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21화
짝! 짝!
“다시 말해봐. 뭐라고? 좆도 없는 새끼가 자존심만 있어서 뭐? 내가 쓰레기라고?”
짝짝!
“넌 나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해.”
다시 사장은 이준성의 따귀를 때렸다. 물론 아프게 때리는 따귀는 아니었다. 한 마디로 기분 나쁘게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그런 따귀였다.
“…….”
이준성은 아무 말 없이 사장을 노려봤다.
“네가 나한테라도 붙어 있으니까. 너희 떨거지들 다 그래도 얼굴에 분칠하는 거야. 연예인 그게 호스티스랑 요즘 뭐가 달라? 나가요랑 뭐가 다르냐고?”
사장이 이준성에게 소리를 질렀다.
“넌, 넌 쓰레기다.”
이준성은 사장에게 다시 나직이 말했다.
“쓰레기? 그래! 나 쓰레기다. 이 바닥에서 다른 것들이 있었어? 분칠하는 것들 다 그런 거잖아. 반반할 때 한 몫 잡는 그런 거잖아.”
어쩜 연예계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사장과 이준성은 다를지 몰랐다.
“뭘 노려보는데? 사표 쓸 용기도 없잖아. 그리고 날 후려칠 용기도 없는 겁쟁이 새끼가 뭘 꼬나봐?”
“그, 그랬지.”
이준성이 사장을 보며 말했다.
“뭐 이 새끼야? 좆도 없는 게 자존심만 살아 가지고. 넌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해. 알잖아. 킥킥킥!”
사장은 다시 이준성의 뺨을 때리려 했다.
팍!
이준성이 사장의 손목을 잡았다.
“이거 못 놔? 너 이 손 셋 셀 때까지 안 놓으면 해고야. 하나, 둘.”
“셋은 셀 것도 없어. 쓰레기 같은 새끼!”
퍽!
이준성은 사장의 손을 놓자마자 바로 사장의 아구창을 강하게 날렸다.
“으악!”
철퍼덕!
사장이 바닥에 쓰러졌다.
“이 개새끼가.”
사장은 급하게 일어서려 했다. 그때 이준성은 사장의 책상 위에 있는 대리석 명패를 집어 들었다.
“일어서면 죽여 버린다.”
이준성은 대리석 명패를 번쩍 들었다.
“너, 너 왜 이래?”
사장은 두려움을 느꼈는지 목소리부터 달라졌다. 그만큼 이준성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너 같은 새끼는 죽어야 해! 너 때문에 연희가 죽었어.”
“왜, 왜 이래?”
“연희가 얼마나 불쌍하고 가여운 애인데, 네가 죽였어.”
이준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 순간 사장은 두려움에 떨었다. 사람은 이렇게 살기를 느낀다.
“이 개새끼!”
이준성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힘껏 대리석 명패를 내려쳤다.
쾅!
바지직!
“으악!”
사장은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명패가 내려친 곳은 사장의 머리가 아니라 바로 바닥이었다.
“개새끼야! 그따위로 인생 살지 마. 그리고 기다려! 너 같은 새끼가 발도 못 붙이는 연예계로 내가 만들어 줄 테니까.”
이준성의 말에 사장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너, 너 해고다.”
사장의 말에 이준성은 사장을 노려봤다. 여전히 사장은 바닥에 엉거주춤하게 쓰러져 있었다. 딱 정말 사커 킥을 날리기 좋은 자세였다.
퍽!
“으악!”
역시 저런 자세에 있는 놈은 사커 킥을 맞을 것이다.
“나도 안 다녀! 이 좆같은 회사!”
이준성은 그렇게 소리를 치고 사무실 밖으로 걸어 나가려 했다.
그리고 급하게 사장이 일어섰다.
“이준성!”
사장이 이준성을 향해 소리쳤고 이준성은 사장을 돌아봤다.
“넌 절대 내가 이 바닥에 있는 이상 아무 짓도 할 수 없어.”
