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의 신-88화 (88/210)

흑막의 신! 88화

“조금 부족하네.”

“이게 뭐가 부족해? 시가로 70억짜리야!”

“그야 시가고 여기는 아니죠. 우리 계산 방법은 시가대로 안 가죠. 우린 공시지가로 계산합니다.”

마포 불곰이 차갑게 웃었다.

“뭐? 공시지가로 상가 팔아먹어?”

“하여튼요. 담보 설정하는 사람 마음 아닌가요?”

“젠장! 이래서 과부년 달러 빚은 손을 대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군.”

“맞아요. 호호호!”

마포 불곰은 웃음으로 넘겼지만 장 꼰대를 찰나의 순간 노려봤다.

“나한테 자꾸 덤터기 씌울 생각은 좀 자제해. 우리 같이 일한 정이 있잖아.”

“그때는 제가 전주였죠. 아마.”

“왜. 내가 반말을 해서 기분 나쁜가?”

“아닙니다. 고객은 왕이죠. 그리고 담보인데 뭘 올려놔도 돈만 잘 입금시키면 문제없잖아요?”

“그래. 고작 담본데 너무 많이 잡으려고 하잖아.”

장 꼰대는 인상을 찡그렸다.

“왜 무기명 채권이 돈이 되는지 아시잖아요. 바로 현금화하고 증거 안 남고. 그러니 돈이 되는 겁니다. 제 돈도 마찬가지죠. 70억을 은행에서 빌리려고 해 보세요. 누가 빌려주나.”

마포 불곰은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장 꼰대는 70억짜리 상가를 가지고 있어도 은행으로 갈 형편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세금 탈세한 것만 해도 수억이 넘었다. 그러니 이렇게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거다.

“그래서?”

장 꼰대는 마포 불곰을 노려봤다.

“더 올리시라고요. 딱 봐도 저를 알고 더 가지고 오신 것 같은데. 호호호!”

“젠장! 아주 통째로 벗겨 먹겠다는 거야?”

“호호호! 그냥 담보잖아요. 담보! 입금만 잘되면 아무 문제없는 담보죠.”

“으음.”

틀린 말도 아니다. 그냥 담보니 돈만 잘 갚으면 금장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장 꼰대였다.

“좋아!”

장 꼰대는 다시 테이블 위에 분당에 있는 임야 토지 문서를 꺼냈다. 시가 30억짜리 문서다.

“50억 빌리겠다고 100억 담보를 내놔야 하나?”

“은행에서 빌리세요.”

“증거가 남잖아. 증거가!”

“그러니까요. 호호호!”

“이제 된 거야?”

“예. 그 정도면 되겠네요. 상환 기간은 언제로 하시겠습니까?”

“6개월.”

“6개월…….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선이자 10퍼센트는 제외합니다.”

마포 불곰의 말에 장 꼰대는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대부법에 5천만 원 이상의 금액을 빌리고 빌려줄 때는 이자 상한선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빌리기 싫으면 나가면 되는 거였다.

“5억을 그냥 날로 먹는군.”

“그것까지 감안하시지 않았나요?”

마포 불곰은 장 꼰대를 놀리듯 말했다.

“50억 채워 줘.”

“그럼 담보가 더 있어야겠죠.”

“뭐야?”

장 꼰대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이미 칼자루는 마포 불곰이 쥐고 있다.

“가시려고요? 멀리 안 나갑니다.”

“젠, 젠장!”

장 꼰대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마포 불곰이 악랄한 것은 예전에도 알았지만 오늘은 더한다는 생각이 드는 장 꼰대였다.

“뭐 더 내놔?”

“아파트 하나 더 올리세요.”

“내가 아파트가 어디에 있어?”

“호호호! 그러세요?”

마포 불곰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웃었다.

“왜 웃어?”

“그냥요.”

“젠장!”

장 꼰대는 마포 불곰의 말대로 아파트 한 채를 더 올려놨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담보물이기에 가능했고, 또 확실하게 대박이 날 토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3배만 받아도 150억이야.’

장 꼰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땅값 부풀리기.

그건 장 꼰대의 주특기니 3배 정도는 자신이 있었다.

“이제 통장 내놔!”

“호호호! 성질도 급하시네요.”

“여기에 있다가는 껍질째 벗겨질 것 같아서 그래.”

“에이 저, 외간 남자 함부로 안 벗겨요.”

