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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의 신-141화 (141/210)

흑막의 신! 141화

“당신은 이 카지노를 지배하게 될 겁니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투로 말하는 최은성이기에 남자는 아무 말도 못하고 최은성을 멍하니 볼 뿐이었다.

“저기 서말자가 나옵니다.”

후배 자운대 대원이 풀죽은 얼굴로 나오는 서말자를 봤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의 시계를 보며 씩 웃었다.

“포기가 빠른 여자군요. 27분 만에 나온 것을 보니.”

“임무는 잘 아시겠죠?”

“물론입니다.”

그때 서말자가 아직 떠나지 않은 체어맨 리무진을 보며 달려왔다.

“역시 노름꾼은 어쩔 수 없군요. 그럼 전 이만!”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차에서 내려 카지노에 들어갔다.

“전 절대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지 않을 거예요.”

후배 요원이 다짐을 하듯 말했다.

똑똑! 똑똑!

“문 좀 열어 봐! 어서!”

똑똑! 똑똑!

“어서 문 좀 열어 보라고.”

서말자는 다급하게 차 창문을 두드렸다.

“뭐죠?”

자운대 요원이 차갑게 말했다.

“아직 안 갔어?”

“이제 갈 참입니다.”

“그러지 말고 돈 좀 더 줘.”

서말자는 염치없이 돈을 요구했다. 이게 노름꾼들의 특징이다.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돈을 달라고 할 수 있다.

창피함보다 더 강한 유혹!

도박을 하고 싶다는 유혹이 사람을 저렇게 추하고 서글프게 만드는 걸 거다.

“드릴 돈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좀 더 줘. 아니면 그 재수 없는, 아니, 그 목소리 남자 좀 만나게 해 줘. 내가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서말자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설마 돈을 다 잃으신 겁니까?”

“재수가 없었어. 다 20을 때웠는데 딜러 년이 21이었어. 어떻게 7. 7. 7로 21을 만들지. 썅년!”

서말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하여튼 죄송하네요. 도움이 못 돼서. 출발해!”

자운대 대원의 말에 후배가 출발했다.

“이봐!”

부르르응~.

차는 끝내 출발을 했다.

“이 씨발놈아! 내가 그 새끼한테 할 말이 더 있다고.”

서말자는 사람들의 눈도 신경 쓰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저벅! 저벅!

그때 악마의 발걸음처럼 서말자를 향해 다가오는 남자가 있었다.

“이봐요.”

“뭐야?”

서말자는 짜증이 나는 듯 고개를 팩하고 돌렸다.

“돈 필요합니까?”

“왜, 네가 돈 빌려주게? 날 호구 좆으로 아나? 꺼져!”

“돈이 필요한 눈이라 물어본 건데 아니면 할 수 없죠.”

남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돌아섰다.

“몇 호야?”

서말자가 다짜고짜 남자에게 물었다.

“몇 호에 묵고 있냐고? 내가 뭘 해 주면 되지? 오랄? 아니면 후장?”

서말자는 자신에게 접근한 남자가 아직은 남아 있는 자신의 외모 때문에 접근한 남자라고 생각을 했다.

사실 카지노 주변에는 이렇게 몸을 파는 여자들이 많았다.

10만 원짜리 칩 한 두 개면 무슨 짓이든 하는 여자들이 꽤나 있었다. 그래서 서말자도 그렇게 묻는 거였다.

“그런 것 필요 없고.”

“그럼 뭐지? 그래? 사실 나도 몸뚱이 굴려서 몇 푼 구걸하는 그런 년 아니거든.”

사실 이 카지노에서는 돈을 잃고 몸을 파는 젊은 여자들이 제법 있었다. 한 번 엎드리고 나서 몸을 팔고 그 돈으로 다시 카지노에 올라오는 몰락한 인생들이었다.

“나도 푼돈으로 여자 어떻게 하려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남자는 007가방을 살짝 열어 서말자에게 보여 줬다. 그 안에는 만 원짜리 지폐가 가득 들어 있었다. 서말자는 돈다발을 보고 눈이 커졌다.

“당, 당신 누구야?”

순간 서말자는 당황했다.

“내가 의심스러우면 그냥 가고.”

지금 서말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남자는 자신을 가평 출신이라고 밝힌 남자였다.

