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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29화 (129/210)

흑막의 신! 129화

“으음.”

난 이 순간 고민스러웠다.

승부가 된다고 판단을 했지만 고민은 고민인 거다.

그리고 난 내 편이 되어 줄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머릿속으로 판단을 했다.

우선 김용팔 회장은 내 편이 되어 줄 거다. 그럼 최 회장도 함부로 저번처럼 일을 꾸미지 못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여론이 내 편이 되어 줄지 모른다. 연예인은 원래 그런 거다. 그리고 여론도 그런 거다. 항상 내 가슴에 생채기를 낸 여론이 내 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참 아이러니했다.

“결정하실 때입니다.”

난 이준성을 빤히 봤다.

“제가 가수의 소질이 있다고 보십니까?”

“충분히요.”

“노래 한 번 듣지 않고 가능성을 보시는군요.”

“원래 노래는 성량으로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눈으로 부르고 감정으로 부르고 아픔으로 부릅니다. 충분히 아프잖습니까?”

“그, 그렇죠.”

“그리고 은지수에게 주시려고 했던 노래를 은성 님이 부르시는 겁니다.”

“제가요?”

“정말 아파 본 사람이 부를 노래입니다.”

난 사실 은지수에게 노래를 주려 했다. 물론 내가 작곡한 노래는 아니다. 2010년쯤에 대히트를 한 노래다. 이것은 어쩜 죄를 짓는 일인지도 모른다.

미래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내가 누군가의 창작품을 훔치는 일일 거다. 물로 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작곡했다고 하지는 않을 거다.

원래 작곡가에게 그 노래를 만들 수 있게 영감을 줄 거다. 그리고 그 노래를 정식으로 살 거다. 결국 조금 빨리 내 기억에 의해 세상에 나오는 거다.

‘정말 총 맞은 것 같군!’

난 정말 고민스러웠다. 이 순간이 정말 가슴이 뻥 하고 뚫린 것 같이 이상했다.

‘정, 정면 돌파라…….’

이건 어쩜 모험이다.

하지만 모험 없는 발전은 없다.

난 다시 이준성을 빤히 봤다.

“해 보죠.”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때 내 핸드폰 벨이 울렸다.

-진태입니다.

“왜, 무슨 일 있나?”

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김민수가 인천에 와 있습니다.

“인천? 인천에 무슨 연고라도 있나?”

-그게 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김민수가 마포 불곰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진태의 말에 난 잠시 충격에 빠졌다.

마포 불곰은 내가 악으로 규정한 년이다. 그 여자는 처음 장기 밀매로 돈을 모았다. 그리고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사채업에 뛰어들어 부를 축적해서 검은 세력으로 하나의 세력을 만든 년이다.

그런 절대 악과 사랑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김민수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여튼 잘 감시를 해라!”

-예. 사부님!

난 그렇게 진태와의 통화를 끝냈다. 지금 잠시 당황하고 있는 나를 이준성이 뚫어지게 보고 있다.

“무슨 비밀스러운 일이 있으십니까?”

“모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 모르는 일은 그냥 모르고 가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준성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그럼 은성 님의 데뷔를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난 짧게 대답을 했다. 지금 내가 한가하게 연예계 데뷔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냥 이준성이 준비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를 하세요. 전 다른 일이 있어서 팀을 좀 모아야겠습니다.”

한마디로 자리를 비켜 달라는 말이다.

“알겠습니다. 전 제 사무실로 가죠.”

영등포 빌라에는 이준성의 사무실과 내 본부, 그리고 내가 가족이라고 규정한 사람들의 숙소가 있다.

“예.”

이준성이 나가고 나서 난 바로 인터폰으로 지시를 했다.

“최 사부와 뜨악새를 집결시켜!”

-예. 캡틴!

* * *

내 지시에 바로 최 사부와 뜨악새가 모였다. 그리고 김재창도 왔다.

난 뜨악새를 봤다.

“김민수의 과거에 대해 알아보셨습니까?”

내 질문에 뜨악새는 약간 인상을 찡그렸다.

“김민수의 과거에 대해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찾은 것은 김민수의 14살 때부터의 행적뿐입니다.”

처음으로 뜨악새가 사람의 과거와 현 위치를 찾는 데 실패를 한 것이다. 이것 역시 내게 무척이나 이상했다.

“그럼 예전에 부탁드렸던 마포 불곰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전부 다요.”

“그게…….”

“설마 마포 불곰에 대한 과거까지 찾을 수 없다는 겁니까?”

난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마포 불곰의 행적 역시 그녀의 30대 이전은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마포 불곰은 40대 중반이다.

사람의 과거와 지금의 위치를 찾는 부분에 있어서 전설이라고까지 불리는 뜨악새가 한 사람의 인생 중 3분의 2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조금 놀랍군요. 못 찾는 것도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내 말에 뜨악새는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미스터리입니다. 죄송합니다. 캡틴!”

난 그때 최 사부와 예전에 마포 불곰을 만났던 때가 떠올랐다. 최 사부는 마포 불곰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난 최 사부를 봤다. 마포 불곰의 이름이 거론되자 최 사부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마포 불곰을 악으로 규정하겠다고 했을 때도 최 사부는 나를 말렸다.

