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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27화 (127/210)

흑막의 신! 127화

“가자! 체리! 연습실 잡아 놨다.”

“예. 사장님!”

이준성이 돌아서려다가 다시 박철을 봤다.

“참! 은지수 양, 오늘 우리 사무실과 정식 계약을 했다.”

이건 박철의 염장을 지르는 거였다.

“개. 개새끼!”

“너야말로 개새끼지. 기다려. 이건 시작이니까.”

“너, 정말 목숨 잘 가지고 다녀라.”

박철은 이준성을 협박했다.

“지랄을 하세요.”

그렇게 이준성은 박철의 사무실을 나왔다.

우당탕탕! 쾅쾅!

“저 개새끼를!”

박철의 지랄 발광이 시작됐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고 나서 박철은 이성을 찾았다.

“해외 지원 팀 박 대리 들어오라고 해.”

박철은 인터폰에 소리를 질렀다.

* * *

영등포 빌라에 위치한 이준성의 연예 기획 사무실.

그곳에는 살짝 인상을 찡그린 은지수가 할 말이 없다는 듯 앉아 있었고, 그 앞에 은지수를 멍하니 보고 있는 연예인 지망생과 그냥 이름뿐인 연예인들 몇몇이 정신이 없는 듯 은지수를 보고 있었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다 같은 연예인은 절대 아닐 것이다.

은지수는 연예인의 연예인이었다.

계약금만 100억이 호가하는 최정상 연예인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것은 신인 가수와 연예인 지망생들에게는 자신의 가치가 조금은 올라갔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정, 정말 은지수 씨 맞으세요?”

체리가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있는 은지수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은지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순간 은지수는 어이가 없었다.

“혹시 은지수 씨 이미테이션 아닌가요?”

“이미테이션 가수?”

“예. 나훈아 선생님 이미테이션 가수로 너훈아 씨도 있고 너운아 씨도 있잖아요.”

체리의 질문에 은지수는 피식 웃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아마 정말 저들에게는 자신이 이곳에 있는 자신이 믿어지지 않는 존재일 거다.

은지수는 이준성의 기획 사무실을 쭉 둘러봤다. 연예 기획 사무실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따지고 보면 나우나도 있지.”

문을 열고 이준성이 들어오며 농담을 했다.

“이 실장님!”

“이제 사장이야.”

체리가 이준성을 반겼다.

“나우나도 있지? 정말 나 울 판이에요.”

그에 반해 은지수는 모든 것이 못마땅한 것 같았다. 사실 은지수는 최고들과만 일을 했다. 이런 신생 연예 기획사에 있다는 자체도 큰 이슈가 될 것 같았다.

“좀 당황스러우시죠?”

“당연히 당황스럽죠.”

체리는 은지수와 이준성의 말을 듣고 앞에 앉아 있는 여자가 은지수라는 것을 확신하고 놀라 눈이 커졌다.

“정, 정말 은지수 씨세요?”

체리의 말에 은지수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었다.

“예. 은지수입니다.”

“정, 정말이네. 앞에 앉아 계신데 믿어지지 않네요.”

“저도 여기 있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은지수는 지금 최대한 자신을 자제시키고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이 사무실을 박차고 나갔을 거다.

은지수는 그렇게 체리에게 말하고 이준성을 봤다.

“플랜이 뭐죠?”

은지수의 물음에 이준성은 은지수를 뚫어지게 봤다.

“저희 회사 플랜은 진짜 가수입니다.”

“진짜 가수요?”

은지수는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어떻게 하실 건데요? 곡은 누가 쓰죠?”

“그건 비밀입니다.”

“비밀이요?”

“예.”

“참 비밀이 많네요. 소속 기획사 가수한테 그렇게 비밀이 많아서야 되겠어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은지수 씨는 차기 앨범은 발라드가 되실 겁니다.”

은지수는 순간 어이가 없다는 듯 이준성을 봤다.

