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10화
“예. 자운대 대원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돈 나올 구멍을 많이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최 사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건 거짓말이다. 난 미디어를 장악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몇 년 후면 지상파가 아닌 공중파의 시대가 온다. 그때 난 방송국 하나 정도를 설립할 생각이다. 물론 영약의 2차 배양과 양산 그리고 상품화가 성공해야 그것도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그런 내 엄청난 생각을 지금 밝힐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이렇게 말한 거다.
“그럼?”
“예. 돈도 필요하지만 영향력도 상당할 겁니다.”
“영향이라고 하셨습니까?”
“미디어를 장악하는 사람이 세상을 장악하게 되어 있습니다.”
“난 그럼 가수 할래.”
화장실에 숨어 있던 박지은이 화장실 문을 박차고 나오며 소리쳤다. 그 모습에 호중이 인상을 찡그리고 고개를 바닥에 처박았고, 난 박지은을 째려봤다.
“너 어떻게 여기 들어 왔어?”
“나도 자운대 대원이다.”
난 순간 어이가 없었다.
“누가?”
“당연히 자원입대지. 호호호!”
“가서 공부나 해.”
“공부 하고 있거든.”
아마 이곳에서 저렇게 나에게 빡빡 대들 수 있는 것은 박지은뿐일 거다. 친구의 동생이 내 동생이니 말이다.
“우린 고입 검정고시 합격자 이상만 자원입대 받는다.”
난 씩 웃으며 박지은을 봤다.
“정말?”
사실 난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만 자원입대 받는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아니니 한 단계를 낮춘 거다. 물론 발표만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 그러니 공부나 해. 어머니 걱정이 크시다.”
“나, 이 정도면 사람 된 줄 아셔.”
난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맞다.
날라리 박지은이 이 정도면 사람 된 거다. 쟤는 저 정도면 자력갱생이라고 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나…….”
박지은이 날 보며 씩 웃었다.
“너 뭐?”
“나 고졸 검정고시 합격했다. 누구는 이제 고입 검정고시 쳤지만…….”
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호중을 째려봤다.
“왜 보고 안 했어?”
“중요한 일이 아니라서…….”
난 다시 박지은을 봤다.
“그래도 넌 자운대 대원이 아니다.”
“왜?”
“위험한 일이다.”
“그럼 그렇게 위험한 일을 왜 시켰어?”
난 박지은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랐다. 난 다시 호중을 봤다. 호중은 이제는 거의 테이블 아래로 머리가 들어가고 있었다.
“그, 그게…….”
“그게 뭐?”
“장 꼰대 낚을 때 신문을 지은이가 룸에 넣었습니다.”
“뭐야?”
난 호중을 노려봤다.
“죄. 죄송합니다. 사부!”
“나도 이미 자운대 대원이다. 그러고 나는 가수 할 거야. 가수!”
정말 앞날이 캄캄해진다.
저 말괄량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캄캄할 뿐이다.
“으음.”
“괜찮은 것 같습니다.”
최 사부가 내게 말했다.
“예?”
“제가 며칠 지은이를 지켜봤는데 영리하고 심지도 굳은 애입니다.”
“역시 아찌가 사람 볼 줄 안다니까.”
“생각 좀 해 보죠.”
“생각은 무슨, 그냥 끼워 주는 거지.”
“안 끼워 주면…….”
박지은이 날 뚫어지게 봤다.
“안 끼워 주면?”
“나 비뚤어진다.”
참! 저런 것을 협박이라고 한다. 절말 할 말이 없는 애가 박지은일 거다. 하지만 저 박지은은 내게 여동생과 같은 존재다.
친구의 여동생!
그건 내 동생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거다.
“알았다.”
“좋아! 역시 은성 오빠는 화통해.”
박지은은 환하게 웃었다.
“너 어디 앉을래?”
“뭐?”
“오른쪽? 아니면 왼쪽?”
“왜?”
“앉고 싶은 곳에 앉아.”
