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93화
“이미 땅은 캡틴께서 사 두셨습니다.”
“그렇죠.”
“이제 팔면 되는 겁니다.”
“누구한테 파실 생각이십니까?”
“누구한테 팔아야 할까요?”
최 사부가 날 보며 씩 웃었다.
“들어오시라고 해.”
최 사부는 꽃집 남자에게 말했고, 꽃집 남자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여자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이번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실 복부인들입니다.”
“샀다가 팔고 팔았다가 다시 사고 이렇게 해서 바짝바짝 장 꼰대의 속을 타게 만들 겁니다.”
최 사부는 이렇게 상식에서 모든 일을 접근했다.
“결국 장 꼰대는 어떻게든 날린 50억을 만회하기 위해 악착 같이 사 모은다는 소리군요.”
“예. 장 꼰대도 저희들이 샀다가 팔았다 할 때 조금씩 사게 될 겁니다. 그럼 점점 더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난 최 사부를 빤히 봤다.
“또 다른 것도 하나 있는 걸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미숙이 년 건이죠.”
“예.”
“그건 핸섬 보이가 잘 알아서 할 겁니다. 철원에는 절대 부동산 불패라는 건 없습니다.”
최 사부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모든 것이 다 가짜니 결국 그곳에 발을 담근 사람들은 모두 망하는 거다.
“그럼 재창건설 사장이 움직일 때군요.”
내 말에 최 사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철원군수를 재창건설 사장이 만나면 일이 더 수월하게 풀리겠죠.”
“물론 그 타이밍은 장 꼰대가 어느 정도 땅을 확보한 후가 되어야겠죠.”
난 어쩌면 최 사부의 또 다른 제자일 거다.
“맞습니다. 약발이 떨어지는 순간 2차 약질을 하는 겁니다.”
난 고개를 돌려 말없이 앉아 있는 김재창을 봤다.
“그 땅은 우리가 복지 시설을 지어서 사회에 환원할 겁니다. 냄새가 나는 돈을 먹으면 탈이 나니까요.”
“예. 보스!”
“철원 군수만 만나서 식사만 한 번 하면 되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철원 군수에게 살짝만 흘리라고 하세요. 욕심도 좀 부리고 그렇게 땅 좀 사라고 하세요. 나중에 재창건설이 재매입을 해 주는 조건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살 겁니다.”
“군수까지 움직이는 겁니까?”
“군수가 땅을 사고 군청 공무원들이 땅을 사야 값이 오르죠.”
내 말에 김재창은 눈이 커졌다.
“그리도 목표 지역 외의 땅이지 않습니까? 그곳까지 저희가 매입을 해 주면 상당한 자금의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재창의 말에 난 씩 웃었다.
“그게 제 돈입니까? 장 꼰대와 미숙이라는 여자의 돈이지.”
“하하하! 맞습니다. 역시 캡틴이십니다.”
최 사부가 처음으로 날 인정했다.
그런데 최 사부가 날 봤다.
“왜 그러십니까?”
“마포 불곰은 어찌해야 할까요?”
이건 마포 불곰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내 말에 최 사부가 인상을 찡그렸다.
“마포 불곰까지 정리를 하기에는 아직 캡틴의 조직력이 약합니다.”
“제 조직력이요?”
“그렇습니다. 캡틴 아래에는 머리를 쓰는 사람만 있지 힘을 쓰는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힘은 나와 진태 그리고 형성이였다. 호중까지 더한다고 해도 이 넷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서 완벽한 요원으로 환골탈태를 해라.’
난 사설 고아원 원생(?)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사실 장 꼰대가 내게는 가장 쉬운 적일지도 모른다.
“그렇군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은 그렇습니다. 그러니 조금 더 세력을 키우신 다음에 도모하시는 것도 늦지 않습니다.”
“나중에 응징을 한다?”
“그렇습니다.”
최 사부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 게임이다.
