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막의 신-89화 (89/210)

흑막의 신! 89화

“어디 그렇게 좋아하는 돈 활활 태워 주지.”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최 사부와 마포 불곰을 찾아왔을 때를 떠올렸다.

“장 꼰대가 마포 불곰에게서 대포 통장으로 돈을 받을 겁니다.”

최 사부는 무거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대포 통장이요?”

“예. 아마 통장의 주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겁니다.”

“그건 무슨 말씀이시죠?”

“마포 불곰은 젊지만 꽤 잔인한 편입니다.”

“그래서요?”

“통장이 불타면 아무도 찾지 못한다는 겁니다.”

최 사부의 말에 난 최 사부를 뚫어지게 봤다.

“통장을 강탈하라는 말인가요?”

“장 꼰대의 몰락을 원하지 않으셨습니까?”

“원합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그럼 그렇게 하셔야 할 겁니다. 탈탈 털어야 재기를 못하는 법이니까요.”

맞는 말이었다.

“50억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거군요.”

“물론입니다. 타 버리는 순간 모든 것은 사라질 겁니다.”

난 최 사부를 물끄러미 봤다.

“왜 그러십니까?”

“통장 강탈도 원래 시나리오에 들어 있었나요?”

“그래서 물어보지 않았습니까?”

“진정 원하시는 것이 뭐냐고?”

“그렇군요.”

“테러리스트보다는 강도 같아야 할 겁니다.”

“강도?”

“예.”

“통장 비번까지 알아내라는 건가요?”

“비슷하게 보이시면 됩니다. 최소한 겉멋으로 보는 앞에서 태우시지는 말라는 말씀이십니다.”

최 사부는 내게 당부하는 것처럼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왠지 난 최 사부의 당부를 어길 것만 같았다.

“눈빛을 보니 막둥이처럼 대답만 하시는 거군요.”

“예?”

“은성 님의 최대 단점이 뭔 줄 아십니까?”

“뭐죠?”

“어둠 속의 공명심입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자신만이 알아주는 공명심에 불타는 것 같습니다.”

어쩜 최 사부는 날 정확하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가 그런가요?”

“편하실 대로 하십시오.”

“하하하! 예.”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요.”

최 사부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난 장 꼰대의 뒤를 미행하면서 최 사부와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려 봤다.

지금 장 꼰대의 수중에 50억짜리 대포 통장이 있다면 그것을 태우거나 가로채면 장 꼰대는 50억을 날리는 거다.

태운다?

50억을 태운다.

그건 좀처럼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짓이다.

하지만 난 테러리스트가 되기로 정했다. 지금 장 꼰대가 들고 있는 50억을 마련하기 위해서 장 꼰대는 수십 번 힘없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쳤을 거다. 그가 무일푼이 되어서 몰락하는 것이 악을 제거하는 첫 걸음이다.

‘태워 주지.’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 * *

“언제까지 따라올 거야?”

“마포를 벗어나시면 저희는 철수하겠습니다.”

운전을 하고 있는 장 꼰대는 힐끗 남자 둘을 봤다. 사실 장 꼰대는 남자 둘이 더 불안했다.

“난 너희들이 더 불안하다.”

“걱정 마십시오. 아무리 돈이 좋아도 목숨이 하나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마포 불곰이 무섭나?”

“무섭습니다. 전 이 세상에서 제일 그분이 무섭습니다.”

그리고 끝내 장 꼰대의 차가 마포를 넘어섰다.

“여기서 세워 주십시오.”

“정말 딱 마포만 벗어나는군.”

장 꼰대는 차를 세웠다. 그리고 남자 둘이 차에서 내렸다.

“절대 통장 잊어버리시면 안 됩니다.”

“뭐?”

“대포 통장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뭐야?”

장 꼰대는 인상을 찡그렸다.

“10억 이상 들어 있는 통장 주인이 과연 살아 있겠습니까?”

남자의 말에 장 꼰대는 등골이 오싹했다.

“죽, 죽었단 말이야?”

“최소한 살아 있지는 않습니다.”

“그 말이 그 말이잖아.”

“그러니 마포 불곰께서 무서운 겁니다.”

“젠장! 알았어.”

“그럼 조심해서 가십시오.”

장 꼰대는 괜히 대포 통장으로 돈을 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바로 장 꼰대는 철원을 향해 달렸다.

* * *

진태는 권태가 모는 차를 타고 나와 장 꼰대의 차를 따라 자유로를 달렸다.