“아니에요.”

서말자는 바로 남자의 손을 잡았다.

“그럼 우리 내려가서 이야기 좀 할까요? 돈도 다 잃은 마당에 저렇게 패배자처럼 로비 입구에서 청승을 떨 필요는 없잖아.”

남자는 서말자를 보며 씩 웃었다.

“예. 그래요.”

서말자는 돈다발을 보자 눈이 뒤집혔다.

서말자는 남자를 따라서 사북 시내로 내려갔다. 사실 정선 하이원 내국인 전용 카지노는 정선에 있지 않고 사북이라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예전 90년대 초 젊음의 양지라는 드라마가 있다.

배용준이 출연했던 드라마일 거다. 그때 사북이라는 곳이 나온다. 젊은 남자들이 그곳에서 시작해서 젊음의 욕망을 향해 달리던 그런 드라마이다.

그렇게 드라마에서 나왔던 사북은 탄광 지역이었고 탄광 산업이 무척이나 활성화되었던 곳이기도 했다. 탄광 산업이 한창일 때는 대한민국의 돈은 사북과 정선으로 다 모인다는 소리가 있었다.

막장이라는 말도 거기서 나왔다.

탄을 캐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갱도로 들어간다.

그러니 갈 때까지 간 사람들을 그렇게 막장 인생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진짜 광부들은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탄을 캤다.

그러니 막장 인생이라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여튼 사북이라는 곳은 막장 인생들이 다시 재기를 꿈꾸며 갱으로 들어가서 마지막 남은 희망을 키우던 곳이기도 했다.

검은 탄을 얼굴에 잔뜩 묻힌 광부들이 갱에서 나오면 돈다발을 들고 작부를 찾아 헤매던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곳이 석탄의 양이 점점 더 줄고 연탄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점점 더 폐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활발했던 사북의 지역 경제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졸지에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고 또 길바닥에 앉게 됐다.

그건 어쩜 정부 측면에서는 상당한 골칫거리일 거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카지노 사업이다. 물론 탄광 지역 활성화만이 이유는 아닐 것이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이 카지노는 권력자들의 자금을 세탁하는 곳으로 쓰인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부족한 세금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카지노를 설립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 카지노를 통해 국민들이 정치에 신경을 쓰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은 도박 공화국이라는 거다.

카지노에서 국민들이 도박에 중독이 되고, 경마장에서 말밥을 주며 인생을 망치고, 또 로또와 복권에 미쳐서 돈을 날리고, 신성한 스포츠까지 도박으로 변질시킨 스포츠 토토까지.

국민들에게 도박을 강요하는 곳이 바로 이 대한민국일 거다.

하여튼 그래서 사북에 카지노가 들어섰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사람들은 작은 마을에 감당하지도 못하는 것이 들어섰다는 걸 깨달았다.

“카지노가 이 사북을 다 죽였어.”

“젠장! 일자리를 준다는 것이 청소부야!”

“망할. 내가 청소부나 하려고 이곳에 있는 거야? 내 고향이 엉망진창이 됐어.”

“여기저기 노름꾼만 득실거리고 몸 파는 년만 넘쳐나고. 아이들 보기 무섭네.”

“누가 아니래요?”

“어제 김 씨가 야반도주를 했다며?”

“저 카지노 들어서고 망한 집이 한두 곳이야? 젠장!”

사람들은 그렇게 카지노를 욕했다. 하지만 카지노에 설치된 수만 개의 전등들은 밤이면 밤마다 불나방들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이 사북의 지역 경제는 아주 불균형하게 성장했다. 처음 이곳에 카지노가 들어서고 나서는 룸살롱과 기타 술집이 카지노 특수를 노리고 들어섰다.

“호호호! 여기서 돈 좀 만져 보자고.”

“언니, 노름꾼들이 올까?”

“돈 딴 놈들은 오겠지. 잃은 놈들도 홧김에 오고.”

“정말 올까?”

“온다니까. 네년들은 몸단장이나 잘해!”

오픈을 한 룸살롱 마담들은 카지노 특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많은 퇴폐적인 사업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퇴폐적인 안마 시술소도 수도 없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이곳에 유흥 주점이나 퇴폐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은 도박꾼의 특성을 몰랐다.

