥 키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계속 울렸다. 6번쯤 울리고 나서 딸깍 소리가 나며 통화가 됐다.

-여, 여보세요.

잔뜩 잠에 취한 목소리가 전화를 받았다.

“카운터입니다. 혹시 커피 시키셨습니까?”

-왜?

전화를 받은 사람이 매우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 물론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은 형성이다.

“아가씨가 키를 받아서 오라고 해서 확인 차원으로 전화를 드리는 겁니다.”

-귀찮게 하네. 키 줘서 올려 보내요. 쯧!

뚝!

형성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정말 싸가지 없이 말을 하고 전화를 끊는 것에 종업원은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손님은 왕인 법이다.

종업원은 박지은을 힐끗 보며 키를 건넸다. 그리고 마치 자기 엉덩이인 양 박지은의 엉덩이를 짝! 하고 때렸다.

“어머!”

박지은은 종업원을 째려봤다.

“끝나고 목욕 깨끗이 하고 들렸다가 가. 나도 오늘 한 잔 찐하게 마시자.”

“돈만 많이 주면.”

박지은 살짝 윙크를 했다. 그렇게 장 꼰대의 룸이 열렸다. 박지은은 문을 열고 나서 바로 호중에게 전화를 했다.

“열었어. 와!”

박지은의 말에 호중은 장 꼰대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신문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신문은 뭐야?”

박지은은 침대에 야릇하게 누워 있었다.

“좋다!”

호중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호중은 신문을 작은 테이블에 올려놨다.

“가자!”

“여기 누워 봐.”

“가자니까.”

“누우라니까.”

박지은은 자꾸 옆에 누우라고 칭얼댔다. 그런 박지은을 호중은 빤히 봤다. 정말 옆에 눕고 싶은 호중이었다.

‘덮치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호중은 마지못해 누웠다. 그리고 바로 박지은이 호중을 덮쳤다.

“왜 이래?”

“심심한테 뽀뽀나 한 번 할까?”

박지은은 아주 철 지난 농담까지 하며 호중을 놀렸다.

“됐네요. 가자.”

호중은 바로 일어섰다. 그런 호중을 박지은이 째려봤다.

“넌 줘도 못 먹냐?”

박지은의 말에 호중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먹을 때 되면 먹겠지.”

“그게 언젠데?”

“민증 잉크 빠지면.”

“쳇! 아! 그러세요. 그러기 전에 누가 먹겠다.”

정말 막 가는 박지은이다.

“절대 그런 일 없을 거다. 내가 철저하게 감시할 거거든. 가자!”

호중이 손을 내밀었다.

박지은은 그 손을 잡고 일어서며 호중이 놓아 둔 신문을 힐끗 봤다.

“이거 가져다 놓으려고 이런 거야?”

“이게 완벽한 밑밥이거든.”

호중은 씩 웃었다.

박지은은 그렇게 룸에서 나왔다.

“이럴 때는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가 중요하잖아.”

“그치.”

박지은은 천천히 카운터를 향해 걸어갔다. 잔뜩 찡그린 얼굴을 했다.

“씨발! 불러 놓고 안 불렀다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뭐? 뭔 소리야?”

종업원은 박지은을 빤히 봤다.

“개새끼가 안 불렀다네.”

“뭐? 아까 통화를 했잖아.”

“그러니까. 에이 씨발. 하여튼 이런 시골이 더 지랄이라니까.”

박지은은 껌을 짝짝 씹으며 짜증을 부렸다.

“그럼 내가 부르면 되는 거지?”

종업원이 박지은을 보며 씩 웃었다.

“재수 깡이다. 나 간다.”

박지은은 키를 툭 카운터에 던지고 사라졌다. 그리고 호중이 밖으로 나왔다.

“왜 이렇게 시끄럽습니까?”

호중은 종업원을 봤다. 호중이 바로 나온 것은 종업원이 박지은을 잡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요? 저 불 좀 빌립시다.”

호중은 아직 어려 보였다. 어린놈이 불을 빌려달라니 종업원은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손님은 왕이다. 종업원은 어쩔 수 없이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 줬다.

그 순간 호중이 종업원의 혈을 꾹 눌렀다.

쿵!

그 순간 종업원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호중은 바로 종업원을 카운터 안 의자에 조심히 앉히고 마치 엎드려 자는 것 같이 자세를 잡아 줬다.

“한 10시간 푹 자라.”

호중은 씩 웃었다. 호중은 이제 비술 암기 중급을 수련하고 있었다.

