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30화
하지만 분명 뭔가 연관이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마포 불곰에 과거를 아는 사람은 최 사부가 전부인 것 같았다.
“계속해 보세요. 지금 이 순간 마포 불곰에 대해서 제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최 사부이시니 제가 듣기로 하죠.”
“예. 1984년 북한의 조선적십자회가 남한의 수재민을 위하여 구호물자를 보내겠다는 제의를 해 왔고, 남한적십자사가 이를 수락함으로써 실무자 접촉을 계기로 3차례의 본회담이 재개되었습니다. 드디어 6.25 이후에 진정한 화해 무드가 조성된 겁니다.”
“북한이요? 북한은 대한민국보다 못살지 않습니까?”
“그건 1980년대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1970년대까지는 북한이 대한민국보다 더 경제력이 우수했습니다.”
“그런가요?”
“예. 그래서 그때 월북하던 사람도 많았습니다.”
“한강의 기적은 1980년대부터 이루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래서요?”
“아마 9월쯤일 겁니다. 한국 대표와 북한 대표가 각기 151명을 거느리고 서울과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요?”
“그때 마포 불곰, 아니, 최은숙의 일가는 두만강을 넘어서 탈북을 했습니다.”
난 최 사부의 이야기를 듣고 인상을 찡그렸다.
최 사부의 말대로라면 처음으로 북한과 대한민국은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기에 탈북을 했다니, 분명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최은숙의 일가는 독일 대사관에 망명 신청을 했습니다.”
“그럼 바로 대한민국에 연락이 왔겠군요?”
“아마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난리가 났을 겁니다.”
난 최 사부의 말이 이해가 됐다.
그때 사정으로 양국은 화해를 하는 분위기일 거다. 그런데 최은숙이라는 마포 불곰의 탈북으로 한순간 상황이 돌변할 수도 있었다.
“아마 한국 정부는 무척이나 난처했을 겁니다. 151명이 순간 인질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정말 미묘한 때에 탈북을 한 마포 불곰인 거다.
“그래서요?”
“독일 대사관도 난처했습니다. 그래서 최은숙 일가를 제3국으로 보낸 겁니다. 물론 최은숙 일가에게는 3국을 통해서 대한민국으로 들어간다고 말했을 겁니다.”
“그런데요?”
“그 제3국이 캄보디아라고 했습니다.”
캄보디아는 그 시절 북한의 우방 중에 우방이었다. 혈맹이라고 해야 할 제3국인 거다.
“물론 최은숙인 마포 불곰에게서 들은 이야기겠죠?”
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난 최 사부의 말에 난 인상을 찡그렸다. 다음 이야기는 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대한민국이 배신을 한 거군요.”
“맞습니다. 아마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럼 캄보디아에서 강제 송환되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때 북한을 탈출한 인원 24명 중 오직 마포 불곰인 최은숙만 살아남았습니다.”
이건 또 하나의 충격이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에 있는 거죠?”
“최은숙은 무척이나 영리한 사람입니다. 캄보디아에서 송환을 당해서 북한으로 호송 당하던 중 중국 흑룡강 일대에서 탈출을 했습니다. 그래서 살 수 있었던 겁니다.”
“정말 자세하게 알고 계시군요.”
내 말에 최 사부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서로 사랑했으니까요.”
“예?”
난 처음으로 심장이 떨어질 만큼 충격을 받았다.
“서로?”
“그렇습니다. 저 역시 처음부터 사기꾼은 아니었습니다.”
“그럼 뭐였죠?”
“한의사를 꿈꾸는 청년이었죠.”
최 사부는 피식 웃었다.
“그녀를 만난 것은 북경입니다.”
난 뚫어지게 최 사부를 봤다.
“그럼 한국으로 데리고 오신 것도 최 사부이십니까?”
이 질문과 함께 태희의 생모가 마포 불곰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왔죠.”
“점점 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과 북한, 양국의 관계가 최은숙의 인생에 항상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또 무슨 일이 있습니까?”
“북한 공작원에 의하여 공중 폭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도 알고는 있습니다.”
“다시 남북 관계는 경색되었습니다. 그리고 최은숙은 당당히 심양 한국 영사관을 통해 당당히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정말 북한과 대한민국의 관계에 의해 인생이 변한 여자가 최은숙, 마포 불곰일 거다.
“그럼 복수심에 불타 있겠군요.”
“누가요?”
“마포 불곰 최은숙 말입니다.”
“그러니 최은숙이 영리한 여자라고 하는 겁니다. 자신이 이 한국 땅에서 복수할 일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최은숙이었습니다.”
“복수를 포기한다?”
“그렇습니다. 그게 영리하죠. 그래서 돈을 악착같이 모은 겁니다. 처음 시작한 것은 매춘이었습니다. 그리고 장기 밀매를 했습니다.”
“어떻게 겨우 한국에 온 여자가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가 있는 겁니까?”
“1990년대 그때가 딱 농촌에 국제결혼 붐이 일던 국제결혼 1기 시기였습니다.”
“너무 자세하게 아는군요.”
난 국제결혼에 최 사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처음에 사기를 아주 나쁘게 쳤습니다. 제가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기요?”
“예. 아마 제가 제일 처음으로 위장 국제결혼 사기를 친 사람일 겁니다.”
이 역시 놀라웠다.
지금 한창 진행되고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제결혼 사기를 최 사부는 15년 전에 쳤다니…, 역시 사기의 달인, 최 사부였다.
“그런데요?”