도박에 미친 것들은 술도 계집도 안중에 없고 오직 도박만 했다. 그래서 그렇게 즐비하게 늘어섰던 룸살롱 중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퇴폐 안마 시술소도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시발 노름꾼 새끼들!”

“봐! 언니, 내가 뭐라고 했어.”

“닥쳐! 쌍년아! 짐 싸!”

“왜?”

“재수 없어서 여기 뜬다.”

“난 여기 있을 건데.”

“뭐?”

“나도 여기서 이제 발 못 빼.”

젊은 여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뭐라고?”

“밑구멍 파서 번 돈 저 위에다가 다 가져다 바쳤어. 억울해서도 못 가.”

“미친년!”

그렇게 많은 술집 여자들이 사북에 남게 됐다. 그리고 그녀들은 낮에는 몸을 팔면서 밤에는 도박을 했다.

누구나 사북에 오면 인생을 망친다.

그게 이 사북에 있는 정설이었다.

그 줄어든 곳에 모텔이 서고, 또 전당포의 역할을 하는 전당사라는 것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또 식당 역시 마구 생겨났다.

정말 이 사북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모텔 사장과 식당 사장,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난 노름 꽁지를 떼는 전당사 사장뿐이었다.

“돈 좀 빌려 주세요.”

말쑥하게 차려 입었지만 한없이 피곤해 보이는 남자가 차갑게 보이는 전당사 사장의 눈치를 봤다.

“담보는?”

“뭐 받습니까?”

말쑥하게 차려 입은 남자는 다급한 눈빛이었다.

“시계도 받고. 차는 뭐죠? 차가 좋죠.”

“차요?”

“예. 차가 시원하게 빌려드릴 수 있죠. 차종이 뭐죠?”

“차요?”

그렇게 말쑥한 남자는 차를 담보로 돈을 빌렸을 거다.

어느 정도 현금이 있는 사람은 사북으로 가 봐라. 그곳에서 생각보다 싼 중고차를 만날 것이다. 그리고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외제차 역시 싼 가격에 살 수 있을 거다. 이 모든 자동차들은 도박에 돈을 잃고 사람들이 저당을 잡힌 차들이었다.

처음 차를 맡기고 돈을 빌린 사람은 그 돈마저 다 잃고 차를 찾기 위해 다시 사북을 찾는다. 하지만 돈을 갚고 차를 찾아야 하는 사람들은 다시 카지노로 올라간다. 그렇게 몇 번 반복을 하면 차는 고스란히 전당사 주인의 것이 되는 거다.

그렇게 사북의 주차장은 모두 비싼 고급차로 즐비했다. 또 명품이 필요한 여자들 역시 사북으로 가면 될 거다.

정말 저렴한 가격에 중고 명품 시계나 백을 구할 수 있을 거다. 물론 그 역시 도박꾼들이 저당을 잡힌 물품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그렇게 시중가보다 더 싸게 팔려 나갔다.

자금의 회전을 위해서 전당사는 일정 시간 이상 보관된 물품을 그렇게 처분했다. 정말 시쳇말로 할머니 고무신 빼고는 다 받는다는 곳이 전당사인 거다.

서말자는 자신을 이끈 남자가 전당사 사장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에게 접근한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30분 만에 이천만 원을 잃은 서말자는 수중에 십 원짜리 하나 없는 개털이다. 그리고 맡길 물건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돈다발을 들고 남자가 먼저 접근을 한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서말자는 지금 이 순간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자신의 눈앞에 딜러가 돌리는 카드가 여전히 아른거렸다. 서말자는 영혼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면 그것마저 팔수 있을 것 같았다.

남자는 조용한 사무실로 서말자를 안내했다.

“앉으세요.”

그렇게 서말자와 남자는 소파에 앉아 서로를 마주봤다. 남자는 서말자를 보고 있었지만 서말자는 테이블 위에 올려 있는 돈다발이 든 가방만 보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죠?”

급한 사람이 먼저 말을 건다고 했다. 서말자는 가만히 자신을 보고 있는 남자에게 물었다.

“저 같은 전당사하는 사람이 쪽박 난 사장님을 왜 보겠습니까?”

남자는 비릿하게 웃었다.

“지금 저 놀리려고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건가요?”

서말자는 남자를 째려봤다.

“돈 필요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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