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90화
퍽!
“아아악!”
장 꼰대는 고통에 겨워 바닥에 뒹굴다가 다시 내게 매달렸다.
‘시간을 끄시겠다.’
난 장 꼰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난 장 꼰대를 노려봤다.
그리고 장 꼰대의 멱살을 잡고 차로 개처럼 끌고 갔다.
“타!”
“뭐? 차에 타라고?”
“타!”
지금 정지한 곳은 다리 위다.
“넌, 누구냐?”
“타!”
난 다시 장 꼰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장 꼰대는 차에 탔다.
퍽!
바지직!
난 장 꼰대가 차에 타자마자 핸들을 주먹으로 후려쳐 뽑아 버렸다. 그 모습에 장 꼰대는 기겁을 했다.
“넌 정, 정말 누구냐?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내가 대답을 해 줄 의무는 없다. 난 장 꼰대를 잠시 보고 자동차 주유기를 열었다.
철컥!
“뭘 하는 거야?”
장 꼰대는 기겁을 하며 주유기를 닫으려고 했다. 주유기를 여는 내 모습에서 설마 하는 불안감을 느낀 것 같았다. 하지만 항상 설마가 사람을 잡는 법이다.
바직!
난 장 꼰대 자동차의 주유기 밸브를 발로 부러뜨렸다.
“뭘 하려는 거야? 미친 새끼야!”
“이. 차. 휘. 발. 유. 차. 지!”
쇠를 깎는 음성.
지금 내 목소리는 장 꼰대에게 마치 귀신의 음성처럼 들릴 거다.
“뭐,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장 꼰대는 급하게 차에서 내리려 했다. 난 장 꼰대의 모습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차 안에서 아무것도 가지고 내리지 않았다. 그럼 분명 10억짜리 대포 통장 다섯 개는 차에 그대로 있는 거다.
쾅!
찌지직!
난 주먹으로 자동차 기름 탱크가 있는 주유구를 힘껏 쳤다.
“뭐하는 거야?”
장 꼰대는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질렀다.
쾅!
찌지직!
난 그렇게 세 번을 주유구가 있는 곳을 후려쳤고 끝내 장 꼰대의 자동차에서는 기름이 새어 나왔다.
“살. 고. 싶. 으. 면. 뛰. 어!”
난 다시 쇠를 깎는 음성으로 짧게 말했고 장 꼰대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뭐, 뭘 하려는 거야?”
장 꼰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그리고 흐르는 기름을 적셔서 장 꼰대 자동차의 주유 구멍에 쑤셔 넣었다.
손수건은 이제 살짝 주유 구멍에 삐져나와 있었다.
“지, 지금 뭘 하려는 거야! 이 미친 귀신 잡종 새끼야!”
장 꼰대가 절규를 하듯 소리쳤다.
난 장 꼰대가 보라는 듯 주머니에서 지퍼 라이터를 컸다. 아마 장 꼰대는 오늘 평생 동안 절대 잊을 수 없는 불꽃을 보게 될 거다.
“뛰어!”
난 바로 주유구에 밀어 넣은 손수건에 불을 붙였다.
영화를 보면 흘러나오는 기름을 타고 불이 붙는다. 하지만 그건 영화일 뿐이다. 이렇게 불이 붙은 손수건 정도를 주유 구멍에 밀어 넣고 불을 붙여야 차가 폭발을 한다.
“미, 미친 새끼!”
장 꼰대는 소리를 지르며 살기 위해 뛰었다. 하지만 난 여유로웠다.
콰콰쾅!
쾅쾅!
장 꼰대는 살기 위해 뛰다가 도로에 납작 엎드렸다.
화화화화! 화화화화!
삽시간에 차가 폭발하며 불타올랐다. 그때도 라이트 불빛과 함께 차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차가 불타는 상황에서도 차를 세우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참 대한민국 운전자들 타인에게 모질만큼 남의 일에 무관심하다.
차는 삽시간에 불탔다.
장 꼰대는 불타는 차를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저벅! 저벅!
난 바닥에 넘어져 불타는 차를 보는 장 꼰대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 꼰대의 몸을 뒤졌다.
‘역시 없군.’
이 순간 장 꼰대의 차와 함께 50억이 불타는 거였다.
