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의 신-87화 (87/210)

흑막의 신! 87화

휠체어가 타고 있는 차 안.

휠체어는 차를 몰며 미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네 생각대로 혼자 먹겠다고 하네.”

-그러니 개새끼지.

“어떻게 해?”

-너는 장 꼰대의 옆에 붙어서 알랑거리면서 땅을 모아. 난 나대로 은밀하게 모을게.

“알았어.”

-이번에는 잘하자. 응! 네 딸년 영어 유치원 보내면서 살아야 하잖아.

“알았어. 알았다고. 그건 그렇고 그 새끼랑 자나?”

휠체어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그 새끼라니, 누구?

“장 꼰대도 그렇고 그 운짝 새끼!”

-얼마인지 알아내야 하잖아. 왜, 꼴에 남자라고. 시빨 기분 좆같아?

“그건 아니고.”

-그것들이 넣어도 표도 안 나!

“알았어.”

-끊어.

미숙이 차갑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화간 난 휠체어는 엑셀을 꾹 밟았다.

부으르릉!

급히 차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멀어지는 차를 보고 호중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했다.

“출발했습니다.”

-어디로 가는 것 같아?

“서울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계획대로 자금을 마련하려고 가는 것 같습니다.”

-착착 일이 진행되는군.

“그렇습니다. 사부.”

-그런데 너, 박지은이랑 또 같이 있냐?

은성의 목소리에 약간 힘이 들어갔다.

“그, 그게…….”

-분명히 내가 경고를 했다. 허튼짓하면 도가니를 뽑아 버린다고.

“알,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은성의 말 한마디에 호중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때 박지은이 호중의 핸드폰을 빼앗았다.

“왜 자꾸 이상한 소리 하는 건데요.”

-너 누구야?

은성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누구겠어요? 지은이지.”

-너, 왜 학교 안 갔어?

은성이 소리를 질렀다.

“오빠 친구지. 오빠는 아니지 않나? 관심 꺼요. 그리고 저 학교에서 잘렸어요. 우리 호중이 오빠 자꾸 혼내면 저 또 확 가출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우리 오빠가 정말 찔찔 짤지도 몰라요. 알아서 하세요. 친구라면 죽고 못 사는 분 같으니까.”

-뭐?

은성이 소리를 질렀다.

“하여튼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관심 꺼요.”

-으음. 호중이 바꿔라.

“끊어요.”

박지은은 툭 하고 핸드폰을 끊었다.

“왜 그래?”

호중은 박지은의 행동에 기겁을 했다.

“그렇게 겁이 나나?”

“뭐가?”

“우리 오빠 친구가 그렇게 겁이 나냐고?”

“그게 그런 게 아니다.”

호중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면 뭔데?”

박지은의 물음에 호중이 박지은을 뚫어지게 봤다.

“너도 한순간 희망 없이 살아봤지.”

“그게 왜?”

“내게 없던 희망을 사부가 줬다.”

담담하게 말하는 호중이지만 뭔가 무게감이 있었다. 그런 호중을 박지은이 물끄러미 봤다.

“사부는 무슨. 어디 3류 무협 찍나? 배고파 밥 먹자.”

박지은은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를 일순간 날려 버렸다.

하지만 누구보다 호중이 뭘 말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박지은이었다.

* * *

“뭐야 이거?”

난 핸드폰을 봤다.

“왜 그러십니까?”

오른쪽에 앉아 있던 김재창이 물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난 최 사부를 봤다.

“거의 다 낚인 것 같네요.”

“방심은 금물입니다.”

최 사부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장 꼰대가 숨겨 놓은 돈이 많다고 해도 당장 현금화를 시키려면 좀 허덕일 겁니다.”

최 사부는 내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요?”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날 빤히 보는 게 무척이나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

“예. 질문 좋은 거죠.”

“돈이 목적이십니까? 아니면 장 꼰대의 몰락이 목적이십니까? 그것도 아니면 돈도 벌고 장 꼰대를 몰락시키고 일거양득을 원하는 겁니까?”

이거 참 대답하기 무척이나 곤란한 질문이었다.

난 스스로 악을 제거하는 테러리스트가 되겠다고 다짐을 하고 말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절대 돈이 목적이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돈이 들어온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돈보다 장 꼰대의 몰락이 더 중요했다.