마포 불곰은 금고에서 통장 5개를 꺼내 장 꼰대에게 건넸다. 물론 그건 대포 통장이다.

“통장도 드렸으니 이제 계약서 쓰셔야죠.”

“그래 써야지.”

마포 불곰이 내민 계약서를 장 꼰대가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인상을 찡그리며 마포 불곰을 노려봤다.

“6개월 후에 원금을 못 갚으면 소유권 이전을 하겠다고?”

“그게 담보의 목적 아닌가요?”

“100억이 넘는 걸 50억에 먹겠다고?”

“갚으시면 되잖아요. 담보는 돈만 잘 입금시키면 아무것도 아니죠.”

“요즘 왜 이렇게 세게 나가?”

장 꼰대는 살짝 의문이 들었다. 마치 자신이 무슨 일을 하려는지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다 이래요. 일본 애들 들어오고 나서 다들 더 독해졌죠.”

“뭐, 사채도 일본 애들이 들어왔다고?”

“그럼요. 우린 숨어서 하지만 걔네들은 케이블 광고까지 하면서 하잖아요. 무슨 머니 무슨 캐피탈 이러면서요.”

마포 불곰도 처음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서 날 후려친다?”

“원금만 잘 갚으시면 되고 이자만 잘 내시면 됩니다.”

“연 66퍼센트라는 거 아시죠? 그래도 전 싸게 드리는 거예요. 아시잖아요.”

“으음.”

장 꼰대는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사채치고 연 66퍼센트 이하로 받는 곳이 없었다. 보통 100퍼센트가 넘어가는 게 보통이었다.

5천만 원 이상은 법으로 제약하지 않는다. 딱 66퍼센트를 적용하는 게 대부법이지만 고액 사채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 그렇지. 하지만 너무 살벌하게 적혀 있어서.”

“담보물이잖아요. 갚으시면 그만이네요. 호호호! 설마 못 갚으실 것 같으세요?”

“그건 아니고.”

“못 갚으실 거라면 빌려 가지 마세요. 저도 50억 드리고 100억짜리 부동산 빼앗은 독한 년 소리는 이제 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 통장에 확실히 돈 들어 있는 거 맞아?”

“확인해 드리죠.”

마포 불곰은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물론 듣기 기능을 스피커폰으로 놓은 상태였다.

-조회하신 통장의 잔금은 10억 원입니다.

하나의 조회가 끝이 났다. 그리고 마포 불곰은 다시 다른 통장의 조회를 시작했다. 물론 마포 불곰은 천재가 아니기에 금고에서 대포 통장의 본주인 주민등록번호를 보고 핸드폰에 입력을 했다.

-조회하신 통장의 잔금은 10억 원입니다.”

10억 원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장 꼰대의 눈빛이 떨렸다.

“좀 많으니 시간이 걸리네요.”

마포 불곰은 다시 다른 통장을 조회하려고 했다.

“됐어. 나도 마포 불곰이 이런 거 속일 사람은 아니라는 거 알아.”

“호호호. 그럼요. 사채업도 신용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가?”

“예. 그런데 정말 50억을 6개월 만에 갚으실 수 있으시겠어요?”

마포 불곰이 장 꼰대를 보며 다시 물었다. 그 물음에 장 꼰대는 다시 며칠 전 봤던 김용팔 회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씩 웃었다.

“웃으시는 것을 봐서 자신이 있으신가 보네요.”

“그럼. 자신 있지. 갚을 수 있어.”

“그러세요.”

“비번은 뭐야?”

“0815요.”

“알았어.”

장 꼰대는 차용증 문서에 서명을 했다. 그리고 바로 6개월 후에 돈을 갚지 못한다면 명의 이전을 하겠다는 계약서에도 사인을 했다.

“그래도 요즘은 좋아졌네요. 대포 통장이 있어서.”

“그런가?”

장 꼰대는 피식 웃었다.

“그럼요. 예전에는 현찰로 들고 가시는 분도 많았죠. 날치기도 당하시고.”

“날치기?”

“현금이니 찾기도 힘들죠.”

“그렇지.”

장 꼰대는 주머니에 넣은 대포 통장을 만지작거렸다.

“재수 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6개월 후에 보자고.”

“더 빨리 갚아 주시면 고맙고요. 호호호!”

마포 불곰의 말에 장 꼰대는 인상을 찡그리며 일어섰다.

“밖에 누구 없어?”

마포 불곰이 소리쳤다.