연습 게임의 판을 크게 키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죠. 우선은 연습 게임이니까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캡틴! 그리고 제가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철원에 내려갈 생각입니다.”
“그럼 시작이군요.”
이제 완벽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찍는 이 영화는 절정으로 달리고 있었다. 물론 그 정점에는 장 꼰대와 미숙의 몰락이 있을 거다.
* * *
장 꼰대가 자신이 차려 놓은 기획 부동산 사무실로 들어섰다. 기획 부동산 사기를 치기 위해 마련해 놓은 사무실이 이제는 부지를 매입하기 위한 현장 사무실이 된 상황이었다.
휠체어와 김 대표가 일어나 안으로 들어서는 장 꼰대를 봤다. 그리고 김 대표는 장 꼰대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를 잘 파악해야 하는 사기꾼들이라 눈치와 장 꼰대의 표정에서 좋지 않은 기운을 느낀 거였다.
“돈은 다 구했어?”
“예. 하하하! 정말 탈탈 털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휠체어가 죽겠다는 시늉을 하며 엄살을 부렸다. 물론 휠체어가 구한 돈은 미숙에게서 나온 돈이고, 이 돈은 장 꼰대가 매입하는 땅에서 지분을 투자해서 이익금을 받기 위한 돈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장 꼰대의 눈치를 보며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왜? 내가 무슨 일이 있을 것 같아요?”
“표정이 좋지 않으십니다.”
“그래 보여요?”
장 꼰대는 피식 웃었다.
“예.”
“없어요. 아무 일도.”
장 꼰대는 차마 50억을 만져 보지도 못하고 날려 버렸다는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지난 새벽에 자신을 공격한 자를 잊을 수가 없었다.
-나는 테러리스트다.
은성의 한마디의 말이 장 꼰대의 뇌리에 트라우마가 되어 있었다.
‘이번 한 방에 다 만회하면 돼.’
장 꼰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김 대표와 휠체어를 봤다.
“미숙이랑 핸섬 보이는?”
“그게…….”
“그게 뭐? 무슨 일이 있는데 표정이 그래?”
“그것들이 자기들은 하지 않고 빠지겠답니다.”
휠체어는 야릇한 표정으로 장 꼰대에게 말했다. 원래 휠체어는 미숙과 핸섬 보이를 이번 일에 빼자고 말했던 인물이었다.
“그럼 원하는 대로 된 거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장 꼰대 역시 표정이 밝지 않았다.
“정보가 새어 나간 겁니다. 저희가 왕따를 시키는 것과 지들이 알아서 빠지는 거는 틀립니다. 아마 미숙이 그년이 딴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 대표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누가 그걸 몰라! 이제 경쟁 상대가 늘었군요. 재창건설 부지 매입 금액을 알아내라고 했더니 좆을 물고 독립을 해? 쌍년! 하여튼 몸 팔아 먹는 년들은 믿을 수가 없어. 아니, 믿을 년이 하나도 없어. 망할!”
장 꼰대 역시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장 꼰대의 말처럼 경쟁 상대가 생긴 거다.
미숙!
어수룩하게 행동하는 년이 이렇게 자신의 뒤통수를 칠지는 생각도 못한 장 꼰대였다.
‘내 아래에 깔려서 좋다고 신음할 때는 언제고……. 젠장! 망할 년! 네년이 가질 땅은 단 한 평도 없어.’
바드득!
장 꼰대는 미숙의 얼굴을 떠올리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대박을 쳐야 해!’
100억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작은 사기를 수십 건을 쳐야 한다. 그것도 6개월 안에.
만약 6개월 안에 100억을 마련하지 못하면 자신의 재산 반이 날아가는 거다. 그리고 지금 나머지 반도 마포 불곰에게 담보로 제공되어 있는 상태다. 이번 일을 실패를 하거나 손해를 보면 수십 년 사기 인생을 통해 모은 돈이 한꺼번에 날아가게 생긴 장 꼰대였다.
‘내가 너무 무리했나! 젠장!’
