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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24화 (124/210)

흑막의 신! 124화

“그만 화 좀 풀고. 돌아누워 봐!”

내가 말해도 은지수는 돌아눕지 않았다. 여자가 삐치면 이렇게 오래가는 모양이다. 난 어쩔 수 없이 은지수를 돌려눕히기 위해 손을 뻗었고, 그 순간 은지수가 내 말을 듣고 돌아누우려고 했기에 내 손은 나도 모르게 은지수의 가슴을 움켜쥐고 말았다.

그 순간 은지수가 놀라 눈이 커졌다.

아마 목소리가 나왔다면 까악 하고 소리를 질렀을 거다.

“이, 이거 의도적으로 한 거 아니라는 거 알지?”

나도 놀랐다.

물론 내 손에 부드럽게 느껴지는 은지수의 가슴의 감촉을 느끼면서 말이다.

한마디로 오늘 내 손이 계 타는 날이었다.

그렇게 잠시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촉촉하기는 하네. 하지만 가슴이 빈약해!’

은지수가 섹시 가수이면서 섹시로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하는 것은 아마 저 빈약한 가슴 때문일 거다. 물론 그 빈약하다는 생각은 내 주관이지만 말이다.

사실 수정은 안 봐도 C컵일 거다. 그런데 은지수는 B컵 이상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내 눈으로 수정의 가슴을 적나라하게 본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좀 키우기는 해야겠는데.’

그러고 보니 뭐든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부족한 은지수였다.

얼굴은 매혹적으로 아름답기는 했지만 절세미인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나름 매력 있는 미인형이었다. 또 가창력은 부족하지 않지만 폭발적인 면이 조금 아쉬웠다. 또한 몸매도 마찬가지다. 완벽하게 잘 빠진 몸매는 아니지만 보기에는 좋아 보이는 그런 몸매는 분명했다. 딱 2퍼센트씩 뭔가가 부족한 은지수였다.

그런 부족함을 열정으로 또 깡으로 극복한 은지수일 것이니 대단한 것이기도 했다.

‘내 가수인데…….’

난 은지수를 내 가수로 생각을 했다.

‘뭐라고 말하면서 하지?’

까딱 잘못했다가는 변태가 되는 수가 있다.

‘기회가 있겠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은지수를 봤다.

“좋다!”

-뭐가?

은지수는 여전히 날 째려봤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내 뻘쭘한 모습이 재미있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은지수는 나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누나였다. 그러니 내 행동이 귀여울 거다. 졸지에 난 귀여운 짓을 한 동생이 되어 버린 거였다.

“넌 내게 두 명의 목숨을 원했어. 그럼 넌 내게 뭘 줄 수 있지?”

난 아직 은지수의 목소리를 돌려놓지 않았다.

-할 수 있어?

은지수는 메모지에 적어 다시 확인했다.

“네가 내게 뭘 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을 텐데.”

내 말에 은지수는 다시 고민을 했다.

“내 생각으로는 너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일 거야. 그런 사람을 위해 뭔가를 내놓으려는 네가 가식인지 아닌지 난 확인하고 싶다.”

-그래, 맞아. 나랑 아무 상관이 없어.

은지수는 민수의 얼굴을 떠올렸다.

“어쭙잖은 너의 동정심에 내 생명을 단축시킬 수는 없다.”

내 말에 은지수는 놀라 눈이 커졌다.

-너의 생, 생명력?

물론 이건 거짓말이다. 지금 나에 대해 최대한 포장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 그렇지. 다 그런 거지.

“그런데 누구야?”

난 그게 궁금했다. 내 말에 은지수는 날 빤히 봤다.

-이 병원 부원장.

난 은지수의 말에 조금은 놀랐다.

‘의사란 말이지?’

“그리고 또 누구야? 넌 분명 두 명이라고 했어.”

