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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02화 (102/210)

흑막의 신! 102화

난 천천히 재창건설 사무실로 들어와 소파에 몸을 묻듯 앉았다.

난 그렇게 한 시간쯤 멍해 있었다. 그리고 김재창이 내 앞에 서서 심각한 얼굴을 했다.

“한 시간 전에 자유로 도로에서 차량 전복에 의한 추락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으음.”

난 인상을 찡그렸다.

“알겠습니다.”

“괜, 괜찮으십니까?”

김재창은 내 얼굴을 살폈다.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괜찮아질 겁니다. 쉬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김재창은 짧은 묵례를 하고 사라졌고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

똑똑! 똑똑!

누군가 급하게 문을 두드리며 들어섰다. 잔뜩 비굴한 표정이 청승맞다. 핸섬 보이, 그가 지금 사무실 문을 두드린 거다.

그는 힐끗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천천히 눈치를 보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짐 가방이 들려 있었다.

난 힐끗 핸섬 보이를 봤다.

‘잊고 있었군.’

핸섬 보이는 날 봤다.

“저, 저기 일도 다 끝났는데…….”

“일?”

“전 지시하신 대로 다 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저를 다시 돌려놔 주십시오.”

표정에 절박함이 묻어 나왔다.

“그럼 아직 하나 이행하지 않은 게 있다는 것도 알 건데?”

난 핸섬 보이가 들고 있는 가방을 봤다. 아마 저 가방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가지고 온 걸 거다.

“알,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가지고 왔습니다.”

탁!

핸섬 보이는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찌이익!

그리고 핸섬 보이는 조심스럽게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난 가방을 봤다.

“3억 2천입니다.”

핸섬 보이가 내 눈치를 봤다.

난 핸섬 보이에게 우리의 일에 협조하는 것과 지금까지 사기를 쳐서 번 돈을 모두 가지고 오라고 요구를 했다.

지금 핸섬 보이는 것을 가지고 온 거다.

“3억 2천?”

“그, 그렇습니다.”

“겨우?”

난 핸섬 보이를 노려봤다.

“이. 이게 다입니다.”

“다라?”

믿어지지 않는다. 장 꼰대가 그동안 모은 돈이 100억이 넘는다. 난 처음 장 꼰대의 재력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하면 돈을 많이 번다고는 하지만 상상 이상의 금액이었다.

그런데 지금 장 꼰대의 하수인이며 수족이라고 불리던 자의 재산이 3억 2천이라니 개가 웃을 노릇이다.

‘다 버리지 못한단 말이지.’

난 이미 뜨악새에게 핸섬 보이의 재산 현황을 조사케 했다. 내가 잠시 핸섬 보이를 잊고 있었지만 내 지시를 받은 뜨악새는 잊지 않았을 거다.

‘올 때가 됐는데.’

그때 뜨악새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조사는 다 끝났습니까?”

내 물음에 핸섬 보이는 파르르 눈빛이 떨렸다.

“예. 털 게 많았습니다.”

뜨악새는 핸섬 보이를 봤다.

“그래 얼마나 숨겨 뒀습니까?”

“저, 저 안 숨겼습니다. 이게 다입니다.”

“조용히 해.”

난 핸섬 보이를 노려봤다.

“그래 얼마입니까?”

뜨악새는 테이블 위에 올려 진 돈 가방을 봤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딱 봐도 반만 내놨군요.”

“죽어도 3억 2천이 전부라네요.”

“7억이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이 됐습니다. 물론 특이하게 모두 다 현금화하고 있습니다.”

“겨우 7억 2천이라고요?”

난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습니다. 여자를 밝히는 자는 돈을 모으기 힘든 법입니다.”

“그런가요?”

“예. 수많은 여자들을 울린 핸섬 보이지만 또 수많은 여자들에게 돈을 쏟아 부은 자이기도 합니다.”

참 이거 아이러니하다. 여자의 등을 쳐서 돈을 번 놈이 여자에게 빠져 돈을 다 썼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은 세상에 많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난 핸섬 보이를 봤다.

“이래도 할 말 있나?”

“그, 그게…….”

“약속을 지켜야 나도 약속을 지키지.”

