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07화
“재창 건설은 장학 사업 얼마나 하고 있죠?”
-안 하고 있습니다.
“왜죠?”
-재창건설은 제 회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보스의 회사입니다.
맞다.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다.
김재창은 바지 사장이다. 그러니 뭐든 내 허락을 받고 일을 해야 한다.
“큰일이 아니면 혼자 처리해 보세요.”
-그러다가 제가 실수라도 하면…….
“깨지고 실수하면서 크는 겁니다. 부사장이랑 잘 상의하면서 일을 추진하세요.”
난 김재창을 위해 부도가 난 건설 회사의 임원 한 명을 뜨악새에게 찾아보게 했고, 능력 있고 정직한 사람을 뜨악새가 찾아왔다.
물론 뜨악새가 찾은 사람은 지금 재창건설 부사장이다. 물론 실무적인 일은 부사장이 다 하고 있다. 또 세도건설에서 건설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난 어느 순간이 되면 이준성의 세도건설을 합병할 생각이다. 물론 이준성도 기분 좋은 합병이 될 거다.
-알겠습니다.
김재창은 약간 감격해하는 것 같았다. 이제 정말 바지 사장이 아닌 거다.
“그리고 참. 서울대 의대 학생 몇 명 장학금 좀 지원하세요.”
-장학 사업을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아직은 그렇게 거창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럼?
“부사장을 좀 시켜서 수정이랑 몇몇 장학금 좀 지급하세요.”
-아 예. 하하하! 알겠습니다.
“저라는 거 알면 안 됩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재창건설 실질적 소유자가 보스라는 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하여튼 간에 그렇게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난 이렇게 수정을 챙겼다. 물론 나라는 것을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재창건설 부사장을 시키라고 지시를 한 거다.
***
난 다음 사업 계획을 추진시켰다. 나를 위장시킬 그 무엇인가의 신분이 필요했다.
‘화려함 속에서 나를 숨긴다?’
많은 문제가 만들어지겠지만 나쁠 것도 없었다. 또 방송을 손아귀에 넣으면 더 많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를 지배한다면…….’
여론을 지배할 수가 있다.
물론 그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준성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연예 기획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거다. 그리고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 공룡이 될 거다.
난 두 번째 사업으로 연예 기획 사업을 할 거다. 물론 이 사업은 나를 숨기기 위함이고 또 많은 부류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함이었다.
정보!
이 시대는 정보가 곧 권력이다.
‘정보 분석조를 만들어야겠어.’
모든 것을 나와 최 사부가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정보의 수집을 뜨악새에게만 맡길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정보 수집조와 분석조 그리고 행동 요원 감시 및 사찰 요원 등을 나눠서 양성해야겠어.’
내가 생각할 요원이 될 존재는 두 개의 복지 시설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앞으로 30년 후에는…….’
아마 내 계획대로 된다면 법 위에 또 다른 법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 법은 이 세상의 모든 악인들에게 공평하게 죽음을 내릴 것이다.
‘차곡차곡!’
난 이준성이 준 명함이 적혀 있는 빌딩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연예 기획사 사무실 문을 열었다.
“넌 왜 되지도 않는 애를 자꾸 데리고 오는 거야?”
기획사 사장 같아 보이는 남자가 앞에 있는 남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딴 애들은 돈이 안 된다는 거 몰라?”
“사장님 하지만 노래는 정말 잘하는 애들입니다. 가수로 충분히 대성할 재목입니다.”
“요즘 누가 목소리 따지고 노래 들어? 이제 오디오는 갔어. 비디오야!”
“그래도 가수는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분명 소리를 지르는 남자는 사장일 거다. 정말 화가 났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한마디도 지지 않고 따지니 저런 걸 거다.
난 꼬박꼬박 따지는 남자의 뒤통수를 봤다.
“호랭이 담배 피던 시설 이야기하지 말고 쭉쭉빵빵한 애들 섭외해 와. 알았어?”
“그런 애들은 배우 해야죠.”
“지금 배우가 돈 돼?”
“당장 돈이 안 되도 미래를 봐야죠.”