“두고 보자고.”
“그래 두고 보자. 내가 좆같이 굴어도 내가 어떤지 네가 더 잘 알 거다. 넌 절대 이 바닥에서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 테다.”
사장이 이준성을 향해 소리쳤다. 그 모습에 이준성은 피식 웃었고 그 웃음에 사장은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웃어?”
“떨리지? 두렵지? 내가 그런 존재였어. 너한테. 그래!”
“뭐?”
“기다려 봐라. 내가 다시 네 앞에 설 때는 넌 아예 망가져 있을 테니까.”
“뭐, 뭐라고?”
“기다려.”
이준성의 말에 사장은 부르르 온몸을 떨었다. 그리고 이준성이 밖으로 나갔다.
“사, 사장님, 괜찮으세요?”
지금까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어린 여자가 사장에게로 달려갔다. 입술의 피를 닦아 주려고 했다.
“놔! 너도 이준성이 떨거지잖아.”
사장은 어린 여자를 노려봤다.
“그, 그게…….”
“너도 저 새끼 따라가고 싶지? 너도 고고하게 노래나 부르며 살고 싶지?”
“예?”
“그렇잖아. 딴따라가 아니라 가수가 되고 싶잖아.”
“아, 아니에요.”
어린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부정을 했다.
“아니야?”
“예. 전 아, 아니에요.”
“그래. 아니란 말이지?”
사장은 어린 여자를 노려봤다.
“너, 스타로 만들어 줄게.”
* * *
이준성은 당당히 걸어 나왔다. 그렇게 씩씩거리면서 빌딩을 나왔다. 그리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휴우! 이제 어쩌지?”
사실 너무나 화가 나 사장을 때린 이준성이지만 이 연예계가 다 인맥으로 통하는 곳이라 자신이 한 일은 금방 소문이 날 게 분명했고, 사장 새끼는 최대한 자신을 나쁜 놈으로 몰 것이 분명했다.
정말 이제 자신이 갈 곳이 없는 거였다.
그때 이준성은 은성의 얼굴이 떠올랐다. 은성은 이준성에게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줬다. 물론 처음은 내기를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준성에게는 내기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 녀석을 찾아가 볼까?”
이준성은 처음 은성이 그냥 치기 어린 놈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순간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은성의 얼굴을 떠올린 거였다.
“후우~,”
이준성은 해 지는 하늘을 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준성과 사장이 극도의 대립을 한 다음날 인터넷은 대대적인 신인 여가수 자살 사건을 보도했고, 경찰은 그 자살에 대해 조사를 했다. 하지만 밝혀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연예인 성 접대. 연예인 스폰서 이런 것을 밝히려고 했던 경찰이지만 경찰에게 진술을 하는 어떤 연예인도 없었다.
물론 그건 높은 것들이 배후에 있기 때문이고, 그 높은 것들에게 연예인을 제공하는 포주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준성과 대립을 했던 사장이기 때문이었다.
“봐!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냥 죽은 년만 병신인 거야.”
사장은 침대에 누워 뉴스를 보며 이죽거렸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사무실에서 겁탈을 했던 어린 여자가 있었다.
“너, 내일부터 공중파다.”
사장은 마치 어린 여자에게 상이라도 주듯 말했다.
“예? 정말요?”
“그래. 너 내일부터 공중파에 얼굴 깐다.”
“고, 고맙습니다.”
“너도 좋지?”
“예. 사장님!”
“오빠라고 불러. 킥킥킥!”
“예. 오빠!”
“그 대신 입 꼭 다물고 있어.”
사장은 신인 여가수 자살 사건에 관련이 있는 어린 여자에게 당근을 주고 입막음을 하려 했다.
“준성 오빠도 알잖아요.”
어린 여자의 입에서 이준성의 이름이 나오자 사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내 앞에서 그 새끼 이름 꺼내지 마.”
사장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예. 잘못했어요. 사장님.”