내 말에 박지은은 단 한 번 고민도 없이 호중이 있는 곳을 봤다.
“지은아. 저쪽 가서 앉아.”
호중은 지은이 이곳으로 올까 봐 먼저 저쪽에 앉으라고 했다.
“싫다. 난 오빠 옆에 앉을 거다.”
지은의 말에 호중은 인상을 찡그렸다.
“저쪽 가서 앉는 게 좋아.”
난 지은을 째려보고 있었다. 호중 역시 내가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지은은 호중의 말을 무시하고 호중의 옆에 앉았다.
물론 진태가 내 눈치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지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나 여기 앉는다.”
“그럼 넌 오늘부터 해동비문이다.”
내 말에 지은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해동비문이 뭔데?”
“설명은 호중이 해 줄 거다.”
난 씩 웃었고 호중은 인상을 찡그렸다.
“호중!”
“예. 사부!”
“한 치의 틀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
“내가 직접 할까?”
“아, 아닙니다.”
“죽어 보지 않고서는 다시 태어날 수 없는 법이다.”
이게 내가 세운 가풍이라는 걸 거다. 해동비문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한 번쯤은 죽다 살아나야 하고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껴야 한다.
그것이 나만의 방식 해동비문의 자력갱생이다.
“알고 있습니다.”
호중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저 지은은 아무것도 모르고 좋다고 웃고 있었다.
역시 사람들은 어리나 젊으나 여자나 남자나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리나 보다.
‘세브란스 병원이란 말이지.’
난 은지수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준성의 얼굴도 떠올렸다. 이제 새로운 사업의 진행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난 상당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리고 김용팔 회장의 주도 하에서 청솔제약의 생명 공학 연구소가 재창 건설과 세도건설에 의해 지어지고 있었다.
앞으로 1년 후면 완공이 될 것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2차 영약 종균 배양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항상 실패를 대비해야 해.’
나 역시 영약 중균 배양 연구가 성공할지 의문이다. 그러니 이렇게 다른 사업들을 진행하는 거다. 영약 종균 배양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난 충청도에 있는 산이라는 산은 다 뒤져야 할 거다. 그리고 그곳에서 영약을 공급받아야 한다. 그럼 지금보다 그 영약의 쓰임과 양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무조건 그 질이 떨어져도 대량 생산을 해야 해.’
그래야 드링크 음료도 만들고 화장품도 만들고 정력 보조제도 만들고 발모 샴푸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하지만 실패할 수도 있는 일이기에 돈이 나올 다른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거였다.
재창건설은 조금씩 탄탄한 건설 회사로 거듭나고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세도건설 사장 이세도가 계약을 잘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부사장이 무척이나 유능한 사람이기도 했다.
끼이익!
문을 열고 김재창이 들어왔다.
“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보스!”
김재창이 빌라로 들어오며 짧게 묵례를 했다.
“사장이 좀 바빠야죠.”
난 김재창을 보며 웃었다.
“예. 오늘 병영 막사 BTL 사업을 두 개나 수주 받고 왔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병영 막사 사업이라고요?”
“예. 이세도 사장이 다리를 놔줘서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병영 막사 BTL 사업은 큰 공사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상당한 이익이 남는 건설 사업이기도 했다. 국방부 아래 수많은 부대가 있다. 그리고 전방에는 아직도 70년대나 80년대에 지어진 구형 막사에 생활하고 있는 병사들이 많다.
국방부는 병사들 처우 개선을 위해 병영 막사를 새로 짓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 사업을 주도적으로 하는 곳이 세도건설이고 그중 일부를 재창건설에 넘긴 거였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공사였다. 국방부와 좋은 관계만 유지해도 재창건설의 앞날은 탄탄할 것 같았다.
“병사들 막사니 부실 공사가 되지 않게 튼튼하고 깔끔하게 지어 주세요.”
“예. 국가에 충성하는 마음으로 짓겠습니다.”
“예. 그래요. 경험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이익보다는 경험입니다.”