“미래는 너 회사 차리고 나서 보시고, 난 당장 돈이 되는 애들 물어와.”
“투자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시발! 내 영업 방식이 싫으면 사표 쓰고 나가.”
사장이 소리를 질렀다.
“그, 그게…….”
“그게 뭐?”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나가서 돈 될 것 같은 애를 물어 와! 저번에 사진 찍었던 그 여자애 데리고 오면 되잖아.”
“누구 말씀하시는 겁니까?”
“서울대 다닌다는 그 여자애. 요즘 은지수 학력 이슈 때문에 서울대 다니는 애 가수 시키면 제법 이슈가 될 거야. 그런 애들이 돈이 된다고. 알았어?”
서울대를 다니는 애라면 수정일 거다.
그럼 지금 죽어라 혼이 나고 있는 남자는 이준성일 거다. 이런 상황이면 내게 무척이나 유리하다.
‘하나님이 항상 날 돕는다니까.’
난 씩 웃었다.
“넌 뭐야?”
사장이 날 봤다. 아직 화가 안 풀린 얼굴이다. 그런데 날 보고 사장이 씩 웃는다.
“무슨 일이죠?”
바로 말투가 달라졌다. 아마 내 얼굴을 보고 저러는 걸 거다. 난 몰랐지만 내 얼굴은 정말 딱 연예인 할 얼굴인 모양이다.
“사람 만나러 왔는데요.”
“사람? 누구? 누구 소개로 왔나?”
사장은 날 연예인 지망생으로 보는 것 같다. 물론 난 연예인 지망생은 아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배우 정도는 할 생각이다.
엄청난 한국형 블록버스트 영화에 출연할 생각이다. 물론 그 영화는 내 기억에 있는 영화일 거다.
과속 스캔들도 괜찮고, 해운대도 괜찮다. 국가대표도 괜찮을 거다. 물론 그 영화는 내 기억에서 대박 난 영화다.
모든 세세한 시나리오는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큰 핵심만 내가 잡아 주면 좋은 작가들은 많으니 대박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을 거다. 그럼 난 또 엄청난 거금을 버는 거다.
이래서 기억이 좋은 거다.
“이준성 씨 만나러 왔어요.”
“오, 그래? 뭐해. 이준성 실장. 면담 좀 해 봐.”
“예.”
이준성은 짧게 인사를 하고 날 봤다.
“안녕하세요.”
난 꾸벅 인사를 했다.
“너, 너는…….”
“한 번 오라고 해서.”
“그래. 하하하! 잘 왔어. 내 방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할까?”
“아니요. 나가서 이야기를 하실래요?”
“나가서?”
“예. 아직 이런 곳이 어색해서…….”
이준성에게 회사를 그만두라는 소리를 이 기획실에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준성은 사장을 힐끗 봤다.
“그래! 그래 나가서 이야기를 해.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사장은 내가 마음에 드나 보다.
그때 여직원 하나가 사장에게 왔다. 영 표정이 좋지 않는 게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다.
“사장님!”
“왜?”
사장이 여직원에게 투박하게 물었다.
“저기…….”
“저기, 뭐?”
“명성실업에서 오늘 저녁에 좀 오시라는데요.”
명성실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사장은 씩 웃었다.
“그래?”
“예.”
“은진이, 희수, 진영이 준비하라고 해.”
사장의 말에 여직원은 인상을 찡그렸고 이준성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이번만은 안 됩니다.”
이준성이 갑자기 사장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 실장! 지금 뭐하는 거야?”
“그 애들은 배우지 호스티스가 아닙니다.”
“뭐야?”
사장은 내 눈치를 힐끗 봤다.
“이 실장은 그냥 가서 이야기나 잘 해.”
“안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새끼가 회사는 그냥 돌아가는 줄 알아? 그리고 이 사무실 운영비는 누가 댈 건데? 뜨지도 못하는 애들 그렇게라도 돌려야 스폰서 받아서 뜰 거 아니야!”
사장도 화가 났는지 내가 있든 없든 소리를 질렀다.
“그런 길로 가면 아이들 망가집니다.”
