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막의 신! 139화
“괜, 괜찮지 않네요.”
“바로 뒤가 의자입니다.”
“고맙네요.”
정보람은 박지은의 부축을 받아 의자에 앉았다.
“충격이 크시군요.”
“지, 지금한 말 사실인가요?”
“왜 궁금하십니까?”
“지금 네가 한 말 사실이냐고?”
정보람은 내게 소리를 질렀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원래 오래 살 수 없는 위인이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이죠?”
“뇌종양 3기이면 3개월을 살 수 있다고 의사가 그러더군요.”
“그, 그건 또 무슨 말이죠?”
“김민수가 뇌종양 3기입니다. 그래서 3개월을 살 수 있고, 그것 때문인지 당신한테 속죄를 하고 싶어서 눈을 주려는 겁니다. 이제 제가 당신에게 알려 주고 싶은 진실입니다.”
“당, 당신 정, 정말 건, 건방지군요.”
정보람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쩌면.”
난 나직이 말했다. 그리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는 정보람을 봤다.
“하나만 더 묻죠?”
“이, 이제 당신과 말하고 싶지 않네요.”
“당신은 지금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 그건 또 무슨 소리죠?”
“김민수의 눈을 받아 밝은 빛을 보는 거죠. 그럼 김민수는 자살을 해야 할 겁니다. 아마 조금만 더 지나면 암세포가 각막에도 전이가 될 거니까요. 그러니 김민수는 빠르게 자살을 시도 할 겁니다.”
“그, 그래서요?”
“당신이 눈을 원한다면 전 김민수의 자살을 막지 않을 겁니다.”
내 말에 정보람은 손발을 부르르 떨었다.
“그, 그리고요?”
“당신이 당신의 원수가 죽는 모습을 옆에서 지키겠다면 전 김민수의 자살을 막을 겁니다.”
이건 정보람에게 선택일 거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정말 정보람이 김민수를 사랑하는지 하지 않는지를 알 수 있을 거다.
“내, 내가 선택하는 대로 움직여진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당신 역시 건방져!”
“전 그럴 능력이 있습니다. 이제 결정하십시오.”
내 재촉에 정보람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난 사실 뜨악새에 의해서 김민수에 대해서 새로운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그 진실은 정보람이 결정을 한 후에 이야기해 줄 참이었다.
“전, 전…….”
“뭐죠?”
“전, 원, 원수가 죽는 것을 천천히 느끼고 싶네요.”
정보람은 김민수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가 죽는 것을 막아 주세요.”
“결국 눈을 포기하는 거군요.”
“평생, 원수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싶지 않아요.”
“좋습니다. 그럼 제가 김민수의 자살을 막죠.”
“고, 고맙네요.”
“그런데 제가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됐습니다.”
“새, 새로운 진실이라고요? 제, 제가 더 알아야 할 진실이 있나요?”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이죠.”
“뭐죠?”
“당신 아버지의 마지막 숨을 끊은 것은 김민수가 아니라 당신의 숙모인 서말자라는 겁니다. 물론 당신 아버지도 동의를 했고요. 그리고 김민수는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그게 정, 정말인가요?”
“그렇습니다. 병원 측이 지금도 조직적으로 그리고 은밀하게 장기 밀매와 장기 이식을 하고 있지만 김민수는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단지 김민수는 조작된 서류에 의해 최익현에게 장기를 이식해 준 것뿐입니다.”
“정, 정말인가요?”
정보람은 믿어지지 않는 듯 계속 내게 물으면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아마 참 다행이라는 마음에서 흘리는 눈물일 거다.
“그렇습니다.”
내 말에 최 사부와 뜨악새가 놀라 날 봤다. 하지만 그냥 뜨악새와 최 사부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든 서류를 조작한 사람은 당신의 숙모와 당신의 삼촌입니다.”
“그렇죠.”
정보람은 떨리는 손을 꼭 쥐었다.
“저기요.”
“왜, 하실 말 있으세요?”
“당신 스스로 당신은 능력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렇습니다.”
