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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35화 (135/210)

흑막의 신! 135화

“진실만 말하는 것이 좋을 거다. 병원 내에서 누구와 상의를 했지? 최익현인가? 그 역시 심장 이식이 필요했으니 딱 아귀가 맞는군.”

“아니요. 흉부외과 박노갑 선생과 이야기했어요.”

이제부터 진실을 말할 것 같다. 그럼 서말자와 죽은 정보람의 삼촌도 장기 밀매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시인한 거다.

“박노갑이라고? 아직도 그 병원에 있나?”

“있겠죠. 원장 밑에 다 같은 족속들이니까.”

“으음.”

난 신음을 하며 진태를 봤다.

‘원장 밑에 다 같은 족속?’

그럼 원장도 연관이 있다는 거다. 아니, 최고 우두머리일지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왜라는 의문이 생긴다.

큰 병원 원장이 왜?

무엇 때문에 장기 밀매를 했을까?

난 자꾸 왜에 막혔다. 그리고 그것을 풀면 모든 것이 풀릴 것 같았다. 그 왜를 풀면 엄청난 것이 드러날 것 같아 무서웠다.

“조용히 데리고 와!”

“예. 사부!”

“그리고 최익현도 데리고 와.”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완벽하게 병원 자체가 장기 밀거래 조직인 거다.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보니 갑자기 병원이 커졌다. 그건 모두 장기 밀매와 이식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도나 중국은 공공연하게 장기 밀매를 통한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는 한국이다. 이렇게 조직적으로 큰 병원과 장기 밀매업자들이 연관이 되어 있다면 모든 것이 다 그 하찮은 돈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아니라면 뭐지?’

난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그리고 그 찡그렸던 인상이 빠르게 굳어졌다.

‘권, 권력?’

내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설, 설마…….’

그리고 정말 처음으로 내 추측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랐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놀랐던 것은 가장 마지막 부분이다. 지금은 그 작은 실마리 하나를 푸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 실마리는 서말자다. 난 다시 서말자를 봤다.

“그럼 당신은 거기서 어떤 역할을 했지?”

“전, 전…….”

“당신 남편은 또 어떤 역할을 했고.”

“전, 전 장기 이식 집도의 서포터를 했어요. 그리고 남편은 서류를 조작했어요. 그리고 남편은 국내 장기 판매자들이 불법이 되는 것을 합법이 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을 했어요. 그리고 은밀히 돈을 전달하는 일도 있고요.”

“그런데 당신 남편은 소송 이후 행방불명이 됐다?”

“그래요. 그렇게 됐어요.”

“그럼 딱 봐도 도박에 눈이 멀어서 돈을 빼돌린 거군.”

“맞, 맞아요. 몇, 몇 번 그런 적이 있어요.”

“몇 번 있었다는 것은 그동안 병원 측이 눈감아 줬다는 거고.”

“예.”

진실을 말하니 고분고분해졌다.

“그런데 병원 측에서 왜 끝내 죽였을까?”

“그건 저도 몰라요.”

“그걸 모르니 당신은 정보람에게 앞뒤 다 빼먹고 의료 사고 이야기만 해 준 거겠지? 그래서 정보람은 복수심에 불타는 거고.”

결국 내 생각이 옳았다.

“그리고 그럼 결국 정보람의 부친은 당신들이 죽인 거고.”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가 장기 이식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 턱이 없다. 물론 병원 화장실 여기저기에 장기 밀매 스티커가 붙어 있지만 중환자 축에 드는 정보람의 부친이 화장실에 가서 장기 밀매 스티커를 볼 일은 없을 거다.

“또,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너희들은 돈이 필요했겠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돈이 되는 줄도 알고.”

“그래서요?”

“그냥 너와 죽은 네 남편은 그냥 정보람의 부친에게 이야기를 흘린 거야. 아닌가?”

“그, 그런 적 없어요.”

