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의 신-84화 (84/210)

흑막의 신! 84화

“그렇다고 하시네요.”

난 소피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프랑스인이라면 이해가 된다. 요즘 국제결혼이 한창 유행이니.

하지만 할아버지도 아니고 증조할아버지가 프랑스인 정도 된다는 소피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나였다.

“왜, 거짓말 같아요?”

소피는 날 보며 웃으며 물었다.

“아니. 함부로 남의 말을 믿는 성격은 아니지만, 또 남의 말을 함부로 의심하지도 않지.”

난 소피를 쭉 봤다. 거의 다 벗고 있었기에 보는 내가 약간 부끄러웠지만, 소피는 당당했다. 스트립쇼가 자신의 직업이라는 개념이 확실히 잡힌 여자인 것 같았다.

‘고향이 어디지?’

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그녀의 고향이 궁금했다.

“고향이 어디지?”

“저요?”

“아니. 아버지나 할아버지 고향?”

내 질문에 소피는 다시 피식 웃었다.

“강화도요.”

“강화도?”

“예.”

난 소피의 말에 머리에 스치는 게 있었다.

‘강화도?’

난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잡생각에 빠져 있을 때 소피는 천천히 핸섬 보이에게 걸어가서 바로 그의 앞에 서서 날 봤다.

“지금 해도 되죠?”

“어?”

“이 남자 지금 미치게 만들어도 되냐고요?”

“당연하지. 해 봐!”

난 핸섬 보이와 소피를 봤다.

자신감 넘치는 소피.

그리고 잔뜩 겁을 먹고 긴장을 하는 핸섬 보이.

정말 대조되는 모습이다. 소피는 핸섬 보이를 봤다. 그리고 그녀의 고운 손으로 핸섬 보이의 양 볼을 살짝 만졌다.

“분위기가 좀 이상하지만 우리 즐겨 봐요.”

“으으음!”

“당신 흥분시키면 나 천만 원 벌어요. 집중해요. 호호호!”

소피는 핸섬 보이를 터치하며 자극했다. 하지만 절대 쉬운 일은 아닐 거다.

난 씩 웃었다.

머릿속에서는 그녀 가족들의 고향이 강화도라는 것을 떨칠 수가 없었다.

‘강화도? 강화도란 말이지?’

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 * *

내가 인상을 찡그리는 동안 소피 장은 어떻게든 핸섬 보이를 흥분시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왜 이래?”

소피 장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이 사람 고자 아니에요?”

소피 장이 내게 말했다.

“변명인가?”

“변명이 아니라 이렇게까지 했는데…….”

“그렇게 생각을 해?”

“그럼요.”

난 소피 장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반대편 거울 벽에 보이는 여자들을 가리켰다.

“저 여자들이 다 저놈이 고자라서 몸 주고 돈 주고 정을 줬을까?”

“예?”

소피는 거울 벽을 뚫어지게 봤다. 아직 남아 있는 여자는 다섯이다.

“저놈 알아주는 제비 사기꾼이지. 정력도 꽤 좋은 놈이고.”

“정, 정말요?”

소피 장은 믿어지지 않았다.

“확실해.”

“그, 그럼 왜 이러는 건데요?”

“그게 중요하지는 않지. 졌으면 그만이잖아.”

“으음.”

소피 장은 날 빤히 봤다.

“졌어요.”

“좋아. 언제든 내가 필요할 때 오는 거다.”

난 소피 장을 보며 씩 웃었다. 약간의 야릇한 눈빛일 거다. 나도 역시 남자다.

“알았어요.”

“나가 있어. 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알았어요.”

소피 장은 짧게 말하고 방에서 나갔다. 이제 나와 핸섬 보이만 남았다.

“나,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평생 고자로 살고 싶어?”

“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리고 왜 이러는 거야?”

핸섬 보이는 두려운 눈빛이 가득했다.

“질문은 한 번에 하나씩이다. 그리고 이제 질문 같은 것은 내가 한다.”

난 핸섬 보이를 노려봤다.

“평생 고자로 살 건가? 아니면 장 꼰대를 배신할 건가?”

“뭐? 뭐라는 거야!”

“말이 짧군. 한 번 더 말이 짧거나 날 거북하게 만들면 넌 평생 고자로 살아야 할 거다.”