“그럼 내 숙모, 아니, 내 아버지의 원수를 죽여 주실 수 있나요?”
어쩜 당연한 부탁일지도 모른다.
“이미 서말자, 그녀에게 징벌은 가해지고 있습니다.”
“징벌요? 겨우 징벌요?”
정보람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렇습니다. 끝내 스스로를 죽이게 될 겁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죠?”
“도박에 빠져들 수 있는 돈을 줬습니다. 지금 대박을 꿈꾸며 정선으로 출발했을 겁니다.”
“그게 징벌인가요? 우습네요.”
“곧 돈을 잃게 될 겁니다. 그럼 곧 당신의 아버지에게 강요했던 것처럼 스스로에게 강요를 하겠죠.”
“그건 무슨 소리인가요?”
“자신의 장기를 스스로 팔게 될 겁니다. 저희 요원이 그렇게 유도를 할 겁니다.”
“정, 정말인가요?”
“예. 저는 악을 응징하는 테러리스트입니다.”
“그럼 전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다시 병원으로 모셔다 드릴 겁니다.”
“정말인가요?”
“최소한 당신이 파악한 이곳의 위치를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는다면 저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겁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정보람을 향해 걸어갔다.
또각! 또각!
“왜 저한테 오는 거죠?”
“당신의 기억을 지우려는 겁니다.”
“뭐라고요?”
“전 그런 능력이 있습니다.”
내 말에 정보람은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난 비술과 기공을 발동시켜 죽어 버린 정보람의 시신경을 살릴 생각이었다. 물론 현대 의학으로 죽어 버린 시신경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죽은 것은 없을 거다. 시신경 세포가 완벽하게 하나도 남지 않고 소멸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은지수의 뜻대로 되는군!’
난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을 했다.
만약 시신경이 하나라도 살아 있다면 난 그 시신경을 증폭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신경을 자극해서 내 기공과 비술의 힘으로 복제 배양을 한다면 어쩜 정보람의 장애를 치유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만약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다른 방법도 있다.
물론 누군가의 각막을 이식하는 거다.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서말자를 떠올렸다.
난 기공을 비술과 기공을 이용해서 정보람을 봤다.
“눈을 한 번 떠 보시겠어요?”
“왜죠?”
“갑자기 궁금해져서요. 당신이 정말 눈이 보이지 않는지 엉뚱하게도 궁금해지네요.”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죠?”
“당신은 눈이 보이는 사람보다 더 정확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있어서요.”
참 이유치고는 구차하다. 하지만 내가 너의 눈을 고치려고 하는데 어떻게 눈을 좀 떠 보면 안 되겠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역시 당신은 무례하면서도 건방지군요.”
“안 되는 겁니까?”
“아니요.”
정보람은 천천히 눈을 떴다. 난 그와 동시에 내 비술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봤다.
‘시신경이 완전하고 완벽하게 죽었어.’
난 절로 인상을 찡그려졌다.
“역시 안구 이식밖에는 방법이 없군요.”
“그렇다고 하더군요.”
“예. 죄송합니다.”
이제 플랜 B를 이행해야 한다.
‘서말자! 너의 눈으로 정보람의 눈을 뜨게 할 거다.’
난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리고 박지은을 봤다.
“조용히 모셔다 드려!”
“알겠습니다. 캡틴!”
박지은은 짧게 말했다. 그리고 천천히 정보람을 부축해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정보람 씨!”
난 정보람을 불렀다.
“왜 그러죠?”
“혹시 기적이 일어난다면 우리와 같이 일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죠?”
“당신의 통찰력은 제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그이를 보내고 나서요.”
정보람은 자신의 마음을 들키고 나자 바로 김민수를 그이라고 말했다. 역시 사랑을 하고 있는 거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온 것은 절대 비밀이어야 합니다.”
“예. 알고 있어요. 잘 부탁드릴게요.”
이 말뜻은 철저히 서말자를 응징해 달라는 거였다.
“당신이 당신의 숙부인 정인촌 씨를 응징한 것처럼 철저하게 응징을 할 겁니다.”