“잘, 잘못했습니다.”

핸섬 보이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

“됐어. 기회는 한 번 뿐이다. 참, 기다리는 여자들이 계시지.”

“예?”

난 김재창을 봤다.

“기다리는 여자들에게 보내 주세요.”

“알겠습니다.”

핸섬 보이가 날 노려봤다.

“날, 날 원상 복귀시키란 말이야!”

애원으로 안 되니 핸섬 보이는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겁먹고 힘없는 개가 크게 짖는 법이다.

난 핸섬 보이를 물끄러미 봤다. 그리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저거, 치워!”

“예.”

핸섬 보이는 그리고 김재창과 권태에 의해 끌려 나갔다. 핸섬 보이가 끌려갈 곳은 처음 핸섬 보이를 만났던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핸섬 보이를 기다리는 여자들이 있을 것이다.

거울의 방!

그곳에서 핸섬 보이는 정말 여자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영원히 힘껏(?) 살지 못할 것이다. 이제 정말 모든 것이 정리가 됐다.

“이 돈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뜨악새의 물음에 난 테이블 위에 올려 있는 돈 가방을 봤다.

“더러운 돈이라도 돈이겠죠?”

“물론입니다. 돈은 양면성이 있을 겁니다.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최 사부가 내게 말했다.

“전 그런 거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저 돈은 제 돈이 아니라는 것만 압니다.”

내 말에 최 사부와 뜨악새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돈은 기부하세요. 저 돈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이제 다 끝난 겁니까?”

뜨악새가 날 보며 물었다. 난 최 사부를 봤다. 아마 최 사부도 나와 같은 생각일 거다.

“어떻게 생각을 하세요.”

“캡틴과 같은 생각입니다.”

“제 생각을 아십니까?”

“아직 아니지 않습니까?”

최 사부는 날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맞다.

아직 하나 남았다.

장 꼰대가 담보로 잡힌 것을 찾아오는 거다. 분명 마포 불곰도 악으로 규정되어 있다. 악에게 더 많은 부를 주면 악으로 돌아오는 법이다. 난 그것을 찾아야 한다.

“방법이 있겠습니까?”

내 물음에 최 사부가 날 봤다.

“사기의 기본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최 사부의 질문에 난 피식 웃었다.

“상식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하지만 사기의 기본 중 기본은 위조입니다.”

“위조요?”

“예. 공문서 위조부터 개인 자필 위조까지……. 위조가 있어야 사기가 되는 겁니다.”

“위조라고요?”

“예.”

“그렇군요.”

난 최 사부를 보며 씩 웃었다.

최 사부는 지금 장 꼰대의 필체를 위조해서 위임장을 만들려는 것이다.

“마포 불곰에게 돈을 빌렸다는 차용증과 담보증이 없으면 어렵지 않습니까?”

“그건 이미 확보를 했습니다. 그래도 핸섬 보이가 그것을 슬쩍해서 가지고 왔더군요.”

일이 되려니 하늘이 돕나 보다.

최 사부는 내게 장 꼰대가 쓴 차용증과 담보증서를 내밀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봤다.

“들어와!”

최 사부의 말에 머리가 반쯤 벗겨진 사내가 주눅이 든 상태에서 나와 최 사부의 눈치를 보며 들어섰다.

“박 도장?”

난 들어선 남자가 박 도장이라는 것에 대해 놀랐다.

“그렇습니다. 이 바닥은 한 다리 건너서 두 치죠.”

“그렇군요.”

“살, 살려 주십시오.”

박 도장이 바로 무릎을 꿇었다.

“살려 줄 가치는 있나?”

난 무섭게 박 도장을 노려봤다.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

“그럼 손목 하나 자르고 와.”

내 말에 박 도장도 놀라고 최 사부도 짐짓 놀란 눈빛을 보였다.

“손, 손목을 말입니까?”

“그래. 손목! 네 손목이 그 많은 죄를 지었으니 손목부터 잘라야 하는 거 아닌가?”

“그, 그렇지만…….”

“아! 아니지, 손목이 무슨 죄가 있나? 눈이 탐욕을 보고 다른 사람의 것을 사기 치라고 봤으니 눈을 뽑아야겠지.”