“장 꼰대를 우선 재기하지 못하도록 몰락시키는 게 목적입니다.”

내 답에 최 사부는 피식 웃었다.

“왜 웃으시죠?”

“그 답에 돈도 좋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서 그럽니다.”

난 순간 뜨끔했다.

“수익금은 좋은 곳에 쓸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곳입니까? 설마 사기를 당한 사람들에게 돌려주시겠다는 건 아니시겠죠?”

“왜, 안 됩니까?”

난 최 사부를 뚫어지게 봤다.

“사기는 상식입니다. 사기를 당한 사람들은 상식을 벗어날 만큼 탐욕에 눈먼 사람입니다. 돌려 줄 필요가 없습니다.”

최 사부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꼭 탐욕 때문에 사기를 당했다고 볼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창권의 부모님도 그런 종류였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창권 군의 부모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죠.”

“예. 맞습니다. 예외도 있는 법이죠.”

최 사부 역시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떻게 쓰실 생각이십니까?”

“과거를 돌린다고 해서 현재가 바뀌는 건 아닙니다.”

내 말에 최 사부는 그렇다는 듯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전 그곳에 복지 시설을 짓고 싶습니다.”

조금 황당한 이야기일 거다.

“황당하지만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제 제가 답을 드렸습니다. 생각하고 계신 것을 말해 보세요.”

분명 최 사부는 뭔가 더 있을 것 같았다.

“예. 장 꼰대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업자를 찾을 겁니다.”

듣고 보니 맞는 소리다. 역시 뭐든지 상식에서 통하는 법이다. 일주일 만에 장 꼰대가 가지고 있는 건물이나 다른 곳의 땅이 팔릴 리는 없다. 그리고 땅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직 땅은 돈만 기다릴 뿐이다.

“돈을 융통한다는 거군요.”

“물론입니다. 장 꼰대가 즐겨 찾는 사채업자가 누군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요?”

“그 사람과 손을 잡아야 합니다.”

최 사부의 말에 난 뜨악새를 봤다.

“알아봤겠죠?”

사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포 불곰이라는 사채업자입니다. 셈이 정확하고 연체를 하는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가혹한 사채업자입니다.”

사채업자 중에 가혹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그렇지 않나요?”

“평균 이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중국으로 보내 버리는 것이 주특기입니다.”

“중국이라고 하셨습니까?”

순간 난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중국과 인도.

국제 장기 불법 밀매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중국과 인도다.

사람의 수가 많으니 사람의 목숨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곳이 바로 그 두 나라인 거다. 특히 중국은 인명 경시 사상이 너무나 팽배해 있었다.

국제적인 비판을 받으면서도 사형수에게 장기를 적출해서 이식하는 곳이 바로 중국이라는 나라였다.

“대한민국은 그래도 콩팥 하나, 눈 한쪽, 간 조금, 이렇게 뗍니다. 하지만 중국은 탈탈 털죠. 껍데기만 남기고 다 뜯어냅니다. 그것도 병원에서 말입니다.”

“사형수의 장기도 적출을 하죠.”

“좀 아시는군요.”

“신문에서 봤습니다.”

“하여튼 죽으라고 보내는 겁니다. 돈을 갚지 못하면 몸 안에 있는 알맹이를 빼서 갚게 만드는 사악한 여자죠.”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되는 악녀군요.”

난 어금니를 깨물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필요한 자이기도 합니다.”

뜨악새는 내 참모답게 의견을 제시했다.

“악마와도 손을 잡으라는 겁니까?”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캡틴께서는 스스로 테러리스트라고 하셨으니 말입니다.”

“그렇죠.”

뜨악새가 시원하게 대답을 하자 최 사부는 약간 놀라는 것 같다가 피식 웃었다.

“역시 제 머리 위에 계시군요.”

“같은 생각을 한 것뿐입니다.”

“마포 불곰과 이야기를 해 보십시오. 사채업자 특성상 돈이면 뭐든 할 겁니다.”

“으음.”

난 잠시 고민이 됐다.

“우선 악 하나를 정리하시는 겁니다. 그 다음 악은 그 다음 방법으로 정리를 하시면 됩니다.”