사실 이 말은 그냥 정보람을 찔러 본 말이다. 내 촉이 그렇게 물어보라고 내게 요구했다.
난 정보람을 빤히 봤다. 그리고 정보람은 피식 웃었다.
“아셨나요? 생각보다 예리하시군요. 숙모도 몰랐는데…….”
난 순간 소름이 끼쳤다. 정보람 저 여자는 정말 대단한 여자다.
“어떻게 정리를 한 거죠?”
“정리라고 할 것도 없죠.”
“그 말은…….”
내 놀람에 정보람은 다시 한 번 피식 웃었다.
“그냥 찔러 본 말에 제가 넘어간 거군요.”
“그, 그렇습니다. 어떻게 정리를 했죠?”
“차도살인이라고 해 두죠.”
정보람의 말에 난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럼 병원 측을 이용한 건가요?”
“삼촌의 탐욕을 자극했죠. 병원에서 위기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그렇군요. 왜 갑자기 정인촌이 그렇게 무리한 요구를 했는지 이유를 알겠네요.”
내 말에 정보람이 내가 말하는 곳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여자의 한이랍니다. 그이를 보내고 나서 제가 도움이 된다면 돕기로 하죠.”
“고맙습니다.”
“아니, 제가 고마워요. 이제야 그 사악한 병원 측에 복수할 방법이 생겼네요.”
정보람은 담담히 그렇게 말하고 박지은의 부축을 받아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마자 바로 뜨악새가 날 봤다.
“왜 거짓말을 하셨습니까? 분명 마지막 순간 김민수가 정보람 부친의 생명 줄을 끊는 마취를 했습니다.”
뜨악새가 보고한 것은 김민수가 정보람의 부친을 의학적으로 살해했다는 거였다. 물론 그 사실은 서말자도 알고 있었다.
“자력갱생이라고 해 두죠.”
“예?”
난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내 모습을 보고 최 사부가 입을 열었다.
“우리보다…… 아니, 이 세상 누구보다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속죄하려고 하는 사람은 김민수라는 말씀이시다.”
역시 최 사부는 내 마음을 아는 것 같았다. 어두운 방에서 힘들게 내린 결정이다. 누구나 죄를 짓는다. 그 죄가 씻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죄를 처벌하는 것은 나보다는 스스로여야 한다. 그것이 자력갱생의 기본이다.
김민수는 철저하게 자력갱생을 하고 있었다. 김민수가 사악한 병원 측과 얼마나 연루가 되어 있는지는 지금에서는 명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정보람과 김민수의 사랑은 확실하게 인식이 됐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온 정보람을 위해서 내가 한 거짓말은 정보람에게 도움이 될 거다. 그럼 거짓말을 한 죄는 내가 짊어지고 가면 되는 거다.
그게 내가 거짓말을 한 이유다.
“그런데 최익현은 어떻게 됐죠?”
“곧 이곳으로 끌고 올 겁니다.”
“그보다 먼저 서말자에게 준 돈을 그년이 빨리 카지노에게 잃게 만드세요.”
“그 역시 요원에게 지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접근을 하세요.”
“돈을 빌려주라고 지시까지 했습니다. 담보는 뭔지 아시죠?”
“예.”
최 사부는 짧게 대답을 했다. 인간으로써 할 수 없는 일을 지금 난 최 사부에게 지시를 했다.
“눈에는 눈입니다.”
“하지만…….”
“모든 죄는 제가 지고 갑니다.”
“그게 너무 서글픕니다.”
최 사부는 나를 불쌍히 여겼다. 분명 최 사부의 눈은 그런 것 같다.
“제일 먼저 요구할 것은 그년의 눈입니다.”
내 말에 최 사부와 뜨악새는 기겁을 했다.
“설, 설마…….”
“그렇습니다. 전 김민수를 살릴 생각입니다.”
“뇌종양 3기를 살리신다고요?”
“예.”
뜨악새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날 봤다. 하지만 최 사부는 충분히 내 능력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딸의 루게릭병도 고친 나라는 것을 최 사부는 알고 있었다.
“악인이라고 생각하시지 않았습니까?”
최 사부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