“발라드라고요?”

“감성을 진하게 울릴 겁니다.”

“저, 아직까지 발라드는 불러 보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부르게 되실 겁니다.”

이준성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저 답답한 것은 은지수였다. 은성의 말을 듣고 이 소속사와 계약을 한 자신이 미쳤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은성도 알고 있나요?”

“예. 은성 님이 지시한 사항입니다.”

“그럼 걔가 발라드 부르라고 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저 역시 발라드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이준성의 말에 은지수는 이준성을 뚫어지게 봤다.

“당신도 내가 발라드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을 해?”

정말 이제 은지수의 인내심에 한계가 찾아온 것 같았다.

“전 은지수 씨가 첫 앨범을 들고 나오셨을 때부터 발라드가 더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뭐요? 이유가 뭐죠?”

“눈으로 노래를 하시는 분이 댄스는 아니죠.”

“눈으로 노래를 한다고요? 제가?”

“그럼 부족한 성량을 무엇으로 채웠다고 하십니까? 정말 은지수 씨 자신도 몸으로 스타가 됐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준성의 말에 은지수는 발끈해서 자리에 일어났다.

“이봐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은지수 씨가 부족한 성량에서도 스타가 되실 수 있으셨던 것은 눈으로 노래를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감성을 꼭 목소리로 표현할 필요는 없죠.”

이준성의 황당한 말이 은지수의 마음에 파고들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 은지수는 성량이 아주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뛰어난 미모와 노래를 자기의 것으로 해석하는 능력 때문에 스타 가수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가수가 성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인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은 몇 되지 않았고, 소화해 낼 수 있는 음역대도 넓지 않았다.

“은지수 씨, 이제 발라드 합시다.”

“성량도 부족한데 발라드가 되겠어요?”

이건은 이죽거림이 아니었다. 솔직한 자신의 표현이었다.

“은성 님께서는 이제 문제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런가요?”

“예.”

“그럼 곡 나오면 알려 주세요.”

은지수는 자리에서 다시 일어섰다.

“곡이 나오는 것보다 은지수 씨는 보컬 트레이너의 지도부터 다시 받으셔야 합니다.”

이준성의 말에 순간 은지수는 인상을 구겼다.

“이봐요. 나 은지수예요. 은지수!”

“알고 있습니다.”

은지수는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이준성을 노려봤다.

“그런데 나보고 보컬 트레이닝부터 다시 받으라고요?”

“예. 보컬 트레이너와 시간 협의가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이준성은 그렇게 말하고 체리를 봤다.

“체리! 너는 트로트를 불러야겠다.”

“제, 제가요?”

체리는 아예 인상을 찡그렸다.

“왜. 트로트라고 싸 보여?”

“그, 그건 아니지만…….”

“내가 계획한 게 다 있으니까. 나만 믿어.”

이준성의 말에 은지수가 피식 웃었다.

“여기 또 ‘오빠 믿지’가 있네.”

이건 확실한 이죽거림이다. 은지수의 이죽거림에 이준성이 고개를 돌려 은지수를 봤다.

“아직 안 가셨습니까?”

“뭐라고요?”

“그럼 바로 시작을 할까요? 제가 보기에는 시간이 많은 것 같은데.”

“이봐요. 날 지금 놀리고 있는 것은 당신이라고요. 내가 다른 기획사랑 계약을 했으면 벌써 CF 몇 개는 했을 거예요. 그리고 화보도 몇 개는 찍었고요.”

“저희는 가수 그렇게 마구잡이로 안 돌립니다.”

“그럼 무엇으로 이익을 창출할 거죠?”

“가수는 노래로 이익을 창출하는 거죠.”

정말 완벽한 자신감일 거다.

“가수가 노래로 이익을 창출한다? 꿈같은 이야기네요. 겨우 대박이 몇 만 장 파는 세상에 참 꿈같은 이야기네요.”

“꿈은 이루어질 겁니다.”

