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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09화 (109/210)

흑막의 신! 109화

“벌 줄 놈이든 아니면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놈이든.”

뜨악새의 말에 최 사부는 피식 웃었다.

“그게 아니면…….”

“아니면?”

“바람을 피워 보겠다는 거지. 캡틴이!”

“딱 이름을 들으니 년이네.”

“년? 그러네요. 은지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뜨악새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모습에 최 사부는 씩 웃었다. 그리고 마치 지금의 아이돌이 춤을 추듯 은지수의 춤을 따라 췄다.

“뭐하는 꼴입니까? 볼썽사납게.”

“우리 딸이 이렇게 추더라.”

“예?”

“가수 은지수 몰라?”

최 사부는 도리어 어이가 없다는 듯 뜨악새를 봤다. 정말 뜨악새는 가수 은지수를 모르는 몇 안 되는 중년일 거다.

“가서 찾아봐. 깜짝 놀랄 거다.”

최 사부의 말에 뜨악새가 퀵을 봤다.

“퀵? 너는 알아?”

퀵은 큰 헬멧을 쓴 상태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유명한가?”

뜨악새는 고개를 꺄우뚱거렸다.

“설마 캡틴이 딴 마음 먹은 거 아닐까?”

뜨악새가 최 사부에게 말했다.

“딴 마음?”

“따지고 보면 우리 캡틴만큼 잘난 남자도 없죠.”

“꼬시려고 그러는 건가? 하하하!”

“누가요?”

그때 수정이 다가와 최 사부에게 물었다. 그리고 수정의 등장에 기겁한 뜨악새는 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다.

이제 난처해진 것은 최 사부였다.

“아무 것도 아니고…….”

“이상하네. 은성이 어디에 갔어요?”

“일하러 갔지.”

“무슨 일을 해요. 탱자 탱자 놀기만 하는 애가.”

“그런 일이 있어.”

“수상해요.”

수정이 살짝 눈을 흘겼다.

“수상하기는 뭐가?”

“난 분명 은지수라고 들었는데.”

은성이 은지수를 구할 때 수정도 옆에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수정이었다.

“몰라, 난…….”

최 사부가 수정의 눈치를 살폈다.

“바람을 피우다가 걸리면…….”

“으응…….”

“잘린다고 하세요.”

수정의 말에 최 사부는 놀라 딸꾹질을 했다. 수정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최 사부였다.

“수정이 잘한다.”

마산댁 할머니가 밖으로 나오며 수정의 편을 들었다.

“그죠.”

“사내는 초장에 잡아야 해. 바람기가 있으면 계집 평생 울며 산다.”

“그러니까요. 잘난 놈이 잘난 값을 한다고요.”

“그치! 초장에 잡아야지. 초장에.”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전 들어갑니다.”

최 사부는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난 내 빌라로 돌아와서 바로 사람들을 소집시켰다. 빌라마다 인터폰을 설치해 뒀기에 인터폰 한 통화면 모두 다 집결을 한다.

물론 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본부다.

우리는 이곳을 자운대라고 부른다.

자운대!

육군 본부의 명칭이 자운대다.

하지만 우리의 자운대는 자력갱생 운동 대본부를 줄인 말이다.

악인도 구제할 수 있다면 구제하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대부분의 악인들의 구제는 사형이지만 말이다.

“소집이다.”

호중이 방에서 뒹구는 진태와 형성에게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사형.”

“그런데 애들 밥은 줬냐?”

“예. 아까 먹였습니다.”

은성은 호중을 시켜서 다섯 명의 애들을 더 제자로 받아들였다. 물론 뚱뚱한 놈은 다이어트를 위해서 상자에 가뒀고 마른 놈은 깡을 키우기 위해 상자에 가뒀다.

“그리고 좀 치우고 살자.”

호중은 엉망진창이 된 빌라를 둘러봤다.

“예. 치우겠습니다.”

“이러다가 또 할머니한테 욕먹는다.”

“예. 사형. 애들 밥 먹을 시간에 치우도록 하겠습니다.”

“오호! 이제 밑에 놈들 생겼다 이거지?”

“하하하! 다 그런 거 아닙니까?”

진태가 웃으며 말하자 호중이 진태를 째려봤다.

“너 그러다가…….”

딸꾹!

진태는 호중이 한 번 째려보자 딸꾹질을 했다. 역시 해동비문의 서열 관계는 무서운 거였다.

“사부 소집 끝나면 바로 치우겠습니다.”

“잘해 줄 때 알아서 눈치껏 해라.”

“예.”

“가자.”

* * *

내 사람들이 모였다.

32평인 빌라이기에 원래 거실은 무척이나 넓었다. 하지만 난 이 빌라의 방을 모두 터서 대회의실로 만들었다.

제일 상석에 내가 앉았고 그 옆에 최 사부와 호중이 마주보고 앉았다.

최 사부가 앉은 자리는 해동비문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 나이에 맞게 앉는 자리고, 호중의 옆으로는 내 제자들인 해동비문 사람들이 앉았다.

뭐 대충 난 그렇게 구분을 했다. 쉽게 무협 식으로 말하면 본가 제자와 속가제자 정도로 생각을 하면 되는 거다.

이 본부의 벽에는 각종 차트와 설명 그리고 종이가 붙어 있다.

대부분의 차트와 설명은 내가 앞으로 추진할 사업에 대한 진행 정도를 기록해 메모해 둔 거다. 그리고 회의실 한 면에는 최 회장과 최상혁의 감시 상황을 기록해 뒀다.

“김 사장은?”

“곧 온다고 했습니다.”

