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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98화 (98/210)

흑막의 신! 98화

-예. 지은이랑 검정고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우리 중에 호중이 제일 학력이 좋았다. 나는 아직 검정고시 준비도 못하고 있는데 이놈은 벌써 수강 중이라니. 난 살짝 어이가 없었다.

“사부보다 먼저 입신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난 호중에게 농담을 했다.

-입신이 뭡니까?

“입신 몰라?”

-모릅니다.

“말을 말자. 하여튼 알아봐.”

내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전화를 끊자 최 사부는 날 보며 피식 웃었다.

“어찌 보면 참 어리십니다. 하하하!”

“무슨 뜻입니까?”

“깨끗하다는 뜻입니다.”

“그런가요?”

난 최 사부가 무슨 의도로 말을 하는지 알기에 그렇게 말을 하고 그냥 넘겼다. 이제 내가 가야 할 길을 준비할 때다.

“절이 좋으시겠습니까? 성당이 좋으시겠습니까?”

“예?”

최 사부는 무슨 말인지 몰라 날 봤다.

“우선 이 복지 시설을 관리해 줄 곳 말입니다.”

“기부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건 아닙니다.”

난 무겁게 말했다. 내가 무거운 눈빛과 표정을 하자 최 사부가 날 빤히 봤다.

“다른 것을 생각하시고 계시군요.”

“최 사부께서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제가요?”

“제 세력이 너무나 작고 미약하다고.”

내 말에 최 사부는 놀라 날 뚫어지게 봤다.

“그럼 이, 이곳을?”

“전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곳을 우리들의 성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난 입술을 꼭 깨물었다.

“우리들만의 성지요?”

“예. 악을 응징하는 테러리스트를 양성하는 성지입니다. 그리고 이 대한민국과 이 사회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재목을 키우는 곳이 될 겁니다.”

내 말에 최 사부가 날 빤히 봤다.

“어, 어디까지십니까?”

“뭘 말하는 겁니까?”

“어디까지 가실 생각이십니까?”

최 사부의 물음에 난 달리는 자동차 차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어디까지 달릴 수 있겠습니까? 그저 바람은 멈추는 곳까지 달리는 겁니다.”

“예?”

“어디에서 멈출지. 어디에 부딪혀서 깨어져 부서질지 바람은 모르는 겁니다.”

내 담담한 말에 최 사부는 등골이 오싹하고 온몸을 자극하는 전율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저 바람은…….”

난 잠시 말을 멈췄다. 최 사부는 내 말에 집중했다.

“바람은 달릴 뿐입니다.”

* * *

실탄을 더 확보한 장 꼰대는 철원 땅을 사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가만히 생각을 해 보면 의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닐 건데 이상하게 장 꼰대는 철원 땅을 사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래서 탐욕이 무서운 법이다.

그리고 늪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장 꼰대가 집어넣은 자금은 현금으로만 100억이 넘었다. 물론 저당 잡힌 담보물로만 따지면 거의 200억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아무리 대한민국에 부자들이 많다고 해도 사기를 쳐서 200억 가까이 모았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장 꼰대는 사기 인생 30년 모두를 이 철원 땅에 건 거다.

장 꼰대를 감시하는 것은 형성이었다.

진태는 이미 장 꼰대와 한 번 교통사고 사건으로 일면이 있기에 형성이 담당을 했다.

그리고 난 빠르게 김재창과 함께 장 꼰대를 더욱 안심시키기 위해 또 다른 연막작전에 돌입을 했다.

“모델 하우스를 지을 필요는 없겠지?”

“물론입니다. 돈도 많이 들고 효과도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조금씩 건설 실무를 알아가는 김재창이 내 물음에 대답을 했다.

“지적도와 조감도 이런 것만 크게 걸고 사무실 하나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재창건설 이름 하나만으로 저들은 깜빡 속아 넘어 갈 거야.”

“사무실에 철원군수가 한 번 방문을 해 주면 효과는 극대화될 것 같습니다.”

“사무실 개업식에 있는 화환 없는 화환 다 보내도록 해.”

“예.”

김재창은 씩 웃었다.

드디어 나와 김재창은 장 꼰대의 주머니에 있는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기 위해 마지막 행보를 감행했다.