“미, 미친 새끼!”
장 꼰대는 넋이 나간 눈빛으로 내게 소리를 질렀다.
퍽!
“으윽!”
난 장 꼰대에게 주먹을 날렸다. 내 주먹을 맞은 장 꼰대는 날 노려봤다.
“넌, 넌 누구냐?”
장 꼰대가 날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노려보며 물었다.
“나?”
“그래! 이 미친 새끼야!”
난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장 꼰대를 잠시 노려봤다.
“너 누구야? 그딴 가면 쓰고 있으면 내가 못 찾을 것 같아? 너 누구야? 마포 불곰이 시켰어?”
장 꼰대는 이 모든 것을 마포 불곰이 시킨 일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자신이 50억 대포 통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마포 불곰뿐이니 당연한 생각이다.
“하하하!”
“너 누구야?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다.”
“나?”
“그래. 너 누구냐고? 이 미친 새끼야!”
“테러리스트!”
난 짧게 말했다. 내 대답에 장 꼰대는 멍해졌다.
난 그런 장 꼰대를 잠시 보다가 다리 난간을 향해 힘껏 달려 도약을 해서 다리 아래로 뛰어내렸다.
“미, 미친 새끼!”
내 이 행동마저 장 꼰대를 놀라게 한 거다. 장 꼰대는 너무나 놀라 다리 난간 쪽으로 달려왔다.
풍덩!
다리에서 아래에 있는 수면까지는 대략 50미터.
난 바로 이렇게 멋지게 사라졌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장 꼰대는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50억은 날아간 상태였다. 장 꼰대는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눈엔 지금 불타는 차만 보일뿐이다.
콰콰쾅!
화화화화! 화화화!
불타는 자동차에서 2차 폭발이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장 꼰대는 다시 멍해졌다가 눈에 살기를 띠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마, 마포 불곰 이 이 썅년!”
장 꼰대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지나가는 차 중 단 한 대도 서는 차가 없었다.
이 순간 내가 장 꼰대를 죽이지 않은 것은 장 꼰대에게 50억 이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악인을 죽이는 것은 너무나 쉽다. 하지만 철저하게 무너뜨린 후에 죽음을 선사하는 것이 좋다. 이건 뭐라고 해도 나의 복수를 위한 연습 게임이니까.
***
장 꼰대는 넋 나간 사람처럼 자유로 도로를 걸었다. 아무도 그를 위해 차를 세워 주는 사람이 없었다.
“마포 불곰 이 미친년! 날 건드렸단 말이지.”
장 꼰대는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끼이익!
그때 차 몇 대가 장 꼰대 앞에 섰다. 제일 앞에 선 검은 승용차 차 창문이 열리고 딱 봐도 조폭 두목처럼 생긴 남자가 장 꼰대를 봤다.
“장 선생! 오랜만에 우리 부르네.”
“그러네. 참 오랜만이네.”
장 꼰대는 피식 웃었다.
“옷 꼴이 그게 뭐요? 무슨 일 있소?”
“있지. 머리 쓰는 사람이 몸 쓰는 사람 부르면 무슨 일이 있는 거지.”
“뭐요?”
“1억 준다. 미친년 하나 잡아 조져.”
장 꼰대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미친년이 누구요?”
조폭 두목이 장 꼰대에게 물었다.
“마포 불곰.”
장 꼰대의 말에 조폭 두목이 인상을 찡그렸다.
“다음에 봅시다.”
조폭 두목은 차에 타려고 했다.
“뭐?”
장 꼰대는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래? 추위 타는 거야?”
“당연히 추위 타지.”
“뭐가 추운데? 그렇게 마포 불곰이 무섭나?”
“이봐요. 장 선생! 우리 지금 출장 온 애들이 도합 30이오.”
“그래서?”
“마포 불곰 조지려면 이 애들 중에 20명은 병원 신세 제대로 져야 하는데 꼴랑 1억? 병원비도 안 되는 일에 나설 수는 없소.”
조폭 두목의 말에 장 꼰대는 인상을 찡그렸다.
“얼마 주면 할 건데?”
“3억.”
조폭 두목은 장 꼰대를 보며 짧게 말했다.
“3억?”