호중이 짧게 대답을 했다.

“받아들인 애들의 수련 상태는 얼마나 되지?”

“지금 거의 다이어트가 완료된 상태입니다.”

“가르칠 것은?”

“그건 진태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난 진태를 봤다.

“예. 지금 초급을 수련하고 있습니다.”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강하게 수련시켜!”

“예. 사부!”

이제 진태도 내게 존댓말을 했다. 사적으로는 친구의 관계이지만 공적으로는 분명 구분이 있다. 최 사부는 날 빤히 봤다. 물론 뜨악새도 날 빤히 보고 있다.

최 사부와 뜨악새는 내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와 호중 그리고 진태와 형성이 해동비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이 상황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인 모양이다.

“이번에 복지 시설로 보낸 자운대 대원은 어떻게 하고 있지?”

“그곳에 처음부터 있던 아이들과 구분을 해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난 사실 진태와 형성이 데리고 있던 애들 중에 충분한 자력갱생을 마친 아이들을 가평으로 내려보냈다.

물론 진태와 형성에게 죽도록 맞고 내려갔다.

“지금 기초 체력 단련을 하고 있습니다.”

호중이 내게 설명을 했다.

“아무도 모르게 천천히 수련에 임해야 할 거야.”

“잘 알고 있습니다. 정신 교육까지 같이 시키고 있으니 2, 3년 후면 훌륭한 자운대 대원이 될 겁니다.”

“우리끼리 움직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

난 이렇게 조직을 만들고 있었다. 이제 겨우 자운대가 태동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곧 그 자운대에서 이 대한민국을 어둠속에서 이끌 존재들이 나오게 될 거다. 그리고 어둠을 장악한 순간 어둠 속에서 빛을 열 듯 나는 빛나는 세상으로 나갈 것이다.

또한 자운대 요원들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대한민국에 나, 최은성이라는 법을 만들 것이다.

난 호중에게 그렇게 말하고 최 사부를 봤다.

“최고의 선생님들은 구해서 내려 보냈나요?”

“예. 캡틴이 대한학교 식으로 교육을 하신다고 해서 각 과목의 우수한 선생들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대목과 꽃집도 같이 내려보냈습니다.”

“특별 교육도 배워 둬야 하겠죠.”

난 씩 웃었다.

대목과 꽃집은 최 사부의 제자들이다. 물론 그들이 가르치는 과목은 사기다.

“무도 선생은 내려 보냈습니까?”

“예. 이번에 은퇴를 한 전 육사 태권도 사범을 포섭해서 보냈습니다.”

“외부 선생들에게 우리의 일이 알려져서는 안 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최 사부는 짧게 말했다. 물론 기본적인 무도 수련이 끝이 나면 비술 수련을 시킬 것이다. 또한 극소량의 영약을 복용시킬 참이다. 그럼 나와 같은 초인은 되지 못한다고 해도 꽤나 대단한 요원이 될 것이다.

‘1차 배양 실험은 성공을 했어.’

연구소는 지어지고 있지만 배양 실험은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그리고 영약의 1차 인공 배양 실험은 성공을 거뒀다. 김용팔 사장은 그 성공 소식을 듣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좋아했다. 그리고 이 세상은 나와 자신의 아들의 것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아직 2차 배양과 1차 증식 사업이 남아 있다.

그것까지 성공을 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고개 숙인 남자들은 나를 경배할 것이고, 한낮의 뜨거운 태양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대머리 아저씨들도 나를 경배할 거다.

“그리고 최 회장과 최상혁의 동태는 어때?”

난 호중을 봤다.

“별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최상혁은 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물론 전에 보고해 드린 대로 연세대에 들어가 잘 먹고 잘 삽니다.”

“최 회장은?”

“특이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시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호중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틀린 말도 아니군.”

난 최 사부를 봤다.

“최 회장의 비서나 직원 중 하나를 포섭해야겠네요.”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맞는 말이다. 최 회장의 아래에 있는 은 실장만 봐도 조폭 출신에 대단한 무도인이다. 그런 사람이 조직을 장악하고 있으니 그 부하들을 포섭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거다.

“그래도 적의 내부에 첩자 하나 정도는 있어야 좋을 것 같습니다.”

뜨악새의 말에 난 씩 웃었다.

“딱 적당한 사람이 있죠.”

난 뜨악새에게 말하며 은 실장의 얼굴을 떠올렸다. 지금쯤이면 온몸이 쑤시고 이유 없이 아파 병원을 다닐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나면 사지가 저려 올 거다. 그리고 다시 3개월이 지나면 손가락에 감각이 사라지고 만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병명도 알지 못하고 죽게 되는 것이다.

‘은 실장! 두어 달쯤 지나면 사지가 저리겠지.’

내 말에 뜨악새가 날 봤다.

“누구입니까?”

“우선은 최 회장의 비서실 사람들을 은밀히 매수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거부할 수 없게.”

“물론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캡틴!”

“그리고 알아보라는 것은 알아봤나요?”

“예.”

“서울 세브란스 병원 특실에 입원해 있습니다.”

뜨악새는 피식 웃었다.

“왜 웃죠?”

“아닙니다.”

“왜요?”

“전 사실 은지수가 그렇게 유명한 가수인지 몰랐습니다.”

“모르셔도 위치는 잘 찾으시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그런데 전반적인 동향 보고 때문에 저희들 부르신 겁니까?”

최 사부가 날 보며 물었다.

“그건 아닙니다.”

“그럼?”

“전 이번에 연예 기획 사업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내 말에 모든 사람들은 눈이 커져 날 봤다.

“연예 기획 사업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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