“예. 사장님!”

“가시는 길까지 잘 모셔 드려.”

“알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는데?”

“이건 저희 서비스입니다.”

“꼭 누가 덮칠지도 모른다는 소리 같군.”

“세상사야 모르는 거죠.”

그렇게 장 꼰대는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잠시 후. 최 사부가 마포 불곰 앞에 앉았다.

“나야 50억으로 100억을 먹으니 좋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탈이 나는 법인데?”

마포 불곰은 최 사부를 봤다.

“사기도 상도덕이 있는 거지.”

“그런가요? 최 사부님!”

마포 불곰은 최 사부를 알고 있는 듯했다.

“물론! 최소한 여러 목숨 끊게 할 정도로 악랄하게 하면 안 되는 거지. 장 꼰대는 도를 넘어섰어.”

“부동산이 더 얼마나 있지?”

“누가요?”

“장 꼰대.”

최 사부의 질문에 마포 불곰은 피식 웃었다.

“그걸 왜 저한테 물으시죠? 저는 아무것도 모른답니다. 호호호!”

마포 불곰은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가?”

“그럼요.”

“그럼 누구한테 물어봐야 구린 애들이 얼마 있는지 잘 알려나? 난 마포 불곰이 가장 잘 알 것 같은데.”

최 사부는 마포 불곰을 노려봤다. 그 눈빛에 살기를 담았는지 마포 불곰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사기를 치면 누구나 다 걸려든다는 최 사부다.

마포 불곰은 최 사부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는 눈빛이었다. 사실 장 꼰대가 요즘 1인자 소리를 듣는 것도 최 사부가 은퇴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 앞에 떡 하니 사기의 전설이라 불리던 최 사부가 앉아 있다. 마포 불곰은 사채업자이면서도 최 사부에게 겁을 먹고 있었다.

“난 당신이 말해 줬으면 좋겠어.”

“으음.”

“알고 있군.”

최 사부는 마포 불곰을 보며 씩 웃었다.

“아마 빌딩은 두어 개 더 있죠. 이 나라에선 중부에 최 사부, 남부에 장 꼰대니까요. 최 사부께서 은퇴하시지 않았으면 장 꼰대가 서울까지 올라올 일이 없었죠.”

“그래, 그렇지. 나 없는 서울에서 장 꼰대가 너무 많이 상식 밖으로 해 먹었어.”

최 사부는 인상을 찡그렸다.

“100억을 날려도 100억 정도가 더 있다는 거야?”

“준재벌이죠. 30년 사기만 쳤으니 당연히 그 정도는 있어야죠. 호호호.”

“그 돈을 대 준 너는?”

최 사부가 마포 불곰을 노려봤다.

“궁금하세요?”

“아니. 그냥 조심하라고.”

최 사부는 그렇게 말하며 은성의 얼굴을 떠올렸다. 은성은 스스로를 악을 응징하는 테러리스트라고 말했다. 그럼 마포 불곰도 은성에게는 악처럼 보일 수 있었다.

“뭘요? 제가 뭘 조심해야 하죠?”

“하여튼. 모질게 굴면 험한 꼴 당하는 거다.”

“호호호! 제가 다 알아서 하죠. 하여튼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쯤 다시 장 꼰대 올 거야.”

최 사부의 말에 마포 불곰은 인상을 찡그렸다.

“뭘 하시려는 거예요?”

“걱정 마! 최소한 마포에서는 아무 일도 없을 거니까.”

“분명히 모든 일에는 상도덕이 있다고 최 사부께서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그렇지.”

최 사부는 씩 웃었다.

그렇게 최 사부와 마포 불곰의 미팅은 끝이 났고, 장 꼰대는 그 시간 마포 불곰의 부하들에게 호위를 받으며 차에 올랐다.

“왜 타?”

“저희가 마포를 벗어나실 때까지 모시겠습니다.”

건장한 청년 둘이 장 꼰대의 차에 탔다.

“됐어.”

“저희 룰입니다.”

“룰은 무슨 얼어 죽을.”

“죄송합니다. 저희는 분부하신 일만 합니다. 모셔다 드리라고 지시하시면 저희는 모셔 드립니다.”

“마음대로 해.”

장 꼰대는 건장한 남자 둘을 째려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모습을 나와 진태가 차를 타고 지켜봤다.

“차가 출발합니다.”

진태의 말에 난 힐끗 출발하는 차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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