“사무실 개소식과 현판식은 언제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앞으로 일주일 뒤.”

“예.”

“초대 손님들 차질 없이 준비를 해.”

“예. 그날을 학수고대하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김재창도 알았다는 듯 대답을 했다.

“하하하! 깜짝 놀라다 못해 다리가 후들거리게 될 거다.”

난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리고 난 개소식과 현판식에 장 꼰대가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인물들과 장 꼰대를 그렇게 보고 싶어 하는 인물들을 각각 초대를 했다.

그날이 디데이다.

***

현판식 날.

재창건설 토지 매입 사무실과 건설 현장 사무실.

그것을 지금 설치하려는 거다.

그리고 그 개업식 날에 마치 어마어마한 인사들이 보낸 것처럼 화환을 준비했다. 물론 이것도 내가 본 영화 속의 한 장면이다.

이래서 간접 경험이라는 것이 중요한 모양이다.

김재창은 여기저기 손님을 접대하느라 분주했고, 그 분주한 만큼 철원 지역의 꽃가게 역시 분주했다.

넓은 사무실에 개업을 했지만 꾸역꾸역 밀려드는 화환을 둘 곳이 없어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철원 군수님 화환은 어디에 가져다 놓습니까?”

직원 하나가 재창건설 직원에게 물었다.

“저기! 그래도 지역 군수님이니까. 잘 보이는 곳에 놓아.”

“김용팔 회장님이 보내신 화환은요?”

“하하하! 잊지 않고 보내셨네. 그분 것은 바로 앞에 놔야지. 그게 들어오면 바로 대박이 난다는 소리야.”

직원은 마치 자신이 사장인 양 좋은 표정으로 이곳저곳 지시를 했다. 물론 그 직원도 최 사부가 캐스팅을 한 사기 배우였다.

“청솔제약 사장님께서도 보냈습니다. 어디다 놓을까요?”

“그야 김용팔 회장님이 보내신 화환 옆이지. 드디어 삼두마차가 다 왔군.”

“삼두마차요?”

“몰라서 물어?”

“예? 김 엔 동방 김 회장님, 청솔제약 사장님, 그리고 우리 사장님! 이분들이 이 철원과 대한민국의 재계를 이끌어 가실 분이야.”

“예. 그렇습니다.”

“어서 어서 정리를 해.”

“국회의원도 화환을 보내셨는데요.”

직원의 말에 통제를 하고 있던 직원이 인상을 찡그렸다.

“개나 소나 다 하는 국회의원이야 저기 그늘진 구석에 넣어.”

그렇게 말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국회의원이 파워가 좋기는 하지만 이 사무실 개업식에는 찬밥이었다.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장 꼰대와 미숙 그리고 휠체어가 자신들이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씩 웃었다.

“이제 드디어 재창건설이 움직였어.”

“호호호! 그러네요. 평당 얼마에 매입을 할까요?”

“70이상은 받아야지.”

“정말 그렇게 받으면 좋겠어요.”

“아니, 더 받을 수도 있을 거야.”

장 꼰대는 어떻게든 자신이 사서 모은 땅을 더 받겠다고 다짐을 했다. 이제 복지 시설을 매각하고 마련한 돈도 거의 다 바닥이 난 상태였다.

처음 계획을 했던 3만 5천 평보다는 조금 모자라지만 자신이 매입한 땅을 70만 원 이상에 팔기만 하면 손해를 본 것은 모두 다 메울 수 있고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장 꼰대였다.

난 장 꼰대를 보며 씩 웃었다.

‘이제 마지막이다. 네놈이 휘청 쓰러지는 모습을 내가 오늘 본다.’

난 어금니를 깨물었다.

-곧 현판식이 있겠습니다.

안내 방송이 울렸다. 현판식이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긴장을 했고, 장 꼰대 역시 잔뜩 긴장을 했다. 그리고 난 여전히 장 꼰대를 노려봤다. 그리고 조금씩 사람들이 모였다. 그 사람들의 시선은 유독 장 꼰대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는 창권과 어머니 그리고 가출을 하셨던 창권의 아버지도 계셨다.

창권의 가족들이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

“네, 네가 은성이니?”

초취한 모습이 딱 봐도 창권의 아버지 같아 보였다.

“예.”