“자유로 귀신, 준비됐겠지?”

난 진태에게 물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진태는 씩 웃었다.

사실 이번에 자유로 귀신을 할 사람은 형성이다. 형성은 호중에게 배운 비술 경공을 이용해 자유로 귀신을 흉내 낼 거다.

차와 같은 속도로 달리는 흰 물체. 그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놈은 없다. 그리고 나 역시 차의 스피드가 줄면 차에서 뛰어내려 장 꼰대의 차를 향해 뛰어들 거다.

무모한 계획처럼 보이지만 비술 경공의 극점까지 이룬 나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아마 당하는 장 꼰대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을 거다.

차 앞 유리창에 뛰어든 타이거 마스크의 괴한.

타이거 마스크라니. 블랙 코미디일 거다.

또한 이건 말 그대로 아무도 믿지 않을 일이 될 거다.

‘또 하나의 자유로 괴담이 돌겠군.’

장 꼰대의 자동차는 자유로를 빠르게 달렸다. 이미 밤 12시가 거의 넘었기에 다니는 차는 거의 없었다.

“어디에 있지?”

“저 코너만 돌면 됩니다.”

“그렇군.”

진태가 말한 코너는 바로 앞과 뒤에서 보기에 아주 완벽한 사각지대였다. 그리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 꼰대의 차를 향해 마치 역주행을 하듯 흰옷 차림의 물체가 질주를 했다.

정말 이 정도 행동이면 미친 짓이다.

형성은 어금니를 깨물며 13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리는 차를 향해 달려들었다. 물론 충돌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장 꼰대가 타고 있는 차의 스피드를 줄이기 위함이다.

“뭐야?”

끼이이익!

장 꼰대는 하얀 물체를 보며 급브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았기에 차는 180도로 돌아서 정지를 했고, 차를 세우는 데 성공을 한 형성은 장 꼰대의 차를 한 번 노려보고 사라졌다.

장 꼰대는 놀라 형성을 바라봤다.

아니, 장 꼰대의 눈에는 귀신이 자신을 노려보는 것처럼 보였을 거다. 형성은 바로 빠르게 비술 경공을 발동시켜 뛰었고, 그리고 다리에 올라서서 뛰어내렸다.

이 역시 일반 사람이 생각하기에는 미친 짓이었다.

“뭐야? 씨발!”

장 꼰대는 급하게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그러다 자신의 품에 10억이 들어 있는 다섯 개의 통장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는지 인상을 찡그리며 차 문을 닫았다.

“내가 헛것을 봤나?”

장 꼰대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거다.

하지만 형성은 분명 내 지시를 받고 차를 세웠다. 형성은 내 지시대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거다.

이제 내가 움직일 차례다.

난 바로 진태가 모는 차에서 내렸다.

“몸은 괜찮나?”

“참 빨리도 물어보십니다.”

“괜찮을 것 같아서.”

난 진태를 보며 씩 웃었다.

“예. 괜찮습니다. 사부 때문에 몸 하나는 단단합니다. 그런데 부작용이…….”

“무슨 부작용?”

“아침에 그거 죽이느라 죽겠습니다.”

난 진태의 말에 피식 웃었다.

“왜 웃으십니까? 저는 고민이 돼서 죽겠는데.”

“봐! 괜찮잖아.”

내 말에 진태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추월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진태의 물음에 난 피식 웃었다.

“내가 호중을 가르쳤다.”

“그렇죠.”

진태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웃었다. 난 그리고 그 웃음을 잠깐 보고 이미 출발하는 장 꼰대의 차를 향해 비술 경공을 발동시켰다.

다다다닥! 다다다닥!

빠르게 달려 한 보를 힘껏 내딛으면 보통 일반인의 15보 정도의 거리를 뛴다. 난 그렇게 15보를 뛰었고 이제 마지막 한 보만 더 뛰면 내 계산대로 장 꼰대의 차 앞 지붕에 착지를 하게 된다.

“이얍!”

난 기합을 지르며 마지막 한 보를 힘껏 디뎠다.

쾅!

내가 강하게 착지를 했고 그 순간 장 꼰대의 차 지붕이 찌그러졌다.

“뭐야? 이게 뭐야?”

장 꼰대가 기겁해 지르는 소리가 밖에서까지 들렀다.

쾅! 쾅!