“쉬운 길 놔두고 왜 어려운 길을 가나?”
“차곡차곡 실력으로 나가야 하는 겁니다.”
“지랄 같으면 회사 그만두면 되잖아.”
사장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아마 이준성이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사장은 할 말이 없으면 사표를 쓰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정, 정말 그러실 겁니까?”
“그래, 인마! 나도 좆같아서 너 더는 못 데리고 있겠다. 시발! 예술은 무슨 얼어 죽을 예술! 돈이 되어야 그것도 하는 거야! 딴따라는 돈이야 돈! 왜 조금 뜨면 애들이 너 떠나는 줄 알아?”
“사, 사장님!”
이준성이 사장을 노려봤다.
“너처럼 꽉 막혀서는 톱스타 못 될 것 같아서 떠나는 거야! 기획사 하나 말아먹었으면 대충 좀 꺾이고 휘어지는 맛이 있어야지.”
난 사장의 말을 통해서 이준성이 기획사를 하다 말아먹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맨땅에 헤딩할 일은 없겠군.’
사장은 이준성을 한번 째려보고 가만히 서 있는 여직원을 봤다.
“뭐해? 전화하지 않고. 곱게 차려입고 나오라고 해. 그럼 지들도 좋아라 할 거야!”
“알, 알겠습니다.”
“요즘 스폰서 없이는 절대 못 떠.”
사장은 이준성이 들으라는 듯 말했다.
“가서 면담이나 해! 잘리기 싫으면.”
이준성은 분하고 억울해서인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역시 목구멍이 포도청인 모양이다.
“알, 알겠습니다.”
이준성이 날 봤다.
“나가자.”
“예.”
* * *
이준성과 내가 간 곳은 작은 커피숍이다.
“대충 알겠지? 이 바닥.”
이준성은 여전히 표정이 밝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다 그럴 것이다. 치열하게 사는 세상, 어떻게든 성공해야 하는 거다.
“그러네요. 별로 좋은 바닥은 아니네요.”
“맞아. 뜨려고 별짓을 다 해야 하는 곳이 이 바닥이야. 물론 뜰 자질도 있어야 하지만.”
이준성은 자괴감에 빠지는 것 같다.
연예계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럼 내게 이롭다. 저런 눈빛은 애사심 따위는 없을 것이니 말이다.
‘좋은 날에 왔군.’
난 이준성을 보며 씩 웃었다.
“회사 말아 드셨어요?”
“뭐?”
내 뜬금없는 질문에 이준성이 날 빤히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 말아먹었다. 아주 시원하게 말아먹었지. 왜 궁금해?”
“예. 궁금하네요.”
“그래. 시원하게 말아먹었지. 너무 시원하게 말아먹어서 속도 시원했어. 하하하!”
이준성이 서글픈 미소를 내게 보였다.
“어떻게 말아 드셨는데요?”
“키워 놓으면 다른 곳으로 도망가고, 또 키워 놓으면 배신을 하고 그랬지. 난 그래서 분칠하는 것들 안 믿어. 마이크 잡고 설치는 년도 안 믿고. 믿을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이준성은 옛 생각이 떠올랐는지 피식 웃었다.
“아 그러세요.”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고 우리랑 계약하자. 그럼 내가 널 최고의 배우로 만들어 줄게.”
이준성의 말에 난 이준성을 빤히 봤다.
“절 어떻게 아시고 그런 말을 하세요? 제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보세요?”
“있어. 노력만 하면 될 거야.”
“노력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전략이 있어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하고.”
“아니야. 넌 노력하면 돼.”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배우는 한이 있어야 해. 눈에 살기도 있어야 하고, 원망도 있어야 하고, 독기도 있어야 하는데 네 눈에는 그런 게 있어. 요즘 연기한다는 아이돌은 그런 게 없어. 힘든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 반짝 스타가 쭉 대스타가 되지.”
이준성의 말에 난 속으로 조금은 놀랐다.
‘눈이 정말 보배네.’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말 해 놓고 돈 많은 아줌마 방에 집어넣으려고 그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