“과연 그럴까? 그럼 어떻게 정보람의 부친이 자신이 장기를 내놓으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알았지? 네년이 분명 정보람의 부친에게 말을 하며 자극을 준 거야!”

내 말에 서말자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꼭 사람을 칼로 찔러 죽인다고 살인이 아니야!”

“난, 난 아니야!”

“너희들은 차도살인을 저지른 거다. 그것도 자신을 직접 죽이게 만드는 차도살인을 말이야! 그리고 그 대가는 모두 네년과 죽은 놈의 도박 자금으로 쓰였겠지.”

“그, 그렇지 않아.”

“아니, 맞다. 분명 정보람의 부친은 자신의 딸이 걱정이 되었을 거야? 그리고 너희들은 그것을 철저하게 이용을 했겠지. 시아주버니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불쌍한 우리 보람이. 죄송해요. 저희도 능력이 안 돼서 키울 수가 없네요. 등등 이런 말을 통해 자극을 한 거야! 그리고 살짝 흘리듯 이야기를 했겠지. 그리고 그것을 정보람 부친이 기억한 거야!”

“아니고요. 아니야!”

서말자는 미친 듯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은 정보람의 부친이 먼저 말을 꺼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아니라니까. 아니야!”

“째각째각! 시간이 가는 것처럼 정보람의 부친은 초조했겠지. 그리고 끝내 너희들에게 장기 밀매를 알아봐 달라고 한 거야. 아닌가?”

“아, 아니라고요. 제발 아니에요.”

“그리고 정말 운이 좋아서 최익현과 세포 반응이 일치하다는 것을 알았겠지. 물론 그건 아닐 수 있어. 하지만 분명 운명도 우연에서 시작하는 거야.”

“아, 아니에요. 흑흑흑!”

서말자가 눈물을 흘렸다. 아니라고 말을 했지만 울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라는 거다. 물론 내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집요하게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서말자와 죽은 서말자의 남편인 정보람의 삼촌은 정보람의 부친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을 거다.

“죽은 그놈과 네년은 악이다.”

찌이익!

쿵!

내 거친 외침에 벽에 걸려 있던 스피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제 왜 정보람이 김민수의 옆에 있는지 알게 됐다. 내가 이 순간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정보람은 절대 김민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다.

‘하나씩 꼬리를 잡아가면 대가리가 나온다. 박노갑을 데리고 오면 뭔가 나오겠지.’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 사부님!”

“예. 캡틴!”

“저 여자 내보내세요.”

내 말에 최 사부는 인상을 찡그렸다.

“많은 것을 이야기한 여자입니다.”

“우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죠.”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 말씀은…….”

“한 이천만 원 정도 손에 쥐어 주세요.”

“예?”

최 사부는 더욱 황당하다는 듯 날 봤다.

“왜 돈까지 주시는 겁니까? 저 여자는 악인입니다.”

“돈과 비수는 같은 겁니다. 남을 찌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을 찌르는 법입니다. 돈을 받으면 바로 카지노로 달려갈 겁니다.”

“그럴 겁니다. 도박 중독자이니…….”

“마포 불곰의 장기 밀매 조직 전화번호 하나 쥐어 주세요.”

“예?”

최 사부는 놀라 눈이 커졌다.

“하나씩 하나씩 떼다가 팔 겁니다. 우선 콩팥부터, 그 다음은 간이겠죠. 그 다음은 눈일 겁니다. 그렇게 팔다 보면 더 팔게 없어질 거고, 그럼 끝내 완전히 사라지겠죠.”

난 담담히 말했다.

“그, 그 말씀은…….”

“서말자가 한 것처럼 저도 차도살인을 할 생각입니다.”

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안 꺼내 판 게 용하군요.”

난 담담히 말하며 서말자를 봤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하지만 저 울음은 가짜다. 내게 보여 주기 위한 울음일 거다.

‘네 스스로 너를 죽여 봐라! 나쁜 년!’

