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34화
“여기까지입니다.”
“들은 이야기 그대로군.”
“예. 하지만 들으셔야 할 것 같아서 가지고 왔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엄청난 것들이 장기 밀매에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큰 병원 원장이 돈 때문에 장기 밀매를 할 것 같지 않아서 녹취된 것을 들고 왔습니다.”
난 순간 진태를 뚫어지게 봤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놓친 부분을 진태가 짚어 준 거다.
“그래, 맞다.”
“절대 병원 원장이 돈 때문에 장기 밀매를 하지는 않는다. 그것도 종합 병원 원장이 무슨 이유에서 장기 밀매를 하겠어.”
난 확실히 병원 원장에게 뭔가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원장과 마포 불곰이 연관이 있는 거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가 된 것은 어쩌면 김민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 세 명의 연결고리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것만 알아낸다면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았다.
“뭘까?”
이건 새로운 국면인 거다. 지금 이 순간 물어볼 사람은 서말자뿐이다. 그리고 서말자도 장기 밀매에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
“서말자 씨!”
난 다시 서말자를 불렀다.
“왜? 왜 자꾸만 부르는 거예요?”
“하나 더 궁금한 게 있어서요.”
“뭐가 또? 내가 뭘 잘못했다고?”
서말자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당신은 정보람의 숙모입니다.”
“그건 이미 말했잖아요.”
“이 병원 기록을 보면 혼수상태에서 진통제를 투약한 흔적이 보입니다. 물론 위조를 하느라 아주 신경을 많이 썼지만 마지막 장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더군요. 당신이 위조한 겁니까?”
난 서말자를 보며 서말자의 표정을 살폈다. 내 말에 서말자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인간의 몸은 반응이라는 것을 한다.
귀로 이야기를 듣고 뇌로 전달될 때 어떻게 행동을 할지, 그리고 또 어떻게 표정을 지을지 뇌가 명령을 내리기 전에 몸은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거다.
‘서말자도 분명 관련이 있다.’
난 그렇게 확신을 했다.
“그건 의사가 한 거라 난 모른다고. 의사한테 물어봐!”
“그 의사가 누구죠?”
“김민수 선생!”
서말자는 발악을 하듯 악다구니를 썼다.
“김민수가 이 차트를 작성했다는 겁니까?”
“그래요. 차트 볼 줄 몰라요? 거기 김민수라고 쓰여 있잖아요.”
난 다시 내 얼굴도 보지 못하는 서말자를 거울 벽 밖에서 노려봤다.
“당신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
“뭐, 뭐라고요?”
“당신이 위조를 한 거다. 당신이 김민수의 차트를 위조했어.”
“어떻게 간호사가 의사 차트를 위조해요?”
서말자는 스피커를 노려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당신도 정보람 부친의 장기기증에 연관이 있으니까.”
다시 벽에 달린 스피커가 찢어지는 듯 거친 외침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왜, 왜 내가 시, 시아주버니를 그냥 죽게 했다는 거죠?”
“여러 가지 증거가 있겠지. 우선 이건 내 추측인데 처음부터 조작된 차트를 일개 간호사가 빼낼 수 있을 만큼 허술하게 관리를 했을까?”
“차트를 빼내 내 남편에게 준 것이 잘못인가요?”
“어쩜 당신과 당신 남편은 더 많은 돈이 필요했을지도 모르지.”
“뭐라고요? 난 절대 차트를 위조하지도 않았어요.”
“이건 내 추측인데 당신과 당신 남편은 카지노 자금이 더 필요했던 거야.”
“그건 당신 추측이잖아요.”
“당신이 카지노를 출입했던 시점과 이 차트에 기록된 시점과 그리고 마지막 조작된 차트의 제일 마지막 장의 시점을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올지도 모르지.”
이건 유도심문이었다.
난 서말자의 반응을 보기 위해 찔러 본 말이었다.
“아무리 우리가 도박에 미쳤다고 해도 시아주버니를 팔아먹을 만큼 파렴치하지는 않아요.”
“난 팔아먹었다고 안 했어.”
내 말에 서말자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 그게…….”
“오호! 그럴 수도 있군. 그럼 다시 이야기를 해 보지.”
“뭘 다시 이야기를 하자는 거야!”
서말자가 소리를 질렀다.
“왜 식물인간도 아닌 혼수상태인 정보람의 부친을 식물인간으로 위장해서 장기 기증을 했지? 절대 올바른 장기기증이라면 돈이 되지 않을 건데 왜 기증을 한 거지?”
“미친놈아! 소설을 써라! 무슨 헛소리야!”
여자의 발악은 앙칼지다. 서말자가 발악을 할수록 난 더욱 내 추측에 확신이 섰다.
“요즘 세상은 이상하게 소설보다 더 무섭더라고. 공포 소설보다 더 무서운 세상이지. 서말자 당신에게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만 명심해!”
“지,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서말자가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다.
“협박? 웃기는군! 난 경고하는 거다.”
“뭐, 뭐라고?”
“난 협박 같은 거 안 해! 잘 들어 서말자.”
“뭘 들으라는 거야!”
서말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농기구 중에 닭 모이나 사료를 만들기 위해서 돼지의 부유물이나 잡다한 고기를 분쇄하는 분쇄기가 있어.”
“그, 그 말을 왜 하는 거야?”
“거기에 꼭 지금까지 잡다한 고기나 사료 채소 찌꺼기만 분쇄가 되었을까?”
내 말에 서말자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 건가요?”
서말자는 잔뜩 겁에 질린 것 같았다.