“살, 살려 주십시오.”

“그게 아닌가? 눈도 죄가 없지! 머리가 시켰으니 목을 잘라야 하나? 아니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죄니 심장을 뜯어내야 하나?”

난 무섭게 박 도장을 위협했다.

“살, 살려만 주신다며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배운 것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살려 주세요. 다시는 나쁜 짓 안 하겠습니다.”

사기꾼의 말을 믿을 수는 없다.

하나 그가 가지고 있는 기술 하나는 믿을 만했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놈이겠지.’

악인을 거느리고 악인을 응징한다!

이것이 진정한 이이제이일 것이다.

“살려 준다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

“그 말 기억해 두겠다.”

“살, 살려 주시는 겁니까?”

몰골이 말이 아닌 것을 봐서 아마 진태에게 호되게 당했을 거다. 부하로 쓸 가치는 없는 놈이나, 이용하기는 딱 좋은 놈이 분명할 거다.

“가까이 와!”

내 말에 박 도장이 일어나려고 했다.

“누가 일어나라고 했나? 너는 내게 살려달라고 했다. 그럼 내 충견이 되어야 하지 않나?”

내 말에 박 도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눈빛은 네게 이롭지 않을 거다.”

“죄송합니다.”

박 도장은 무릎으로 기어 내게 다가왔다.

난 그의 관자돌이 부분과 인중을 동시에 손가락으로 찔렀다.

비술 발동!

“일곱까지만 세겠다.”

“예?”

“일곱! 여섯! 다섯! 넷…….”

“왜? 왜 숫자를 세시는 겁니까?”

박 도장은 두려운 듯 내게 물었다.

“둘! 하나! 발동!”

그와 동시에 박 도장의 사지가 완전히 비틀어져 근육이 틀어졌다.

“아아악!”

비명과 함께 사지가 비틀어진 박 도장이 고통에 겨워 몸부림을 쳤고, 그때마다 박 도장의 사지는 더욱 비틀어졌다.

“아아악! 아아악!”

박 도장의 비명과 함께 최 사부도 놀라운 표정으로 날 봤다.

“어, 어떻게 된 겁니까? 캡틴!”

“혈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사람을 저리 만들기도 합니다.”

“믿어지지 않습니다.”

“최 사부께서는 보시는 것만, 그리고 본 것만 믿으시면 됩니다.”

“아아악! 살, 살려…… 살려 주십시오.”

박 도장이 절규를 하듯 소리쳤다.

“다시 숫자를 세지.”

“으으윽!”

“시끄럽군! 난 앵앵거리는 소리가 듣기 싫다.”

난 차가운 눈빛으로 박 도장에게 말했다.

“으으윽! 으읍!”

근육이 틀어지는 고통에서도 박 도장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그 순간 천천히 비틀어진 박 도장의 사지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서 고통이 사라지는 순간 박 도장은 정말 개처럼 기어와 내 다리를 잡고 매달렸다.

“살려만 주십시오. 시키는 일은 뭐든 하겠습니다.”

“이건 경고다. 흔적도 없고 증거도 없고 믿을 사람도 없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알,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든 다 하겠습니다.”

“난 네가 악인이라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

“예. 예! 전 죽일 놈입니다. 예. 죽일 놈이 맞습니다.”

“그러니 조용히 닥치고 있어.”

내 말에 박 도장이 입을 꾹 다물었고 난 다시 최 사부를 봤다. 그의 눈은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습니까?”

“혈 자리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최 사부는 지금 내가 한 말도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건 그렇고 하시던 이야기나 마저 하시죠.”

“예?”

“제가 해야 할 일이 더 있지 않습니까?”

난 마포 불곰을 떠올렸다.

“예. 그렇습니다. 이제 담판만이 남았습니다.”

이 말뜻은 나보고 담판을 하라는 거다. 마포 불곰과 말이다. 물론 최 사부는 박 도장을 이용해 모든 문서를 위조했다. 그리고 장 꼰대가 마포 불곰에게 진 모든 부채를 내게 상속한다는 위임장도 위조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하죠. 가시죠.”

난 어금니를 깨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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