난 핸섬 보이를 노려봤다.

“잘, 잘못했소.”

“극존칭이면 더 좋겠는데.”

“잘못했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다시 묻는다. 장 꼰대를 배신할 수 있나?”

“배신이라고요? 저한테 뭘 원하시는 겁니까?”

“배신이지.”

“제가 뭘 하면 절 정상으로 돌려주실 겁니까?”

“나, 요번에 아주 접시를 제대로 한 번 돌려볼 생각이다.”

“사기 말씀입니까?”

“물론! 그러니 그 접시를 네가 돌려줘야 할 것 같다.”

내 말에 핸섬 보이는 인상을 찡그렸다.

“저 그러다가 살아남지 못합니다. 장 꼰대 무서운 사람입니다.”

“재기불능으로 만들 참이다. 그러니 그런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 하지만…….”

“그럼 평생 고자로 살아.”

난 돌아섰다. 지금 초조한 것은 핸섬 보이다.

“평, 평생 고자로요?”

“그래! 평생. 아니, 다시 태어나도 고자로 살게 될 거다. 마지막이다. 결정해.”

“으음.”

저런 신음은 이제 배신을 하겠다는 표현일 거다.

“알, 알겠습니다.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몸을 정상으로만 돌려놔 주십시오.”

“일이 끝나고 나서.”

“정, 정말입니까?”

“물론.”

난 차갑게 등을 돌리며 웃었다. 아마 핸섬 보이는 악마를 오늘 봤을 거다. 난 사악한 것들을 응징하는 악마적 테러리스트가 될 거다. 그리고 부를 축적할 거다.

세상은 나로 인해 새롭게 개편되어야 한다.

***

철원에 있는 호텔.

장 꼰대는 진태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겨우 돌아왔다. 역시 진태는 시키면 다 하는 놈이다.

장 꼰대는 러브호텔 룸으로 들어서며 인상을 찡그렸다.

“젠장! 마가 끼었나!”

“새옹지마라고 생각을 해요.”

“새옹지마라. 그렇게 생각을 하면 좋겠지. 커피나 한 잔 타.”

“예.”

미숙은 짧게 대답을 하고 냉장고를 얼었고 장 꼰대는 작은 티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낮에 봤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때 장 꼰대의 눈에 신문이 들어왔다. 그 신문 맨 앞 장에는 당연히 김 엔 동방의 김용팔 회장의 얼굴이 떡하니 박혀 있다.

“이, 이 사람…….”

장 꼰대는 놀라 눈이 커지면서 신문을 읽어 내렸다.

“김 엔 동방?”

“왜 그래요?”

미숙이 종이컵에 커피를 들고 오며 물었다.

“이 사람 기억나나?”

“누구요?”

미숙은 힐끗 장 꼰대가 들고 있는 신문을 봤다.

“그 늙은이가 누군데요?”

“기억 안 나?”

“참! 제가 어떻게 다 기억을 해요.”

“낮에 봤잖아.”

“낮에요?”

“그래. 낮에.”

장 꼰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장 꼰대의 말에 미숙도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 낮에 본 사람이 맞았다.

“맞아요. 낮에 들판에서 본 그 늙은이예요.”

“그래! 낮에 본 늙은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투자 전문 회사의 회장인 김용팔 회장이야!”

사실 신문에 있는 사진은 청솔제약을 인수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 속 김용팔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청솔제약 사장이다.

“으음.”

장 꼰대는 짧게 신음을 했다.

“커피 드세요.”

“이걸 뭐라고 생각을 해?”

장 꼰대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미숙에게 물었다.

“뭐요?”

“저런 거물이 이곳에 온 이유 말이야.”

“저야 모르죠.”

당연한 거다. 몸으로 먹고 사는 년이 어떻게 알겠나.

“3개월이라고 했어. 3개월 후에 무엇인가 이곳에서 일이 벌어지는 거야.”

장 꼰대의 머릿속에 들판에서 김용팔 회장과 청솔제약 그리고 재창건설 사장인 김재창이 한 말이 떠올랐다.

“3개월 후에 뭐요?”

김미숙은 장 꼰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장 꼰대를 뚫어지게 봤다.

“알지도 못하는 질문 하지 말고 어깨나 좀 주물러.”

