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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32화 (132/210)

흑막의 신! 132화

달리는 벤츠!

그리고 차 안.

김민수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최 선배, 납니다.”

-좀 더 시간을 줘!

“아니, 전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 결정을 하세요.”

-하, 하지만…….

“저 지금 최 선배와 같이 나쁜 짓을 했던 분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뭐라고? 설, 설마…….

“마포 불곰을 만났습니다.”

-그, 그건 자, 자네 아버지께서…… 그러니까 원장님께서…….

“제가 이 순간 당신을 살린 것을 참 많이 후회합니다.”

김민수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 그게 민수야! 그게…….

“제 아버지의 지시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아시죠. 저 얼마 못 산다는 거. 제가 죽기 전에 모두 다 절망으로 밀어 넣고 갈 수도 있습니다.”

김민수의 말에 최익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 순간, 최익현의 전화는 도청을 당하고 있었다.

-그, 그렇게 되면 원, 원장님도 다쳐!

“돈이 그렇게 좋았습니까?”

-그, 그게……. 넌 절대 이해 못해.

“가증스럽네요. 그냥 똑같은 겁니다. 그 사람들 몸에서 장기를 불법적으로 떼어 내는 거나 내 것을 떼어 내는 거나 뭐가 다릅니까? 3일 후입니다. 분명히 말씀 드렸습니다.”

-민, 민수야!

“전 죽으면 그만이라고 했습니다!”

김민수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때 마주보고 오던 차의 상향등 라이트가 김민수의 눈을 자극했다.

순간 김민수의 눈이 보이지 않았고, 김민수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았다.

끼이익!

“젠장! 시발!”

김민수는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고 차를 세웠다. 하지만 눈앞이 여전히 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몇 분 후에 다시 시신경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민수야! 민수야! 무슨 일이야?

최익현은 전화를 끊지 못했다. 아니, 김민수가 전화를 끊기 전에 절대 끊을 수가 없었다.

“3일입니다. 3일 후!”

-알, 알았다. 준비를 하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최익현을 감시하던 호중과 박지은, 그리고 김민수를 감시하던 진태와 형성은 은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젠장! 통화 중이야!”

진태는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3일 후에 자살을 하려는 건가?”

“뭐야?”

“김민수가 3일 후에 자살을 할 것 같다.”

진태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같은 시간 호중은 급하게 은성에게 전화를 했다.

“3일 후에 자살을 할 것 같습니다. 오늘 결론이 난 것 같습니다.”

호중은 인상을 찡그리며 은성에게 보고를 했다.

-3일 후?

“그렇습니다. 사부님!”

-그럼 3일째 되는 아침에 최익현의 신원을 확보해라.

“납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물어볼 말이 몇 가지 있다.

“그런데 통화 내용 중에 조금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호중은 다시 인상을 찡그렸다.

-이상한 거?

“예. 사부님. 최익현이 장기 밀매매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김민수의 부친도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했던 생각이다. 아니,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중에 물어보면 알겠군.

서서히 하나씩 밝혀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마포 불곰의 이름도 나왔습니다.”

-누구랑 관련이 있는 것 같나?

“최익현과 그리고 김민수 부친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는군. 잘 감시해.

뚝.

은성이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해?”

박지은이 호중에게 물었다.

“왜?”

“3일 후에 일이 벌어지면 당분간 아무 일도 없다는 거잖아.”

박지은이 호중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그렇지.”

“우리 영화 보러 가자.”

역시 박지은의 꿍꿍이는 여기에 있었다.

“안 돼!”

“안 되기는 뭐가 안 돼! 기술 지원팀이 지금 감시를 하고 있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다녀오십시오. 별일 없을 겁니다.

기술 지원팀 대원 하나가 호중을 놀리듯 무전을 했다. 이 무전 소리는 박지은도 들렸다.

“임무지에서 이탈할 수는 없다.”

호중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사랑이 더 중요합니다.

“봐! 가자, 영화 보러.”

박지은은 호중을 졸랐다.

-영화표 예매해 놓겠습니다.

“조용히 해라!”

호중은 장난처럼 말하고 있는 기술 지원팀 대원을 꾸짖듯 말했다.

-무슨 영화 좋아하십니까? 박지은 요원!

“난 액션 영화!”

-그럼 태극기 휘날리며 예매 들어갑니다.

“야!”

호중이 소리를 질렀다.

-반말 금지입니다.

“너 누구야?

-저, 반말 들을 정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당신 누구냐고?

-대목이다.

짧고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대, 대목이요?”

-그래! 심심해서 현장 한 번 나왔다. 그냥 영화 보러 가. 내가 알아서 살필 테니까.

대목은 자운대 상위 레벨의 요원이다. 아니, 최 사부, 뜨악새, 박 원사를 비롯해서 오대천왕에 속하는 위치였다.

거의 자신과 동급이었고 나이가 많았기에 윗사람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알, 알겠습니다.”

호중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호중과 박지은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천만 관객 동원에 일조했다.

***

예전 핸섬 보이를 심문하던 거울의 벽이 있는 건물.

그곳을 나는 김재창에게 지시를 해서 매입을 했다. 그리고 제2의 본부 건물로 사용했다.

이 건물은 밖에서 보면 4층 건물이지만 안에는 은밀하게 4.5층이 되는 특이한 구조의 건물이었다. 비밀스러운 것을 하던 곳이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거다.

그 보이지 않는 은밀한 4.5층에 우리는 취조실을 만들어 놨다. 또한 지하에는 또 지하 2.5층이 존재한다. 아마 누군가가 올드 보이를 보고 설계한 것이 분명할 거다. 그게 아니면 올드 보이를 만든 제작자들 중에 이런 거울의 방을 즐기는 자가 있든지.