난 절대 협박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경고를 할 뿐이다. 그리고 그런 경고는 무척이나 잘 먹혔다.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으라는 거야!”
“나,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나도 처음에는 그냥 몇 가지만 물어보고 보내려고 했어. 그런데 이상하게 너는 피해자가 아니라 피의자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말이야.”
“난, 난 잘못 없어요.”
“그럼 우리 추측을 계속해 볼까? 정보람의 부친의 장기 중 심장은 최익현에게 기증이 됐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리고 그 이식 수술을 김민수가 했다. 그 역시 우연일까? 그리고 마지막 차트는 보란 듯 조작이 됐다. 이유가 뭐지?”
“그, 그건 난 몰라요!”
“너희들은 분명히 인간의 목숨을 거래한 거야! 내 말이 틀렸나?”
난 다시 한 번 스피커가 찢어지게 소리쳤다.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요.”
난 서말자를 노려봤다. 입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떨리는 눈동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눈동자였다. 파르르 떨리고 살짝살짝 움직이는 것이 지금 이 순간 어떻게 말을 해야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고민하는 눈빛이 분명했다.
난 그 눈빛과 내 촉을 믿는다.
내 촉은 지금 분명 서말자가 절대 피해자가 아니라 피의자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난 피가 거꾸로 쏟는 것을 느꼈다.
“말해! 말하지 않으면 넌 죽는다.”
서말자는 내가 죽이겠다는 말에 잔뜩 겁을 먹은 것 같다. 이곳에 올 때 눈을 가렸다. 그리고 이곳에 오는 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상에는, 그리고 이 대한민국에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 동안 사라진다. 그들이 사라지는 이유 중 일부는 납치와 살인의 은폐일 거다.
“난, 난 잘못한 것이 없어요. 저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전 그냥 돈을 준다고 해서 따라온 것뿐이에요. 그냥 돈 안 주셔도 되요. 그냥 저 보, 보내 주세요.”
서말자는 애원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저것도 자신의 죄악을 숨기기 위한 트릭처럼 보였다. 분명 서말자도 죄가 있다.
난 그것을 확인했다.
“그래. 당신은 여기 돈을 받기 위해 따라왔지.”
“예. 전, 전 그냥…….”
“당신, 여기 온 거 아무도 모르지?”
“예?”
서말자의 눈이 커졌다.
“당신도 알겠지만 이곳에 당신이 끌려온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리고 도박 중독자인 당신 하나 없어진다고 해도 세상은 아무 이상 없이 잘 돌아간다. 당신 남편이 없어진 것처럼.”
난 서말자의 남편인 정보람의 삼촌 역시 누군가에 의해 납치되어 행방불명된 거라고 확신을 했다.
“그, 그럼 당, 당신들이…….”
서말자는 괜한 것을 오해했다.
“왜, 죽였어. 왜! 우린 그냥 받을 것만 받겠다는 거였는데! 왜 죽였어!”
이렇게 흥분을 하게 되면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그냥 받을 것만 받겠다는 말은 뭐지?”
“왜 내 남편을 죽였냐고? 원래 소송을 하기로 했잖아. 원래 그렇게 해서 합의금으로 받기로 했잖아. 그런데 왜 납치를 해서 죽인 거냐고?”
이건 또 다른 국면이다. 서말자는 내가 자신의 남편을 납치해 죽였냐고 소리를 질렀다.
서말자는 확실히 우리를 병원 측에서 보낸 자들로 생각을 했다.
“의료 소송까지 이미 계획된 건가? 그 정도까지 각오하면서 벌린 일인가? 무엇 때문에 소송도 각오하고 일을 꾸민 거지?”
“알면서 왜 또 물어!”
“분명히 말했다. 난 병원과 상관이 없다고.”
내 차가운 말에 서말자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정, 정말 아, 아니야?”
“분명히 말했다. 아니다. 이제 거의 다 진실이 밝혀지고 있어. 그러니 이제 말하는 것이 좋아. 뭐지?”
“난, 난 아무 잘, 잘못도 없어요. 난 그냥, 그냥 시키는 일만 한 거예요.”
“누가 뭘 어떻게 시켰는지 말해!”
“그, 그게…….”
“당신 자꾸 잔머리 쓰고 죄를 덮으려고 하면 바로 분쇄기를 켤 수도 있어.”
난 나직이 말했다.
원래 낮고 음산하게 말할 때가 더 위협이 되는 법이다.
“살, 살려 주세요.”
딱 내 약발이 먹혔다.
“살고 싶다면 말해! 누가 시켰나?”
“시, 시아주버니가 시켰어요.”
“뭐?”
난 놀라 눈이 커졌다.
“그래요. 시아주버니가 다 시킨 거예요.”
“넌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 자기 스스로 자기를 죽여 달라고 시켰다는 말이야?”
내 말에 서말자는 스피커를 노려봤다.
“아무것도 없는 인생이 마지막 순간 자식에게 남겨 줄 수 있는 것은 썩어 쓸모없는 몸뚱이잖아요. 보람이는 시각 장애인이에요. 시아주버니는 보람이를 위해 돈을 남겨 주고 싶어 했어요.”
난 서말자를 봤다.
저 말에는 진실이 담겨 있는 듯했다. 하지만 절반의 진실일 거다. 시작은 그렇게 진행될 수도 있을 거다.
“그래서?”
“제가 장기 밀매업자를 수소문했어요.”
“그건 거짓말이군.”
“아니요.”
“거짓말 마! 너와 너의 남편은 이미 장기 밀매에 깊이 관계가 있었어.”
내 말에 서말자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