“예.”

미숙은 바로 장 꼰대의 뒤로 가서 어깨를 주물렀다. 피로 회복을 시켜 주기 위한 주무름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몸을 자극하는 그런 스킨십이다.

“으음. 3개월 후란 말이지. 하하하!”

장 꼰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화통하게 웃었다.

“3개월 후에 왜요?”

“사기 치려고 왔다가 사업하게 생겼어.”

미숙은 장 꼰대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돈 얼마나 있냐?”

장 꼰대의 물음에 미숙은 인상을 찡그렸다.

“왜요?”

“내게 투자를 하라고.”

“투자요?”

“그래. 이번에 투자를 하면 대박이 날 거다.”

장 꼰대는 투자를 하라고 미숙에게 말했지만, 미숙은 장 꼰대가 자신에게 사기를 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돈 없어요.”

“저번에 해 먹은 거 있잖아.”

“없어요.”

미숙의 말에 장 꼰대는 피식 웃었다.

“하기 싫으면 말고. 나중에 후회를 할 거다.”

장 꼰대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번에 다 걸어서 올인이다. 분명 대박이야!’

슬슬 은성이 짜 놓은 판에 빠져들고 있는 장 꼰대였다.

“내일 그쪽 땅 주인이 누군지 좀 알아봐.”

“무슨 땅이요?”

“이 늙은이가 본 땅 말이야!”

장 꼰대가 신문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정말 잘만 하면 대박이다. 이 엄청난 정보를 아는 사람은 나하고 넌데 넌 관심이 없고 뭔지 모르니 결국 나만 대박이 나는 거다. 하하하!”

“무슨 소리에요?”

“투자하기 싫다며 그럼 넌 땅 주인이 누군지나 알아봐.”

“예.”

“그리고 좀 잘 좀 만져 봐. 실력이 형편없어졌군.”

“왜 이래요? 아직 미숙이 하면 끝내 준다고요.”

미숙은 그렇게 말하며 장 꼰대의 몸을 만졌다.

‘하하하! 좋아. 대박이야.’

***

장 꼰대가 차린 기획 부동산 사무실.

장 꼰대와 사기꾼들이 모였다.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고 장 꼰대를 제외한 사람들은 지금 장 꼰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장 꼰대만 보고 있었다. 어떤 남자는 장 꼰대의 말이 이해가 안 되는 눈빛을 보였고, 또 어떤 여자는 이해는 되는데 그걸 자신들이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저 처음부터 장 꼰대와 같이 있던 미숙만이 담담하게 커피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야시시한 눈빛으로 흰 도자기 잔에 커피를 마시는 그녀의 입술은 붉었고, 살짝 단추를 푼 그녀의 상의는 유심히만 본다면 그녀의 입술보다 더 붉은 유두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살짝 꼬고 앉은 다리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지 분명히 알려 줄 것 같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유혹하겠다는 듯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미숙을 휠체어와 박 도장이 힐끗 보고 있었다.

휠체어야 미숙의 숨겨진 기둥서방이라 먹잇감이 될 수는 없지만 요즘 들어 부쩍 자신의 몸에 관심을 보이는 박 도장이었고, 잘만 하면 박 도장이 도장(공무서 위조)을 파서 번 돈을 꿀꺽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눈빛을 너무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었다.

‘우선 밑밥부터 던져야겠네.’

미숙은 잔을 내려놓고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자신을 보고 있던 두 남자의 표정은 각각의 사정 때문인지 확연히 달랐다.

“작업 치지 말고.”

장 꼰대가 지금 이런 대박인 상황에서도 푼돈 때문에 동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작업을 치는 미숙을 보며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작업을 누가 친다고 그래요?”

“이런 대박이 있는데, 푼돈에 목말라 하지 말자.”

“내 품에 들어와야 대박도 대박이죠.”

“대박은 만드는 거야! 싫으면 빠져.”

장 꼰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만큼 장 꼰대는 흥분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대박의 순간을 포착한 장 꼰대이기에 이성을 잃었다고 봐야 할 거다. 그리고 냉정한 사기계에서 이성을 잃었다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호호호! 누가 싫다고 했어요. 그냥 적적한 사람끼리 우애나 다지는 거지.”

“침대에서 홀딱 벗고 우애를 다지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