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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26화 (126/210)

흑막의 신! 126화

“그렇기도 합니다. 그런데 뭔가 찜찜해서…….”

“제가 판단하죠. 말해 보세요.”

“예. 김민수가 죽게 만든 환자는 사후 장기 기증 환자였습니다. 물론 그것도 병원 측에서 조작을 한 것 같습니다.”

“조작이라고요?”

“그렇습니다. 꽤 오래 병원에 입원한 환자인데 병원비가 없었나 봅니다. 병원비 대신에 그런 각서를 받은 것 같습니다. 물론 각서 역시 조작되었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조작되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불법 장기 밀매가 버젓이 이뤄지는 곳이다. 종합 병원 화장실에 가면 수도 없이 불법 장기 밀매 딱지가 붙어 있다. 버스 터미널 지하철 화장실에 가도 그렇다.

신장 얼마! 망막 얼마!

사람의 몸을 돈으로 제시해 놨다.

“그런가요?”

“가끔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장기 밀매업자들은 그렇게 조작을 합니다. 보통 안구는 8천이고 콩팥은 4천 정도는 합니다. 간 이식은 5천만 원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최 사부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내게 해 줬다.

“그럼 설마 최민수가 장기 밀매업자들과 연관이 있다는 겁니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쪽으로도 조사를 해 봤지만 그런 정황은 없습니다.”

“그럼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김민수에게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최익현이 김민수의 민사 소송에 결정적인 증언을 했다는 겁니다.”

“물론 유리한 증언이겠죠.”

“맞습니다.”

“원래는 의사는 의사끼리 서로 감싸는 법입니다. 그래서 의료 사고에서 환자 측이 이길 확률은 아주 희박합니다.”

최 사부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맞는 말이다.

나 역시 의사였던 사람이다. 환자가 소송을 해서 의사를 이길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양심적인 의사가 소견을 한다면 가능한 일이지만 그럼 의사들에게 매장을 당한다. 그러니 누구도 쉽게 환자의 편에 설 수가 없다.

“그렇습니다.”

“예. 그런데 그러고 나서 최익현이 심장 이식을 받았다는 겁니다. 그 이식된 심장이 누구의 것 같으십니까?”

뜨악새의 말에 난 놀라 눈이 커졌다.

이건 범죄다.

“그, 그럼…….”

“맞습니다. 최익현이 지금 쓰고 있는 심장은 바로 김민수가 의료 사고를 낸 바로 그 환자의 심장입니다.”

뜨악새의 말에 난 너무나 놀라 손발이 떨렸다.

사람을, 그것도 사람을 고치는 사람이 사람을 죽게 해서 다른 사람에게 죽은 사람의 장기를 이식시켰다는 것은 의사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다.

“확실합니까?”

“더 조사를 해 보면 확실해질 것 같습니다.”

“차트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의사인 내가 차트를 본다면 뜨악새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알 수가 있었다.

“구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차트 역시 조작이 되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하지만 완벽히 조작을 하지는 못해. 뭐든 흔적을 남기지.”

최 사부가 말했다. 모든 의료 사고는 조작된다. 그리고 조작하기 쉽다. 조작된 의료 일지를 보고 경찰들이 조사를 한다. 경찰들은 의학에 지식이 없고, 그저 조사를 하기 시작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의사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러니 의료 사고 소송을 하는 대부분의 환자의 유가족들은 의료 사고 소송에서 지게 된다.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변호사도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다.

외국에는 의료 소송 전문 변호사가 있지만 대한민국에는 그런 사람이 부족하다. 죽어라 공부를 해서 변호사가 됐는데 다시 죽어라 공부를 해서 의사 면허를 딸 사람은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없다. 물론 의사였다가 우연한 계기로 진로를 바꿔 사법고시 준비를 해서 변호사가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 의료 사고 전문 변호사가 되지만 그런 사람들도 대부분 병원에 소속된 법무 팀에 들어가는 경우가 보통이다.

아는 것들이, 가진 것들이 서로서로 모여 드는 거였다. 이런 것이 악의 근원이라고 할 거다.

“그렇죠.”

차트만 확보할 수 있다면 뜨악새의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모든 진료 기록을 컴퓨터로 남긴다.

그것은 더욱 조작하기 쉽다. 그래서 의료 사고가 나도 환자가 빠르게 차트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

뭐든 다 의사들이 유리하게 만든 거다.

‘정말 뭔가 있어.’

그런데 뜨악새는 내게 뭔가 더 할 말이 있는지 눈치를 봤다.

“더 하실 말씀이 있으세요?”

“예. 저도 남 뒷조사를 하면서 이렇게 심장이 떨리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예? 뭐죠?”

“김민수의 애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김민수의 애인요?”

“예. 시각 장애인인 정보람이라는 여자입니다.”

“그런데요?”

난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게…….”

“뭐죠?”

“정보람이 김민수가 죽였을지도 모를 환자의 딸입니다.”

“예?”

난 손발이 떨렸다. 그리고 내 귀를 의심했다. 이보다 막장 드라마는 없을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이 막장이고 지옥인 거다.

“확, 확실합니까?”

“그, 그렇습니다.”

“그럼 의료 소송을 직접 했다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정보람은 그때 고아원에 있었습니다.”

“고아원이요?”

“그럼 누가 소송을 했다는 거죠?”

“정보람의 삼촌입니다.”

“그 삼촌이라는 사람 어디에 있습니까?”

“행방이 묘연합니다.”

“찾으실 수 있겠죠?”