귀신에 홀린 것처럼 일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 장 꼰대였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상태는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니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장 꼰대였다.
‘말년에 신문지 덮고 잘 수는 없지. 성공한다. 꼭! 땅 짚고 헤엄치기잖아.’
장 꼰대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럼 더 빠르게 움직여야지. 돈질을 더 해서.”
“돈, 돈질을 더 한다고요?”
휠체어와 김 대표가 인상을 찡그리며 장 꼰대를 봤다. 돈질을 더 한다는 것은 투자비가 더 올라간다는 말이 되는 거였다. 지금 휠체어와 김 대표도 자신의 돈을 탈탈 털어서 온 상태다. 그만큼 그들이 보기에도 이번 일은 로또나 다름없는 대박이었다.
지금 이들처럼 탐욕이 자신들의 눈을 멀게 하고 또 귀를 막아 버렸다. 그리고 듣고 싶은 것만,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들었다.
사기는 상식이다.
사기는 평범한 사람의 탐욕과 욕심을 먹고 자란다.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그들이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는 탐욕에 취해 버리고 마는 사람이었다.
“왜? 빠지고 싶어? 빠지려면 빠져. 난 상관없으니까. 다 먹을 것을 절반만 먹는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그, 그건 아니지만…….”
“출혈이 더 크겠지. 하지만 그래도 엄청난 이익이 될 거야.”
“으음.”
김 대표가 신음 소리를 냈다.
자신도 조금은 위태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쉽게 그만둘 수가 없었다. 정말 예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된다면 대박이 되니 말이다.
“고리스크에 고수익이죠.”
김 대표가 결심을 한 듯 장 꼰대에게 말했다.
“우리가 먹을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 것 같습니까?”
“100퍼센트! 아니, 100퍼센트가 아니면 안 돼.”
장 꼰대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땅을 가지고 있는 놈들부터 만나자. 미숙이 년이 미쳤군. 날 이겨 보겠다고. 좆밥 같은 가랑이를 찢어 버려 주겠어.”
“제가 언제 이긴다고 했어요.”
그때 미숙이 기획 부동산 사무실로 핸섬 보이와 함께 들어섰다.
“뭐야? 왜 온 거야? 돌아서서 독자적으로 가는 거 아닌가?”
장 꼰대가 미숙과 핸섬 보이를 노려봤다.
“원래 우리 빼려고 한 거였네요.”
미숙이 장 꼰대를 노려봤다.
“그런 게 아니야.”
“결국은 그런 게 아니라도 그렇게 되는 거잖아요.”
“하여튼.”
“저희는 그냥 장 선생님 목표 주변을 좀 노려보려는 거예요.”
“주변?”
“예. 우리끼리 치고받고 돈질을 해 봐야 촌무지렁이만 배를 채우는 거잖아요. 우린 그냥 장 선생님 목표 건드릴 생각은 없어요.”
미숙의 말에 장 꼰대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말투부터 바뀌고 장 꼰대에 대한 호칭도 바뀐 미숙이었다. 그건 언제든지 성난 암호랑이가 되어 장 꼰대의 목덜미를 물겠다는 뜻이었다.
“그래, 어디 한 번 두고 보지.”
“예. 두고 보세요.”
“아직 내 뒤통수를 치고 무사한 새끼 없었어.”
“그건 두고 봐야죠. 전 뒤통수를 치려는 것이 아니니까요. 뒤통수를 치려고 했다면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기회를 봤을 거예요. 안 그런가요?”
“그렇기도 하네.”
장 꼰대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미숙의 말을 믿을 생각이 없었다. 이미 이 둘은 경쟁자 아닌 경쟁자가 된 거였다. 하지만 미숙이 이렇게 나타났고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장 꼰대였다.
“그럼 한 지붕 두 가족 되는 건가?”
“호호호! 표현이 아주 적절하네요.”
“좋아! 두고 보겠어. 이제 움직여 보자고.”
드디어 장 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간, 최 사부 역시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최 사부와 함께 은성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