“그 정도는 줘야 우리도 인건비 건지는 거요.”
“씨발! 여기나 저기나 다 돈돈 하는군.”
“싫으면 그만두면 되는 거요. 그동안 찾아 준 정이 있으니 그냥 가겠소.”
“3억이라고 했지?”
“3억! 그 정도는 받아야 움직이지.”
“좋아. 3억.”
장 꼰대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당장 50억을 날린 장 꼰대다. 3억 정도는 지금 돈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차하면 100억 이상 되는 부동산을 날릴 판이다.
대박을 치기 이전에 쪽박을 찰 형편에 놓인 장 꼰대였다.
“좋소. 돈은 언제 주는 겁니까?”
“일 끝나고.”
“외상?”
조폭 두목은 인상을 찡그렸다.
“갈퀴 일 시키고 돈 떼어먹고 살아 있는 놈 없다는 거 알아. 그러니까 돈 걱정은 하지 마.”
“하하하! 그렇지. 좋소.”
조폭 두목은 고개를 돌려 대기하고 있는 조폭들을 봤다.
“애들아! 뭐하냐? 고객님 차에 모시지 않고.”
“예. 형님!”
장 꼰대는 갈퀴의 차에 올라탔다.
‘쌍년! 죽여 버린다.’
장 꼰대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 * *
마포 불곰의 사채 사무실은 거대한 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원이 아주 넓은 저택이었다. 물론 그곳에는 마포 불곰을 보호하는 부하들도 여럿 있었다.
딩동! 딩동!
장 꼰대는 여유롭게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십니까?”
“장 꼰대.”
“웬일이십니까? 또.”
“사장 다시 만나러 왔어.”
띠리익!
장 꼰대의 한마디에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장 꼰대를 비롯한 갈퀴와 그 30명의 조폭들이 우르르 마포 불곰의 저택으로 난입을 했다.
“사, 사장님! 사장님!”
전택 정문을 열어 준 남자가 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뭐야? 늦은 밤에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장 꼰대가 조폭들을 데리고 난입을 했습니다.”
남자의 말에 마포 불곰은 인상을 찡그렸다.
“뭐야? 미친 새끼가 왜?”
마포 불곰은 남자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최 사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샹! 이런 건가?”
마포 불곰은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두려워한다거나 겁을 먹은 표정은 절대 아니었다. 단지 괜한 일에 끼어들었다는 표정이었다.
“애들 보내. 여기서 준비할 수 있게.”
“예.”
남자가 짧게 말하고 돌아섰다. 그리고 바로 10여 명의 남자들이 일제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런데 남자들의 모습이 제법 왜소했다.
“싸스개(미친 새끼) 같은 새끼!”
마포 불곰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나머지 남자를 봤다.
“뭐해? 준비하지 않고.”
“알겠슴다.”
남자들의 말투가 이상하다.
“내를 우습게 봤다 이거지.”
마포 불곰은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밖으로 뛰어나간 남자들은 도합 열 명이다. 장 꼰대와 갈퀴가 데리고 온 조폭들의 숫자에 비해 딱 삼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 숫자였다.
“막아!”
남자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장 꼰대가 남자들을 노려봤다.
“저 새끼들 다 조져.”
“알겠수.”
갈퀴는 씩 웃었고 그와 동시에 30여명의 조폭들이 일제히 10명의 남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퍼퍽!
“으악!”
먼저 주먹을 날린 것은 조폭들이다. 하지만 쓰러진 것은 달려든 조폭들이었다. 왜소한 체격이지만 남자들은 제법 싸움을 할 줄 알았다. 아니, 마치 무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퍼퍼퍽!
“으아악!”
퍼퍽!
현란한 발차기에 조폭 둘이 다시 쓰러졌다.
“씨발! 그러고도 전국구야!”
장 꼰대가 쓰러지는 조폭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기다려 보슈! 원래 다구리에는 장사 없는 법이요. 17대1, 무도인 이런 거 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소리요.”
갈퀴는 자신의 부하가 맞고 쓰러져도 웃고만 있었다. 그렇게 20여 분 정도 싸움이 계속됐고, 서서히 조폭들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야 전국구지.”
장 꼰대 역시 조폭들이 하나둘 남자들을 정리해 나가니 표정이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