내 대답에 창권의 아버지는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창권의 아버지의 말에 창권의 어머니는 살짝 눈물을 흘렸다. 저 눈물은 안도의 눈물일 거다.

“내 너 아니었으면 죽으려고 했다.”

“아, 아버님!”

친구의 아버지니 내 아버지와 같을 것이다.

“이 못난 애비를 둔 저놈한테 미안하고, 하고 싶은 거 하지 못해서 가슴 아픈 지은이한테도 미안하고, 가족 고생시키는 것이 서러워서 내 그냥 죽으려고 했다.”

창권의 아버지도 글썽였다.

“앞으로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그, 그래! 그래야지. 그런 생각 이제 안 하고 열심히 살련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너는 앞으로 내 아들이다.”

고아인 내게 또 아버지가 생긴 모양이다. 난 마음이 짠하면서도 한편으로 따뜻해졌다.

그래. 친구의 아버지, 그 아버지는 내 아버지일 거다. 그리고 이 세상 가난한 모든 아버지는 내 아버지라 여기며 살 거다.

난 장 꼰대를 노려봤다.

장 꼰대의 주위에는 미숙과 휠체어 그리고 김 대표까지 축제를 하는 양 마시고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더 자신들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

촉이 좋으면 거부가 될 수 있다곤 하지만, 이미 탐욕에 눈이 먼 장 꼰대였다.

“자기가 사기 친 사람도 이제 못 알아보네요.”

최 사부는 지금까지 내 뒤에 서 있었다.

“그렇습니다. 너무 많으니 못 알아보는 것도 있겠지만 탐욕에 눈이 멀어 보지 못하는 것도 있을 겁니다.”

“그렇죠. 저 역시 스스로의 자만을 항상 경계해야겠어요.”

“그러셔야 할 겁니다.”

“이제 끝인가요?”

난 최 사부를 봤다.

“거의 다 끝이죠. 아마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맞아 죽을지도 모르는 장 꼰대와 그 일파를 보호하는 일이 될 겁니다.”

최 사부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지금 이 넓은 공터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장 꼰대와 그 일파에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물론 개소식과 현판식에 참여한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때, 멀리서 김용팔 회장을 태운 에쿠스 자동차가 다가왔다.

끼이익!

에쿠스 자동차가 천천히 섰다.

그리고 이제 거의 백발이 보이지 않는 김용팔 회장이 차에서 내렸다. 난 천천히 김용팔 회장에게 다가갔다. 물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김용팔 회장에게 쏠렸다.

“자네는 너무 나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어.”

김용팔 회장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머리색이 변하셨습니다. 염색이라도 하셨습니까?”

물론 김용팔 회장은 염색을 한 것이 아니다. 영약의 효력을 톡톡히 보고 있는 거다.

내가 염색을 했냐고 물은 것은 그냥 닥치고 있으라는 소리였다.

“하하하! 무슨 말을 못하게 하는군.”

“아닙니다. 좋은 일 하시는데 오셔야죠.”

“좋은 일? 그게 뭔가?”

사실 내가 계획하고 있는 일을 아는 사람은 극비에 속했다. 나와 김재창 그리고 최 사부 정도만 알고 있는 일이다.

“예. 참 좋은 일입니다. 저번 화천 아전인수 건도 있고 해서 제가 이번에 좋은 일 좀 하려고 합니다.”

“화천 아전인수 건?”

“그렇게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하하하!”

“하하하! 자네 제법 뒤끝이 있군.”

“아닙니다.”

“난 그냥 자네가 걱정이 돼서 한 소리야.”

“알고 있습니다. 제 동생은 잘 크고 있습니까?”

난 김용팔 회장의 태어날 아들을 동생이라고 말했다.

“하하하! 동생! 동생! 그래. 참 듣기 좋군.”

“제가 끝까지 그 아이는 책임지겠습니다.”

내 말에 김용팔 회장이 날 봤다.

“그렇게만 해 준다면 난 자네를 끝까지 돕겠네.”

“예. 참 많이 도와야 할 것입니다.”

김용팔 회장이 이 장소에 나오자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일부는 김용팔 회장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또 일부는 모르고 있지만 사람들이 웅성거리자 궁금해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이었다.

“왔어.”

장 꼰대의 입에 웃음이 걸렸다.

“정말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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