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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12화 (112/210)

흑막의 신! 112화

“날 어떻게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게 해 줄 거지?”

“슈퍼스타로 만들어줄게.”

“지금도 난 톱스타야!”

“진정한 슈퍼스타는 아니지.”

“내가 연예인 지망생이니? 이거 완전 사기꾼이네. 뜬구름 잡는 소리로 날 꼬시네.”

“벌써 반은 넘어왔잖아.”

“그러게. 하지만 나머지 반도 넘어가게 만들지 못하면 난 계약 안 해! 꿈보다 더 좋은 게 현찰 100억이다.”

은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난 은지수를 빤히 봤다. 은지수의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어떻게 나머지 반을 넘어뜨리지?’

난 순간 고민을 했다. 그리고 가수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을 했다.

“나한테 뭘 줄 거지?”

고민은 아무리 길어도 고민일 뿐이다.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성량일 거다. 몇 옥타브를 넘나드는 성량을 내가 준다면 은지수는 나를 따를 것이 분명하다.

“뭘 가지고 싶지?”

내 물음에 은지수는 피식 웃었다.

“그건 반칙이야.”

은지수가 새침하게 말했다.

“무슨 반칙?”

“유도 심문이니 반칙이지.”

그러고 보니 은지수는 제법 영리했다.

“네가 나한테 줄 것만 말해.”

은지수의 말에 난 은지수를 째려봤다.

“가수가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을 주지.”

“가수가 제일 필요로 하는 거?”

“그래. 어때?”

“가수가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이 뭔데?”

“너한테는…….”

뜨악새는 은지수를 찾고 나서 은지수에 대해 조사를 해서 보고했다. 거기서 톱 가수지만 보컬 부분에 콤플렉스가 있는 가수라고 보고를 했다.

난 그것을 이용할 참이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멜로디를 줄 거다. 정확한 곡을 알 수는 없으니 영감과 같은 멜로디를 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음악적인 부분은 나보다 은지수가 더 감이 좋을 거니 말이다.

‘많잖아. 내 귀에 캔디부터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난 그런 생각을 하면 다시 은지수를 봤다.

“나한테는?”

“성량이지.”

난 은지수를 뚫어지게 봤다.

“성량? 지금 너, 나 놀리는 거지?”

“내가 비싼 밥 먹고 할 일이 없어서 널 놀리고 있는 것 같아?”

“그럼 아니야?”

“난 너의 부족한 보컬 부분을 채워 주겠어.”

“보컬 트레이너라도 되겠다는 거야?”

“못 할 것도 없지.”

내 말에 은지수는 피식 웃었다.

“100억짜리 보컬트레이너?”

“결국 그렇게 되는 건가?”

사실 은지수가 내게 관심이 있기에 지금까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거다. 어쩜 이미 은지수는 내게 올 마음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내가 너한테 가면 어떤 가수가 되지?”

“가왕 조용필. 댄스 퀸 김완선, 라이브의 황제 이승환. 발라드의 신 신승훈. 그리고 넌 뭐가 되고 싶어?”

“나?”

“그래, 너!”

내 물음에 은지수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난…… 난 감성을 자극하는 진짜 가수가 되고 싶어.”

이건 어쩜 은지수의 꿈일지도 모른다. 댄스 가수가 아닌 발라드 가수가 되고 싶은, 그것도 가왕 이상의 가수가 되고 싶은 것이 바로 은지수의 꿈이었다.

“진짜 가수?”

“그, 그래.”

목소리의 떨림이 있다는 것은 정말 은지수가 성량이 풍부한 가수를 꿈꾼다는 거다. 사실 은지수는 오디오형 가수라기보다는 비디오형 가수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만 생기면 춤이 저급하다, 노래에 싼티가 난다, 라고 몰아붙이는 거였다.

“그래, 진짜 가수가 되고 싶어.”

은지수는 내게 간절히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환자복에서 다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냐는 생각이 들었는지 피식 웃었다.

“진짜 가수가 되고 싶으면 담배부터 끊어.”

난 은지수의 입에 문 담배를 낚아챘다.

“뭐하는 거야?”

“담배부터 끊어야지 감성을 자극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난 은지수를 뚫어지게 봤다.

