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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00화 (100/210)

흑막의 신! 100화

“나눔이랍니다. 나눔! 일을 나누고 수익을 나누고 행복을 나누는 그런 나눔이랍니다. 제 말이 이해가 되지 않으시죠.”

철원 군수는 다시 한 번 장중을 봤다.

“임야에 대형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의 토목 공사비가 듭니다. 그 토목 공사를 이 철원에 있는 토목 회사로 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장장 그 공사비만 100억 원입니다. 우리 철원은 땅만 내주고 생색만 내면서 100억의 이익을 창출한 것입니다.”

군수의 말에 장 꼰대는 현기증이 느껴졌다.

“100억…….”

자신이 처음 자금을 투입한 돈이 100억이었다.

“설, 설마…….”

“또 복지 시설 건물이 올라가고 그 부근이 정비되기 위해서는 또 100억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그것도 모두 부담하신다고 했습니다. 이거 군수 입장으로는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이 없습니다. 하하하!”

군수가 웃으니 모인 청중들도 따라 웃었다.

“하하하!”

“군수님! 재선은 따 놓은 당상이십니다. 하하하!”

“그렇게 말입니다. 하하하!”

군수는 그렇게 말하고 청중을 쭉 둘러봤다.

“그리고 다시 건물을 짓는 인부를 철원 주민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역시 일자리 창출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나눔입니다. 저는 제가 군수로 있는 동안 철원 나눔 복지센터를 적극 후원할 것입니다.”

철원 군수의 축사가 끝나고 나자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 나눔 복지센터에 기부를 해 주신 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장 꼰대는 집중을 했다.

“김용팔 회장님께서 100억을 기부하셨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김용팔 회장은 날 봤다. 그리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가 마지못해 일어나 짧게 묵례를 했다. 아마 김용팔 회장은 앉은자리에서 강도를 당한 기분일 거다. 난 그저 김용팔 회장을 보고 씩 웃어 줬다.

“그리고 재창건설 사장이신 김재창 님께서 나눔 복지센터를 건축할 때 필요한 중장비 일체와 기초 레미콘 전량을 기부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장 꼰대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저, 저게 무슨 소리예요?”

미숙도 이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것 같았다.

“보, 보면 모, 모르나?”

“대, 대박이라고 했잖아요.”

“대, 대박인 줄 알고 달, 달렸지.”

장 꼰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 청솔제약 사장님께서는 나눔 복지센터에 의료진과 일체의 의약품 의료 시설을 지원하셨습니다.”

드디어 그 들판에 사람들이 모인 이유를 장 꼰대는 알게 됐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가 사회자에게 지시를 한 사항이다. 김용팔 회장을 필두로 해서 청솔제약 사장은 김용팔 회장이 하자는 대로 하는 바지 사장이기에 내가 이런 발표를 할 수 있었던 거다.

“그럼, 그럼 그때가…… 그러니까 생명 공학 연구소 신설이 아니라 복지센터를 보기 위해서 온 거라는 건예요?”

미숙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미숙이 이 철원에 묻은 돈만 해도 50억이 넘었다.

미숙이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먹어도 너무 많은 땅을 가진 거였다.

“으음. 뭔, 뭔가 있어.”

장 꼰대는 단상에 있는 최 사부와 김용팔 회장을 번갈아 봤다.

그리고 조금 전에 김용팔 회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네는 이상하게 눈물 냄새가 나. 그것도 남의 눈물 냄새가. 이상하지 않나? 나는 오늘 자네를 처음 보는데.

-약간 어둡지만 뭔가에 정통한 기품이 느껴지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말이야. 최 원장하고 자네하고 비슷하지만 달라.

장 꼰대의 머릿속에는 김용팔 회장이 했던 말이 맴돌았다.

순간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 이 모든 게…….”

“이것으로 철원 나눔 현판식을 마치겠습니다.”

사회자의 끝맺음으로 이곳의 1부 행사는 끝이 났다. 국회의원들은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차를 타고 사라졌고, 철원 군수는 최 사부와 김용팔 회장과 잠시 담소를 나누고 나서 자리를 떠났다.

이제 남은 것은 장 꼰대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과 나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다.

난 바르르 떨고 있는 장 꼰대를 향해 걸어갔다.

물론 최 사부가 나를 따랐고 김용팔 회장도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는 듯 따라왔다. 내가 앞으로 나서자 마치 장 꼰대를 에워싸고 있는 듯한 인의 장벽이 풀렸다.

“혹, 혹시…….”

장 꼰대는 최 사부를 노려봤다.