“알겠습니다.”
차후에 대대적인 병영 막사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중 제일 큰 사업은 제주 해군기지 신설 사업일 거다. 앞으로 7년 후 제주는 해군기지 신설로 한창 시끄러울 거다. 난 그게 떠올랐다.
‘지금 충분히 경험을 쌓는다면 그 사업을 수주하는 것도 가능해.’
난 재창건설의 꿈을 크게 잡았다.
이래서 미래의 기억이 있는 게 좋다. 미래의 기억이 있으니 근시안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충분한 경험을 쌓은 후에 리비아로 진출을 한다.’
난 거기까지 생각을 했다.
내 미래 기억은 날 거기까지 이끌었다.
정말 재창건설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이제 연예 기획 사업이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내가 움켜쥘 거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세력과 힘 그리고 금력을 갖추면 최 회장과 최상혁에게 처절한 복수를 해 줄 거다.
‘그 쌍년을 찢어 버린다.’
바드득!
나도 모르게 이빨을 갈았다.
* * *
난 은지수를 만나기 위해 세브란스 병원 특실로 향했다. 물론 사전 약속 따위는 없다. 하지만 난 누가 뭐라고 해도 은지수를 구한 은인이다.
내가 예상한 대로 은지수를 구하는 장면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쫙 깔렸다. 그리고 내 과거를 밝히는 내용도 쫙 깔렸다.
그래도 저번보다는 악플이 좀 작아졌다. 한 5천 개 정도의 악플이 달렸다.
영등포 맨발 남 때에는 7만 개의 악플이 달렸다. 악플 역사상 최고 양이라는 것을 난 나중에 알았다. 그러고 보니 난 뭐든 일등을 한다.
그런데 지금은 겨우 5천 개다. 그리고 그 악플 중 한 2천 개는 부러우면 지는 거야! 젠장! 이런 투의 악플이다.
물론 여전히 3천 개는 내 가슴을 후벼 파는 악플이고.
과거는 여전히 나를 밟고 따라다녔다. 이런 시선이 전과자들을 더욱 음지에서 기생하게 만들 것이다.
‘모든 시선들이 다 썩어 있다.’
분노를 표출할 대상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자신이 쌓아 둔 분노를 누군가에게 풀기 위해 저렇게 모질게 인터넷에서 악플을 다는 걸 거다.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의 세상은 평등하니 말이다.
“동영상이면 충분하지.”
난 그렇게 그 동영상 하나 믿고 가는 거다.
아무리 톱스타라서 싸가지가 없다고 해도 생명의 은인을 한 번 정도는 만나 줄 거다. 그리고 뜨악새가 알아온 정보에 의하면 은지수의 계약은 거의 만료되어 가고 있었다. 절호의 찬스인 거다.
“딱 타이밍이 좋아.”
난 이준성에게 차려 줄 기획 사무실의 간판으로 은지수를 생각했다.
‘인연으로 안 된다면 돈으로 조진다.’
사실 여자는 돈으로 조지는 것이 제일 쉽다. 그리고 연예인들 역시 계약금을 많이 주는 곳으로 가게 되어 있다. 그러니 이준성의 말대로 100억 쯤 집어 주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100억이라는 돈이 결코 작은 돈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까운데…….’
돈을 쓰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난 그 방법을 택할 것이다.
구명지인으로 밀어붙여서 된다면 끝까지, 절벽까지 은지수를 밀 것이다. 하지만 연예계에서 대성한 은지수이니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었을 것이니 말이다.
‘하여튼 달려가서 깨져 본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리고 난 세브란스 병원 특실인 15층을 눌렀다.
“뭐야? 왜 안 눌러지지?”
난 엘리베이터 버튼을 다시 눌렀다.
“뭐야? 고장인가?”
난 그렇게 생각을 하고 14층을 눌렀다. 14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머지는 걸어가면 그만인 거다.
난 그렇게 14층에 섰다.
그런데 15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기획사에서 보낸 경호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