나는 차에 매달려 힘껏 차 지붕을 내 주먹으로 내려찍었다. 사실 이건 안에 있는 장 꼰대가 겁을 먹으라고 내려찍은 것도 있지만 달리는 차에서 내 두 발을 지지해 줄 곳을 만들기 위한 주먹질이었다. 차가 빠르게 달리니 말이다.

그리고 난 바로 차 지붕에 엎드려 차 앞 유리를 통해 차 안을 봤다.

“으아아악! 뭐야?”

끼이이익!

장 꼰대는 갑자기 나타난 타이거 마스크를 보고 기겁을 했다. 그리고 엉겁결에 급브레이크까지 잡았다.

끼이이익!

작용과 반작용.

갑작스럽게 급브레이크를 잡자 달리는 차 위에서 두 발로 지지를 하고 있던 나는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물론 추한 모습은 절대 아니었다.

난 앞으로 튕겨져 나갈 때 비술 경공을 이용해서 안전하게 도로에 착지를 했다.

그리고 바로 도로에서 일어나 차를 노려봤다.

내 눈에는 뭔가에 놀란 장 꼰대의 모습이 보였다. 장 꼰대는 자신의 차로 걸어오는 나를 노려봤다.

“넌 뭐야?”

그리고 장 꼰대가 어금니를 꽉 깨무는 것도 봤다.

부릉! 부릉!

차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날 차로 갈아 버리겠다고?”

난 장 꼰대를 노려봤다.

“비켜! 이 귀신같은 새끼야!”

부릉! 부릉!

그리고 장 꼰대의 차가 빠르게 내게 달려들었다. 아마 지금 장 꼰대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믿을 수가 없을 거다. 아니, 아무도 이런 상황을 믿을 수 없을 거다.

부르릉!

차가 급하게 내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차가 나를 충격하려는 순간, 난 차를 향해 뛰어들었다.

쾅!

난 다시 차에 착지를 했고, 그와 동시에 차 앞 유리창을 향해 힘껏 주먹을 날렸다.

쾅!

바지지직!

쾅!

바지직!

강화 유리로 된 차 앞 유리가 수백, 수천 조각으로 깨어져서 운전자의 시선을 가렸다.

끼이익!

장 꼰대의 차가 정지를 했고 장 꼰대는 놀란 눈으로 급하게 차에서 내렸다.

“뭐, 뭐야?”

장 꼰대는 타이거 마스크를 쓴 나를 보며 뒷걸음질을 쳤다.

“이 미, 미친 새끼야! 넌, 넌 뭐야?”

장 꼰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대답해 줄 이유는 없다. 난 뒷걸음질을 치는 장 꼰대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으윽!”

펀치를 맞은 장 꼰대는 차가운 바닥에 쓰러졌다. 그때 반대편 차선에서 라이트 불빛이 비쳤다. 장 꼰대는 약간의 기대감에 사로잡힌 눈빛으로 라이트 불빛을 봤다.

하지만 그 차가 그냥 장 꼰대를 지나쳐 가자, 장 꼰대는 바로 절망 같은 실망의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날 노려봤다.

“너, 너 누구냐?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장 꼰대는 바닥에 쓰러져서도 내게 물었다. 하지만 난 역시 대답해 줄 필요가 없다. 장 꼰대는 빠르게 일어서려고 했다.

아마 저런 것은 품에 가지고 있는 50억의 힘일 거다. 지금 바닥에 쓰러져 있으면 50억을 약탈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장 꼰대를 일어서게 만든 걸 거다.

퍼퍽!

난 일어선 장 꼰대에게 다시 주먹을 날렸다.

“으으윽!”

쿵!

장 꼰대는 두 손으로 자신의 배를 움켜쥐고 무릎을 꿇었다. 난 그런 장 꼰대를 잠시 보고 장 꼰대의 품을 뒤졌다.

“뭐, 으윽 뭐하는 거야? 아, 아무것도 없다.”

장 꼰대가 얼마나 급했는지 아무것도 없다고 발악을 했다. 하지만 난 이미 장 꼰대가 통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없기는 뭐가 없어.’

그런데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없네?’

난 타이거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인상을 찡그렸다.

“아, 아무것도 없다. 살, 살려 줘.”

난 장 꼰대를 노려봤다.

‘몸에 지니고 있지 않으면 차에 있겠지.’

난 장 꼰대를 내버려 두고 차를 향해 걸었다. 그때 장 꼰대가 내 다리에 매달렸다.

“없어. 아무것도 없다니까.”

“…….”

난 힘껏 장 꼰대를 발로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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