최 사부가 내 고민을 한 번에 정리해 줬다. 그리고 차후의 정리 대상도 알려 줬다.

“잽을 계속 날리라는 말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원래 한 방에 쓰러지는 놈은 없습니다. 한 대 툭 치고 두 대 툭 쳐서 세 대째에 쓰러지는 겁니다. 땅을 비싸게 사서 한 방 맞고, 자금이 말려서 두 방 맞고, 빚을 못 갚아서 담보까지 털리게 되고, 결국 마지막은 비싸게 산 땅도 저희에게 헐값에 팔게 되는 겁니다.”

“그렇군요. 마포 불곰은 장 꼰대 압박용이군요.”

“그렇습니다. 그곳에 복지 시설을 짓겠다고 하셔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난 최 사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

결국 최 사부의 생각대로 일이 되면 내 돈 한 푼 안 들이고 꽤 큰 복지 시설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 모든 돈은 장 꼰대의 전 재산이 될 거다.

“역시 저보다 한 수 위십니다.”

“하하하! 그래도 사기 친 세월이라는 게 있잖습니까.”

“그런가요? 그럼 마포 불곰은 최 사부께서 만나 주셔야겠네요.”

“알겠습니다.”

“벌써 철원에서 출발을 했으니 서둘러야 할 겁니다.”

“예.”

난 뜨악새를 봤다.

“안내해 드리세요.”

“알겠습니다.”

***

장 꼰대는 마포 불곰을 찾아왔다.

서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사채업자가 바로 마포 불곰이다. 하지만 다른 사채업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마포 불곰은 장 꼰대 같은 대형 사기꾼들에게 뒷돈을 대 주는 전주 노릇도 한다는 거였다.

“장 선생이 나를 다 찾으시네요.”

은성의 예상과 다르게 마포 불곰은 젊은 30대 여자였다. 별칭이 불곰이라 붙었을 뿐이지, 사실은 절대 불곰처럼 생기지 않은 여자였다.

“그러게. 참 5년 만이지?”

장 꼰대도 경상도에서 한창 날릴 때 마포 불곰의 돈을 받아 대형 기획 부동산 사기를 친 적이 있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시다고?”

마포 불곰의 말에 장 꼰대는 피식 웃었다.

“필요하지.”

“제가 알기로는 꽤 많이 가지고 계신 걸로 아는데?”

마포 불곰의 말에 장 꼰대가 마포 불곰을 노려봤다.

“우리 집 숟가락 조사는 언제부터 했지?”

“조사는 무슨. 그냥 지나가는 바람한테 들은 거죠.”

“그 바람한테 조심하라고 해.”

장 꼰대가 마포 불곰을 노려봤다.

“호호호! 많이 크셨네요.”

“뭐?”

“제 돈 만지시면서 일하실 때가 딱 5년 전인데.”

마포 불곰의 말에 장 꼰대는 인상을 찡그렸다.

“나는 성장을 했는데 그쪽은?”

“호호호! 저야 그대로죠.”

“농담 그만하고 급전 좀 쓰자고.”

“물론 제 돈은 누구나 빌려 가실 수 있죠. 그런데 상당하신 장 꼰대가 굳이 제 급전까지 왜 빌리시려는지?”

마포 불곰은 마치 장 꼰대를 놀리는 듯 이죽거렸다.

“그래! 그래! 나도 좀 있어. 하지만 현금화가 바로 되지 않아서 그렇지. 당장 급해서 그러니 좀 필요한 만큼 내 줘.”

역시 탐욕에 사로잡힌 사람은 다급해지는 모양이다.

“그런가요? 호호호!”

“그래. 내가 급해서 그래. 50억만 땡겨 줘.”

장 꼰대는 스스럼없이 말했다.

“50억이 껌인가요? 오자마자 바로 달라고 그러시네.”

마포 불곰의 말에 장 꼰대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냥 달라는 것도 아니잖아.”

“예. 그냥 드릴 수는 없죠. 담보는?”

마포 불곰의 말에 장 꼰대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상가 문서를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이거면 되겠어?”

마포 불곰은 장 꼰대의 상가 문서를 봤다. 그리고 뭔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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