“내 성량이 담배 때문이다?”

“아주 영향이 없는 건 아니지. 너도 알잖아.”

“웃기네. 좆 까!”

은지수는 다시 피식 웃었다.

“난 그것을 모르지 않는데 자꾸 담배를 피우네. 미친년이지.”

“맞다. 너 미친년이다.”

난 은지수에게 욕지거리를 했다.

“정말 나 진짜 가수 만들어 줄 거냐?”

“물론이다. 그리고 지금도 진짜 가수다.”

은지수는 날 빤히 봤다.

“내가 어떻게 하면 돼?”

“우선 담배부터 끊고 당당히 고퇴라는 것을 밝히는 거지. 어떤 사연이든 솔직하게 고백을 하고 처분을 기다리는 거다.”

내 말에 은지수는 인상을 찡그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본 자신이 바보라는 표정을 하고.

“여기 완전 바른 생활 사나이 나셨네.”

“빈정거리지 마.”

“넌 아직 딴따라 판을 몰라. 여기서는 솔직한 게 죄가 되는 곳이야.”

“목소리로, 그리고 노래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싶으면 거짓 없는 자신의 감성을 끌어낼 수 있게 무엇이든 솔직해져야 해.”

“말은 쉽지. 내가 어떤 과거를 살았는지는 알아?”

“어떻게 살았다는 것이 중요한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지.”

“미친놈!”

은지수는 날 미친놈으로 불렀다.

“그래! 100억짜리 미친 매니저다.”

“아주 계약을 한 것처럼 말하네.”

“하려고 여기에서 내 말을 다 듣고 있는 거잖아.”

“피! 눈치는 있네.”

“그럼 눈치로 먹고 살지.”

난 은지수를 보며 씩 웃었다.

“좋아. 그래, 내 성량부터 어떻게 좀 해 봐. 나도 노래 부를 때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아.”

이제 은지수는 점점 더 솔직해졌다.

“무엇이든 날 믿는 거다.”

내 말에 다시 한 번 은지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엇이든 믿어?”

“그래. 덤으로 널 고학력으로 만들어 주지.”

은지수는 성량도 문제지만 학력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비술을 써 볼까?’

비술을 병을 고치는 일에는 써 봤다. 그리고 성공을 거뒀다. 최 사부의 딸인 태희의 병을 고쳤으니 말이다. 하지만 비술로 은지수의 뇌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백치 아다다가 될 건데…….’

그래도 열등감을 해소시켜 줄 필요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을 많이 하면 되지.’

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난 이 순간 동물 실험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학력?”

“그래. 어느 대학 가고 싶어?”

내 말에 은지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어 버렸다.

“왜, 학력 위조라도 해 보시게?”

“그런 거 하면 되나? 진짜로 가야지.”

“잔디 깔아 주고 학교 입학하는 건 옛날 말이다.”

정말 잔디 깔아 주고 대학을 뒷구멍으로 가는 사람도 있나 보다. 은지수가 저렇게 말하니 말이다.

“네 힘으로 가게 해 준다.”

“너 자꾸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데…….”

“어이없게 내 말에 믿음이 가지?”

“그래. 어이없게.”

“나만 믿으면 된다.”

“난 아무도 안 믿어. 나 자신까지.”

“아니, 넌 날 믿어야 해.”

“왜?”

“난 너를 새롭게 태어나게 할 거니까?”

“새롭게?”

“그래. 다시 태어나세요.”

난 바로 은지수를 향해 비술을 발동했다. 비술은 인간의 몸을 극소화나 극대화시켜 주는 능력이 있는 무공이다.

난 손가락으로 은지수의 성대 옆을 힘껏 찔렀다. 물론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될 거다.

“아아악!”

처음 은지수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이 미친놈아!

은지수는 내게 욕을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자신의 귀에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은지수는 놀란 눈으로 날 봤다.

-나,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목소리가 나지 않을 거다.”

-내, 내가 왜 이러는 거야?

그저 입모양으로 내게 신호를 보내는 은지수였다. 놀란 눈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얼굴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다시 목소리가 나올 때는 넌 너만의 감성을 가지게 될 거다. 그러니 말하지 말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

-미, 미친 새끼! 이 미친 새끼야!