“이준성이 그 새끼는 아무 것도 못해. 하지만 난 달라. 나 박철은 이 바닥에서 뭐든 할 수 있어. 뭐든.”
사장의 이름이 박철인 모양이다.
“너, 내가 6개월 안에 스타 만들어 준다.”
“예. 고마워요.”
“그 대신에 너도 나를 위해 잘 뛰어 줘야 해.”
박철은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했고, 어린 여자는 박철의 말뜻이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
세브란스 병원 암센터 센터장실.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암센터 뇌종양 전문 과장이 앞에 앉아 있는 김만수를 서글프게 바라보고 있다.
“나보고 그걸 하라는 말인가?”
“선배님밖에 없습니다.”
“왜? 왜 나한테 왔어? 지금도 늦지 않았어. 치료를 하면 생명 연장을 할 수 있어.”
과장은 김민수를 설득하려는 듯한 말을 했다.
“살아도 산 게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뇌종양입니다. 그것도 말기고요. 이제 더욱 제 시야가 침침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해. 자네도 암 환자들에게 항상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그랬죠.”
김민수는 그렇게 말하고 피식 웃었다.
뇌종양!
뇌종양 말기는 죽음으로 이르게 만드는 병일 거다.
한 마디로 뇌에 종양이 생기는 병이다.
그리고 거의 시한부 인생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특이하게 김민수의 뇌에 전이되고 있는 암 세포는 김민수의 안구의 시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저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죽는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김민수의 말에 과장은 얼굴이 심각해졌다. 마치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김민수의 병명은 뇌종양이었다.
그것도 말기. 이제 길게 살아도 3개월 이상을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말이야?”
과장이 김민수를 노려봤다.
“원하셨잖습니까? 이 암센터 원장 자리.”
김민수의 말에 과장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지금 자네, 나보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라는 거야?”
“전 끝내…… 아니, 3개월 안에 죽습니다. 그러니 제가 원하는 것을 해 주시고 이 암센터 원장 자리를 가지시면 되는 겁니다. 선배님, 부탁드립니다.”
김민수는 간절하게 말했다.
“자, 자네는 미쳤어.”
“이왕 죽을 놈입니다. 그리고 점점 더 시력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이 썩을 몸에서 그녀의 빛이 되는 것조차 못할지도 모릅니다.”
“휴우! 그래, 좋네. 내가 백번 양보를 하지. 치료를 받게. 그래도 자네가 끝내 명을 달리하면 내가 수술을 하지. 그게 불법이든 아니든 내가 하지.”
“그때면 늦습니다.”
“뭐?”
김민수의 말에 선배 과장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
“지금 당장, 최대한 한 달 안에 제 눈을 적출해야 합니다.”
“자, 자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아시잖습니까? 뇌종양 말기는 시력부터 잃는다는 것을. 그리고 아직 제 눈이 멀쩡한 것은 신이 제게 주신 선물입니다. 선배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휴우! 자네는 미친 사이코야!”
“그럴지도 모릅니다. 전 선배님이 집도를 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한, 한 달 안이라고 했지?”
선배 과장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 그렇습니다. 제 병리 현상으로는 최대 한 달입니다.”
“조금 더 시간을 주게.”
“일주일을 드리죠.”
김민수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수야! 내가 하나만 묻자?”
“예.”
“왜 이러니. 난 네가 이해가 안 돼.”
“진짜 사랑을 해 보시면 압니다.”
“진, 진짜 사랑?”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냐?”
“저도 후회합니다. 제가 진짜 사랑을 한 것을.”
민수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녀를 혼자 두고 가는 제 자신의 신세를 후회합니다.”
민수는 그렇게 말하고 짧은 묵례와 함께 과장 사무실을 나갔다. 그런 민수를 선배 과장이 멍하니 봤다.
“진, 진짜 사랑을 후회한다? 진짜 사랑이 뭐지?”
아마 평생 고민을 해도 과장 선배는 알지 못할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