“최 사부가 나 수술하려고 꾸민 건가?”

장 꼰대의 물음에 최 사부는 웃었다. 그 웃음은 그렇다는 의미였다.

“이 모든 것이 다 계획된 일이란 말이지. 날 돌리기 위한 접시라는 말이지? 그것도 저 많은 힘 있는 사람들까지 동원해서?”

“그렇소. 당신은 너무 많이 더럽게 해 먹었소.”

“젠장! 내가 당했군.”

“그렇소. 철저히.”

그때 장 꼰대는 뭔가 머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는지 날 노려봤다.

“설마 50억을 활활 태운 것도 다 너희들 짓이냐?”

이제 술술 실마리가 풀리는 장 꼰대였다. 하지만 이미 그가 푼 실마리의 일체는 자신의 패망을 알리는 거였다.

“뭘요?”

“자유로 도로 차량 방화 사건?”

“누가요?”

난 웃으며 장 꼰대를 봤다. 이 웃음은 긍정을 의미하는 웃음이다. 장 꼰대도 분명 그것을 알 거다.

“너, 너 맞지. 너지?”

“뭐가요?”

난 장 꼰대를 보며 씩 웃었다.

“타이거 마스크?”

“너. 너구나!”

바드득!

“너였어! 그때 타이거 마스크!”

장 꼰대는 날 노려보며 핏대를 세웠다.

“내가, 이 장 꼰대가 완벽하게 당했군.”

“그러니 사기에도 상식이 있고 상도덕이 있는 거요.”

최 사부는 충고를 하듯 말했다.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장 꼰대는 소리를 질렀다.

난 천천히 장 꼰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장 꼰대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아직도 테러리스트가 무섭지 않나?”

“뭐, 뭐라고?”

“내가 말했잖아. 내가 테러리스트라고. 난 무서울 것이 없다고.”

내 말에 장 꼰대가 바르르 떨었다. 이 모든 계획을 꾸민 것이 최 사부가 아니라 어린 나라는 것에 더욱 경악한 듯했다.

“내, 내가 이대로 끝날 것 같아?”

“아니면 어떻게 하지?”

“가만두지 않을 거다.”

장 꼰대의 말에 난 씩 웃었다.

“왜 웃어?”

“너처럼 생각하고 계신 분이 더 있으셔서.”

“뭐?”

“소개하지. 네놈에게 사기를 당하신 분들을 내가 다 모셔왔지.”

그 순간 사람들은 장 꼰대에게 살기를 뿜어냈다.

“너, 너 이 개 같은 사기꾼 새끼!”

“우리 아들 등록금 내놔.”

“우리 집 전세금 내놔!”

“겨우 마련한 상가 입주금을 사기 쳐서 가지고 가?”

여기저기서 장 꼰대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왜 이러십니까?”

장 꼰대가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퍽퍽!

구둣발이 장 꼰대를 찼다. 그 모습을 보고 미숙이 눈치 빠르게 뒤로 빠지려고 했다.

“어디를 가십니까? 김 여사.”

미숙의 등 뒤에서 미숙을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있었다. 미숙은 살짝 고개를 돌려 봤다.

“그동안 더 예뻐지셨습니다. 썅년아!”

지금 미숙에게 욕을 한 남자는 최 사부의 제자인 꽃집 남자였다.

“누, 누구…….”

미숙이 말을 머뭇거리려다 도망치려고 했다.

그 순간 미숙의 머리채를 휘어잡는 여자가 있었다.

“우리 남편 마음잡고 살려는데 네년이 사기를 쳐서 위태롭게 했다며? 이년아,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미숙만큼 섹시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여자가 미숙의 머리채를 낚아채고 흔들었다.

섹시하고 세련되었다는 것은 여자가 기 역시 세다는 걸 거다. 미숙만큼의 외모에 앙칼진 행동에 의해 미숙은 바닥에 넘어졌다. 그리고 꽃집 남자의 아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가 미숙의 위에 올라탔다.

“내가 얼마나 울화가 터졌으면 매일 도마에 주먹질을 했다. 오늘은 네년 면상이다.”

퍽!

“아아악!”

미숙은 앙칼진 비명을 질렀다.

난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김재창을 봤다.

“준비는 다 했지?”

김재창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꼭,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모든 책임과 죄악은 내가 지고 갑니다.”

나 역시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제가 묻습니다. 당신의 보스로 묻습니다. 준비를 하셨습니까?”

내 질문에 김재창 역시 어금니를 깨물었다.