***

은성이 장기 밀매 조직의 꼬리를 잡고 있는 동안 이준성은 체리를 트로트 가수로 만드는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저 정말 트로트 불러야 해요?”

체리는 이준성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원래 체리는 처음 록을 했다가 이준성의 눈에 띄어 박철의 기획 사무실과 계약을 했다.

물론 체리 역시 외모가 반반했기에 박철은 히트를 치지 못하면 다른 쪽으로 돌릴 생각으로 그 계약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준성은 처음부터 체리를 트로트 가수로 키울 생각을 했다.

“넌 모르지만 너한테는…….”

“제가 어디를 봐서 뽕끼가 있다는 거예요?”

체리는 답답했다. 박철의 사무실을 박차고 나올 때, 그리고 이준성이 위약금을 대신 물어 줄 때만 해도 자신의 앞날은 이제 풀릴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댄스도 아니고 발라드도 아닌 트로트를 부르자고 하는 이준성의 말에 어이가 없는 체리였다.

“네 목소리에는 뽕끼가 있다니까.”

“어떻게 확신을 하세요? 트로트 한 번 부르면 계속 트로트만 불러야 하는 거잖아요.”

“너같이 섹시하고 목소리에 힘이 있는 가수는 트로트를 불러도 잘 어울린다. 두고 봐! 넌 정말 트로트 가수로 대성을 할 거니까.”

“그건 모르는 거잖아요.”

“조만간 트로트의 시대가 다시 온다.”

“그 조만간이 언제인데요?”

“곧 온다.”

“사장님!”

“두고 봐! 너 피곤에 지쳐서 링거 꼽고 행사장 달릴 날이 멀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트로트 가수잖아요. 행사를 뛴다고 해도 트로트 가수가 페이를 받아야 얼마나 받겠어요?”

체리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넌 행사장 한 번 갈 때마다 최소 이천만 원 받는 트로트 가수가 될 거야.”

“2천요? 꿈도 야무지시네요. 태진아 선생님이랑 남진 선생님도 천만 원 받으세요. 아시잖아요.”

“나훈아 선생님은 이천 이상 받으시지.”

이준성의 말에 체리는 이준성을 뚫어지게 봤다.

“지, 지금 저랑 나훈아 선생님을 비교하시는 거예요?”

“트로트이든 록이든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그만큼 받는 거야.”

“제가 정말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난 처음 너랑 계약할 때부터 네가 최고의 트로트 가수가 될 거라고 확신을 했어. 나만 믿고 따라와!”

“정, 정말이세요?”

“그래. 난 너를 믿는다.”

“저, 저를 믿는다고요?”

“그래, 너의 목소리를 믿어.”

“전 저도 못 믿겠지만 사장님의 그 자신감도 못 믿겠네요.”

“정말?”

“예.”

여전히 체리는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럼 우리 내기할까?”

“내기요? 무슨 내기요.”

체리의 말에 이준성은 자신의 지갑에서 천만 원짜리 수표를 꺼냈다. 그리고 그 수표를 반으로 쭉 찢었다.

“이기는 사람이 이걸 가지는 거다. 물론 지는 사람은 이거랑 똑같은 것을 하나 내놓는 거지. 만약 네가 1년 안에 뜨지 못하면 이 수표랑 내가 천만 원을 더 주지.”

“화장품 갚은 되겠네요.”

체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이죽거렸다.

“그 대신 내가 이기면…….”

“전 그냥 행사 한 번 뛰면 되는 거고요.”

체리는 이준성의 말이 장난처럼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 넌 행사 한 번만 더 뛰면 된다. 링거 꼽고.”

“좋아요. 어디 해 보죠.”

“오늘부터 연습이다.”

“연습요?”

“보컬 트레이너도 특별히 모셔왔다.”

“예? 트로트 가수도 보컬 트레이닝을 받나요?”

체리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아니, 트로트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체리!”

“예.”

체리는 볼멘소리로 대답을 했다.

“너 너무 국민가요를 무시한다.”

“그냥 트로트는 꺾기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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