난 은지수의 입모양을 통해 내게 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을 깨부수지 않고 새로운 것이 열리는 법은 없다.”

난 은지수에게 지금의 성대가 그 기능을 상실했다는 말을 해 줬다.

-뭐, 뭐라고?

“다시 태어나. 그럼 되는 거다.”

-이 미친 새끼!

“아니, 난 미치지 않았다.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가수가 되고 싶으면 남들의 이야기부터 들어. 그리고 감성을 이야기해 보란 말이야. 연애 한 번 안 해 본 가수가 어떻게 사랑을 이야기하고 이별에 아파할 수 있지?”

내 말은 틀린 말이 분명 아닐 거다.

-너, 너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난 나를 노려보는 은지수를 뚫어지게 봤다.

“너는 내 가수다.”

내 말에 은지수는 약간의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지금 거의 70프로 이상은 내 사람이 된 은지수다. 그러니 이제 나머지 30프로는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널 진짜 가수로 만들어 줄게.”

난 은지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내 손을 뿌리치는 것이 옳은 생각일 거다. 하지만 은지수는 날 잠시 죽일 듯 노려보다가 내 손을 잡았다.

-너, 날 속인 거면 가만히 두지 않아.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거 없어.

소리도 나지 않는 입으로 은지수는 내게 정확하게 경고를 했다. 한 마디로 청부 살인을 해서라도 날 죽이겠다는 은지수인 거다.

“알아! 너도 네가 내 가수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마.”

난 은지수를 다시 봤다.

‘은지수! 너를 발판으로 이준성을 이용해서 연예계를 장악하는 거다.’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

나는 은지수의 성대를 마비시켜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 청각을 최대한 극대화시켰다.

말을 하지 않으면 많은 것을 듣게 된다. 소리에 민감해지고 또 멜로디에 예민해진다. 그리고 진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다.

귀가 열리면 성대도 열리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 은지수는 항상 말을 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존재. 그것부터 바꿔 놓고 시작해야 했다.

-내 목소리는 언제 돌려 놓을 건가?

은지수는 날 보며 입모양을 크게 해서 말했다.

“네 귀가 열리고 나서.”

난 은지수를 보며 씩 웃었다.

-너 정말 믿어도 돼?

“물론이지. 이 세상에 나만큼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는 없어.”

난 자화자찬을 했다.

내 말에 은지수는 피식 웃었다.

-정말 나 평생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거 아니지?

은지수는 조금은 불안한 것 같았다.

“그건 모르겠다?”

-뭐?

은지수는 날 째려봤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살게 된다면 은지수는 아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날 죽이려 들 것이다.

눈에 독기가 가득한 여자 은지수.

난 그렇게 판단했다.

“하여튼 담배부터 끊어. 이미지 떨어지게 담배가 뭐니?”

-원래 난 이런 이미지야.

난 은지수의 말을 듣고 돌아섰다.

-어디 가? 시발!

은지수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한 모양이다. 그래서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내가 돌아섰고 은지수는 날 째려봤다.

-일주일?

“일주일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꼴통아!

“우선 듣기부터 해! 듣다 보면 느끼는 것이 있을 거야. 나 간다.”

난 다시 돌아섰다. 그리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은지수는 곧 내 가수가 될 거다. 뭐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준성의 가수가 되는 거다. 물론 이준성의 연예 기획사 지분의 90프로가 내 소유고, 이준성은 10퍼센트가 될 거다.

난 더 많은 스타급 가수들이 필요했다. 물론 돈으로 그들과 계약을 할 생각은 없다. 돈은 항상 아까운 거고 아껴 써야 하는 거다.

“스타가 될 가능성이 있는 신인을 섭외하면 되지.”

난 이준성에게 연예 기획 사무실을 차려 주기 위해 숨겨진 대어 몇을 손에 넣을 생각을 했다.

“누가 있을까?”

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지금은 2005년, 내가 살았던 때는 2015년이다. 난 숨어 있는 진주를 찾기 위해 머리를 썼다. 하지만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다.

“젠장!”

미래의 기억이 있다고 해도 참 그런 것은 혼자 잘되지 않는 것 같다.

“수정이나 가수 만들어야겠다.”

난 모처럼 수정을 보기 위해 서울대로 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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