“마포 불곰 최은숙이 그것을 보고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겁니다.”
“예? 그럼 1990년부터 최은숙과 같이 일을 하신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럼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최은숙의 행적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군요.”
난 그 3년을 주목했다.
“그렇습니다.”
“그 3년 사이에 김민수와 최은숙이 무슨 인연을 만들었을 수도 있겠군요.”
내 말에 최 사부와 뜨악새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인연이라고 하셨습니까?”
“제 추측일 뿐입니다.”
난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추측을 할 수 있다.
우선은 돈이 급해서 마포 불곰을 찾아갔을 수도 있다. 그 다음으로 원래 김민수가 최은숙인 마포 불곰과 같이 장기 밀매를 했고, 그 시술을 김민수가 했다는 가정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무엇인가가 또 있을 것 같았다.
‘40대 초반의 여자와 30대 초반의 남자가 만나고 있다…….’
난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
우리 서로 자주 보고 싶은 얼굴 아닐 건데?”
마포 불곰 최은숙이 김민수를 노려봤다.
“이만큼 사시는 것도 제 덕이 아닌가요?”
“그런가?”
마포 불곰 최은숙이 이죽거리듯 말하는 김민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우린 악연이잖아. 네놈 아비랑 같이.”
마포 불곰 최은숙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 악연을 최대한 이용하신 게 새어머니죠.”
“하! 새어머니? 네가 날 그렇게 불러도 되나?”
“그럼 아닌가요?”
김민수의 말에 마포 불곰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럼 새어머니를 덮쳤던 놈은 패륜아가 분명하겠지.”
“공식적으로는 새어머니가 아니었으니까요. 몰랐네요. 아버지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 줄은.”
“그렇고 그런 사이라…….”
“그것 때문에 날 다시 찾아왔나?”
“7년 전쯤 새어머니가 필요하신 게 있어서 병원에 오셨죠. 아버지랑 이야기를 하던 것을 다 들었습니다.”
김민수의 말에 마포 불곰 최은숙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난 받은 것을 받은 것뿐이야. 대가를 받은 거다.”
“아 그렇군요. 전 한동안 아버지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해?”
“예. 어머니는 거의 식물인간으로 누워 계셨죠.”
김민수는 지금 자신과 최은숙의 과거를 들추고 있었다. 물론 둘 다에게 유쾌해 보이는 과거는 아닌 것 같다.
“그랬지. 사모님은 그렇게 누워 계셨지.”
“누가 먼저라고 따지지는 않겠습니다.”
“내가 네놈 아비한테 꼬리를 쳤다는 거야?”
“전 모릅니다.”
“식모가 주인집 사장님을 덮치는 경우가 있나?”
“물론 아버지였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날 네놈이 다시 덮친 건가?”
마포 불곰 최은숙이 김민수를 노려봤다.
“집에서 나가게 해야 했으니까요.”
김민수는 차갑게 웃었다. 정보람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였던 김민수가 이런 사악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날 쫒아내기 위해서 그 엄청난 짓을 했다는 말이야?”
마포 불곰 최은숙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웃기는 일인데 그냥 식모 따위를 건드리시는 것까지는 전 이해했습니다. 아버지도 남자니까요. 그런데 어쭙잖은 사랑까지 하시더군요. 아버지가 그래서 조금 무리수를 둔 겁니다. 그래도 새어머니께서 제 첫 여자였습니다.”
바드득!
김민수의 말에 최은숙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 소리가 김민수의 귀까지 들렸다.
“과거나 추억하자고 온 건가?”
“그건 아닙니다.”
“그럼 왜 온 거야? 난 너랑 네 애비랑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그렇죠. 저도 다시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온 거야?”
마포 불곰 최은숙이 김민수를 다시 노려봤다.
“부탁드릴 것이 하나가 있고 찾을 것이 하나가 있습니다.”
김민수의 말에 마포 불곰 최은숙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뭐라고?”
“아버지를 협박하시는 무기로 사용했던 것을 찾으려고 왔습니다.”
“무, 무기…….”
“떨리나 보군요.”
“난 네놈 아비를 협박한 적이 없어.”
“아직도 장기 밀매와 이식에 깊숙이 관여를 하시고 있더군요.”
“그,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전 처음 당신을 다시 보고, 또 당신이 아버지에게 당신의 무기를 데리고 협박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같이 손을 잡고 일하시던 분들은 한국 의학계에서 꽤 유명한 분들이 되어 계시더군요.”
“난 너랑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마포 불곰은 돌아앉았다.
“저 죽습니다. 그래서 다시 돌려놓고 정리해야 할 것은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김민수의 말에 마포 불곰 최은숙은 다시 김민수를 뚫어지게 봤습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두 여자한테…… 아니, 세 여자군요. 그 여자들에게 지은 죄를 다 돌려받나 봅니다.”
“죽, 죽다니 무슨 소리야?”
“저 뇌종양 말기입니다.”
“뇌종양 말기?”
“그렇습니다. 그러니 제 딸 어디에 있습니까?”
그 순간 마포 불곰은 쿵하고 심장이 내려앉은 느낌을 받았다.
“난, 난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네 딸이라니. 누가 네 딸이라는 거야?”
“아버지의 딸이라고 협박을 했던 그 배 속에 있던 태아 어디에 있습니까?”
“그 아이는 네 아버지의 딸이다.”
“역시 딸이 있기는 하군요.”
김민수의 말에 최은숙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김민수의 유도심문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
“모르고 계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