“두고 보죠.”

***

호중과 박지은은 파트너가 되어 최익현의 감시를 담당했고, 진태와 형성은 김민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지금 진태와 형성은 죽을 맛이었다.

누군가를 죽도록 패 주는 일은 무척이나 쉽다. 그런데 누군가가 자살하지 못하도록 감시를 하는 것은 결코 한순간도 방심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민수 집에 도청 장치 설치 완료했지?”

진태가 형성에게 물었다.

“기술팀이 이미 설치했어.”

자운대 요원들은 호중이나 박지은, 그리고 진태와 형성처럼 일선에서 뛰는 현장요원들이 있고 뒤에서 이를 지원하는 지원팀이 있다. 그리고 인재 양성팀이 있고, 마지막으로 사후 처리팀과 정보 수집팀이 있다.

물론 자운대 현장 요원팀의 팀장은 자운대 총 캡틴이기도 한 은성이었다. 그리고 기술 지원팀은 대목이 담당했다. 정말 스님 말고는 뭐든 다 잘하는 최 사부의 제자 대목이다.

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최 사부의 제자인 대목은 카이스트를 졸업했다는 소리도 있었다.

그리고 인재 양성팀의 팀장은 최 사부다. 그리고 일선에서는 육사 태권도 사범으로 전역한 박 원사가 담당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후 처리팀은 꽃가게가 하고 있었고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대목과 같이 파트너가 되어 일을 했다.

마지막으로 알겠지만 뜨악새가 정보 수집팀의 팀장이었다.

혼자 움직일 때도 정보 수집 능력이 탁월했다. 그런데 자신의 밑에 팀원까지 두고 있어서 그런지 정보 수집 능력이 월등히 향상됐다.

아마 국가 정보원보다 어쩜 그 실력이 우수할지도 모른다. 어쩜 그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봉급 받고 마지못해 일하는 사람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분명 차이가 있을 거다.

“잘 감시하라고 해! 기술 지원팀이 김민수 죽는다고 책임질 거 아니니까.”

진태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말 그대로 기술 지원팀은 지원을 하는 존재다. 까딱 잘못해서 김민수가 자살을 하게 되면 정말 따라 죽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은 자신들이었다.

“알았어.”

“그런데 정말 무섭지 않냐?”

“뭐가?”

“김민수라는 남자!”

진태의 말에 형성도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일까?”

“뭐가?”

“저 김민수라는 남자가 정말 사람을 죽게 만들어서 심장을 적출했을까?”

“모르는 거지. 난 그것보다 그 딸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섭다.”

진태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김민수가 알까?”

“또 뭘?”

“자신이 죽인 남자의 딸이라는 것을?”

“그것을 알면 그렇게 사귀고 있겠냐?”

“그렇지.”

형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민수가 아파트에서 나옵니다.

기술 지원팀이 무전을 날렸다. 역시 자금력이 충분하니 장비도 좋아지는 거다. 이런 장비를 동원하고 사람을 부릴 자금력은 은성이 계획하고 있는 생명 공학 연구소 연구비에서 나오는 돈이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2차 종균 배양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이 난 상태였다.

은성의 예상대로 배양된 영약!

이제는 알파플러스 21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알파플러스 21은 은성이 가지고 있던 영약보다 효과가 떨어졌다.

산삼의 씨를 받아 재배한 장뇌삼이 산삼보다 그 약효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하지만 그 상태라도 엄청난 효력을 가지고 있었다.

쥐를 통한 임상 실험에서 성기능 회복에 탁월한 능력과 발기부전 자연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였다.

또한 발모제적인 측면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그런 실험 결과를 보였기에 김용팔 회장은 최은성에게 더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었고, 그 돈은 생명 공학 연구비라는 미명 아래 최은성의 자운대 운영 자금으로 일부가 쓰였다. 그러니 장비와 인력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 약이 아닌 건강 보조 식품으로 캔디 같은 형태로 시판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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