내가 최 사부를 보자 최 사부도 날 봤다.

“무슨 일이십니까? 캡틴!”

최 사부가 날 보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최 사부는 마포 불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최 사부님!”

“예. 캡틴!”

“마포 불곰에 대해서 아시는 것을 모두 알려 주시겠습니까?”

“마포 불곰요?”

“그렇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아직 마포 불곰을 건드릴 때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알아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내 말에 다시 최 사부는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마포 불곰이 무섭다는 표정 같았다. 그게 아니면 뭔가 내게 숨기는 것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김민수라는 의사가 마포 불곰과 무슨 연관이 있습니다.”

내 말에 최 사부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장기 밀매업자와 의사가 연관이 있다…….”

최 사부의 말에 난 인상을 찡그렸다.

“혹시 김민수가 장기 밀매에 연관이 있다는 겁니까?”

“그야 모르는 일입니다. 아니, 가능성이 없습니다. 연세 세브란스 병원의 부원장이 장기 밀매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최 사부의 말에 난 고개가 끄덕여졌다.

분명 그런 쪽으로 연관을 지을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또 의사로서 장기 밀매에 가담을 한다는 것은 영혼을 파는 걸 거다. 그러니 아닐 것이다. 은지수의 부탁 때문이라도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김민수의 성격을 감안할 때 정말 돈 때문에 더러운 짓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 지금 이 시간 마포 불곰과 김민수는 만나고 있었다. 그게 난 마음에 걸렸다.

‘이유가 뭘까?’

난 자꾸 인상이 찡그려진다.

처음은 은지수의 부탁으로 김민수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려고 했다. 결국 그를 살리기 위한 준비였다.

그런데 자꾸 엄청난 것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 것에 난 당혹스러웠다.

정보람과의 일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렸다.

‘분명 뭔가 있다.’

난 다시 최 사부를 봤다.

“그렇군요. 그런데 왜 김민수가 마포 불곰을 오늘 만났을까요?”

“지금 마포 불곰은 사채업을 합니다. 돈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돈이 필요하다?”

“그렇습니다. 그게 가장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이제 마포 불곰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난 최 사부를 봤다.

저번에 장 꼰대 일이 있을 때 최 사부는 마포 불곰을 잘 아는 것 같았다. 아니, 아주 잘 알고 무슨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예. 으음. 좀 복잡하고 기구한 여자일 겁니다.”

“복잡하고 기구한 여자요?”

“예. 마포 불곰은 원래 한국 사람이 아닙니다.”

“예?”

이건 또 내가 새롭게 아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사채업자를 하고 있는 여자가 한국 사람이 아니었다. 이건 놀라운 일이다.

“그럼 국적이 다르다는 말씀이십니까?”

“조선족이죠. 정확하게 말해서 북한에서 탈북을 한 조선족입니다.”

탈북을 했다면 북한 사람이다. 그런데 탈북을 한 조선족이란다.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다.

“탈북을 해서 중국에 살다가 조선족으로 위장해 한국으로 왔습니다.”

북한 사람이 조선족으로 위장을 했다고 한다.

그 자체로 엄청난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탈북이요?”

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살았던 2014년에는 탈북자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2004년이다. 지금도 탈북자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곳에서 엄청난 세력과 부를 축적한 마포 불곰이었기에 그가 한국으로 온 것은 아마 지금보다 더 오래전일 거다.

그때는 탈북 자체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습니다. 1984년일 겁니다. 마포 불곰이 탈북을 했을 때가…….”

“1984년요?”

“예.”

“그 시기가 중요한가요?”

내 질문에 최 사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 일이죠. 아주 이 대한민국과 북한이 눈물바다가 된 해이기도 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대한민국과 북한은 1971년부터 제법 화해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화해 모드요?”

“그렇습니다. 적십자 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의했습니다.”

“그런가요?”

난 최 사부를 빤히 봤다. 이산가족 찾기를 했다는 것을 난 기억 속에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최 사부는 날짜와 년도 그리고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무척이나 정확하게 아시네요?”

“당연할 겁니다. 제 아버지께서 개성 출신이라 저도 몇 번 따라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최 사부는 실향민에 이산가족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날짜와 시간과 내용을 아는 거다.

“그런데요? 1971년 이산가족 찾기와 1984년에 탈북을 한 마포 불곰과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전 두 가지 사건에서 연관성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1971년에 시작해서 1984년까지 이산가족 찾기는 여러 가지 문제로 질질 끌게 되었습니다.”

“그런가요?”

“그런데 1984년에 태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했습니다.”

난 마포 불곰에 대해서 물었는데 최 사부는 이제 1984년 태풍 이야기까지 꺼냈다.

“그게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마포 불곰에게는 아주 큰 연관이 있는 일이죠.”

“태풍과 마포 불곰이 연관이 있다는 건가요?”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쉽게 아주 작은 변화 하나가 큰 결과를 만드는 법입니다.”

“작은 변화라…….”

“그렇습니다.”

“태풍이 마포 불곰의 인생을 완벽하게 바꿔 놓았습니다.”

난 점점 더 최 사부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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