* * *

뜨악새는 3일이 걸린다고 말을 했지만 하루 만에 장 꼰대의 수족인 핸섬 보이의 죄악을 탈탈 털어서 왔다.

난 대한민국 여자들이 무척 똑똑한 여자들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핸섬 보이가 사기 치는 것을 보고 나서 대한민국 여자만큼 멍청하고 허영심이 강한 여자들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놈은 어디에 있습니까?”

난 뜨악새에게 물었다.

“신촌에 있습니다. 신촌에서 술집을 하는 여자를 후리고 다닌답니다.”

“아 그래요. 피해 여성들은요?”

뜨악새는 피해 여성들까지 파악해서 섭외한 상태였다. 돈을 찾아 주고 그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을 데려다 준다고 하니, 피해 여성들은 열 일 제쳐 놓고 따라나선 거다.

“어쩌실 겁니까?”

뜨악새는 날 빤히 보며 물었다.

“최 사부가 내부의 공모자가 필요하다잖아.”

“내부의 공모자도 좋지만 그러다 탄로가 나면 만사가 꽝이 되는 겁니다.”

“그러지 못하게 만들어야지.”

“가능하시겠습니까?”

“가능하지.”

난 뜨악새를 보며 씩 웃었다.

“갑시다. 신촌! 또 다른 여자들이 몸 주고 돈 주고 마음 상처 입기 전에.”

“예.”

* * *

제법 그럴싸해 보이는 서점에 한창 책을 정리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굳이 뜨악새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냥 딱 봐도 책으로 먹고 살 여자처럼은 안 보였다.

난 힐끗 여자를 보며 뜨악새를 봤다.

“영 안 맞게 무슨 서점입니까?”

“폐업 직전의 서점을 핸섬 보이가 통째로 인수를 해서 저 멍청한 여자한테 넘긴 겁니다.”

“얼마에요?”

“자본금 빼고 6천 정도 뽑은 것 같습니다. 1타로 뽑은 것치고는 괜찮은 수입인 것 같습니다.”

뜨악새의 설명을 듣고 난 여자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것을 노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그렇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마음을 먹은 것 역시 저 핸섬 보이 때문일 거다.

“저 여자한테 뭐라고 소개를 했습니까?”

“대학 강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여자는.”

난 헛웃음이 나왔다.

“왜 교수라고 하지 않았다는데요?”

“최 사부가 그랬잖습니까. 사기는 상식이라고. 교수를 하기에는 너무 젊죠. 그리고 여자가 가지겠다는 마음을 먹기에는 담장이 너무 높고요.”

난 뜨악새의 설명이 이해가 됐다.

대학 시간 강사라면 돈이 궁한 직업 중 하나다. 물론 명예는 조금 있겠지만. 그리고 여자가 충분히 내조를 해 주면 교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을 거다. 그러니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준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고 여자가 기대할 거라는 계산까지 핸섬 보이는 한 거였다.

“머리 좋네요.”

“머리가 좋으니 사기를 치는 거죠.”

난 땀을 뻘뻘 흘리며 책을 정리하고 있는 핸섬 보이를 봤다.

“제가 들어가서 데리고 나오죠.”

“어떻게 데리고 나오시려고 그러십니까?”

“시간 강사니 전 학생이 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내 말에 뜨악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 차에 가 있겠습니다.”

“예.”

난 천천히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서점은 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여자가 서점 안으로 들어오는 날 보고 웃으며 말했다.

“학생! 아직 정리가 안 돼서 책 못 파는데.”

“아 그러세요. 저 교수님 뵈려고 왔어요.”

“교수님?”

여자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핸섬 보이를 봤다.

“여보! 제자 분 오신 것 같은데?”

여자의 말에 핸섬 보이는 돌아서기 전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언제 인상을 찡그렸냐는 듯 환하게 날 보며 웃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응. 누구지?”

“저번에 교양 들었던 최은성입니다.”

“아! 그래! 그래! 이제 생각이 나네. 왜?”

역시 사기꾼답게 순발력 하나는 좋은 핸섬 보이다.

“장 교수님께서 급하게 모시고 오라고 하셔서 왔어요.”

아마 장 교수라고 하면 장 꼰대라는 것을 알 거다.

“어, 어디 계신데?”

“저기 차에 계세요.”

“오시라고 하시지.”

“잠깐 할 이야기만 하시고 가셔야 한대요. 제주도 세미나 때문에 하실 이야기가 있다고 하시네요.”

“그래? 알았어.”

나와 핸섬 보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여자는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핸섬 보이가 여자를 봤다.

“여보 나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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