한마디로 올드 보이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건물과 같은 곳이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상당한 보안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니 이렇게 은밀한 장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난 거울의 벽 앞에 앉아 있다. 이미 스피커 시설을 다 갖췄기에 이 자리에 앉아서도 앞에 약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자를 심문할 수 있다.

지금 내 앞에 보이는 여자는 방금 막 정선 카지노에서 데리고 온 그 전직 간호사다.

여자는 왜 자신이 이곳에 와 있는지 몰라 잔뜩 겁먹을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물론 처음 돈을 준다는 말에 따라왔다. 하지만 차를 타고 너무 멀리 와 버렸기에 겁을 먹고 있는 것이다. 이 건물까지 들어오기 위해 차에 타자마자 눈을 가렸고 귀를 막았다. 아마 저 여자는 이곳이 도대체 어디인지도 모를 거다.

“심문하시면 됩니다.”

이곳을 담당하고 있는 자운대 대원이 내게 짧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 남자는 예전 김재창이 세 할머니 국밥집으로 맞으러 왔을 때 같이 왔던 조폭이다. 그 역시 김재창과 내 수하가 되어 이 건물의 책임자가 된 거다.

“알았어.”

난 테이블 위에 설치된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서말자 씨 맞습니까?”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차분히 의자에 앉아 있던 서말자는 놀라 두리번거렸다.

“누구, 누구세요?”

“서말자 씨 맞냐고 물었습니다.”

“전 누구냐고 물었어요. 도대체 누군데 절 이런 곳으로 끌고 온 건가요?”

“협조를 잘해 주시면 약속했던 돈 다 드릴 겁니다.”

약간 음성 변조가 된 내 목소리가 서말자의 귀에 들어갔다. 그리고 돈을 준다는 말에 서말자는 눈이 반짝였다.

“정, 정말 돈 주는 거죠?”

“줍니다.”

“알, 알았어요. 그런데 여기가 어디죠?”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이제 질문하겠습니다.”

음성 변조된 음성이 들리고 질문을 한다는 말에 서말자는 마른 침을 삼키는 것 같다.

“병원 진료 차트는 왜 가지고 계신 겁니까?”

“병원 진료 차트라니요?”

서말자는 당돌하게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척을 했다.

난 고개를 돌려 건물 담당 남자를 봤다.

“스크린 켜!”

이 건물 취조실에는 스크린 장치도 마련되어 있었다.

“예.”

지지직!

약간의 기계음과 함께 마치 레이저 불빛처럼 한줄기 빛이 서말자 앞에 있는 벽에 쏘아지면서 화면이 떴다.

“이 병원 차트 말하는 겁니다.”

서말자는 스크린에 보이는 병원 차트를 보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이, 이건…….”

“그렇습니다. 당신이 넘긴 그 병원 차트입니다.”

“혹, 혹시 병, 병원에서 보냈습니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 차트 왜 가지고 있었습니까?”

다시 음성 변조된 목소리가 근엄하게 들렸다.

“그, 그건…….”

“말하지 않으면 당신 이곳에서 못 나갑니다.”

“뭐라고요?”

서말자는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미지의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은 무척이나 두려운 일일 거다. 마치 자신이 발가벗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들 거다.

“당신이 이곳에 누구와 왔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 이봐요? 왜 이러는 거예요?”

서말자는 보기보다 담이 큰 여자였다. 그러니 병원에서 차트를 빼돌려 둔 걸 거다.

“다시 묻겠습니다. 이곳에는 당신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날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서말자는 목소리가 난 곳을 째려봤다. 정말 그냥 말로 해서 안 될 여자가 서말자였다. 그냥 순순히 말을 해 주고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면 500만 원을 줄 것인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이럴 때는 충격 요법을 좀 줘야 한다.

난 인간의 마음을 악하다고 본다. 성악설을 믿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항상 교육되어야 하고 감화되어야 한다.

“어쩔 수 없다면.”

음성 변조 목소리는 원래 차갑고 음침하다. 그런데 그 뜻까지 음침하니 서말자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이, 이봐요. 난 당신들이 타고 온 차 번호를 알아요. 2445! 날 죽일 수 없어요.”

역시 당돌한 중년의 여자, 서말자다.

“중요한 건 당신 혼자 그 차 번호를 안다는 거지. 그리고 그 차, 이미 폐차됐다.”

“뭐라고요?”

난 고개를 돌려 남자를 봤다.

“내가 지시한 것은 설치했겠지?”

“예. 당연히 건물에 소방 시설이 있어야죠.”

남자는 씩 웃었다.

“독이 잔뜩 올라 있으니 어쩔 수 없군. 시작해!”

“예. 그 앞에 있는 빨간 버튼입니다.”

남자는 내게 말했다.

난 빨간 버튼을 봤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올려놨다.

“서말자 씨, 다시 묻겠습니다. 왜 병원에서 차트를 빼돌렸습니까?”

서말자는 분명 우리가 병원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사람처럼 여길 것이다. 뭐 나쁘지 않다.

“그냥. 그냥 어쩌다 보니 흘러 들어간 거예요.”

“어쩌다?”

“그래요.”

“역시 진실을 말하지 않으려 하는군요. 아주 머리가 복잡해 보이는데 좀 식히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서말자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물 한 방울이 서말자의 정수리에 떨어졌다. 지금이 6월이지만, 준비한 물은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다.

서말자는 정수리에 떨어진 물방울을 느끼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게 신호다. 난 바로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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