“예. 끝냈습니다. 보스!”

“예. 저는 테러리스트입니다.”

난 장 꼰대를 노려봤다.

이제 마지막 접시가 돌아갈 차례다. 난 다시 사나운 눈으로 장 꼰대를 봤다. 이미 장 꼰대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입술을 다 터져 있었고 이마에는 피가 흘렀다. 얼마나 맞았는지 얼굴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었다.

“넌 죽어야 해!”

중년의 남자가 장 꼰대에게 발길질을 했다. 하나님은 공평한 법이다. 짱구를 잘 돌리는 장 꼰대에게는 허약한 힘을, 장 꼰대에게 사기를 당한 저 남자에게는 굳센 팔뚝을 주셨으니 말이다.

퍽퍼퍼퍽!

“아아악. 그, 그 그만 좀 때려.”

장 꼰대는 만신창이가 돼서 애원을 했다.

“네놈 때문에 마누라한테 얼마나 구박을 당한 줄 알아? 내가 미쳐서 죽는 줄 알았다. 시발 놈아!”

“그래. 나도 그래! 집에 차압 딱지 붙고 나 버리고 갈까 봐 내가 우리 뽀삐 얼마나 꼭 안고 있었는데.”

다른 남자 하나가 소리를 질렀고, 그 순간 장 꼰대의 주변이 멍해졌다.

나이를 먹으면 이사 갈 때 애완견을 안고 있다는 소문 같은 진실이 여기서 밝혀지는 거였다.

“정말 그랬수?”

“그, 그렇다니까. 하여튼 이 개자식 때문에 내가 어떤 수모를 당했는데. 뒤져라!”

퍼퍼퍽.

“으아악!”

정말 장 꼰대는 몰매를 맞고 있었다.

매에는 장사 없다는 것이 내 철칙이다. 저렇게 맞다가는 정말 모진 매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죽어도 마땅한 장 꼰대지만 그렇게 남에게 빚을 남기고 죽어서는 절대 안 된다.

난 힐끗 김재창을 봤다.

“투입하라고 해요.”

“정, 정말…….”

“결정한 것은 합니다.”

“알겠습니다.”

김재창의 표정이 어둡다. 그리고 김재창은 고개를 살짝 돌려 남자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김재창과 눈이 마주친 남자는 알았다는 듯 짧게 묵례를 하고 앞으로 나갔다.

“경찰입니다. 비켜요. 비켜!”

김재창과 눈을 마주친 남자는 자신이 경찰이라고 크게 외쳤다. 하지만 흥분한 피해자들은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했다.

“경찰이라고. 경찰! 그러다 저 남자 죽으면 여기 있는 사람 다 살인자 되는 거야!”

경찰이라고 자신을 말한 남자의 외침에 그제야 잠시 사람들이 머뭇거렸다.

“비켜요. 비켜! 이렇게 사람을 패나? 당신들, 저 새끼 진단서 끊으면 쌍방 고소 들어갈 수 있다는 거 왜 몰라?”

“고소?”

남자 하나가 경찰이라고 밝힌 남자에게 삿대질을 하며 입에 게거품을 물었다.

“그렇습니다. 고소당한다고요.”

“그럼 지금까지 이렇게 피해자가 많은데 경찰은 저놈 왜 못 잡았나?”

“그건 내가 모르고.”

경찰이라고 밝힌 남자의 성격도 만만하지 않았다. 남자는 허리춤에서 은색 수갑을 꺼내서 피떡이 된 장 꼰대의 팔에 채웠다. 그리고 나머지 한쪽 수갑을 한마디로 미친년 몰골이 된 미숙의 팔에 채웠다.

“당신 둘은 죄가 많지만 돈 많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지랄이네! 지랄! 우리는 돈 사기당할 권리가 있어서 사기를 당했나?”

남자 하나가 이죽거렸다.

그 소리에 경찰이라고 밝힌 남자가 이죽거린 남자를 째려봤다.

“지금 공무 집행 중입니다. 죄 짓는 거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방해하시면 공무 집행 방해로 입건됩니다. 요즘 경찰, 검찰이랑 싸워서 독 오른 거 아시죠. 막 갑니다.”

경찰이라고 자신을 밝힌 남자의 말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남자는 장 꼰대를 봤다.

“그리고 불리한 증언을 할 필요가 없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죄가 인정되기 전까지 무죄적인 측면에서 조사를 합니다. 지랄 같지만.”

남자도 장 꼰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 같았다.

“여기 증인 많네. 누구 증인 해 주실 분?”

남자의 말에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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