내 말에 은지수는 다시 메모지에 적었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

결국 은지수의 감정을 자극한 것은 사랑이었다. 역시 사랑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그럼 둘 중 누가 죽지? 막장 드라마처럼 누구는 뇌종양이고 또 누구는 시각 장애인이라는 소리는 소리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

내 말에 은지수가 날 빤히 봤다.

-원래 인생이 다 막장이다.

은지수의 말은 내 말이 맞는다는 뜻일 거다.

“젠장! 정말 막장 3류 신파 드라마인가?”

-그런 게 사랑이잖아.

은지수의 눈이 촉촉하게 젖었다.

그리고 다시 은지수는 메모지에 또박또박 글을 썼다.

-부탁해.

‘부탁해!’라는 한마디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살려야 할 사람이 의사고 또 부원장이라는 말이 나를 움직였다. 나와 자운대 대원들은 폭력 앞에 서 있다.

그러면 다치게 될 것이고, 아주 비밀스럽게 우리를 치료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때로는 신분 세탁을 위해서 가짜 사망 진단서도 필요할지 모른다. 그리고 또 만약을 위해서 완벽하게 얼굴을 변형시키는 성형 수술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가 사람을 움직인다.

우리 자운대 대원은 모든 곳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연예계이다. 이제 그 범위를 조금 늘려야 했다.

난 다시 은지수를 봤다.

“그를 만나보고 나서 결정하지. 내가 만약 내 생명을 단축시키면서 그들에게 기적을 내린다면 넌!”

난 잠시 은지수를 뚫어지게 봤다.

은지수도 놀란 눈으로 날 봤다.

“넌 내게 빚을 진 거다. 처음은 네 목숨을 빚졌고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빚지게 만들었다.”

-알고 있어. 그래서 내가 네 가수가 되려는 거잖아.

이미 은지수는 내가 스카우트를 제안할 때부터 나와 계약할 생각이 있었던 거였다.

“하지만 아직 보류다. 만나 보고 나서!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보고.”

난 모든 결정을 유보했다.

하지만 그 둘을 고쳐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결정을 할 수 있게 들어야 할 이야기를 다 해 주면 좋겠어.”

난 은지수를 봤다.

그리고 은지수도 나를 봤다.

-그럼 우선 내 목부터 원상태로 돌려줘.

“알았다.”

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서 반듯하게 서.”

내 말에 은지수가 일어나 반듯하게 섰다. 그리고 난 은지수의 뒤에 서서 은지수의 어깨를 살짝 안마를 하듯 주물렀다.

내 행동에 은지수는 놀라는 것 같았다. 살짝 떨리는 몸이 어린 새 같다.

“긴장을 풀자는 의미야! 놀라지 마.”

난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은지수의 목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리고 은지수의 성대가 있는 곳을 강하면서도 정확하게 찌르는 비술을 발동했다.

“컥!”

비술은 고통이 동반된다. 은지수는 놀라 앞으로 쓰러지려 했다. 그리고 난 은지수의 몸을 은지수의 뒤에서 안아 잡았다. 그 순간 다시 은지수의 가슴이 내 손에 잡혔다. 또 그 순간 자세가 야릇해졌다. 마치 내가 뒤에서 은지수의 몸을 덮치는 것 같아 보였다.

‘놀랬나?’

나도 당황스러운 순간이다. 하지만 내가 당황하면 더 이상해질 것 같았다.

“뭐하는 거야? 음탕해!”

은지수는 놀라 내게 소리를 질렀다.

“넘어져서 무릎 깨지면 아프잖아.”

난 은지수를 보며 웃었다. 최대한 해맑게 웃어 봤다.

“너, 커졌다!”

순간 은지수가 날 놀렸다.

“뭐가?”

“그거! 네 똘똘이!”

은지수가 음담패설을 했고 그 순간 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확 덮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아마 지금 내가 은지수를 덮치면 은지수는 가만히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럼 성폭행이 된다.

성폭행미수범으로 누명을 쓴 나다. 그런데 진짜 성폭행범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안 되지. 은지수가 원할 때, 그리고 내가 수정과 성공하고 나서.’