“제가 행방이 묘연하다 말씀드리는 것은 찾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그럼?”

“아무도 못 찾을 겁니다.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까요.”

난 오늘 여러 번 놀랐다.

“설마 그것도 김민수와 관련이 있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카지노 앵벌이를 하다가 얼어 죽었습니다. 물론 몇 번이고 김민수를 찾아가서 돈을 뜯어낸 정황이 있습니다.”

“어떻게 알죠?”

“입금 기록은 남지 않습니까.”

그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난 잠시 생각을 했다.

정보람과 김민수는 절대 연인 관계가 될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지금 은지수를 감동하게 만든 사랑을 하고 있었다.

‘누가 접근을 했을까?’

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보람일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

그럴 확률이 가장 컸다.

‘아니면 김민수일까? 김민수라면 왜 그런 거지? 죄책감?’

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둘 중 하나는 자신만의 목적이 있다는 거다.

이건 새로운 국면이다.

난 호중을 봤다.

“호중!”

“예. 사부님!”

“최익현과 김민수를 감시해라.”

“예. 사부님!”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호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진태와 형성 그리고 박지은이 일어났다.

난 박지은을 봤다.

“넌 왜 일어나?”

“제 첫 임무잖아요.”

“뭐?”

“저도 자운대 소속입니다. 그리고 해동비문의 제자고요.”

“넌 공부를 해라.”

“세상 공부가 더 좋죠.”

박지은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의지가 비장하다. 그리고 원래부터 말려도 말을 잘 듣지 않는 박지은이다.

“알았다.”

“예.”

박지은은 내게 짧게 묵례를 했다. 그리고 바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무엇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캡틴!”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드네.”

“예?”

“정말 무섭지 않아?”

“그렇기는 합니다.”

“의사가 사람을 죽인다. 그리고 죽은 사람의 딸이 그 의사 옆에 있다. 누가 접근을 했을까?”

“예?”

“복수일까? 죄책감일까?”

내 물음에 김재창은 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둘 중 하나다.”

그제야 김재창도 놀라움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죄의 은폐인가? 스스로의 자력갱생인가?”

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뭐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난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 자리에서 누구 하나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다. 모두 다 충격을 이겨 내지 못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다시 난 눈을 떴다.

“차트를 구해 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캡틴.”

뜨악새가 일어나서 묵례를 하고 사라졌다. 난 내 눈으로 차트를 보고 싶었다.

‘지고지순한 사랑은 절대 아니야!’

난 그런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부르르 몸을 떨었다.

* * *

어두운 병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가 있었다. 이 병실은 정보람이 입원해 있는 병실이다.

병실을 찾은 사람은 다름 아닌 김민수다.

김민수는 물끄러미 잠들어 있는 정보람을 봤다.

저벅! 저벅!

그리고 천천히 정보람의 침대로 걸어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잠들어 있는 정보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이제 조금만 더 기다려. 거의 다 되었으니까.”

김민수는 그렇게 말하고 한동안 정보람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때 정보람은 잠결에 돌아누웠다.

그리고 눈을 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김민수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정보람을 보고 나서 조심스럽게 정보람이 깨지 않게 병실을 빠져나갔다.

그 순간 정보람이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난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정보람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 * *

박철의 연예 기획 사무실.

이곳은 이준성이 일했던 사무실이다.

“시발 새끼! 이준성, 네가 나 박철을 엿 먹였단 말이지?”

사장의 이름이 박철인 모양이다.

사장은 이준성의 얼굴을 떠올리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똑똑! 똑똑!

“누구야?”

“체리예요.”

“들어와.”

사장 사무실로 들어온 것은 20대 초반의 가수였다.

“뭐지?”

“사장님, 이거…….”

체리라는 여자는 박철의 책상에 뭔가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그게 뭔데?”

“계약 해지 통보서요.”

“뭐?”

박철은 체리라는 여자를 째려봤다.

“예. 저, 이제 이 사무실에서 일 못하겠어요. 뭐 특별히 한 일도 없지만요.”

“왜, 연예인 그만두려고?”

“그럴까도 생각을 했는데 그래도 미련이 남네요.”

“너, 나랑 계약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절대 일 못해.”

박철이 체리를 째려봤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뭐? 내가 출연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 넌 몇 년은 썩어야 해. 그럼 그 팽팽한 얼굴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지. 늙어서 어디 뜨겠어?”

“저, 그런 일 없을 거예요.”

체리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했다.

“누구야?”

“뭐가요?”

“누가 네 허파에 바람을 넣었냐고?”

“꿈을 준 거지.”

체리의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이준성!”

사장인 박철이 이준성을 노려봤다.

“너냐?”

“그렇습니다. 나죠.”

“너, 나한테 이러다가 제 명에 못 사는 수가 있다.”

“왜? 연예계와 조폭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한번 뉴스에 나게 하시렵니까?”

“그냥 조폭이 아닐 건데?”

“그렇죠. 쪽발이 놈들이죠.”

“알면서 내게 이러는 거냐?”

“아니까 이러는 거다.”

“아니까? 킥킥킥! 아니까. 그래 어디 한 번 해 보자는 거지?”

“물론.”

“그럼 위약금은 준비했나?”

“그 봉투 안에 넣었다. 참, 너는 돈 많이 벌어서 좋겠다.”

이준성의 이죽거림에 박철은 이준성을 노려봤다.

“어떤 물주를 잡았는지는 모르겠는데. 너 조심해라!”

“당신이야말로.”

이준성도 박철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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