집토끼를 잡고 산토끼를 잡아야 하는 거다. 그게 원칙인 거다.

“이제 정말 무슨 일인지 말해 봐.”

내 말에 은지수는 민수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사람은 사랑 때문에 죽으려고 해.”

“뭐?”

“자살을 꿈꾸고 있다고.”

난 은지수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

박지은이 관에 들어간 지 일주일이 지났다.

박지은은 처음 하루는 지랄 발광을 했다. 정말 살려 달라고 애원도 했고 또 꺼내 놓으라고 발광도 했다.

하지만 이미 관 뚜껑에는 못까지 박은 상태였다. 그리고 박지은의 지랄 발광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괜찮겠습니까?”

호중은 말이 없이 표정만 굳어 있었고 옆에 있는 진태는 걱정이 되는지 호중에게 말을 걸었다.

“강한 아이다. 난 지은을 믿는다.”

그렇게 호중은 지은을 믿으며 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고 3일째 되는 때부터 박지은은 관 안에서 울기 시작했다. 서러움일까 아니면 괴로움일까? 박지은은 꺼억 소리까지 내며 울었다.

그렇게 박지은은 이틀을 울었다.

그리고 5일과 6일, 마지막 7일 때까지 박지은이 갇혀 있던 관은 조용했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가 없었다.

“7일째입니다. 사형!”

진태가 호중을 보며 말했다.

“열어라.”

“알겠습니다.”

진태는 얼굴이 굳어졌다. 진태는 박지은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안다. 지랄 발광하는 성격인 박지은이 관 뚜껑을 열고 나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랐다.

찌익!

드디어 관에서 못이 빠졌다.

그렇게 박힌 관에서 못이 빠져 나왔다.

끼이익!

조심스럽게 관이 열렸다. 그리고 박지은은 창백한 얼굴로 차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죽은 사람의 관을 여는 느낌이 드는 진태였다.

“사, 사형!”

진태는 놀라 호중을 불렀다. 아무리 봐도 수정이 죽은 것 같아 보였다.

진태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박지은의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괜찮다.”

“하, 하지만 사형, 움직임이 없습니다.”

“아무 일도 없다.”

호중은 가만히 관 안에서 누워 있는 박지은을 봤다. 그때 박지은이 눈을 천천히 떴다.

“일으켜 세워 줘.”

박지은은 호중에게 부탁을 했다. 그리고 호중은 기꺼이 박지은에게 자신의 목을 내줬다. 박지은은 천천히 호중의 팔을 자신의 팔로 감싸려고 했다.

우두둑!

일주일간 움직이지 않았던 뼈에 소리가 났다. 그리고 팔이 저리는 고통이 느껴져 왔다. 박지은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 모습에 호중은 걱정스럽게 박지은을 봤다.

“나 괜찮아!”

박지은의 말에 호중은 놀랐다.

“너 정말 괜찮아?”

“응. 다시 태어난 것치고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박지은은 스스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

“뭔가 느꼈니?”

“응. 오빠들의 말이 맞았어. 죽지 않고서는 절대 자신을 돌아보지 못해. 이 방법, 무척이나 무식하지만 무척이나 효과가 커.”

박지은은 힐끗 자신이 갇혀 있던 관을 봤다.

“너, 좀 쉬어야겠다.”

“아니. 나, 엄마한테 가 봐야겠어.”

박지은은 자신의 엄마 얼굴을 떠올렸다.

“아주머니한테?”

“응 너무 미안해서.”

“뭐, 뭐가 미안한데?”

정말 박지은이 변했다.

“나만 이 세상이 힘든 줄 알았거든. 그런데 내가 제일 마음 편했어. 그랬어. 오빠. 나, 엄마한테 데려다 줄 수 있지?”

“그, 그래.”

“오늘 참 엄마가 보고 싶네.”

박지은은 그렇게 스스로 자력갱생을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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